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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2권 제3장 전진 미속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함선 소녀가 출항하였다. 할 일이 없는 자들은 그녀들을 배웅하고, 모자를 흔들었다. 그것은 심해서함과 싸우는 자들에게 보내는 동료가 건네주는 격려였다.

함선 소녀는 이 광경을 눈꺼풀 뒤에 새긴다. 다시 돌아올 때를 위하여.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도록.

그것은 카게로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녀들은 의장을 갱신하고 있었다.

타카오가 말한 대로 아침이 되자 아타고가 카게로 일행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타고는 정말로 좋은 소식이 있어요. 언니라고 불러주면 가르쳐 줄게요.” 라고 말하였고, “산소 어뢰죠.” 라고 대답하자 확연히 낙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낙담시켜주자.

장비는 공창에서 직접 수령하였다. 어뢰 본체는 별도 수령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군수부에서 허가를 받고, 탄두를 제거한 상태로 보존된 산소어뢰를 수령하였다.

 

이게 93식 산소어뢰? 90식이랑 다를 게 없네.”

 

보고 있던 사츠키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어뢰의 생김새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아. , 정비랑 숙련 연습 하자.”

 

카게로는 일동의 동의를 얻고 부두까지 걸어갔다.

평소 쓰던 장소는 작전 때문에 함선 소녀가 사용하고 있다. 그녀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떨어진 곳에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빙 둘러 앉아, 어뢰를 의장에 부착하였다.

우선 어뢰발사관 내부 확인. 구부러지거나 손상의 여부 확인. 이 때 놓치면 발사와 동시에 폭발을 하는 경우도 있어, 심해서함보다 먼저 저 세상 황천길로 떠나고 만다.

역시 신품이다. 반짝반짝 윤이 났고 점검도 빈틈없이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부착한다. 이럴 때엔 카게로형은 편리하다. 암의 끝부분에 끼우기만 하면 끝난다. 산소 공급 장치도 동시에 부착해서 작업 끝.

아라레도 순식간에 부착을 끝냈다. 팔의 고정쇠에 끼워, 남은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를 할 뿐이다.

문제는 아야나미형 우시오, 아케보노, 무츠키형인 사츠키, 나가츠키였다.

그녀들은 당초엔 산소 어뢰 탑재를 상정하지 않았던 함선 소녀이다. 위력이 뛰어난 무기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적재할 수 있도록 개량은 받았지만 어디선가 문제점이 발생했다.

그녀들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고정쇠의 위치가 이상해. 산소 공급 장치도 안 이어져.”

 

나가츠키가 투덜거렸다.

 

장비의 갱신을 간절히 바래놓고서 할 말은 아니지만, 좀 더 어떻게 할 순 없는 것인가.”

제 것도, 뭔가 덜렁거려요......”

 

우시오가 한탄하였다. 그녀의 경우 고정쇠가 헐렁한 것 같아서 어뢰발사관이 덜렁거렸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사구가 아래를 향하고 말았다.

 

억지로라도 고정하자. 아라레, 도와줘.”

 

카게로는 펜치나 망치 따위를 써서, 우시오의 어뢰발사관을 억지로 고정시켰다. 아케보노 것도 똑같이 하였다.

 

발사구는 아래니까 쏠 때에는 정좌를 하거나 발을 위로 휘둘러.”

알았어요.”

 

그렇게 우시오는 대답했다. 대답에 망설임은 없다. 오히려 카게로가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괜찮니? 전에는 치마 속이 보이니까 싫다고 말했는데.”

그렇긴 한데요......아케보노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니까요, 저도 할게요.”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는 우시오. 아케보노가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 말을 하지만, 우시오를 얕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츠키와 나가츠키는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

 

, 짜증나. 정말 안 끼어져.”

 

사츠키가 비명을 질렀다.

 

이건 무츠키형에 대한 학대가 아닐까?”

사츠키가 귀여우니까 공창이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 거겠지.”

 

카게로는 그녀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무츠키형은 어뢰를 발목에 붙인다. 발목에서 떨어지면 곧장 바다 속으로 빠지는데다가 위치가 변한 것만으로도 해면과 접촉하여 항행에 불편함을 가져다주었다.

 

좀 더 위로 올려서, 고정시킬까?”

피가 안 통할 것 같아.”

그럼 발목에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 데, 여기다가 묶어도 역시 피가 막히는 거 아냐?”

그 잠그개로 조정할 수 있어. 종아리 부분까지 올리며, 두께가 변해서 너무 꽉 조여지거든.”

 

결국, 발목에 억지로 고정시켰다. 어떻게 되었지만 장비를 벗을 때엔 고생할 것 같았다.

 

이걸로 됐나?”

 

그렇게 말하는 카게로. 사츠키는 납득한 것 같지만 나가츠키는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발사장치가 마음에 걸려. 공창에 항의하고 싶어지는 걸.”

나중에 개선요망 제출할게. , 숙련 연습 하자.”

 

전원, 부두에서 바다로 나섰다.

저 멀리, 수평선 위에 작은 점이 보였다. 출격한 함선 소녀들이다.

점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거, 시라누이 네였지.”

아니라고 생각해. 한참 전에 출항했을 테니까.”

 

사츠키의 말에, 카게로는 대답했다.

 

본대겠지. 시라누이가 속한 함대의 정찰 결과를 받고 출격하는 거야.”

단번에 나가는 구나. 대담한 걸.”

 

사츠키는 감탄을 한 듯이 말하였다.

출격 전에 딱 한 번, 카게로와 시라누이는 말을 나누었다. 구축함 기숙사의 복도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카게로가 이제 가는 거야?” 그렇게 묻자, 시라누이는 말없이 장갑을 벗어서 카게로의 리본 타이를 만졌다.

 

타이가 삐뚤어졌어요.”

 

회화는 그것으로 끝나고, 시라누이는 부두를 향해 걸어갔다.

너무 담백해서 감성에 빠질 겨를도 없었다. 구레에서 요코스카에 전속했을 때가 훨씬 더 드라마틱했다. 카게로가 김이 빠질 정도였다.

도리어 담백하게 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인생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도록.

그렇다고 하면 늘 하듯이 훈련에 임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표적함 상대로 수차례 어뢰발사 훈련을 하였다. 그 때 마다 훈련 어뢰를 회수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그럭저럭이네.”

 

성적표를 보면서 사츠키가 말했다.

 

우리들은 조준을 하기 힘들지만 반복하면 확실히 명중될 거라고 생각해.”

역시 신형 어뢰는 든든하군.”

 

나가츠키는 대답하면서 문득 고래를 올렸다.

 

왜 그래?”

 

카게로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아니......미안.”

