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2권 제5장 전진 전속



나의, 포격은, 굉장하다고…….

 

새하얀 몸에 눈이 아찔해질 것만큼 포탑을 적재한 여자, 남방서전귀가 속삭였다. 낮은 목소리인데 수많은 함선 소녀의 귀에 닿았다.

 

온다앗!”

 

마야가 소리쳤다. 공기를 찢어 가르는 포탄. 배 속을 울리는 폭발음. 그녀가 이끄는 함대가 대량의 물기둥에 휩싸였다.

 

크으으……웃기지 말라고!”

 

바닷물을 뱉어내면서 욕지거리를 하였다. 파편을 뒤집어써서 의장이 고장난 것이다. 등의 일부분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무선에 보고가 날뛰었다.

 

이쪽은 이스즈. 1번 포탑 발사불능.”

이쪽은 묘코. 사격 지휘 장치 손상. 포측 조준 사격으로 이행.”

 

손해보고가 줄을 이었다. 아직 전투는 가능하지만, 공격력이 저하되고 있었다. 잔탄 수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야는 심해서함의 함대를 노려보았다. 남방서전귀에게도 상당한 데미지를 주었을 텐데, 아직 격침되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터프한 여자구만…….”

 

함선 소녀들은 번갈아 공격을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심해서함측도 함대를 고쳐 편성하여 방어를 하였다. 전함 소녀, 항모 소녀가 몇 번이나 공격을 시도하지만 남방서전귀는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야같은 중순양함 함대조차 투입된 것이다.

마야는 자신의 손해와 예하 함선 소녀들의 피해를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에, 적의 함상공격기가 돌격을 했기 때문에 기총으로 쫓아내었다.

 

이쪽은 탄약이 적은데, 적은 아직도 있는 거야……!”

 

입 안에서 신음을 하였다.

 

이래선 그 녀석들을 볼 면목이 없잖아.’

 

그 구축함 소녀들은 동료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남방서전귀를 쓰러뜨리면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마야는 그런 마음가짐에 감명을 받았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구축함 소녀들의 행동에 느끼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 소녀들은 타카오를 구해주었다.

 

……?”

 

남방서전귀가 천천히 후방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 자리를 메우듯이 심해서함의 무리가 앞으로 나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철퇴하는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공격 찬스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녀는 현 함대의 기함이었다. 이대로 가면 밤이 된다. 함대에는 경항모가 포함되어 있어서 야간 공격은 불가능. 이런 점을 감안하여, 대국을 판단해야만 한다. 자신의 손상과 적에게 줄 수 있을 데미지를 저울에 올린다.

 

……철퇴한다!”

 

그녀는 무선으로 통달하였다.

 

죽어버리면 모든 게 끝. 보급하고 다시 온다!”

 

단종진을 유지한 채, 9(90도 변환) 신호를 내고 전장을 이탈하려고 하였다.

그 때, 이스즈가 말했다.

 

통신 들어왔습니다.”

뭐야?”

으음……우와, 굉장한 노이즈.”

차분히 들어봐. 시간이 걸려도 좋아.”

……함대는 전장 이탈 후, 충분히 거리를 유지한 후 대기하라, 입니다.”

? 진수부로 복귀시켜주지 않는 거야?”

아뇨, 구축대가 향하고 있다고. 전투 종료 후 수용하라네요.”

뭐라고?”

 

마야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을 하였다.

 

구축함 소녀 집단이 해면 위를 질주하였다.

선두는 카게로. 그 뒤에 제14구축대 함선 소녀들이 이었다. 짙어지기 시작한 안개, 옆으로 전복한 침몰선, 암초에 겁먹는 일 없이 달려갔다.

 

양현 전진 제3 전투 속도!”

 

기관전령기의 경쾌한 소리. 튕겨나가듯이 주기가 가속하였다.

 

진로 현 상태 유지. 라져!”

 

하얀 파도가 커졌다. 깔끔한 종렬 대열을 유지한 채 구축함들은 항행하였다.

 

주위 경계해!”

 

카게로는 말했다.

 

잠수함에게 걸리면 위험해. 뇌적이랑 잠망경, 적 항공기는 놓치지 마!”

 

그녀들은 수중청음기(패시브 소나)를 장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 탓에 믿어야 하는 것은 시력이다.

지금은 잠수함이 보이지 않았다. 항공기도.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적 함대가 경계용으로 잠수함이나 레이더 피켓함을 배치하고 있을 확률은 충분히 있을 법 한 것이다.

 

20, 항공기!”

 

나가츠키가 소리쳤다.

카게로는 고개를 돌렸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구름 저편에 검은 점 같은 것이, 드문드문 떠있었다.

 

적 항공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교전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적의 편대를 끌어 들이고 마는데다가, 경계를 받고 마는 것이다. 주간전투에 휘말리면 괜한 손상을 받고 만다.

문득, 아라레가 고개를 위로 올렸다.

 

……바람……?”

 

바람이 불었다. 바닷물과는 다른 냄새를 실어 날랐다.

카게로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눈에 힘을 주자, 전방에 먹구름이 보였다.

 

스콜이다! 저 안으로 들어가자!”

 

14구축대는 속력을 올렸다.

비와 바람 속을 날 수 있는 항공기는 드물다. 잠수함도 마찬가지이다. 부상항행 중 가능한 시인 범위는 엄청나게 줄어들며, 잠망경으로 감시를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평소라면 저주를 품은 말 한, 두 마디는 뱉어지고 싶어지지만 카게로 일행에게 있어선 오히려 좋았다.

먹구름이 낀 곳으로 들어갔다.

안은 스콜은커녕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강렬한 바람과 빗줄기가 구축함 소녀들을 덮쳤다.

 

우햐햣! 아하하하!”

