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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3권 제1장 유빙이 떠다니는 해역.



그리 말하는 스즈야.

 

그런 것치곤 쿠마노는 자주 다치는데.”

그건 스즈야가 절 감싸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에요.”

감싸줬어. 아가씨가 너무 당차신 게 안 좋은 거라고.”

흐응.”

 

쿠마노가 고개를 돌렸다.

 

들으셨나요, 카게로씨. 동료함은 잘 고르는 편이 좋아요. 동형함도 장, 단점이 있어요.”

 

카게로가 대답하기 전에 스즈야가 말했다.

 

쿠마노는 꼭 그런 소릴 하더라.”

 

카게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애매하게 웃으면서 듣고 있었다.

그녀는 중순양함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어느 정도 자신과 다른 입장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경험 풍부한 함선 소녀도 많고, 화제도 위트가 넘쳐 즐거웠다. 물론 그 중에는 언니라고 불러줘.” 라고 터무니도 없는 요구를 하는 중순양함도 있지만.

 

그러고보면, 아타고씨한테 호출을 받았지…….’

 

이 출격이 끝나면 비서함실로 오라는 소릴 들었다. 어떤 일인지는 아직 듣지 못 했다.

그 때, 미쿠마가 하늘을 올려 보았다.

 

어라, 정찰기네요.”

 

전원 무심코 그녀와 똑같은 행동을 하였다. 좌현 상공에 검은 점이 떠올랐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군기는 아닌 것 같네요.”

 

카게로도 눈을 좁혔다. 벌레 같은 형태를 알 수 있었다. 아군기에 저런 형태의 기체는 없으니, 명백히 적기이다.

 

적 함대를 불리면 골치 아프겠지. 쫓아낼까.”

 

스즈야가 대공 전투 준비.” 라고 중얼거렸다. 20.3cm 연장포에 대공용 영식 통상탄을 장전하였다.

기함인 쿠마노가 지시를 내렸다.

 

저와 스즈야랑 미쿠마가 대공 전투를 실행하겠습니다. 구축함 여러분들은 진로를 유지해주세요.”

저희도 할 수 있어요.”

 

이 말은 아케보노의 발언이었다.

 

같이 하게 해주세요. 화력은 있는 편이 좋아요.”

기함의 지시는 따르는 법이랍니다.”

 

쿠마노가 완곡히 타일렀다.

 

아직은 저희들만으로도 충분해요. 적 편대가 오면, 돕게 할게요.”

…….”

 

불만이 남아있는 것 같지만 아케보노는 수긍하였다.

쿠마노가 이어서 지시를 내렸다.

 

단종진에서 복종진으로 이행합니다. 카게로씨가 구축함의 선두에 서주세요.”

알겠습니다.”

 

카게로가 볼을 찰싹 두들기면서 기합을 넣었다. 잡담은 일단 미룬다.

쿠마노가 신호등을 켰다. 그 때.

 

……카게로씨, 잠깐만요!”

 

바로 뒤에 있던 우시오가 말했다. 복종진으로 이행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아 카게로는 그만 눈살을 찡그렸다.

 

, 우시오, 함대 운동은 시작해야 하는데.”

좌현 해면에, 뭔가…….”

 

그 말에, 지금까지 위로 향해있던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파도는 다소 높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

카게로는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확실히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뭔가 보인 것은 아니지만, 구축함으로서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부류의 감은 그다지 빗나간 적이 없다.

다시 한 번 눈에 힘을 준다. 그러자, 해면 아래로 하얀 줄기가 보였다. 동시에 우시오가 외쳤다.

 

좌현, 뇌적(雷跡)입니다!”

 

어뢰의 항적이 네 줄기, 함선 소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돌진하고 있었다.

 

쿠마노씨!”

 

카게로의 말은 쿠마노의 주의를 끌었다. 그녀는 곧장 상황을 이해하였다.