 

카게로는 사과를 한 뒤, 다시 한 번 수평선으로 시선을 주었다. 나가츠키도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때때로 날치가 튀어오르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대답하였다. 나가츠키는,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시라누이 생각을 하나?”

, 그렇지.”

“......분명 괜찮아.”

 

나가츠키가 카게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 파트너라면 죽을 리가 없어. 그러니까 사령관이 함대에 넣은 것이야. 믿고 기다리면 돼.”

그렇네.”

 

카게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뒤 생긋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요즘 나가츠키는 뭔가 멋있어.”

그건 사람 보는 눈이 없군.”

 

둘은 키득거렸다. 훈련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남방 해역은 안으로 진입함에 따라 섬과, 배의 잔해가 늘어갔다.

섬은 인간이 과거에 거주하고 있었던 거주 지역. 배는 심해서함의 습격을 받은 뒤의 무참한 모습이다.

이 부근은 식량은 어쨌든 연료 및 그 외 물자는 수송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수송에 종사하는 배를 심해서함은 잡히는 족족 먹어치웠다. 함선 소녀가 소탕을 해도, 기간을 두고 또 다시 출현한다. 그리고 많은 물자와 피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후에도 수차례 출현과 약탈을 반복하였고 지금은 이 지역에 사람이 사는 일은 없다.

긴 싸움과 연구에 의해 심해서함이 군체라고 불리는 집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 중심에는 흡사 여왕벌같은 존재가 군림하고 있다는 것도.

군체는 복수 존재하고 있다.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머지않아 증식하는 것이 판명되었다. 군체는 바다를 자기 영역으로 삼고 인간의 생식 지역에 침입을 반복하였다.

그것을 부수지 않으면 심해서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출현을 반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코스카 진수부는 남방해역의 공세작전을 결의한 것이었다.

어두침침한 해면을 함선 소녀들이 나아갔다.

타카오를 선두로, 마야, 묘코, 미스즈, 그리고 시라누이. 수많은 함선 소녀가 싸우고, 격침된 해역을, 말없이 달려갔다.

바람은 안 분다. 대기도, 해면도 잔잔하다. 심해서함의 지배하에 놓인 증거인지, 함선 소녀들에게 말없는 저항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녀들은 심해서함을 찾아야만 한다. 그 동영상에는 적의 정확한 좌표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이 조사역을 떠맡았다. 그 보고 여부에 따라 본대의 공격 목표가 결정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가능하면 공격하라.

전 군의 선봉이며, 그런 만큼 무모한 요구가 그녀들에게 부여되었다.

그녀들은 그런 사명을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부과된 임무의 무게에 말수가 적어지기 십상이었다.

 

“......안개가 끼기 시작했네.”

 

타카오의 중얼거림이 무선에 실렸다. 시라누이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확실히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이 시간대는 해류가 기상에 변화를 주는 것일까? 심해서함의 출현 이후, 이 행성에 기상변동이 있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자칫하면 침몰함과 충돌합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속도를 원속에서 반속으로. 함대 운동이 신중해졌다. 시라누이는 () 5.” 그렇게 속삭인 뒤 회전수도 떨어뜨렸다.

시라누이의 앞에 선 이스즈가 돌아보았다.

 

신참, 무섭지 않아?”

 

이스즈는 이 함대의 유일한 경순양함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따금 시라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다. 사뭇 그런 느낌이 들어.”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그 태도. 냉정침착을 체현한 것 같잖니. 그렇기 때문에 후미를 맡고 있는 것이겠지만.”

제 성격에 관해선 답변하기 힘듭니다.”

그 상태로 충분해. 네 실력 기대고 있으니까.”

 

무선에서 [2()]이란 호령이 떨어졌다. 좌측으로 20, 방향을 변경했다.

아직 심해서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 숨어버렸나?”

 

불만 섞인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야의 목소리다. 투박하고 거친 입담이지만 무척이나 용감한 중순양함. 타카오형 3번함이며 타카오 자신과 연휴도 문제가 없다. 그 탓에 이 함대에 발탁된 측면도 있었다.

 

숨어있는 채로 있다면 편해서 좋지만.”

심해서함은 그렇게 어설픈 적이 아니에요.”

 

타카오가 조용히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핟고 해도 슬슬 조우를 해도 좋을 때인데요......묘코씨.”

 

부름을 받은 묘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찰기 발함하겠습니다.”

 

화약음이 들리고 캐터팔트에서 영식 수상 정찰기가 사출되었다. 잠시 휘청거린 뒤 고도를 올리며 날아올랐다.

현재 이 함대에서 수상정찰기를 탑재하고 있는 것은 묘코와 이스즈, 둘이다. 통상, 함대의 정찰기 탑재함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임무가 임무인 만큼 많이 편성되었다.

묘코는 정찰기에서 들려오는 인공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적의 함영은......없네요.”

전탐에도 반응은 없어.”

 

마야가 말했다. 그녀는 22호 대수상 전탐을 장비하고 있었다.

타카오는 힐끔, 전방에 시선을 던졌다.

 

전진합니다. 양현 전진 원속.”

 

스피드를 원상태로 돌리고 전진한다.

안개가 짙어지고, 잔해가 된 배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그래도 아직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함대 안에 떠돌았다. 예의 동영상을 해석한 좌표는 이미 도달했을 터였다.

 

“......없어진 걸까?”

 

그렇게 말하는 마야.

 

우리들한테 겁을 집어먹었군.”

 

그렇다면 그렇게 편한 일도 없을 테지만, 그렇게 말한 마야조차 그런 말은 믿지 않았다.

타카오가 명령을 내렸다.

 

이스즈, 색적기를 내주세요.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알았어.”

 

영식 수상 정찰기가 사출되었다. 묘코의 기체와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한동안 이스즈는 귀를 기울였다.

 

적용 무. 적기와 조우 못 함. ......타카오씨. 어쩌면 이 해역, 꽝 아냐?”

그럴 리가 없어요. 반드시 있어요.”

그렇지만 적영은......어라?”

 

그녀는 미간을 찡그렸다.

 

“......뭔가 이상한 발견 보고가. 으음, 수면 상에 표류물 발견. 함대를 향해서......어라, 사라졌어?”

 

두루뭉술한 보고를 전원이 흘렫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시라누이는 헛숨을 들이켰다.

 

“......잠망경!”

 

좌측의 해면에 몇 가닥의 항적(航跡)이 떠올랐다. 잠수함에서 사출된 어뢰였다.

타카오가 외쳤다.

 

회피운동! 우현 최대!”

 

전원 어뢰를 회피하려고 몸을 비틀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성공. 어뢰 항적이 눈앞을 통과하였다. 시라누이가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몇 발은 명중했을 것이었다.

 

정찰기로부터 보고! 적 편대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묘코가 말했다.

 

함대와 조우! 경항모 누()2척입니다!”