 

고양된 듯한 사츠키의 목소리. 파도에 희롱당하지만 대열은 확실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거라면 적에게 들키지 않고 끝나겠는 걸!”

 

그녀가 말한 대로 여기서 발견될 확률은 0에 가깝다. 가능하면 이대로 폭풍과 함께 밤을 기다리고, 적의 중심부까지 이동하고 싶었다.

 

탄약이 문제인가…….’

 

카게로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대로 가면, 파도를 뒤집어써서 망가져버리는 탄약이 생길 것이다.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라는 상황이다. 중요한 전투에서 탄약 고갈이 되면 눈뜨고 못 볼 상황이 되고 만다. 그걸 막기 위해선 폭풍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고이지만 모처럼 자신들을 은폐해주는 상황을 버리는 것은 아까웠다.

결단을 강요받았다.

 

이대로 전진!”

 

카게로는 전원에게 말했다.

 

폭풍우와 함께 이동하여 적의 중심부까지 간다. 다들 참아!”

 

알았다는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그녀는 구축대원을 믿었다. 훈련의 성과는 나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전진하였다. 바람은 더더욱 거세졌고 빗줄기가 볼을 두들겼다.

 

2탄약창 탈락했습니다.”

 

우시오의 보고. 그 후루도, 각함에서 손실 보고가 연이었다.

그래도 전원, 방향을 잃지 않았다. 개조의 성과와 혹독한 훈련 덕분이다. 동료의 등에 붙어있는 항행 등에 기대며 전진하였다.

시간이 지나갔다. 빗줄기의 기세가 약해졌다.

이윽고.

완전히 비가 그쳤다. 시각은 밤. 주위는 어두워지고, 별과 달빛 말곤 기댈 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수면에 떠오르는 심해서함의 함대.

인간형의 전함에 거무튀튀한 중순양함. 광견 같은 경순양함과 그 수하인 구축함 집단. 파도는 기분이 나쁠 정도로 잔잔했고, 태풍의 눈 속에 있는 듯한 평온조차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들은 이곳이 적의 중심부라고 직감하였다.

카게로가 명령하였다.

 

양현 전진 제5 전투 속도!”

 

14구축대는 전열을 가다듬고 돌진하였다.

주기가 포효를 하고, 포탑은 회전하였다. 목표는 적의 중심.

남방서전귀로 여겨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곳을 제치고 이곳보다 더 안으로 간다.

 

카게로, 이쪽이 맞는 거지!”

 

아케보노의 목소리에 고함으로 대답했다.

 

이쪽이, 틀림없어! 저 녀석들의 정중앙을 돌파할 거야!”

 

적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 하였다. 심해서함의 모습이 커져갔다.

갑자기, 심해서함 한 척이 이쪽을 향하였다. 중순양함 리급이다. 함선 소녀의 귀에는 이해하기 힘든 목소리를 내며, 경보를 알렸다.

 

늦었어!”

 

조금도 속력을 늦추지 않은 채 적의 정중앙에 돌입하였다.

 

포격은 하지 마! 제쳐!”

 

심해서함의 바로 옆을 스쳐지나갔다. 볼이 찌릿 거리는 감각. 높이 치솟아 오르는 물보라.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억누르고, 그저 고양감 만이 뇌 내를 지배하였다. 달빛만을 믿고 하는 조함이지만, 충돌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다.

선두의 카게로부터 최후미의 아케보노까지, 탈락하지 않고 통과하였다.

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니다. 목표는 이곳보다 더 앞에 있다.

카게로는 만약을 위해 돌아보았다. 적 함대는 회두를 하려다가 서로 격돌을 하고,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대 갑자기, 적의 주위에서 번쩍거리며 빛이 났다.

 

……, 발포!”

 

우시오가 절규하였다.

카게로 일행의 진행방향에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제법 잘 노리잖아!”

 

카게로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지를 불태웠다. 지금 이 순간이 근성을 보여줄 때이다. 적을 떨쳐내 줄 테다.

 

진로 변경 없어!”

잠깐만요, 100도에 적 함대에요!”

 

또 다시 우시오의 목소리. 시선을 주자, 중순으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닥쳐오고 있었다.

 

심해서함은 바보가 아니구나. 벌써 태세를 갖추었어.”

 

전방에 시선을 주자, 그곳에도 적의 함대가 있었다. 게다가 경보가 발령된 탓에, 카게로 일행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나한테 맡겨줘.”

 

나가츠키가 말했다.

 

뒤쪽 녀석들은 내가 쫓아내지. 카게로는 신경 쓰지 말고 전진을!”

……알았어. 함대를 둘로 쪼갠다. 그리고 사츠키.”

!”

둘이서 쫓아내!”

알았어, 다녀올게!”

 

나가츠키를 선두로, 둘은 좌현으로 함수를 꺾었다. 후방에서 닥쳐오는 심해서함 무리를 향하였다.

 

나랑 정면 공격! 겁먹지 마!”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맡겨주세요!”

알았어.”

 

아케보노, 우시오, 아라레로부터 믿음직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카게로는 소리쳤다.

 

현 시각 0300. 14구축대 돌격함. 진수부에 영광을, 함선 소녀에게 요정의 가호가 있기를! 양현 전진 최대!”

 

 

 

 

좌포전 한다! 반항전!”

 

나가츠키가 호령하였다. 지금은 그녀가 선두이다.

 

스쳐 지나가면 우현 최대! 사츠키가 선두함이 돼! 한 척이라도 카게로네가 있는 곳으로 보내지마!”

알았어!”

 

사츠키가 즐겁게 외쳤다.

 

나가츠키, 멋있어.”

그런가?”

. 무츠키형의 긍지야.”

무츠키형은 세계 최고의 배지!”