 

회피! 우현 긴급 일제 회두!”

 

동시에 신호등이 점멸하며, 신호 기적이 짧게 울렸다.

실은 이 행동은 타이밍이 이상했다. 쿠마노는 어쨌든, 스즈야와 미쿠마는 적기에게 주의가 향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명령이 내려졌으니, 우현 시동의 핀트가 어긋났다.

그렇다고 해서 쿠마노의 함대 운동에 난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후속함은 전속함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철저하게 주입받는다. 다만 스즈야는 말 그대로 대공 사격을 시작하려고 하였고 그녀의 의식은 상공을 향해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사소한 일이 겹쳐져 좋지 못 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쿠마노는 스즈야의 전방을 가로지르는 꼴이 되고 만 것이었다.

 

우앗!”

 

스즈야는 쿠마노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후진을 하였고, 동시에 현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둘은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회피하였다.

하지만 그 탓에, 미쿠마가 함렬의 좌측으로 돌출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심해서함의 어뢰는 말 그대로, 그 지점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뇌적이 미쿠마와 겹쳐졌다.

 

꺄아아앗!!!”

 

폭발음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카게로는 주기를 최대 속도로 돌렸다.

 

미쿠마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바로 옆으로 이동하려고 하였다. 그곳을 향해 적 어뢰의 제2. 이번에도 네 줄기의 뇌적이다.

한 발, 그리고 두 발. 카게로의 바로 앞과 바로 뒤를 통과하였다. 세발 째는 심도 조정이 이상한 탓인지 발밑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네발 째.

 

명중된다!?’

 

카게로는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왼발에 충격이 왔다.

 

……?”

 

폭발은 없다. 탄두는 불발탄이 되고, 적의 어뢰는 그대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안심할 틈은 없다. 카게로는 우시오와 아케보노에게 말했다.

 

우시오, 적 잠수함을 쫓아…….”

 

지시를 중단한다. 지금, 기함은 자신이 아니다.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쿠마노씨, 의견 제안합니다!”

 

쿠마노는 카게로의 말을 이해하였다.

 

알았어요. 스즈야는 적기를 구축하세요. 저와 카게로씨가 미쿠마를 볼게요. 우시오씨와 아케보노씨는 잠수함 대처를 부탁해요.”

 

알겠다는 대답을 하기 전에, 구축함 소녀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우시오는 어쨌든 아케보노는 바다를 걷어찰 기세로 달려온 것이었다.

 

카게로!”

 

파리한 안색으로 다가왔다.

 

너 다쳤잖아!? 괜찮아!?”

괜찮아. 불발탄이었으니까.”

 

카게로는 손을 흔들었다.

 

어서 가. 잠수함 퇴치 명령이 떨어졌어.”

그렇지만……

됐으니까.”

 

억지로, 아케보노를 적 잠수함이 있을 법한 곳으로 보냈다.

그 후 미쿠마의 상태를 보았다. 제복의 일부분이 그슬려졌으며, 허리에 매달려 있던 탐조등이 망가져버렸다. 캔 부근도 파손이 된 것 같지만 잘 알 수 없었다. 그 이외에 눈에 뜨이는 손상은 없었다.

 

예항할게요.”

고마워요. 그렇지만 필요 없어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발이 요란한 것치곤, 대단한 피해는 없었어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미쿠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웃어보였다.

쿠마노가 다가왔다. 카게로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쿠마씨는 소파에요. 자력 항해 가능.”

다행이다.”

 

쿠마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장이 멈추는 건가 싶었어요. 어쩌면 멈췄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움직여도 괜찮아요.”

 

그 때 적기 격추.”란 스즈야의 보고가 들어왔다.

우시오와 아케보노도 돌아왔다.

 

잠수함이 있을 법한 곳을 공격했어요. 격침 확인은 안 했지만, 눈에 뜨이는 반응은 없어요.”

