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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일본풍 판타지 우울계 야겜의 무명 전투원으로 전생했는데 내 주위에 있는

제1장 튜토리얼조차 시작하지 않았는데 망한 것 같다.-2-

일본풍 판타지 우울계 야겜의 무명 전투원으로 전생했는데 내 주위에 있는 여자가 위험한 녀석들뿐이라 불안한 예감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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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튜토리얼조차 시작하지 않았는데 망한 것 같다.

 

2

 

암야의 반딧불은 전생……, 21세기 일본에서 판매된 유명한 게임이었다. 호화 성우진에 풍부한 스틸컷, 장대한 스토리와 다양한 분기 루트로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세계관은 일본풍 다크 판타지라고 해야 할까. 무대가 되는 후소국(扶桑国)은 외양은 일본의 에도 시대이지만 주술이나 음양술 등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하고, 마찬가지로요괴라고 불리는 해괴한 것이 고대로부터 발호하고 있는 그윽한 말법 아트모스피어가 풍기는 세계이다. 그리고, 고대로부터 조정에게 그 역할을 부여받은 이능력을 소유한 퇴마 일족들이 나라 각지에서 요괴들을 퇴치하고, 혹은 달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게임 주인공은 원래는 지극히 평범한 지방 관리의 자식으로서 생을 구가하였다. 다정한 부모님과 사이가 돈독한 형제자매……하지만 어느 날 그 운명은 크게 벗어나고 말게 된다.

 

마을이 요괴』……그것도 수많은 요괴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수도 적은 흉요(凶妖)의 손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가족이 참살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자신도 죽을 뻔한 순간에 강력한 이능력을 각성하여 도리어 흉요토벌에 성공한다.

 

하지만 유전되기 쉽고, 교배를 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것이 되는 이능력이 그저 소소한 정도라면 모를까 최상급의 흉요를 죽을 수준이 되면 일개 농민의 자식에게 발현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 힘에 이목이 모여, 마을을 포함한 지역을 관할하는 퇴마의 명가오니츠키가에게 발견되어, 거두어진 주인공은 가족의 복수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퇴마사가 되기로 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이능, 출생의 비밀, 그리고 오니츠키가를 비롯한 퇴마사의 어둠을 알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스토리이다.

 

이게 참, 친구한테 추천을 받아 플레이를 해보니 그 하이 퀼리티에 감동을 하고 스토리의 우울함에 후회를 했었다. 확실히 일러스트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발주를 넣은 것 같아 캐릭터의 그림체만 좋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이나 전투묘사도 무진장 공을 들인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오타쿠 업계에선 대만족이다. 성인판의 서비스씬은 나의 주니어가 몇 번이나 신세를 졌는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 게임을 진행하면 그런 처음에 느꼈던 만족감 따윈 간단하게 날아가 버린다. 왜냐고? 수많은 18금 그로테스크 베드 엔딩 루트의 풍부함,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히로인들의 높은 지뢰율이 이유이다.

 

아니, 이게 정말 장난 아니거든! 기본적으로 요괴는 평범한 인간들에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녀석들뿐이고, 게다가 네임드 요괴에 이르러선 설정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이것들은 주인공이나 히로인들이 아니면 우선 이길 수 없는 1회차는 반드시 죽이는 능력보유자고, 만랩을 찍고 나서 물리로 죽이러 오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고!!!

 

그런고로 베드 엔딩 루트, 베드 엔딩 루트가 아니더라도 이벤트에서 네임드 캐릭터의 18금 그로테스크씬이 태연하게 등장한다. 요괴의 습격에서 대화를 나눈 여성 캐릭터의 머리가 다음 순간에는 박살이 난다든지, 산채로 삼켜지는 건 일반적으로 나온다든지 말이야. 아니, 그 정도라면 그나마 낫다. 어설프게 이능력자가 많은 탓에 괴물한테 이종간을 당하는 장면이 쓸데없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포근한 성격이 서번의 치유 요소였던 아야카가 중반 이벤트에서 만삭 상태에서 흉부가 폭발하는 건 정신적으로 상당히 데미지가 컸거든!?

 

하지만 무서운 건 적만이 아니다. 주인공편도 위험하다. 애증이나 권력투정으로 상당히 삐뚤어진 질척질척한 수라장 상태이다. 암살이나 음모 따윈 일상다반사.

 

그런고로 주인공이 어설프게 움직이면 호감도나 인물 관계도 상태에 따라선 히로인들이 의외로 간단하게 얀데레로 변한다. 일상에서 부조리한 괴물과 상대를 하며 같은 편끼린 음모극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중에는 혼약자나 친우가 괴물에게 살해당하거나, 자신이 모략에 걸려 인간불신이 된 캐릭터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생각 없이 호감도 만랩을 찍고 나서 부주의하게 행동을 하잖아? 이능력자 히로인들이다. 무슨 짓을 할지 갈피도 안 잡히는 것이다.