 

나가츠키는 웃었다. 태도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긴장도, 겁도 아닌 올곧은 마음. 동료와 함선 소녀 전원에게 다하는 충성심이다. 몇 개월 전의 허세를 부리고 있던 모습은 그 티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달빛을 맞으며, 적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선두는 중순양함 리급이다. 뒤에 이어서 오는 것은 아마도 경순양함이고, 남은 것은 아마도 구축함. 이거라면 할 만하다고 나가츠키는 확신했다.

중순 리급이 발포. 거대한 물줄기가 하나, , . 세 줄기째의 물기둥이 무산하였을 때 나가츠키는 신호등으로 돌격 사인을 보내었다.

 

나를 따르라!”

 

구축함 소녀들이 포격을 개시하였다. 연장포의 포탄이 적 함대를 덮쳤다.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포격전. 게다가 모골이 송연해질 만한 상대속도로 돌진하였다. 12.7cm 연장포의 포탄과 8inch포의 포탄이 공중에서 교차하고, 제각각 상대방을 감쌌다. 감으로 어림짐작하여 쏘아대는 함포 사격.

중순 리급의 표면이 번쩍 빛났다. 약간의 오차를 두고 폭발음.

 

잡았다!”

 

사츠키가 외쳤다. 그 빛을 표식으로, 둘이 포탄을 쏟아 부었다.

포탄의 작렬이 데미지를 계속 주었다. 이전보다도 명백히 포격에 위력이 있었다. 개조의 성과다. 중순양함이든 뭐든 겁먹을 건 없다.

적은 휘청 기울이더니, 발판을 잃은 것처럼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천천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스쳐지나가면서 어뢰전 한다!”

 

무츠키형은 반항전 중의 뇌격을 할 때 요령이 필요하다. 한 발을 들어 올려 방향을 바꾸어, 적을 겨눈다. 이것도 피나게 노력을 한 형태이다.

선두함을 잃은 적 함대와 스쳐지나가려고 하였다.

 

……발사 대기! 뭐야 저거, 구축함이 아냐!”

 

사츠키의 목소리에 나가츠키도 눈에 힘을 주어 보았다.

경순 토급의 뒤에 있는 것은 구축함이 아니었다. 아니, 구축함 로급이었던 것을 걷어차며 전진하고 있는 심해서함이 있는 것이다.

양 팔에 거대한 방패를 장착한 심해서함. 푸른 눈을 한 살육자.

 

루급인가……!”

 

나가츠키가 신음을 뱉었다. 적 함대 최후미에 위치한 함대에 대형함이 있다는 것은 보기 드물기 때문에 적을 잘못 예상했다. 아마도 이 부근을 떠돌고 있었던 루급을 돌파당한 함대가 부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사고를 전환하였다.

 

경순은 방치. 전함 노린다!”

 

다시 어뢰를 겨누었다. 발사구를 루급에게 겨누었다.

 

어뢰 발사!”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발사!”

 

역시 어뢰가 방출되지 않았다. 깜짝 놀라 발밑을 보자, 산소어뢰가 발사관에 걸려있었으며, 그저 대롱대롱 매달리고 있었다.

 

어뢰발사관 고장! 사츠키!”

안 돼, 내 것도 고장났어!”

 

비명에 가까운 사츠키의 외침. 개조를 했다고 해도, 억지로 어뢰발사관을 장착하고, 거기에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만 것이 화가 된 것이다.

전함 루급의 주포가 둘을 겨누었다.

 

……!”

 

16inch포의 발사화염이, 주변을 비추었다.

 


 

 

후방에서 포격음이 들렸다. 거기에 포탄이 터지는 소리도. 카게로 일행은 그 소리를 등으로 들었다.

 

시작했다…….”

 

아라레의 중얼거림이 귀에 닿았다.

나가츠키와 사츠키가 심해서함과 교전을 한 것이다. 승패의 행방을 알 길은 없지만 둘의 승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그 애들이라면 이길 수 있어.”

 

카게로가 그렇게 말한 순간, 등 뒤에서 한층 더 큰 포격음이 울려 퍼졌다.

 

전함의 주포가 아닌가요……?”

 

우시오가 말했다. 카게로도 같은 의견이었다. 몇 개월 전에 저 소리는 수없이 많이 들었다. 전함 루급의 16inch포의 발사음이었다.

 

전함도 섞여 있었구나…….”

 

그때 통신이 끼어들었다.

 

카게로, 부탁이…….”

 

되물을 필요도 없었다. 아라레였다.

 

구해주고 싶어…….”

 

그녀는 구조에 지원하였다. 나가츠키와 사츠키를 위해.

카게로는 구태여 차가운 느낌으로 물었다.

 

이제 돌아가도 제 때에 맞출 수 있어?”

맞추게 할 거야……. 나가츠키도 사츠키도, 소중한 친구. 살려주고 싶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녀는 휙, 평소의 어조로 바꾸었다.

 

, 다녀와. 그 대신, 반드시 구해야 돼.”

물론이야…….”

 

아라레는 대열에서 이탈했다.

 

고마워.”

 

그녀는 회두를 하곤, 왔던 코스를 거슬러갔다.

 

“3명이 됐네. 오히려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어.”

 

카게로의 말에 아케보노가 기가 막힌 듯 말했다.

 

너 묘하게 기운이 넘치네.”

개조 덕분일지도 몰라. 아케보노는 무서워졌어?”

헛소리 하지 마. 나는 무섭지 않다고. 오히려 우시오가 그렇지.”

그렇지 않아요. 저도 할 맘이 넘친다고요.”

 

또렷한 어조. 양 주먹에 힘을 꽉 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카게로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적진 한 복판인데, 고작 3명의 구축함뿐인데, 공포는 전혀 없었다. 충실한 기분이다. 전우와 공유한 연대감. 구축함으로서의 고집과 긍지를 드높이 들어 적을 향해 돌진한다. 모든 것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시라누이를 구조하기 위해.