 

이스즈는 잠수함을 쫓아주세요. 적의 전위에요. 아마도 그 안에 주력 함대가 있어요.”

 

타카오가 연이어 명령을 내렸다.

 

더욱 안으로 파고듭니다.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요.”

적기!”

 

묘코가 상공을 올려다보며 주의를 재촉하였다. 벌래가 날개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검은 벌래같은 물체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적 함상 폭격기의 편대다. 정말로 날개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수는 20이 채 안 된다. 곧장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폭격이 옵니다. 회피운동.”

 

타카오가 말한다. 전원 일제히 갈지자 운동을 개시하였다.

폭격기는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함선 소녀들의 상공에 가려고 하고 있었다. 수면과 접촉할 만큼 강하하지 않으니 어뢰 공격이 아니다. 급강하 폭격을 할 셈이다.

마야가 히쭉거렸다.

 

좋아, 내가 정리해주지!”

 

고각포가 상공을 향했다.

적기가 빙글 회전하였다. 역 투하를 하기 위해, 줄줄이 파고 들어왔다.

 

대공사격, 개시!”

 

고각포가 불을 뿜었다. 공중에서 포탄이 작력하여 화염과 파편을 비산시켰다.

타카오의 연장기총도 동시에 발사되었다. 대공사격의 주목적은 적기의 격추가 아니라 공격을 제대로 못 하게 만드는 것. 맞지 않아도 이쪽이 손해를 입지 않으면 된다.

적의 기체가 흔들렸다. 선두부터 화염이 발생하고, 균형을 잃으며 낙하하였다. 후속기는 이어서 공격하려고 하지만 타카오의 기총이 영격하였다.

농밀한 탄막에 적기의 조준은 연이어 빗나갔다. 몇 기가 투하를 하지만 엉뚱한 곳에 떨어져 분수 같은 물기둥을 세우는 것으로 그쳤다.

마야는 적기를 수기 격추시켰다. 남은 적기는 상공을 통과하고 곧장 철퇴하였다.

 

! 시원찮은 녀석들이야.

 

그 이상, 적의 공격은 없다. 잠수함을 쫓아낸 이스즈도 돌아왔다.

 

경항모들은 무시합니다. 1 전투 속도.”

 

함대는 속도를 올렸다.

적의 공격은 그 이상 없었다. 적진의 안으로 정찰하기엔 절호의 찬스다.

하지만 시라누이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수가 너무 적다. 사전 브리핑에선 남방해역에 잠복한 심해서함의 수는 팽대했고, 그렇기 때문에 요코스카 진수부는 각지에서 증원을 요청하여 대공세 발기를 결의한 것이다. 이래선 선봉 부대만으로 결판이 나고 만다.

뭔가 이상하다.

 

타카오씨......”

 

말을 걸자,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시라누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

 

선두의 타카오도 역시 수상쩍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묘코, 색적기를 다시 한 번......”

 

그 대사는 이스즈의 외침에 지워졌다.

 

본대에서 연락! 함대, 전함 루급, 항모 오급을 포함한 유력 적 함대와 조우, 교전 중!”

그쪽이 주공이구나......”

 

타카오가 혀를 찼다. 아마도 자신들은 일부러 놓아주고, 후속 본대를 노린 것이다. 방금 전의 잠수함과 경항모는 발을 붙잡기 위한 부대이다.

 

함대 반전하여 본대와 합류합니다. Z......”

 

우측으로 180도 회두를 지시하려고 한 타카오의 말을, 마야의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잠깐만, 전탐에 반응!”

 

그녀는 놀란 듯하였다.

 

전방에 적 함대!”

이쪽에도......?”

 

타카오가 말을 흘렸다. 이어서 보고를 하려고 한 마야의 눈이 부릅떠졌다.

 

엄청난 수야! 전함 타급, 중순 리급, 그 외에도......잠깐......!?”

정확하게 보고해!”

그게......, !? 전함......이 아냐, 뭐야 이건!? , 본 적이 없는 크기야!”

 

갑자기 안개가 걷혔다.

전방에는 심해서함의 함대가 있었다. 그것도 육안으로 시인할 수 있는 거리에. 침몰함 건너편에 무리를 지어 진좌하고 있었다.

수면 위를 헤엄치고 있는 것은 구축함 로급. 들개가 위협을 하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새카만 혀와 질질 흘리고 있는 침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분 나빴다.

그 주변에는 중순양함 리급이 있다. 거의 인간형이며, 양 팔에는 구축함을 장착한 것 같은, 혐오감을 주는 외견을 하고 있다. 새파란 눈이 번뜩거리고 있는 것은 이쪽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녀석들이 몇 마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 있는 이들보다 더욱 이형의 외양을 한 괴물. 함선 소녀같은 세일러복을 입고, 함선 소녀같은 아름다운 머릿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같지 않은 살기를 발하고 있다. 허리춤에는 두터운 포신을 3개 장착한 포탑이 몇 개나 돌진하고 있었다.

전함 타급이었다. 게다가 눈동자색은 청색이 아니라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평범한 전함이 아니다. 플래그쉽이란 호칭을 받은 괴물이었다.

하지만 마야가 경악한 것은 그 탓이 아니다. 이 녀석들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닌 것이다.

심해서함의 중심에, 새하얀 생김새를 한 녀석이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듯한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아 양 옆으로 내리고 있었다. 머리를 묶은 부분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으며, 아름다움과 공포를 동시에 연출하고 있었다. 팔에는 두터운 장갑판이 몇 겹이나 붙어 있으며 거기에 더해 덕지덕지 포탑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다리 부분은 언밸런스한 이동장치에 담겨져 있으며, 장갑의 두께는 전함의 포격도 튕겨낼 것만 같을 정도이다.

몸은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은 그저 외양에 불과하다는 것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주위에서 16inch 포의 포신이 여봐란 듯이 돌출하고 있는 것이다. 표적이 되면 그 순간 끝장이다. 뼈조각도 남지 않고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함선 소녀들은 몰랐다. 이 녀석이 남방서전귀(南方棲戰鬼)라고 불리는 괴물이라는 것을. E해역을 지배하는 군체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이 녀석의 출현에 의하여 주변 심해서함이 이 녀석의 지배하에 들어간 것을.

하지만 정체를 몰라도 두려워할 적이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했다.

 

뭐야 이건......”

 




마야가 아연한 안색을 한 채 말을 흘렸다.

 

동영상에 나온 건 이 녀석인가......!”

이쪽이 명실상부한 본대......”

 

타카오가 말한다. 그녀들은 적의 심층부에 다가가는 사이에 적 본대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그녀는 곧장 명령을 전했다.

 

무선 봉쇄 해제! 이스즈, 진수부에 통신을 넣어주세요. 정찰 함대, 적 본대와 조우!”