 

, 가장 최악인 건 그런 위험한 세계에 변변찮은 힘도 없는 내가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이지만…….’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흑의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나는 넓고, 그리고 창문도 없고 장지문도 닫혀, 조명도 없어 이상할 정도로 어슴푸레한 방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 주위에는 형형색색의, 게다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으로 몸을 감싼 남녀가 좌우로 열을 만든 채 앉아 있었다. 정면에 상석이 있지만 그 자리의 주인은 없다.

 

대요상대로 하인 20명이 덤비고 살아남은 것은 한명인가, 그것도 피해는 전혀 주지도 못 했다니 한탄스럽군.”

 

좌우로 늘어선 줄의 일각에서 잘난 분위기의 갈라진 목소리가 울렸다. 그곳에는 명백히 죽은 동료들과 살아남은 나를 깔보는 감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는 무언으로 대답했다. 여기서 화를 내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당초 이 실내에 충만한 영력의 밀도를 생각하면 그런 기력도 나지 않지만.

 

나는 어젯밤 요괴의 토벌에 실패, 그 전말을 오니츠키가의 장로들 앞에서 보고하였다. 그리고 그 반응이 많든 적든 모멸의 빛이 보였다. 어차피 하인들이니 이런 수준인가, 하는 그런 부류의 모욕. 그리고 나는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일대를 관할하는 퇴마사 일족오니츠키가는 공식 가이드북에 의하면 800년 역사를 지는 명가이며 구가(舊家)인 것 같았다. 일족의 수는 100명에 가깝고, 괴물 퇴치나 지역 의식이나 제사를 주관할 뿐만 아니라, 광대한 토지를 지닌 지주이며, 주위를 다스리는 다른 퇴마사 일족이나 신사, , 상인에 수도의 귀족, 다이묘와도 혈연이나 이권으로 관계를 맺어 그 재력과 인맥은 강력하다.

 

그리고 퇴마사들이 이렇게 강대한 권세를 떨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이 소위 영력이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다.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마력이라고 해야 하나? 주술이나 음양술을 부릴 때 쓰는 연료이며, 몸에 두르면 그 육체를 활성화시켜 강화한다. 뭐니 해도 일반인에겐 독이 되는 요괴가 발하는 요기를 중화하고 무력화시키는 힘이다. 그리고 그 영력을 다루는 인간은 대부분이 퇴마사 일족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것이 그들이 이 나라에서 강고한 지배체제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퇴마사 자신들은, 그것을 고대 신화나 전승과 결부시켜 자신들을 신들의 자손으로서 유서 깊은 가문이라고 자랑하지만……당연하게도 그런 건 날조한 거짓부렁이다.

 

영력의 근간에 관해서 이 자리에선 중요한 것이 아니니 할애하지만, 설정에 의하면 영력이나 이능은 유전되는 것이며 혈통을 섞고, 교합함으로서 더욱 강력한 것이 되는 것을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으로부터 퇴마사들은 이해하고 있다. 퇴마사 끼리 혼인을 거듭하여, 그리고 일반 백성들에게서 드물게 나타나는 영력보유자나 이능력자를 일족에 편입, 혹은 제거……그것이 퇴마사 일족이 이 나라에서 요괴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대부분 독점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였다.

 

……그렇다고 해도, 괴물도 대부분 터무니없는 녀석들뿐이다. 그리고 퇴마사들도 최상급 요괴』……흉요를 상대하면 사상율을 우습게 볼 수가 없다. 더구나 일족에 영력이나 이능을 물려받지 못 한 사람이 가끔씩 태어나기도 하고, 도리어 정치나 경영 등에 일족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일족의 바보 천치가 마을 소녀를 납치하여 임신을 시킨 자식이 힘을 이어받는 귀찮은 일도 있을 것이다.

 

하인들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일족의 인력 부족 해소나 사생아의 처리, 혹은 피지배층에서 나온 영력보유자나 이능력자를 유효하게 쓰기 위해 어느 퇴마사 일족이 생각해내고, 순식간에 전국의 퇴마사들에게 널리 퍼진 도구이다.

 

기껏해야소요(小妖)상대로 단독, 중요(中妖)상대론 집단을 이루어 상대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유년기부터 퇴마사 일족에게 충성을 맹세시키는 교육(세뇌)을 시키고, 반란이나 도망을 방지하기 위해 저주를 걸어, 최저한의 영력과 이능, 그리고 다른 비기(祕技)를 주입시킨 소모품, 그것이 우리 하인이다.