전방. 달빛에 실루엣이 떠올랐다. 심해서함의 함대이다.

큰 바위 머리 같은 실루엣은 항모 오급일 것이다. 하지만 야간전에서 항모따윈 무섭지 않으니 무시해도 된다. 옆에는 키가 큰 여자가. 아름답다는 감상마저 품게 하는 체형은 전함타급. 이 녀석은 좀 성가시다. 옆에 떠다니는 것은 구축함 무리다.

그리고 그 뒤. 여기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새하얀 몸을 하고 있는 저 녀석.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 내린 여자야말로 E해역의 보스, 남방서전귀. 요코스카 진수부 함선 소녀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쓰러뜨리지 못 한 적.

녀석에겐 자기수복능력이 있다. 얼마나 회복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아군이 데미지를 입혔다고 믿으며, 카게로 일행은 돌진했다.

적 중 몇몇이 카게로 일행을 눈치챘다.

빛이 번쩍거렸다.

 

적 발포! 직진해서 피해!”

 

항적에 포탄이 떨어진다. 그녀들은 직진 코스를 벗어나지 않았다.

전함 타급이 포효하였다. 남방서전귀의 주위에 심해서함이 모여들었다. 쪼그만 구축함이 위협을 하였다.

그래도 구축함 소녀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이어지는 적의 포격. 배에 묵직하게 울리는 이 소리는 16inch포다. 카게로의 일행의 전방,전방, 후방에 착탄.

 

협차!? 제법인 걸!”

 

카게로가 외쳤다.

 

포격 개시!”

 

일제 반격 개시. 포탄 중량에는 차가 있지만 맞기만 하면 어떻게는 전개는 풀린다. 몇 발이 구축함 로급에 명중하여, 바다 밑바닥으로 장사를 지내주었다.

속력은 늦추지 않았다. 정면을 향해 돌진한다.

 

목표 변경. 5, 전함 타급. 포격……!”

 

큰 덩치가 홀연히 사라졌다.

달빛에 그늘이 졌다. 구름이 밤하늘을 가리고, 달도 별도 가려버린 것이다. 그 탓에 주위는 먹물처럼 새카매졌다.

어둠은 구축함의 아군. 밤은 작은 몸집에 유리하다. 잽싼 움직임이 장점이 될수록, 도망치기 쉬워지며 공격도 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상, 그 몸을 포착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옆에 물기둥이 일어났다. 타급의 포탄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가깝다.

 

전탐 사격!?”

 

어둠의 불리를 극복하는 전파탐신기를 타급은 장비하고 있었다. 전파로 구축함 소녀들을 포착하여 포탄을 쏘아내었다.

그리고 이쪽에는 똑같은 장비가 없다.

카게로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어쩔 수 없네. 이대로 돌격…….”

잠깐만! 잠깐만요!”

 

우시오가 외쳤다.

 

제가 비출 게요! 조명등을 쓸게요! 그걸 노려주세요!”

바보야! 너 죽는다고!?”

 

아케보노가 고함을 질렀다. 조명등의 강력한 광량은 확실히 적의 위치를 포착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위치도 폭로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도 전탐보다도 확실하게.

조명등을 쓴 구축함이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래도 우시오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괜찮아요, 저도 구축함이에요! 확실히 싸울 수 있어요!”

무모해!”

저는 신경쓰지 말고 공격해주세요!”

 

카게로는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우시오, .”

카게로!?”

 

아케보노가 놀랐다. 그 말을 뒤집어쓰듯이 말했다.

 

그 사이에, 나랑 아케보노가 타급을 끝장내겠어! 단판 승부야!”

, 정말!”

 

아케보노는 머리를 벅벅 긁고 싶어졌다.

 

너희들은 맨날 이렇더라! 우시오, 멋대로 죽으면 내가 용서 안 할 거야!”

조명등 점등!”

 

카게로의 말에 응하여 우시오가 조명등을 적을 향해 비추었다.

원형의 빛줄기가 전함 타급을 밤하늘 아래에 비추었다.

 

포격 개시!!!”

 

포탄이 타급을 감쌌다. 하지만 그것은 적에게도 똑같은 일이었다. 심해서함의 포구가 우시오를 가리켰다.

우시오는 무시하고 절규하였다.

 

쏴요! 쏴주세요!”

어뢰 발사!”

 

카게로의 호령. 동시에, 적측에서도 무수한 포탄이 쏟아졌다.

 

 

 

 

포연이 걷혔을 때, 나가츠키는 살아있었지만 연기를 들이켜 마신 탓에 기침을 하고 있었다.

 

콜록, 사츠키!? 괜찮나!?”

……아직은 괜찮아. 부상에는 익숙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츠키의 옷은 너덜너덜했고 손에 들고 있어야 할 12.7cm 연장포탑이 없어졌다. 그것은 나가츠키도 마찬가지였으며, 게다가 의장의 일부분이 소실되었다.

하지만 둘은 아직 살아있었다.

전함 루급의 포격은 나가츠키와 사츠키를 향해 동시에 쏘았다. 그 탓에 분산되어 화력이 약해진 것과 개조 덕분에 굉침을 면한 것이다.

 

반격은……젠장!”

 

나가츠키는 무릎이 굽혀질 뻔 했다. 주기의 상태가 이상하다. 캔의 출력도 저하되었다. 앞으로 전진하키는커녕, 그 자리에서 빙빙 돌 것만 같았다.

루급은 쌩쌩하게 포효를 하고 있었다. 경순 토급마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괴물과 맹수의 콤비다. 너덜너덜해진 둘을 향해 공격을 거듭하려고 하였다.

누가 유리한지는 명약관화했다.

나가츠키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도망쳐.”