안 돼, 부무선 통신 계통이 먹통이 돼버렸어!”

뭐라구요!?”

함대 내 무선 이외엔 노이즈만 들려!”

 

이스즈의 외침도, 드문드문 끊겨서 들려왔다.

적이 웃었다. 금빛 눈동자와 피처럼 붉은 눈동자의 색이, 동시에 함선 소녀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어서오렴......

 

시라누이는 몸을 흠칫거렸다. 그녀만이 아니라 타카오 일행도 경악하며 아연해 하였다. 적이 말을 하고 있었다.

잘못 들은 것도, 노이즈도 아니다. 녀석은 확실히 말을 하였다. 말한 것이다.

 

환영해......

 

등줄기가 오싹거렸다. 그 찰나

심해서함의 포문이 일제히 빛났다.

 

회피!”

 

타카오가 절규했다. 16inch 포탄이 샤워처럼 쏟아졌다.

포탄이 작력하고,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충격으로 그녀들의 몸이 요란하게 출렁거렸다.

심해서함의 무리에서 구축함 로급이 닥쳐들었다. 마치 사냥개처럼 단번에 이쪽을 향해 달려들어왔다.

타카오는 곧장 결단하였다.

 

포격전! 일제 포격 후 일제 회두하여 당 해역에서 철퇴합니다. 시라누이.”

.”

철퇴 시에는 당신이 선두함이 되세요.”

 

시라누이는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했다.

로급이 접근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어뢰를 토해내려고 하였다.

 

포격 개시!”

 

일제히 포탄이 발사되었다. 포격음과 거의 동시에 나온 타카오의 목소리.

 

Z!”

 

우측으로 180도 일제 회두. 시라누이가 선두에 서고, 이스즈, 묘코, 마야, 타카오 순번으로 철퇴가 시작되었다.

 

양현 전진 최대 전투 속도!”

 

시라누이는 무선으로 명령을 내리고, 신호를 보냈다. 주기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착탄음. 몇 발 정돈 로급에게 지근탄을 먹인 것 같지만, 확인할 틈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거기에 더해 갈지자 운동 개시. 지그재그로 운동을 하며 포의 조준을 엉성하게 하려고 시도. 적이 발사한 포탄이 무척이나 넓게 퍼지며 낙하하였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봐도 적의 포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사정거리 한번 길구만 참!”

 

마야가 불평을 터뜨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속력은 떨구지 않았다.

또 다시 심해서함의 포가 빛났다. 시라누이 일행의 주변에 물기둥이 발생하였다.

명중탄은 없다. 사정거리에선 밀려도, 속력은 함선 소녀들이 우세하다. 로급은 어쨌든 남방서전귀는 움직이려고 하질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편하게 이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시라누이의 머리에서 그런 낙관적 관측은 산산 조각이 나버렸다.

전방에 함영. 태양빛을 반사하며 번뜩거리고 있다. 그것은 거대한 포신이었다.

 

“......전방에서 적 함대 접근.”

 

쫓아낸 잠수함이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경항모 누급만이 아니라 전함마저 데리고 왔다.

선두의 심해서함, 양팔에 포대가 돋아난 방패를 장비한 여자는, 전함 루급이었다.

 

앞뒤로 포위되었네요......”

 

묘코가 신음을 뱉었다.

정면에는 적 전함. 후방에는 남방서전귀. 그리고 이쪽은 20.3cm 포 이상의 화포는 장비하고 있지 않다.

 

재수 한 번 없는 걸, .”

 

마야가 말하지만, 시라누이는 고개를 저었다.

 

고의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뭐라고?”

루급까지 불러들인 것이에요. 돌려보낼 셈이 없는 것이겠죠.”

우리들은 단순한 정찰 함대야. 왜 그렇게까지......”

 

마야는 혀를 찼다.

 

정찰 함대라서 그런가......!”

 

남방서전귀의 위치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촬영한 함선 소녀와 마찬가지로, 처리할 셈인 것이다.

적의 속셈은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무슨 영문인지 무선이 통하지 않는 이상 구원을 바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돌파하죠.”

 

시라누이가 말했다.

 

전속력으로 전방의 함대에 파고 들어, 반항전을 치루면서, 돌파해서 도망치죠. 운이 좋다면 본대와 합류할 수 있어요.”

 

이스즈가 물었다.

 

운이 나쁘면?”

대답할 필요가 있나요?”

재밌는 애구나.”

 

이스즈는 기가 막혔다.

마야는 포탑을 마주 부딪치면서 웃었다.

 

좋아. 나는 그 계획 받아들였다. 화려하게 가보자고.”

 

묘코도 그 수 밖에 없다면야.” 그렇게 말하며 수긍하였다.

후방의 타카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시라누이, 당신에게 걸어볼게요.”

감사합니다.”

 

시라누이가 선두함이다. 그녀는 호령을 내렸다.

 

1! 양현 전진 최대 속도! 우포전!”

 

오측 10도 방향으로 바꾸고, 주기를 한계치까지 돌린다. 양발의 장비와 등의 캔이 일제히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심해서함의 함대 중앙을 향해 돌진하였다.

적의 모습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시라누이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방향도 바꾸지 않았다. 선두의 전함 루급을 향해 돌진하였다.

 

부딪히는 거 아냐......?”

 

이스즈가 중얼거렸다. 그 정돈 시라누이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향을 바꾸는 건 언어도단. 진츠의 밑에서 호되게 구른 구축함에게 이 정도 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루급의 얼굴이 커진다. 통상, 전함과 구축함이 부딪히면 파괴되는 것은 구축함쪽이다. 그래도 방향을 바꾸진 않는다.

그녀의 뇌리에는 아케보노와 겨룬 승부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비키면 그 아이는 비웃을 것이다. 그쪽이 더욱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전함 상대로 치킨 레이스를 겨루었다고 자랑을 하면 아케보노는 분명 놀랄 것이다. 혹은 기분이 불쾌해져 말문을 닫던가. 시라누이는 그 때의 표정을 상상하고 히쭉 웃었다.

그걸 본 심해서함이 어딘가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침을 뱉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

루급이 무언가 소리친다. 방향을 전환하였다.

함열과 포의 조준이 흐트러졌다.

이걸로 격돌은 안 한다. 시라누이는 외쳤다.

 

포격 개시!”

 

포대를 우현에 지향하여 포격이 시작되었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 함선 소녀와 심해서함이 포연이 휩싸였다.

반항전인 탓에 함포전은 단기간에 끝났다. 적의 중순으로 여겨지는 배가, 흑연을 피어 올리면서 멀어져갔다.

시라누이는 고개를 돌렸다.

 

무사하세요!?”

문제없어!”