 

우리들은 무기를 지닌 병졸 상대로라면 같은 수로 압도할 수 있다. 그건 틀림없다. 하지만……터무니없는 괴물 상대로 거의 호각으로 겨루는 퇴마사 녀석들 상대로 덤벼봤다 거의 대부분이 학살당하고 끝일 것이다. 우리들과 저 쓰레기들 사이엔 그 정도 수준의 실력차가 있었다. 그리고, 오니츠키가의 장로들또한 그 힘의 차를 아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희생을 조롱하였다. 무모한 싸움과 그 당연한 귀결을…….

 

그렇게 우습게 여길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장로분들은 이번 사태의 심각함을 이해하고 계시긴 하십니까?”

 

실내를 채우는 조소를 강하게, 의지에 찬 음성이 지웠다. 고개를 조아린 내 옆에 선 일족 직계의 장녀는 그 금욕적이고 성실한 성격에 어울리는 심각한 표정을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하인들이라고 하여도 손쉽게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장로분들도 이해하시고 계실 터, 하인을 4개조나 잃어버리고 말다니 이런 손실은 10년 만에 있는 일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고작해야 대요(大妖)때문에 벌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족이 입은 손실은 막대한 것이지요.”

 

플레이어로부터 누님이란 별명을 받은 오니즈카 히나 공주는 담담히, 하지만 예리하게 그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렇다, 아무리 소모품이라고 해도 하인이란 존재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니다. 일정 재능이 있는 자를 괴물과 어느 정도라고 하여도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는 단련을 시켜야만 한다. 그 육성은 비용은 둘째 치고 시간이 걸린다.

 

특히 하인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것은 흉요(凶妖)를 상대할 때……적의 이능력 따위를 조사하기 위한 시금석이나 전투 때 양동이나 미끼, 후방지원 등……이다. 일족의 일선 퇴마사의 생환률을 올릴 귀중한 산제물 요원을 고작해야 대요(大妖)상대로 이렇게 소비를 하다니……견해에 따라선 웃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생존자가 말하길 이번 임무의 실태는 은행중(隠行衆)의 사전조사 부족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요(大妖)중요(中妖)라고 착각하다니……우에몬(宇右衛門), 감히 말씀을 올리는데 당신의 가신은 뭘 하고 있는 것입니까?”

 

누님은 비난을 하는 듯한 시선으로 늘어선 장로 중 한 명을 노려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머리숱이 적고, 배가 툭 튀어나온 돼지 같은 남자는 갑작스런 비난에 당황하였다.

 

으음……히나야, 하필이면 나를 비난하는 것이더냐? 일족 유수의 충신이자 그대의 숙부인 나, 우에몬을?”

그렇기 때문입니다. 우에몬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라고 하여도 사실은 사실, 이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그저 넘어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뚱땡이가 달래듯이 말을 하지만 그 말을 단칼에 거절하는 누님이다. 역시 머리가 이상한 여자들밖에 없는 우울계 야겜의 몇 안 되는 인격자이다. 부정도, 불평등도, 부조리도 용납하지 않는 저 당찬 자태가 플레이어들에게 안심감을 안겨주었지. 감금이나 역강간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 그녀를 메인 히로인으로 삼으면 어떻게든 되었다.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너무 호감도를 올리면 맛이 가서 귀찮아지지만.

 

, 나 같은 엑스트라 삼류 인생에게 그 정도까지 할 리가 없나. 아니, 그렇지만 고릴라라는 사례가 있으니…….’

 

그건 내가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덕분에 원작이 시작하기도 전인 이 시점에서 조금 사태가 성가셔지고 말았다. 세상의 수정력 같은 무언가가 움직여주길 바라지만……젠장, 왜 내가 그 때의 동행자였냐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누님과 돼지에몽(은행중 필두 오니츠키 우에몬에게 플레이어가 붙여준 별명.)의 언쟁은 조용히, 천천히, 하지만 명백히 험악해지고 있었다.

 

내 지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더냐! ! 이 배은망덕한 것 같으니! 저승에서 형님이 울고 있을 게다!”

……!? 그런 말로 어영부영 넘기지 말아주셨으면 하는군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둘의 언쟁에 귀를 기울였다. ~, 이 게임에서 주인공이 모략에 당할 때도 그랬지만 이 둘은 툭하면 서로 헐뜯기 바쁘네. , 누님의 캐릭터 설정에서 비추어보자면 일족 그 자체를 혐오하겠지. 특히 은행중을 이끄는 숙부는 어떤 의미로 원수나 다름없고.

 

슬슬 그 쯤 하려무나. 둘 다 보기 추하구나?”

 

둘의 언쟁을 멈춘 것은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였다. 누님은 불쾌하게, 다른 장로들은 어떤 자는 겁을 먹고, 어떤 자는 경멸하고, 또 어떤 자는 황홀한 표정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나 또한 가면 너머로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하게 시선을 보냈다.