 

우시오가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태도로 보고하였다. 쿠마노는 말했다.

 

이동하죠. 스즈야와 합류를 한 뒤 요코스카로 갑니다. 이 이상 전투는 안 해요.”

적 잠수함은…….”

방치하죠. 어차피 쫓아오지 못 해요. 적이 부상할 것 같으면 포격하겠습니다.”

 

수상함의 항행, 수중의 잠수함은 따라오지 못 한다. 물속에선 빠른 속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무선으로 적 함대가 꼬이면 성가시지만, 쿠마노는 대처를 지시하였다.

 

방금 전 요코스카쪽으로 연락을 해뒀어요, 구원 함대를 내준 것 같아요.”

 

아케보노가 질문했다.

 

그렇지만 요코스카의 주력은 사세보나 구레로 가버렸어요.”

아무도 안 오는 것보다는 나아요.”

 

쿠마노는 대답하곤, 미쿠마를 단종진의 중앙에 넣었다. 스즈야와 합류하였다.

 

진로를 요코스카로 향합니다.”

 

쿠마노는 양현 전진 제2 전투 속도.” 라고 함대원에게 고한 뒤, 전진하였다.

적 함대의 모습은 없었다. 정찰기를 격추한 것이 영향을 준 것인지, 적 편대 접근의 보고도 없었다.

미쿠마의 주기는 데미지를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항행에 문제는 없다. 빠른 속도로 전투 해역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고마워요, 카게로씨.”

 

미쿠마가 말했다.

 

절 감싸주셨죠.”

괜찮아요. 저흴 의지해 달라고 말했잖아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저라면 한 차례 더 버틸 수 있어도, 구축함의 장갑이면 대파 가능성도 있어요.”

 

곧장 뒤에서 그에 동의하는 말이 날아왔다.

 

그래 맞아. 너무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 말아줄래.”

 

아케보노가 짜증이 난 것처럼 말하였다.

 

바보 아냐. 어뢰에 몸을 던지다니.”

 

카게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 일도 없으니까 괜찮잖아.”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쯤 바다 밑바닥행이야.”

나는 굉침 따윈 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었어. 그러니까 불발탄이였다고.”

바보같은 변명 하지 마.”

계속 바보란 말 하지 말라구.”

그런 소릴 들을 만한 짓을 하니까 그렇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자극한 것인지, 아케보노는 양팔을 붕붕 휘둘렀다.

미쿠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케보노를 달랬다.

 

자신의 향도함을, 나쁘게 말하면 안 돼요.”

그렇지만…….”

카게로씨는 구축함으로서 어엿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한 것뿐이에요. 긍지로 여기셔야 해요.”

하아…….”

 

아케보노는 미쿠마의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죽으면 본전도 못 찾는데요.”

걱정하는 심정은 이해해요.”

,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에요! 카게로가 바보 같은……으음, 바보 같은 짓을 하니까……!”

아케보노야, 그런 소리하면 안 돼

 

불온한 대사를 감지하고, 최후미에서 따라오고 있던 우시오가 허둥거리며 회화에 참가하였다.

우시오는, 빙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우시오,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

에엣!”

카게로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지?”

, 에엣.”

 

갑자기 자신에게 동의를 요구하자, 우시오는 당황하였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리는 항적(航跡)마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 그런 생각 안 했는데…….”

그럼 카게로가 가라앉아도 괜찮다는 거야!?”

그것도 아니야…….”

 

스즈야가 웃었다.

 

설마 아케보노는 쉽게 흥분하는 타입?”

아니거든요!”

 

흥분을 하며 반박하는 아케보노.

 

14구축대에서 가장 진지한 것이 저라는 거에요!”

진지해~? 귀여운 건 최고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즈야의 말에 카게로가 바로 반응하며 말했다.

 

물론 가장 귀여운 게 아케보노에…….”

방금 전이랑 똑같은 말 하지 마!”