 

이스즈가 대답을 하였다. “부딪히는가 싶었어.” 그런 말을 들었지만, 이것은 나중에 사과하자. 다른 함선 소녀에게도 피해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시라누이는 쌍안 망원경으로 뒤를 보았다. 그 하얀 괴물이 작게 보였다. 그 몸에선 검은 점이 출현하였다.

다음 순간.

귀에 거슬리는 날개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시라누이는 머리 위를 보았다. 또 다시 나타난 벌레와 빼다 닮은 비행물체. 하지만 방금 전에 본 것보다 더욱 크다.

 

적기, 직상!”

 

외쳤다. 그리고 좌측으로 최대한 몸을 틀었다.

적의 급강하 폭격은 한 순간 번쩍이나 싶었더만, 폭탄을 투하하고 날아갔다.

시라누이의 몸에 진동. 바다 속에서 폭발한 대함용 폭탄은 몸이 휘청거릴 만큼의 충격을 주었다.

후속 함선 소녀도 습격을 받은 것 같았다. 폭음과 노호성이 교차하였다.

 

어디서 온 거야!?”

 

마야의 노성에 시라누이가 말했다.

 

그 하얀 녀석이에요.”

덩치 큰 심해서함이!?”

한 순간이었지만 발함시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무식하게 큰 포가 있는 주제에 공격기도 탑재하고 있는 거야!”

마야씨, 피해는?”

 

마야는 파편을 받아 의장의 일부가 파손되었다. 그 밖에도 명중탄이 있었지만 불발로 끝났는지 타박상에 그쳤다.

 

나는 괜찮지만, 묘코가.”

괜찮아요.”

 

묘코는 어깨의 포대가 비틀어졌지만, 멀쩡한 모습을 보였다.

 

항행 가능합니다. 그것보다 이스즈쪽이.”

캐터펄트가 망가진 것뿐이야. 문제없어.”

 

그렇게 이스즈가 대답했다. 시라누이는 안심하지만, 하늘에서 또 다시 날개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또 옵니다!”

 

이번 공격대는 선두함, 즉 시라누이를 노리고 있었다.

공격기가 투탄하였다. 회피운동. 첫 공격은 피했다. 다음은 지근탄. 물기둥이 시야를 가로막고 눈에 바닷물이 들어와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떴을 때에는 시야가 그늘이 졌다. 아슬아슬하게 강하한 적 함상 폭격기의 그림자.

 

이런......!”

 

폭탄이 작렬하였다. 몸이 요동쳤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도 시라누이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포대는 무사하고 캔도 문제없다. 주기도 제대로 돌아간다.

그 대신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옆에 있었던 중순양함이었다.

 

타카오씨!?”

 

최후미에 있었을 타카오였다. 적의 급강하 폭격을 보자마자 바로 시라누이를 감싼 것이었다.

의장의 반이 타버려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앗뜨뜨......괜찮아요.

 

타카오는 한쪽 눈만을 뜨며 미소를 지었다.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자명했다. 등에 있는 포대는 전부 망가졌고, 옷의 일부분도 찢어졌다. 가슴팍의 스카프는 갈가리 찢어졌고, 모자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양 다리도 바다 속으로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침수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주수를 해서 침몰은 멈췄어요. 문제없으니까요......”

 

시라누이는 돌아보았다. 적이 반전하여 아군 함대를 향해 오고 있다. 수는 더욱 늘어난 것 같았다. 선두에 있는 세일러복 차림의 여자는 타급일 것이다. 루급과 합류한 것이다. 공격기는 물러갔지만 언제가 반복 공격을 할 것이다.

다행히도 거리는 있었다. 전속력으로 거리를 벌리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전속력을 낸다면.

 

마야씨......”

?”

묘코씨와 이스즈씨를 데리고 먼저 철퇴해주세요. 시라누이는 타카오씨를 부축할게요.”

 

마야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헛소리 하지 마. 적이 노릴 거라고.”

모두 남으면 모두 죽을지도 몰라요. 그것보단 나아요.”

적의 과녁이 되잖아!”

 

시라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된데두.”

안 돼요.”

 

마야는 이 고집불통아!” 그렇게 노성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 쇠고집에 감탄을 하였는지 미간을 찡그릴 뿐이었다.

 

알았어. 그럼 나도 남을게.”

 

시라누이는 그것도 거부하였다.

 

묘코씨와 이스즈씨를 호위할 사람이 없어져요. 게다가......”

 

힐끔 타카오를 보았다.

 

타카오씨와 마야씨를 동시에 지키는 것은, 아무리 저라도 힘드니까요.”

“......!”

 

마야는 이번에야 말로 진심으로 기가 막혔다.

 

큰소리만 치고 말이야.”

그런가요.”

카게로형 구축함은 다들 너 같냐?”

제 파트너는 아주 조금 정상이에요.”

 

시라누이는 가주세요.”라고 말하였다. 마야는 선두함이 되어, 묘코와 이스즈를 데리고 이탈하였다.

시라누인느 타카오와 단 둘이 남았다.

 

그런 소릴 말했지만......”

 

타카오가 통증을 참듯이 말했다.

 

정말로 살 수 있는 것이겠죠.”

그건 어떨까요.”

 

담담한 시라누이의 말.

 

정말이지......”

 

타카오가 한숨을 쉬었다.

 

제독한테 클레임을 걸고 싶어졌네요. 어째서 이런 구축함을 전속시켰냐고.”

그 점에 관해선 살아남은 뒤 의견을 나누고 싶네요.”

 

시라누이는 포뢰 동시전 준비.” 그렇게 말한 뒤 심해서함의 무리와 마주보았다.

 

 

 

훈련을 마친 제14구축대는 유조선 호위 임무를 하기 위해 요코스카에서 출항하였다.

재밌게도, 의장은 석유로 가동한다. 물론 원유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료를 주입하지 않으면 움직임을 멈춘다. 마치 실제로 배인 것 같으며 의장이란 배 그 자체가 아닌가? 란 설의 이유 중 하나로 치부된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를 옮기는 유조선을 호위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임무이다. 이것은 구축함만이 번갈아 돌아가며 임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호위에 6척이나 필요한 걸까?”

 

선두를 가는 카게로의 무선기에 아케보노의 목소리가 튀어 들어왔다.

 

제독도 너무 신중해진 거 아냐?”

저번에 선단이 심해서함의 공격을 받은 후 수를 늘린 것이겠지.”

 

카게로는 대답하였다.

 

가라앉은 뒤에 늘리면 좋았다고 후회를 해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잖아.”

늘리기 위해서 의장 연료를 소비시키면 본전도 못 찾는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연료를 그다지 소비하지 않는 우리들이 차출된 것이겠지.”

 

구축함의 의장은 전함이나 항모와 비교해서 연료의 소비량이 적다. 이것은 탄약에 관해서도 똑같았다.