 

그 말을 들은 사츠키는 기겁을 하였다.

 

, 뭐엇!?”

내 주기는 이미 한계야. 떠있는 게 기적. 여기서 두고 가.”

헛소리 하지 마!”

적어도 저 녀석과 같이 죽어주지. 어서 가!”

 

나가츠키가 외쳤다. 사츠키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나가츠키한테 그런 일 못 맡겨!”

지금 이 때 날 얕보는 것인가!?”

내가 할래!”

 

그녀는 나가츠키의 발에 달려있는 어뢰발사관을 잡았다. 발사에 실패한 산소어뢰를 잡아 뜯었다. 네 자루의 장창을 품에 안고, 자신의 것은 어뢰발사관 채로 뜯어냈다. 합계 여덟 자루의 산소 어뢰를 사츠키를 들고 있었다.

 

발사를 못 한다면 직접 맞혀주겠어!”

이봐, 그건…….”

나는 몸을 단련시켰다고. 이런 때를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주기에 채찍질을 하였다.

 

양현 전진!”

 

앞으로 전진. 산소어뢰를 끌어안은 작은 몸이, 루급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야 말로 루급의 품안에 뛰어들 수 있을만한 거리까지.

사츠키가 절규하였다.

 

무츠키형을 얕보지마아앗!!!”

 

있는 힘껏 산소어뢰를 집어던졌다. 몇 자루는 그대로 바다에 가라앉았고 몇 자루는 불발이 되어 이것 역시 바다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른 몇 자루는.

전함 루급과 충돌하고 신관이 작동하였다.

어뢰의 탄두가 작렬. 심해서함에게 화염의 분류를 끼얹었다. 어둠 속에 거대한 빛이 태어났다.

루급이 외쳤다. 자신의 포탄에 불길이 닿은 것이다. 유폭을 일으키고, 전심이 화염에 휩싸였다.

수훈 구축함이 그 자리에서 거꾸러졌다.

 

사츠키!”

 

한쪽 발로 어떻게 기어간 나가츠키가, 사츠키를 몸으로 덮었다. 루급의 폭발을 등으로 받았다. 오싹할 정도로 큰 충격과 피부가 탈 것 같은 열.

 

정말, 나가츠키야 말로 도망치라고…….”

동료를 둔 채로 도망을 칠 수 있을 것 같아!”

화염이 오고가는 와중, 나가츠키는 사츠키를 철통처럼 지켰다. 그 대가로 등의 의장은 숯덩이가 되고, 캔도 주기도 기능을 멈추었다.

해면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들, 미안하다……여기까지인 것 같군……. 적어도 사츠키를 구한 것이…….’

 

가라앉는 몸. 그 눈이 번뜩였다.

경순양함 토급이 포구를 겨눈 것이었다.

 

저 녀석……!”

 

토급은 천천히 조준을 하였다. 나가츠키에겐 반격 수단은 없고, 사츠키는 의식을 잃었다.

그 때.

 

나가츠키!”

 

토급이 폭발하였다. 어뢰가 직격한 것이다. 그 저편에서 질주하는 작은 몸. 산소어뢰를 명중시킨 아사시오형 구축함 소녀.

 

나가츠키, 사츠키, 지금 구해줄게! 힘내!”

 

아라레는 그대로 돌진을 하고는, 나가츠키와 사츠키의 몸을 동시에 붙잡았다.

그대로 끌어올려 예항하였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에선 침몰한 루급의 잔해와 기울어진 토급만이 남아 있엇다.

예인된 사츠키가 살며시 한쪽 눈을 떴다.

 

아라레……목소리 크게 낼 수 있었구나……. 굉장해.”

멋진 목소리였어. 반했다고.”

 

나가츠키의 말에, 아라레는 살며시 볼을 붉혔다.

 

 

 

 

심해서함의 무리에 몇 줄기나 되는 물기둥이 일어섰다. 산소어뢰가 명중한 것이다. 전함 타급과 불똥을 그대로 맞은 구축함 로급이 업화에 휩싸였다.

그리고 우시오 또한 화염에 휩싸였다.

 

우시오!?”

 

아케보노가 안색을 새파랗게 물든 채 다가갔다.

 

우시오, 괜찮아!? 정신차려, 차리라고!”

, 괜찮……아요…….”

 

우시오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그녀의 몸은 넝마짝이었다. 맨살 부분이 필드로 보호되어 있다고 해도, 이렇게나 공격을 받으면 상처를 입고 만다. 의장도, 폐품 수거 업자가 회수 거부를 할 꼴이었다.

그 만큼의 데미지를 입었다. 조명등의 점등 리스크를 치룬 것이다.

아케보노는 우시오를 끄러안았다.

 

예항해 줄게. 내가 구해줄게.”

이상하네요……전에는 제가 끌었는데…….”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돌아보며 말했다.

 

독에 넣어줘야 해! 카게로, 카게…….”

 

카게로는 둘의 대화를 듣고 잇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어둠 저 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지만, 이 앞에 있을 괴물을.

 

……아케보노, 우시오를 데리고 이탈해.”

……?”

나는 이대로 앞으로 나갈 거야.”

, !? 이젠 탄약이!”

아직 일제 포격할 양은 있어.”

 

차탄장전장치를 작동시켰다. 산소어뢰 장전 완료 부저음이 울렸다.

 

그럼 갈게.”

바보야, 고작 한 명으로……

적도 한 마리야.”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시라누이도 한 명이야.”

 

카게로는 양현 전진 제2 전투 속도라고 중얼거렸다. 불타오르는 심해서함의 사이를 스쳐지나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심해서함의 잔해가 후방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화염이 작아짐과 동시에 주위는 또 다시 어두워졌다. 항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어두워지진 않았다. 또 다시 달과 별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주변에 시라누이가 있다. 그녀는 무언가에 떠밀려 나가듯이 전진하였다.