 

아케보노가 또 고함을 쳤다.

전방에 함영이 보였다. 잡담이 뚝 끊어지고, 긴장감이 내달렸다.

쿠마노는 차분한 태도였다.

 

아군이에요.”

 

요코스카에서 파견된 함선 소녀들이었다. 단횡진을 짠 채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는 탓인지, 금세 모습이 뚜렷해졌다. 왼쪽 끝에 있는 함선 소녀가 손을 흔들었다.

 

저거, 사츠키네.”

 

카게로가 중얼거렸다.

14구축대의 동료함, 사츠키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나가츠키와 아라레도 있었다.

 

다들 마중을 나오다니 요란하네.”

저 애들도, 누가 또 무모한 짓을 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아케보노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카게로의 말에 대꾸를 하였다.

두 개 함대가 합류하였다. 사츠키가 생글거리면서 말했다.

 

~.”

수고했어.”

 

카게로고 안심을 하며 대답하였다.

 

미안, 수고를 끼치게 해서.”

괜찮아. 우리들은 따라가지 못 했으니까, 지루했거든.”

 

함대는 통상 6척으로 구성된다. 심해서함과 싸움이 발발했을 당초에는 다양한 편성 인원수가 모색되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6척이 가장 효율적이란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상에서 만날 때에는 상당한 인원수가 된다.

 

연락을 받고 곧장 뛰쳐나왔어.”

 

그렇게 말하는 나가츠키.

 

손상함이 나왔다는 소릴 들었거든. 카게로가 당하기라도 하면, 우시오가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어.”

우시오가 아냐. 아케보노가.”

 

아케보노는 나는 아무런 말도 안 했어!” 라고 소리쳤다.

나가츠키네 함대에는 그 밖에도 함선 소녀가 있었다. 카게로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키는 크고, 예쁜 빨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명랑한 외모다. 함선 소녀치곤 보기 드물게 무장은 없지만, 기중기 몇 개를 짊어지고 있었다.

시선을 깨닫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카게로씨군요. 아카시에요.”

아카시……?”

공작함이에요. 구레에서 도우미로 왔어요. 잘 부탁드려요.”

 

보기 드물게도, 공작함 소녀였다. 손상을 입은 함선 소녀의 의장을 수리하는 것이 주된 역할. 카게로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처음이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자신은, 얼마 전에 구레에 착임한 참이지만요.”

 

아카시가 말했다.

 

요코스카의 독이 부족해졌다면서, 도와달란 소릴 들었어요.”

손상함을 조금이라도 빨리 수리하고 싶으니까, 불린 것 같아.”

 

나가츠키가 뒷말을 이었다.

 

요코스카의 제독은 다음 공세를 위해, 완전한 상태를 갖춘 뒤 함선 소녀를 내보내고 싶었던 것이겠지. 아카시씨는, 요코스카에 정착시키지 않도록 엄명을 받은 것 같지만.”

구레에선 요코스카의 제독은 빌려가 놓고 돌려주지 않는 사람의 대장이란 소문이 돌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아카시는 미쿠마의 옆에 섰다.

 

의장, 살펴볼게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의장과 제복을 확인하였다. 쿠마노와 스즈야가 옆에서 걱정스럽게 살펴보고 있었다.

아카시는 미쿠마의 의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머지않아 텅텅, 두들겼다.

 

, 이런 거라면 문제없네요. 그렇지만 항해를 하면 왼쪽으로 꺾이지 않나요?”

. 주기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캔도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요.”

돌아가면 제대로 고칠 테니까, 요코스카까지는 조타에는 신경을 써주세요. 캔은……지금 고쳐버릴까요.”

 

전원, 놀란 소리를 내지만, 아카시는 개의치 않고 등에 실은 기중기를 움직였다. 미쿠마의 마스트를 끌어당겨, 살며시 공중에 띄웠다.

 

수리할게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 주변 경계 부탁드려요.”