오늘도 날씨는 화창하다. 바다 위도 잔잔했다.

카게로는 힐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유조선과 합류할 무렵이다.

역시 긴장된다. 아무리 안전한 해역이라고 해도 심해서함이 전혀 출현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순 없다. 그것은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머지않아 수평선에 덩그러니 거무께한 물체가 떠올랐다.

 

. 왔어.”

 

사츠키의 목소리. 물체는 서서히 배의 형태를 취하며 이쪽까지 접근하였다.

카게로는 안심하였다.

 

합류하자.”

 

속도를 올려 유조선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유조선 선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오는 길은 평화로웠으며 심해서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다른 선장에게 들었는데, 이곳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심해서함의 습격이 적어진 것 같아. 어딘가 집결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남방해역에 군체가 출현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심해서함의 생태는 판명되지 않은 점이 많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함대전도 거뜬히 치른다. 인간이 대규모 작전을 시행하면, 대항할 수단을 꺼내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다.

카게로는 유조선을 호위하면서 아라레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라레, 무선 방수를 해봐.”

3통신계통......?”

. 시라누이랑 요코스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라레는 받아들였다.

그녀는 한동안 무선 안테나 방향과 주파수 동조를 신중히 이루었다. 잘 안 들리는지 한참동안 무언을 유지하였다. 애초에 아라에의 경우 평소부터 말수가 적었지만.

 

공격은......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라레의 말에, 카게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 시라누이가 있으면 당연한 일이지.”

후소씨랑 야마시로씨를 축으로 한 함대가...... 적 함대를 격침......루급을 비롯한......”

. 잠깐만. 후소씨?”

 

그만 참견하고 말았다. 시라누이가 있는 함대에 전함은 없었을 것이다.

아라레가 대답했다.

 

틀림없어. 그렇게 말하고 있어......”

타카오씨네 선봉 함대는?”

아무런 말도 안 해......”

 

카게로의 가슴 속에서 어떠한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강당에서도 느꼈던. 그 감정.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서서히 커져간다. 마음속으로 집어넣을 수 없을 만큼 커져간다.

그녀는 제14구축대 전원에게 말했다.

 

“......양현 전진, 강속.”

 

, 놀라는 목소리.

 

강속인가?”

 

나가츠키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까지 유조선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낮추고 있었다.

 

유조선쪽에는 내가 설명할게. 어서 요코스카에 돌아가도록 하자.”

 

구축대 인원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녀는 솔선하여 속력을 올렸다.

찝찝한 예감이 들었다.

 

 

 

 

 

공기를 세차게 가르는 소리. 16inch 포탄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해면에 착탄하였다. 폭발은 하늘을 뒤흔들었고 그에 다가가는 자를 심해로 보내는 죽음을 향한 편도 티켓.

시라누이는 타카오를 부축하면서 포격을 끊임없이 하였다.

심해서함은 무리를 이루어 돌격하였다. 시라누이는 무리의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포탄을 쏟아 부었다. 구축함과 대세의 심해서함이 펼치는 극단적인 포격전.

 

역시 전함 타급이군요. 포격이 배에 울려요.”

 

시라누이의 독백에 타카오가 답변하였다.

 

너는 정말로 표정이 변하질 않는구나.”

카게로가 그걸 징그럽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이다. 친목을 다지기 보단 경계심이 먼저 앞섰다.

포탄의 기척. 슈우우우웅, 소리가 커져간다. 시라누이는 타카오를 잡아당기며 좌현 최대 전속. 다른 포탄보다 더 큰 거대한 작렬음이 들렸다. 곧장 직진을 했다면 지격했을 것이었다.

둘은 교묘하게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진로를 변경하고 있었다.

마야 일행의 뒤로 적이 가게 해선 안 되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론 도망칠 순 없다. 수차례 방향전환을 하면서 다른 해역으로 유도를 했다.

타카오는 이따금 숨을 내쉬었다. 자력 항행은 가능하지만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전방에 배의 잔해가 있습니다,”

 

시라누이는 말했다.

 

그곳에 몸을 숨기죠.”

 

둘은 갈지자 운동을 하면서 녹슨 화물선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심해서함의 대부분은 육지에서 멀린 떨어진 해양에서 습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배는 해저까지 가라앉는다. 하지만 해안가에서 습격을 하는 일단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좌초하여 방기된 배도 있는 것이다.

이 부근엔 산호초가 있는 탓인지 파도에 떠밀려 올라온 배의 잔해가 상당히 많았다. 보기엔 안쓰러운 광경이지만 도피처로 쓰기엔 좋았다.

전복된 배의 안쪽으로 들어가 한숨을 쉬었다.

 

이곳이라면 전탐도 안 통하지요.”

 

시라누이는 그렇게 말하며 주기를 미속으로 낮추었다.

멀리서 굉음은 계속 들려왔다. 눈에 보이는 대로 포격을 하고 있는 것인지 사방에서 포격음이 들렸다.

타카오의 상태를 확인한다. 땀이 비 오듯 흘렸지만 아직 침몰할 기척은 없었다.

 

주기 상태는 어떠세요?”

뭐 그럭저럭이군요.”

 

통상의 반분 밖에 속력이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문제는 무장이다.

그녀는 20.3cm 연장포를 2문 적재하고 있지만 하나는 완전 파손이 되었고 또 다른 한 문이 고장이 나서 공격력은 반으로 떨어졌다. 대공용 25mm 연장 기총도 적재하였지만 이것은 의장에서 떨어져 나가 총대만 남은 상태였다.

 

전투는 일단 무리군요.”

당신은 어떤가요?”

시라누이의 무장은 전부 사용 가능해요. 하지만, 탄약량이 불안하네요.”

 

몇 번이나 적과 포격을 나눈 탓에 포탄이 바닥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앞으론 잔탄에 유의하면서 포격을 해야만 하지만, 당연히 공격력이 떨어진다.

 

어뢰는 충분히 있어요. 그건 든든하네요.”

없는 것보단 낫다, 그런 상태보다 좀 나은 느낌일까? 적어도 나도 어뢰를 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지금의 타카오는 어뢰발사관이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뭐니해도 적의 수가 너무 많다. 적은 전함, 중순양함, 항모에 구축함이 채일 정도로 있는데 반하여 이쪽은 구축함 한 명에 중파 상태의 중순양함이 한 명. 정면으로 부딪히면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까 시라누이는 정면에서 부딪히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타카오는 침몰함의 선창에 앉힌 뒤, 자신은 어뢰를 꺼냈다. 어뢰 두부 부분을 신중하게 건드렸다.

 

뭘 하실 생각이신가요?”

실용 두부를 벗기고 있어요.”

 

타카오의 질문에 대답했다.