군데군데에 섬이 있으며, 폐함의 잔해가 많았다. 오래된 배, 새로운 배. 그 중에는 가라앉고 얼마 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화물선도 보였다.

 

은근히 많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중에는 쌓여 올린 것처럼 잔해도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옮긴 것 같았다.

 

……?”

 

무슨 소리가 들렸다.

카게로는 주기의 속도를 반속으로 낮추었다. 회전수도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전방, 섬의 그늘 부근에서 나는 걸까? 으드득으드득, 금속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다.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신중하게 접근하였다.

섬에 다가갔다. 밤하늘에 그림자가 비추었다.

 

, 저 녀석……!”

 

카게로는 말문이 막혔다.

긴 머리카락을 양 사이드로 묶어 내리고 투박한 장갑판을 두른 여자. 포격이나 항공 공격을 받아 부상은 받았지만 밤의 어둠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하얀 몸.

남방서전귀.

그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카게로의 말문을 막히게 만든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녀석의 주변에는 잔해가 쌓여있었다. 오만가지 선박의 파편. 그것들은 바다와 섬을 마치 묘포처럼 감싸고 있으며, 오싹한 느낌이 감도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배의, 바다를 항행하는 모든 것들의 묘지였다.

그리고 그 잔해에는.

모두 비슷한 자국이 나있었다. 억지로 물어뜯은 듯한 자국.

잔해와 녀석의 자기 수복능력.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 배를……!”

 

이곳에 있는 것은 배의 잔해. 그럼, 함선 소녀는?

 

시라누이……시라누이!”

 

남방서전귀가 눈치를 챘다. 손에 든 잔해를 내던지고 몸을 돌렸다.

주변에 울려 퍼지는 포효.

전함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굉음이었다. 주거지를 침범당해서 머리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새빨간 시선이 카게로를 꿰뚫었다.

하지만 카게로는 동요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받아쳤다.

 

시라누이를……돌려줘!!!”

 

달려 나갔다. 주기는 순식간에 한계치가 속도를 올렸고, 급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남방서전귀가 정면을 돌아보았다. 16inch 3연장포가 전부 카게로를 겨누었다.

발포화염.

포탄이 작렬하고, 죽음의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구축함 소녀의 몇 배나 될 높이를 지닌 기둥이, 보잘 것 없는 몸을 분쇄하려고 덮쳐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카게로의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카게로형 구축함의 돌진 스피드가 조준 타이밍을 망쳐놓은 것이다.

다음은 카게로 차례.

 

우아아아아앗!!!”

 

등에 부착한 암이 움직였다. 얼마 안 되는 포탄이 약실에 장전되었다.

숨결이 맞닿을 듯한 지근거리. 새빨간 눈이 시야에 펼쳐졌다.

 

발사아앗!!!”

 

연속 사격. 귀청을 두들기는 소음.

남방서전귀의 표면에 명중되고 튕겨져 나가고 몇 발은 파고들어 작렬하였다.

남방서전귀의 곁을 통과. 회두해서 다시 접근.

다시 한 번 포탄을 박아 넣었다.

그것들은 전부 치명적인 데미지는 아니다. 구축함 소녀의 포격으로 이 거대한 여자를 굴복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주기를 풀로 돌렸다. 캔도 고열을 내뿜으며 한계 이상의 출력을 발생시켰다.

적의 반격. 남방서전귀가 포효한다. 주위에 물기둥이 어지럽게 솟구쳐 오르며 폭발로 몸이 진동하였다. 직격하면 바다 밑바닥, 지근타도 저세상 행 티켓이다.

하지만 카게로에게 명중되지 않았다.

무수한 포탄 속, 모든 공격을 피하였다.

지금의 그녀에겐 그것이 가능했다.

시야가 변하였다. 주위의 잔해의 윤곽이 뿌예졌다. 대조적으로 눈앞의 남방서전귀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감이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적의 사소한 움직임조차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주위에 흐르는 시간이 느릿해지는 듯한 감각마저 들었다.

16inch포탄이 발상되었다. 카게로는 여유롭게 피하였다.

신비한 감각이다. 어째서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공포 덩어리 같은 심해서함과 1:1 대결, 호각을 겨룰 수 있을까?

왜 자신은 살아있는 것인가? 어째서 굉침되지 않은 것인가.

지금의 그녀에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싸운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해. 14구축대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파트너를 위해.

그녀들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카게로의 몸은 가벼워졌다. 한계 저편. 지금 가진 실력의 뛰어넘는 영역으로 돌입하고 구축함 소녀로서 지닌 새로운 가능성.

개조는, 훌륭히 그 목적을 발휘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돌진하였다.

어둠을 가르면서 앞으로 달렸다.

눈앞에 있는 것은 남방서전귀.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주눅 들지 않았다.

이미 공포는 극복했다. 적기 거대하다면 거대할수록 힘을 발휘하는 것이 구축함. 긍지높은 구축함 소녀인 것이다.

어뢰암을 작동시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준을 하였다.

 

발사 압력 이상 무, 조정심도 이상 무, 각도 및 트림(Trim) 이상 무!”

 

그녀는 외쳤다.

 

“1번 발사!”

 

어뢰가 사출된다. 바다에 가라앉은 장창이 부상하고, 뇌적을 남기지 않은 채 돌진하였다.

남방서전귀의 포구가 빛났다. 물기둥. 포탄이 산소어뢰를 직격하여 파괴하였다.

절망은 안 한다. 이런 건 계산하였다.

 

“2번 발사!”

 

또 다시 산소 어뢰가 사출되었다. 남방서전귀를 향해 돌진. 하지만 이것은 방금 전 어뢰보다 조금 각도를 바꾸었다.

