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말은 통하지 않아도
“우아아아아아, 모르겠어!!!”
센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젖히며 작업을 내던졌다. 눈앞에 있는 은발 소녀는 깜짝 놀랐지만 센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몇 시간에 내리 빈도해석과, 그에 따른 음운을 맞춰보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열만 나온 것이다. 소녀는 그 동안 센에게 차(이 세계에도 차가 있는 것인가, 역시 편의주의가 엿보이는 것 같다)를 내오거나, 센을 바라보았지만 소녀는 결코 초조해하거나 센을 내쫓는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그렇기에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하하아………….”
눈곱만치도 알 수 없었다.
문자는 아무래도 40 종류 정도 있는 것 같았으며 그 중 알파벳의 u와 흡사한 글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그것을 일본어의 가나라고 가정을 하고 ‘이(い)’음을 대입해보거나, 로마자 ‘a’를 대입해보았지만 생각했던 일본어역이 전혀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도 나오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 센이었다.
소녀는 줄곧 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인간은 배도 고파지며, 잠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그것을 이곳으로 삼는다고 해도 말없이 식사와 잘 곳을 제공받을 정도로 센의 인간성이 막장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초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의외로 문젯거리였다.
소녀를 바로보고 있자니 눈이 마주쳤다.
비취처럼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지구에선 찾을 수 없을 은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에 시선이 빼앗겼다. 작품의 세계에선 질리도록 본 그것을 실제로 눈앞에 두면 다른 감정을 품고 마는 것이었다.
‘자, 최초의 의사소통인가.’
최초의 의사소통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소녀가 지금까지 센의 빈도해석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센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흥미마저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말을 통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말은 과거 관서 지방에 여의치 않게 살게 된 적이 있는 선배가 했던 말이었다.
나는 야츠가자키 센. 야.츠.가.자.키, 센.“
자기 얼굴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다음엔 소녀를 가리키며.
“네 이름은 뭐야?”
#3 등식문이라고 하는 것 같다.
소녀는, 센이 말하고 있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려고도 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지만 센이 어쨌든 자신을 가리키면서 이름을 내리 말하고 있자 소녀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안 것 같았다. 센과 똑같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Mi es ales.xalija. Xalijasti.]
흐음. ‘미 에스 아레스 샤리야, 샤리야스티’ 라고 말했지?
아무래도, 이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의 이름이 어떤 음절인지 알 수 없다. 지레짐작으로 소녀를 가리키며 말해보기로 하자.
“샤리야스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Ja, mi es xalija mal co es jazgasaki.cen tirne?]
뭔가 긴 문장을 자길 향해 말한 것 같지만, 명확하게 단어를 구분할 수 있었다.
능력이 이것이라면 무척이나 슬프지만 이세계의 말을 습득하는 데에 있어서 이만큼 알 기 쉬운 것은 없다. 아마도, 문맥에서 생각하면 자신의 이름과 그녀의 이름을 말하고 있는 걸 것이다.
샤리야스티라는 이름을 말할 때 ‘미 에스’라고 말을 했고, 센의 이름을 말했을 때에 ‘소 에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소’가 ‘너’를 가리키고, ‘미’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장 구성도 대강 파악이 된다.
에스가 영어의 Be동사와 같은 용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영어처럼 단어 나열을 하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말하는 SVO, 주어, 동사, 목적어이다.
“미 에스 야츠가자키 센! 소 에스 샤리야스티!”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Mi es xalija. Ers niv xalijasti.]
응……?
아마도, 샤리야스티가 아니라, 샤리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럼 방금전의 어미 ‘스티’는 도대체 무엇일까?
“센 스티?”
자신을 가리키고, 말해본다.
하지만 소녀는 여전히 그게 아니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스티는 잘 모르겠으니 일단 보류할까. 우선, Be동사 같은 단어의 사용법을 확인해두자.“
“미 에스 야츠가자키 센. 소 에스 샤리야. 오케이?”
소녀는 가슴을 짚으며 [Ers julesn.] 그렇게 대답하였다.
‘소 에스 샤리야’ 로 몇 번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긍정을 나타내는 몸짓이 저것인 것 같다.
[Salarua, Xalijasti! Edixa mi klie dea do!]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자니 집 밖에서 누군가가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의미는 모르겠지만 샤리야를 부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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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es ales.xalija. Xalijasti.]
Mi
명사 : 나(아무리 생각해도 Me에서 Mi로 바꾼 것 같다.)
sti
호격 접미사,
상대방에게 되물을 때 명사에 후치하여 쓰임. 특별한 의미는 없음. 해석할 경우엔 문맥에 맞추어 그에 맞는
한국어 어미를 붙인다.
ales.xalija
고유 명사, 이름이다.
-> 나는 아레스 샤리야, 샤리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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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mi es xalija mal co es jazgasaki.cen tirne?]
Ja
감탄사,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거나 대꾸를 할 때 씀. '응'
mal
접속사 : 그리고, 그래서, ~해 그렇다면, 그리고, 그럼, 그럼으로써
(화제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미로) 자, 그러면
부사(구어) : 그런 한편으론, 대조적으로
-> 응, 나는 샤리아 그리고 넌 야츠가자키 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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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es xalija. Ers niv xalijasti.
Ers julesn
Ers
사전이나 문법 해석 페이지를 찾아보았지만 예문 검색에 나오질 않았음, niv와 julesn이 각각
'틀린,아닌,' 과 '맞는, 정확한,' 의 뜻을 가진 형용사라고 생각하면, 작가가 생각한
es의 분사형으로 여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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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rua, Xalijasti! Edixa mi klie dea do]
Salarua : 정오 때 하는 인사.
Edixa
조동사
과거시제 완료상을 나타내는 조동사. 영어의 조동사와 달리 문두에 위치하여 시제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
klie
동사
자동사 : 오다
감탄사 : 환영합니다. 어서오세요. etc etc
dea
타동사 : 강조하다, 눈에 뜨이게 하다
남성 위상 어미 : 구어체에 쓰이며 문장에 남성성 부여
do
남성 위상 어미 : 구어체에 쓰이며 문장에 남성성 부여
☆문법 해설 페이지를 참조하고, 문맥을 유추하면 이 문장은 비문. 첫 번쨰는 시제의 오류이고 두 번째는
남성 위상어의 불필요한 사용. 혹은 작가 특유의 문법 요소일 수도 있지만...애초에 인공 언어에 비문이라니...
이런 점을 무시하고 의역을 하면
->
안녕, 샤리야!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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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내용은 둘째치고 어학을 전공한 사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번역 난이도도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닙니다. 어학 전공자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어학자의 사례라던가,
전문 용어가 나오니까요. ...대학 재적 시절 때 헛것을 배운 게 아니라고 지금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동인지 번역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타와와 일어 원문이 풀려서 칸코레도 하고 타와와도 하고 하하, 개판이군.
뭐 내일은...아니 오늘은 주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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