머지않아 작약이 없는 어뢰 4개가 완성되었다. 탄두 부분이 비어버린 채라면 밸런스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사방에 떨어져 있는 철 쪼가리를 담았다.

시라누이는 어뢰를 늘어놓으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망가지만 무장을 벗어주실 순 없나요? 쓰게 해주세요.”

괜찮지만, 뭐에?”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배의 잔해 안쪽으로 가 적당히 잔해를 모았다.

철골을 적당히 조립한 뒤 와이어로 묶었다. 넝마가 된 시트가 있었기 때문에 잔해 위에 덮어 씌웠고, 내부에는 적당히 잡동사니를 채워 넣었다. 똑같은 작업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인형처럼 보이는 것이 2, 완성되었다.

그것에 포신을 붙이고, 어뢰 위에 실었다. 함선 소녀 더미 인형이 되었다.

 

급조품이지만, 제법 괜찮은 것이 완성되었어요.”

 

시라누이는 팔짱을 끼며 바라보았다.

 

확실히 타카오씨랑 시라누이랑 닮았어요.”

“......, 그렇군요. 술에 취한 사람이 멀리서 눈을 좁히면서 보면, 닮게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타카오가 감상을 흘렸다. 시라누이는 못들은 척을 했다.

 

안개가 끼기 시작했네요. 적을 기만하기엔 충분하겠죠. 이걸 미끼로 삼아 주의를 끌어 그 사이에 도망칩니다.”

“......잘도 생각하였군요, 이런 것을.”

처음 생각한 것은 카게로에요. 기숙사에서 빠져나가서 1) 은파리 짓을 할 때, 더미를 만들어서 침대에 눕혔어요.”

 

시라누이는 그렇게 설명한 뒤, 사족을 달았다.

 

지금 한 말은 비밀이에요.”

 

남은 건 타이밍을 재어서 보내는 것뿐이다. 시라누이는 폐선에서 고개를 내밀어 귀를 기울였다.

포격음은 들리지 않는다. 벌레 날개 소리같은 소리는 들리지만, 심해서함의 정찰기일 것이다. 이쪽을 발견하지 못 한 것 같았다.

안개는 방금 전보다 더욱 짙어졌다. 이것 또한 상황이 잘 돌아간다.

고개를 집어넣은 뒤 타카오에게 말했다.

 

정찰기 소리가 안 들리면, 탈출할게요.”

알겠어요...... 주기가 제대로 움직이길 빌죠.”

 

시라누이는 타카오의 옆에 앉았다.

정찰기의 비행음은 아직도 들려왔다.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지만 탈출을 하기엔 아직 때가 익지 않았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질문을 해도 괜찮나요?”

괜찮아요.”

 

시라누이는, 타카오의 대답을 기다린 뒤 물었다.

 

어째서 시라누이를 감싸주셨나요?”

당신은 다혈질적이라고 들었거든요.”

무슨 의미인가요?”

피해를 입으면 입을수록, 당신은 반격을 하려고 했었죠. 어쩌면 전함을 향해 돌진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 국면에선 도망치는 것이 우선 사항이니까요.”

 

카게로가 말한 것이구나, 시라누이는 상상했다. 그 소녀는 남을 배려하는 것을 잘하니 어젯밤에 충고를 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 점은 구레에 있었을 때랑 변함이 없는 것이리라.

타카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 피해가 큰 건, 상정 외지만요.”

요코스카에 돌아가면 금세 나아요.”

게다가, 너는 살아남길 바랬어.”

 

시라누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시라누이는 살아 있는데요.”

 

타카오는 살며시 웃었다.

 

그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길 바랬어. 나는...... 이 배는, 그런 끔찍한 전쟁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중순양함이야. 어뢰가 명중하고, 스크루를 잃고, 함미를 전달하게 되고, 그래도 살아남았어. 내 안에는 그 때의 심정이 있어. 마지막엔 자침 처분을 받았지만 그래도 느끼는 거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

 

시라누이는 타카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배의 기억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망상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전투밖에 못 하는 배라고 해도, 살아남아서 푸른 하늘을 바라볼 권리가 있어. 평화로워진 바다를 바라볼 권리가 있어. 그것은 배든, 함선 소녀든 마찬가지. 그러니까 나는 한 명이라도 많은 아이가, 살아남길 바란 것이에요......그런 것치곤 구축함에게 쌀쌀맞다고, 아타고에게 지적받지만요.”

 

그녀는 미소를 짓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 이야기, 다른 사람한테 거의 말한 적이 없어요.”

과연, 시라누이는 운이 좋군요.”

분명 그럴 것이에요.”

정찰기가 간 것 같아요. 탈출하죠.”

남은 어뢰 탄두는 어떻게 할 거에요?”

쓸 길이 없네요.”

 

시라누이는 우선, 더미를 실은 어뢰를 구동시켰다. 어뢰를 덜그럭거리면서 스크루를 회전시켰다.

폐함에서 나가 해면에 두었다. 처음에는 비틀거렸지만 머지않아 균형을 찾고 앞으로 나아갔다.

또 다른 것도 똑같이 하였다. 두 개의 더미는 동쪽으로 항행하였다.

돌아보아 타카오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갑니다. 서쪽으로 도주합니다.”

 

시라누이는 좌우를 경계하면서 폐함에서 나왔다. 해면에 발을 디뎠다. 그 다음 타카오.

 

양현 전진 미속.”

 

주기를 회전시키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 그 다음 순간.

시라누이를 헛숨을 들이켰다.

 

좌현, 뇌적(雷跡)!”

 

해면에 하얀 줄기가 뻗어오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향하는 것은 틀림없는 어뢰의 항적. 서둘러 피해보려고 하지만, 속도가 나질 않기 때문에 회피운동이 제 때에 맞추질 못 한다. 뇌적은 그대로 시라누이의 후방을 향해 박혀들었다.

타카오가 있는 곳으로.

1초 후에 일어나는 폭발음과 불기둥. 그녀의 모습이 한 순간 빛났다.

소리와 빛이 사라진다. 타카오가 하늘을 바라보며 쓰러졌다.

그리고 스물스물, 등부터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려고 하였다.

 

타카오......!”

 

시라누이는 말문이 막혔다. 잠수함의 어뢰공격. 이 부근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더미조차 간파하였다. 그리고 이쪽이 안심한 틈을 찔러 어뢰를 쏜 것이다.

자신의 실수다.

정찰기에만 정신이 팔린 자신의 실수다.

전방에 잠망경이 나온 것이 보인다. 저건 분명 잠수함 카(). 머지않아 천천히, 해초같은 머리카락이 부상하며, 시커먼 머리와 작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 얼굴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시라누이는 머리에 피가 쏠렸다.

 

시라누이를......화나게 했군요!”