 

호화로운 비단 옷감을 연보라색으로 물들여 만든 우치카게(打掛,[일본 여성복의 일종, 주로 상류계급 여성이 입었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금색 수실로 선명하게 수놓아진 꽃모양은 정밀하였고, 그것만으로 저 옷에 들인 직인의 공이 엿보였다.

 

상석의 바로 옆자리에서 팔걸이에 팔꿈치를 댄 채, 옻칠을 한 담뱃대를 든 미녀가 있었다. 몸의 윤곽이 알기 힘든 복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육감적인 체형이 잘 알 수 있었다. 곱디 고운 흑단 같은 긴 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비녀로 정돈을 하고 있는,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드러낸 20대 전반으로 보이는 요염한 미녀…….

 

아무것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 설정을 떠올린 나는 내심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하도록 실소를 흘렸다. 나잇값을 해야지 주책맞은 회춘할망구……!

 

긍지 높은 오니츠키의 사람들이 서로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봤자 제 얼굴에 침 뱉는 꼴. 일단 결계를 쳤다고 해도 어디서 어떤 가문이 보고있을지 모르지 않겠니? 좀 더 오니츠키 가문의 일원이란 의식을 가지렴. 알겠지?”

 

아이를 달래듯이 여자는……오니츠키가 전전 당주의 배우자인 오니츠키 코쵸(胡蝶)은 둘에게 말하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식과 손녀에게 인가.

 

……믿겨지십니까? 이 여자는 자식을 네 명이나 낳은 경산부는 물론이거니와 손주가 있는 할머니라는 것을?

 

넘쳐나는 영력으로 육체를 활성화시켜 수명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이능을 써서도 마찬가지이다. 뭐하면 주술적인 방법으로 인간을 그만두는 세계도 있다. 나사가 돌아간 이 할망구 입장에선 외양을 젋게 만드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이 50은 연하인 주인공을 색기로 유혹을 하는 건 자기 나이를 생각하지 않은 처사가 아닌가. ……아니, . 히로인 중엔 연령이 100살대인 할망구도 있긴 하지만.

 

하인, 보고 수고했어요. 이제 됐으니 물러나렴.”

 

후우, 담뱃대를 한모금 빤 뒤 할망구는 나에게 명령했다. 말하지 않아도 나도 얼른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고. 돼지에몽이 날 보는 눈이 무섭고, 뭐하면 방금 전부터 방구석에서 제멋대로 자라나서 훔쳐보고 있는 거대한 눈깔님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거든. 뭣보다 이 방, 일족의 장로들만 모여서 영력 밀도가 너무 높아……우에, 토할 것 같아.

 

 

, 나도…….”

히나, 너에겐 아직 어젯밤 내린 일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으니 남도록 하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한 뒤 소리도 내지 않고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 나에게, 누님이 같이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어딘가 가시가 돋친 할망구님의 말이 그것을 저지하였다.

 

……알았습니다.”

 

성실한 누님은 잠시 침묵하지만, 바로 요청을 승낙하였다. 한순간, 방이 서늘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무시하자.

 

………….”

 

그리고 나는 침묵 속에서 장지문을 열어 인사를 한 뒤, 방을 떠났다. 장지문을 천천히 당겨, 닫기 직전, 회춘 할망구랑 눈이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무리그래도 그건 내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에게 찍힐 요소는 엑스트라인 나에겐 전혀 없다.

 

……그리고, 장지문이 닫힘과 동시에 갑자기 감돌기 시작한 향기에 나는 긴장하고, 그것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 박자 간격을 두고 심호흡을 하였다. 앞으로 이어질 전개는 대충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각오를 굳히기 위한 일종의 격려이다.

 

그리고, 나는 결심을 하고 단번에 몸을 돌렸다.

 

, 토모베. 어서 와. 일은 힘들었니?”

 

내 눈앞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키가 작은 소녀가 만면의 미소를 띤 채 서있었다. 나이는 십대 전반보다 좀 아래일까? 핑크빛 기모노를 입고, 양손을 뒤로 깍지를 낀 채 티끌 없는 그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순진무구한 아이를 연상시켰다. 그 겉모습만은.

 

……장지를 열 때 그녀가 서있었던 곳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주위에 몸을 숨길 곳은 전혀 없었을 터였다. 내 오감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에선, 이 문장이 문장 앞에 붙겠지만.

 

………….”

 

원작에서 그녀가 보여준 피해망상, 망집, 불같은 성격을 떠올린 나는 일단 이 자리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말을 골라 입에 담았다.

 

습득 중이신 은행의 술수, 무척이나 숙달되신 것 같아 감동하였습니다. 공주님.”

 

무릎을 꿇고, 공손히, 나는 스트레스의 원흉에게 말하였다.

 

오니츠키 아오이(), 아마도 1회차 플레이어의 감금 엔딩의 히로인 제1위일, 귀여운 광기어린 소녀가 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