어뢰를 피하기 위해 하얀 몸이 살짝 몸을 비틀었다.

 

“3번 발사!”

 

또 다른 어뢰가 전진하였다. 적이 회피하려고 하는 예측 위치에 탄두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

 

당할쏘냐…….

 

남방서전귀는 2번째 어뢰를 피하였다. 그 때 3번째 어뢰가 향하였다.

꾹 다물어진 입술이 움직였다.

하얀 몸이 앞으로 나섰다.

강철의 왼팔이 휘둘러졌다. 어뢰가 접촉하여 터졌다.

굉음. 팔의 끝부분이 터져나갔다.

남방서전귀는 팔을 희생하여 어뢰를 막은 것이었다.

오른팔이 움직였다. 포신이 구축함을 잡으려고 겨누어졌다. 지근거리에서 죽음의 포탄을 박아 넣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 카게로는 없었다.

3발의 어뢰를 미끼로 삼아, 품에 파고든 것이었다.

카게로에게 떠오르는 승리의 미소.

 

“3번 발사!”

 

사출과 동시에 안전장치 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 만에 하나라도 빗나갈 리가 없는 필살의 거리.

 

죽어버려! 괴물!”

 

굉음과 화염이 뒤섞인 거대한 기둥.

남방서전귀의 내구를 상회하는 폭발이 일어났다. 작렬은 자기수복력을 짓밟고, 몸을 그 근저부터 분쇄하였다.

 

오오오오오오……!

 

비명이 화염과 함께 하늘로 향했다.

하얀 몸이 터져나갔고, 유폭한 포탄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졌다.

숨을 크게 내쉰 카게로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디에 있는 거야!? 말 좀 해봐!”

 

산더미처럼 쌓아올려진 잔해에 불이 붙은 포탄이 쏟아져 내렸다. 그 속을 수색하였다.

폭발염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잔해 속의 가연물이 발화. 순식간에 불길이 퍼져나갔다.

 

어디에 있는 거야 시라누이! 어디…….”

 

팔로 이따금 쏟아 내리는 불똥을 막았다. 서서히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스럭, 무언가 움직였다. 겹쳐져 있는 잔해 밑에서, 사람의 몸이 엿보였다.

 

……거기 있어!?”

 

살며시 보이는 제복. 하지만 손가락 하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카게로는 손을 뻗었다.

 




시라……누이!”

 

손목을 붙잡았다. 힘을 주어 끌어올렸다.

잔해 속에서 파트너의 몸이 나왔다.

카게로형의 제복. 산산조각이 난 의장. 그슬려진 얼굴. 그리고 하얀 팔다리.

안아 올려, 그 자리에서 철퇴하였다.

불타오르는 잔해를 등지고, 카게로는 몇 번이나 시라누이에게 말을 걸었다.

 

눈을 떠! 제발!”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절망이 카게로를 엄습하였다. 어떻게 싸웠는데. 어떻게 이겼는데. 어떻게 구해줬는데. 그렇게나 애를 썼는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눈을 떠줘.

 

제발…….”

 

그렁그렁 눈물이,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에 응하듯이 눈꺼풀이 움직였다.

 

…….”

살아있었구나……!”

 

카게로의 얼굴이 밝아졌다.

시라누이는 살며시 눈을 떴다. 천천히 입술이 움직였다.

 

카게로…….”

 

새된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게 들렸다.

 

장갑……눈치 채주셨군요…….”

……너니까, 분명 여기에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다행이야……살아있어서……정말…….”

……아아, 카게로는 울고 있는 거로군요……. 어째서…….”

 

손을 뻗었다. 카게로의 볼에 닿았다.

 

시라누이에게, 잘못이라도……?”

……바보야.”

 

카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너한테 잘못 따윈 없어…….”

 

카게로는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한동안 그대로 시간이 흘렀다.

둘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 앞에서, 이쪽을 향해 오는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저건…….”

 

구축함의 모습이었다. 아케보노와 우시오. 나가츠키와 사츠키. 그리고 둘을 끌어당기는 아라레.

14구축대 대원들이다.

모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카게로와 시라누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그런 짓을 해놓고.”

 

카게로가 말했다.

 

마중하러 올 건 없는데.”

 

그 모습을 보고, 시라누이는 툭하고 말을 뱉었다.

 

카게로……. 당신은, 행복한 동료복을 타고 낫군요.”

? 뭐라고?”

……아니에요.”

 

시라누이는 눈을 감았다.

수평선에서 해가 솟아올랐다. 밤이 밝아지려고 하였다.

 

 

 

 

카게로는 필두로 하는 제14구축대와 시라누이는, 마야가 이끄는 함대에 회수되었다.

귀환 도중 전투 보고가 이루어졌다. 해역을 배회하고 있던 심해서함의 대부분이 모습을 감추어 전과의 근거가 되었다.

보고를 받은 요코스카 진수부는 축제 소동이 벌어졌다. 남방서전귀를 쓰러트리고, 해역에 평화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무리를 지은 것은 보잘 것 없는 구축함 소녀 일행, 14구축대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요코스카 진수부에 귀환하였다. 함선 소녀들의 부두에서 정열을 한 채 마중을 하였다.

박수와 환성,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 카게로는 아타고에게 경례하였다.

 

14구축대, 귀환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아타고는 답례하였다.

 

시라누이를 구하셨군요.”

.”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군요.”

.”

 

카게로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타고가 생긋 웃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언니는 믿고 있었답니다.”

 

부상한 함선 소녀가 실려 나갔다. 그 중에는 나가츠키와 사츠키, 우시오에 시라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독은 만원 상태에요. 고속수복재의 재고도 적으니……. 그렇지만, 반드시 고칠게요.”

 

나긋나긋하지만 자신 있는 목소리였다.

 

제독도 기뻐할 거에요.”