 

양현 전진 최대 속도. 튕겨져 나가듯이 움직였다. 주기의 부담 따윈 알까보냐. 저 빌어먹을 여자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격침시켜버릴 것이다.

믿기 힘든 가속력으로 접근. 급속 잠행 직전에 카급을 붙잡았다.

잠망경을 양손으로 붙잡는다.

 

우아아아아아앗!”

 

힘을 주어 잡아끌었다. 잠행하려고 했던 카급은 허둥거릴 뿐 유효한 반격을 하지 못 하였다.

카급의 머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라누이의 등 뒤에 있던 암이 움직여 12.7cm 연장포가 카급을 향해 들이밀어졌다.

 

죽어.”

 

쏘았다.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쏜 연속 포격. 포연으로 시야가 가려지고, 포격음이 귀 속에서 울리지만 상관없다. 4번 쏘았을 무렵 카급의 잠망경이 갈가리 찢어지고, 8번째 포격으로 몸이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래도 계속 쏘았다.

 

죽어......죽어!”

 

카급은 단말마를 남기고, 모습은 이미 남기질 않았다.

하지만 시라누이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아직 적이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 그 잠수함의 연락을 받은 적이.

다른 방향에서 포효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심해서함의 함대다. 새파란 얼굴을 한, 머리가 긴 장신의 여자. 전함 타급.

정찰 때 발견한 녀석이다. 아마도 카급의 통신을 받고,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저 전함은 거대하다. 게다가 엘리트를 뛰어넘은 플래그쉽이란 이명까지 달고 있다. 구축함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하지만 시라누이는 미소를 그릴 뿐이었다.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곤란하다. 저 정돈 해주지 않으면 이쪽도 할 맛이 안 나는 것이다. 덩치만 큰 얼간이. 잘도 왔구나 환영하마. 저 세상에 보내서 타카오씨의 길안내를 시켜주지.

 

수뢰전투!”

 

암이 움직이고, 어뢰발사관이 정면을 향했다. 발사 준비를 알리는 부저 소리.

 

발사아앗!”

 

뇌적이 4줄기,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돌진하다. 시라누이는 회두하지 않았다. 어뢰의 항적을 따라가며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폭발하였다. 타급에 명중했는지는 모른다. 확인 따윈 할 수 없었다. 폭염을 가로지르며 품안으로 파고든다.

12.7cm포의 연속 포격. 타급의 몸에 여봐란 듯이 들어박혔다.

그아......

타급은 몸이 휘청거리다가 균형을 잡았다.

생채기 수준의 데미지밖에 주질 못 했다. 전함의 장갑은 그 만큼 단단한 것이다. 구축함의 포론 치명상을 주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시라누이는 공격하였다. 빗나간 탄이 근처에 있던 구축함 이급에 맞아 격침시켰지만 괜한 일이다. 격침시키고 싶은 것은 이 녀석인 것이다.

타급도 반격. 거포를 쏘아 시라누이를 날려버리려고 하였다. 충격파와 파편이 주변에 퍼지며 죽음을 흩뿌렸다. 엄한 공격을 맞은 심해서함이 몇 척이나 손상을 받고 도망쳤다. 전투 소음과 주기의 소리가 뒤섞여 엉망진창이 되었다.

시라누이는 들러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사냥개처럼 눈을 번뜩이며 포격을 계속하였다. 죽어, 죽어, 죽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것인가. 너는 너무 단단하다고 빌어먹을 전함.

적의 부포탑이 선회했다. 자신을 향해 조준을 맞추었다.

 

크윽!”

 

시라누이는 몸을 비틀었다. 포탄이 발밑에서 작렬하고, 몸을 공중에 띄웠다.

해면에 튕겨나갔다. 서둘러 일어서자, 이번에는 주포가 머리를 정조준 하였다.

당한다, 그렇게 생각한 찰나.

누군가 등을 잡아당겼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을 포탄이 통과하였다.

시라누이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죽었을 여성이 그곳에 있었다.

 

타카오씨......!?”

 

중순양함 타카오였다. 옷은 찢어지고 얼굴에선 피가 흐르고, 의장의 태반이 손실되었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서있었다.

그녀는 손에 둥근 물건과 포탑을 들고, 말했다.

 

정말, 구축함이 전함과 싸우다니......”

어째서......”

, 그 어뢰는 상당히 아팠어요......계속 의식을 잃고 있었죠. 그렇지만 아직, 당신의 방패가 될 만큼의 여력은 있어요.”

 

타카오는 힐끔 시라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시라누이, 내 뒤에 숨어.”

그렇지만.”

두 번 말하게 하지마. 마지막까지 살아남길 바란다고요. 알겠나요? 제가 당하면 도망치세요! 당하지 않아도 도망치는 것이에요! 살아남으세요!”

 

타카오가 절규했다.

시라누이는 망설였다. 보기 드물게도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이 용감한 중순양함을 놔두고 떠나도 괜찮은 것인가? 구축함 소녀인 자신이.

 

어서!”

 

타급의 포신이 움직였다. 시라누이를 향해 발포하려고 하였다.

 

당신의 상대는 저에요!”

 

타카오의 도발. 동시에 쓰러지듯이 몸을 부딪친다. 타급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위협하듯이 입을 벌렸다.

그 때 타카오는 손에 든 것을 입 안에 박아 넣었다.

어뢰의 일부. 시라누이가 더미를 만들기 위해 제거한 탄두였다. 그것을 목구멍 안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문만 남은 20.3cm 포를 조준하였다.

타급의 입 안에.

 




바보같은 녀석......그렇게 말해드리죠.”

 

발포. 탄두가 유폭한다. 화염이 주변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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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하루에 10p 적으면 하루에 한 줄, 그렇게 작업하니 한 챕터 번역하는 데 3개월 가까이 걸리네요.

 

 2권도 앞으로 2챕터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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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칸코레 카게로형 구축함 2번함 시라누이의 인 게임 대사 중

 沈め란 대사가 있습니다. 번역하면 가라앉다의 명령형, 가라앉아가 되겠지만.

저는 그냥 '죽어'라고 번역합니다.

그 편이 어감도 살고, 분위기도 산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분위기 살리자고 그런 것은 아니고.

함선 소녀든, 심해 서함이든, 모체는 배이니

배가 가라앉는다 = 배로선 기능을 못 한다. = 배로서 수명을 잃는다 = 배가 죽는다.

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죽어라고 번역합니다.

사실 일본어라면 死ね든, 沈め든, 강세가 거세게 붙어서 상황과 잘 매치가 되지만 한국어가 되면

가라앉아, 라고 하면 뭔가 어색하다고 할까. 김빠진다고 할까...

제가 일본어에 너무 익숙해서 이유없이 한국어 반감을 가진 걸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