감사합니다. 저기, , 사령관에게 사과를…….”

아아, 괜찮아요. 그 사람은 다 알고 있고, 지금은 상층부랑 말싸움을 하느라 바쁘니까요.”

 

제독은 작전의 권한을 두고 각 진수부를 감독하는 상층부와 절충을 하고 있었다. 오늘 거둔 성과를 보면 좀 더 재량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도 카게로 일행에겐 고맙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당분간 출격은 없어요. 카게로도 충분히 쉬어주세요.”

!”

 

그녀는 다시 한 번 경례하였다.

 

함선 소녀 전용 상병 요양 시설에서 치료가 끝나고 제14구축대는 잃었던 전력을 되찾았다. 그것을 기점으로 요코스카 진수부는 공격 작전 종료를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시라누이와 헤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전속 연장도, 카게로의 구레 전속 신청도 내지 않았다.

시라누이는 진수부의 정문에서 제14구축대와 마주보고 있었다.

 

쓸쓸해지겠네.”

 

카게로는 아쉽다는 듯이 말하였다.

 

모처럼 시라누이와 함께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라누이는 고개를 저었다.

 

카게로가 제14구축대에서 훌륭히 본분을 다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잘 알겠어요.”

 

어딘가 안심을 한 것 같은 어조였다.

 

쓸쓸한 것은 시라누이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것이 명령이라는 것이에요. 언젠가 카게로가 구레에 돌아올 날까지,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둘게요.”

 

시라누이는 아케보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게로를, 잘 부탁드려요.”

…….”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렸다.

 

뭔가 갑자기 포기를 하는 거, 너답지 않잖아.”

사람의 연을 끊을 정도로, 시라누이는 막 되먹은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 그 결판은, 내가 이겼다는 걸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

무승부에요. 또 할까요?”

물론이지. 이번에야 말로, 널 바닥에 기게 해주겠어.”

 

아케보노는 시라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죽지 마.”

당신이야 말로.”

 

시라누이가 손을 뻗었다. 아케보노는 굳세게 악수를 하였다.

 

그럼 이만.”

 

그녀는 경례를 하고 정문에서 나갔다.

카게로는 그 모습이 작아질 때까지 마중하였다.

 

……~, 뭔가 아쉽네.”

 

사츠키가 말했다.

 

이렇게 없어지면, 좀 더 이야길 할 걸 그랬단 생각이 드는 걸.”

나는 했어. 입거 시간이 겹쳐졌거든. 몇 번 놀러갔어.”

 

그렇게 말하는 나가츠키.

 

저래보여도 단 둘이 되면 말이 유창해져. 카게로에 대한 이야길 많이 들었어.”

부럽다, 나한테도 가르쳐줘.”

……나도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 말할게…….”

 

아라레도 참가하였다. 카게로는 그만해 너희들.”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생글거리면서 듣고 있었던 우시오가, 화들짝 놀란 느낌으로 말하였다.

 

그렇지, 맥주는 어떻게 됐나요?”

~ 깜빡했다. 시라누이한테도 먹여주려고 생각했는데.”

 

사츠키가 머리를 감쌌다.

 

어쩔 수 없네, 다 같이 마셔버릴까.”

 

아케보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 맛없는 거.”

그럼, 아케보노는 빼고 마시자. 14구축대끼리 건배를 하자.”

 

사츠키가 솔선해서 걸어나갔다. 모두 찬성하며 따라갔다.

 

, 너희들만 그러는 거야!”

그치만 아케보노는 안 마시잖아.”

그런 소린 안 했어!”

 

아케보노는 서둘러 따라갔다.

그 때, 그녀들은 몰랐다.

14구축대가 진수부의 비장의 패로서 점차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실력에 눈독을 들인 각 진수부에서 파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그녀들의 요코스카 근무는, 여기서 일단 막을 내린다. 다음 임무는 남서, 그 이름 하여 링거 정박지.

그곳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바다는 서서히, 파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다음 권에서.

작가후기

 

칸코레노벨화, “카게로, 발묘합니다!” 2권입니다. 이번에는 전권의 모두에 살짝 등장한 구축함 시라누이가 등장합니다.

 

전권은 게임 내의 원정임무를 소재로 한 이야기였지만 이번에는 크게 전환하여 20138월에 이루어진 이벤트 남방해역 강습정찰!”이 소재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 전부 망라하는 것은 역시 힘들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어레인지를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EEnemyE로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벤트에선 복수의 해역을 순차적으로 클리어 하지만, 작정에선 하나로 합쳤습니다.

그리고, 타카오, 마야, 묘코, 이스즈, 시라누이로 구성된 함대인데, 이것은 역사상의 해전 편성입니다. 사실은 시라누이의 위치에 쿠로시오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뭐, 이야기 전개상 흐름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밖에도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부디 관대히 받아들여주시길 바랍니다.

 

, 구축함 시라누이. 예의 모형 잡지 편집장분의 말에 의하면 선명한 사진이 있기 때문에, 모형 제작에 안성맞춤인 배.” 인 것 같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카게로형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말도 납득이 갑니다.

의인화 캐릭터로서 생각해봐도 무엇보다 멋진 이름이 좋군요. 게다가 카게로가 ()”이라면 시라누이는 ()”이란 느낌이라서 대비되는 이미지도 딱 좋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설 내에서도 카게로가 희로애락이 뚜렷하고, 시라누이가 과묵한 느낌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묘사 부분은 여러분의 이미지에선 어떠신가요?

다음 권에선 제14구축대는 요코스카에서 떠나, 좀 더 더운 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전력도 설비도 갖추어진 요코스카 진수부와 다른 이미지가 됩니다. 부디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말로, 이번에도 네이비야드 편징장 고토 츠네히로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201428

 

츠키지 토시히코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