 

그 말에 쿠마노는 허둥거리며 잠수함과 항공기 경계.” 라고 지시를 내렸다.

아카시는 공구를 들어 미쿠마의 등 뒤로 몸을 굽혔다. 타버린 부품을 교환하고, 파이프나 코드를 신품으로 교환하였다. 꺾인 부품은 그 자리에서 원래 모양으로 돌려놓았다.

확실히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리 끝.”

 

아카시는 의장을 원 상태로 돌리고, 마스트에 달린 기중기의 끝머리를 땠다.

 

캔 출력을 돌려놨어요. 소리는 캔의 일부와 외장이 접촉한 탓에 일어나는 진동음. 이걸로 괜찮을 것이에요.”

 

미쿠마는 살짝 출력을 올렸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이게 일이거든요.”

 

아카시는 웃었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그럼 카게로씨를 볼까요.”

, 저는 괜찮아요.”

 

카게로는 손을 저었다. 아카시는 그럼 안 돼요.”라고 말했다.

 

미쿠마씨한테 들었어요. 어뢰의 직격을 받았다면서요?”

카게로, 피해를 입었어!?”

 

놀란 것은 사츠키였다.

 

봐달라고 해!”

불발탄이래도.”

그렇지만 점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데도.”

 

사츠키만이 아니다. 급하게 달려온 아라레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다고 방치를 하면, 분명 큰일이 날 거야……충치랑 똑같아…….”

, 충치는 없는 데.”

충치도 어뢰도 똑같아…….”

 

잘 이해가 안 가는 논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설득력이 있는 만큼 성가셨다.

카게로는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없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것은 아케보노였지만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노려보고 있었다.

 

얼른 봐달라고 해.”

 

카게로를 어깨를 으쓱거린 뒤, 마지 못 해, 아카시에게 점검을 받기로 했다.

아카시는 배면부의 의장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주로 발밑을 보고 있었다. 육안으로 어뢰가 명중한 곳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아, 확실히 불발탄이네요.”

 

신발을 확인하면서 아카시는 말하였다.

 

멍도 안 들었고. 운이 좋았군요~.”

것 봐, 괜찮잖아.”

 

카게로는 말했다.

 

나는 이런 운은 좋다고.”

뭐가 좋다는 건지.”

 

아케보노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아카시씨, 만약을 위해 의장도 전부 확인해 주세요.”

, 좋아요. 아케보노, 도와줘 볼래요?”

……내가?”

 

그녀는 놀라며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면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게 최고. , 여기로 와주세요.”

 

아케보노는 괜한 말을 했어.”라고 한탄을 하면서, 카게로의 뒤로 갔다.

둘이서 한 점검은 별 탈 없이, 카게로는 말짱하다고 보증을 받았다.

우려된 적의 접촉도 없고, 함대는 두 개로 나누어져 요코스카로 향했다.

북방에서 드높았던 파랑도, 진수부 근해에 접어들자 완연히 잔잔해졌다. 별다른 일 없이 두 개 함대는 귀환하였다.

부두에 도착. 육지로 올랐다.

 

오늘은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쿠마노가 카게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쿠마를 구해주셔서.”

아뇨, 대단한 일은 아니네요.”

 

카게로는 쾌활하게 대답하였다.

 

미쿠마씨에게도 말했지만, 구축함이라면 이게 보통이에요.”

정말로 믿음직스럽지만, 너무 무리를 하시면 구축대 동료만이 아니라 구레의 아이도 걱정할 것이에요.”

아하하. 시라누이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이야기를 나누는 둘에게, 스즈야가 고개를 내밀었다.

 

미안, 카게로에게 폐를 끼쳐서.”

괜찮다니까요.”

7전대는 종종, 충돌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단 말이야. 사이가 좋다는 반증일까?”

지시 미스는 반성하고 있어요.”

 

쿠마노가 대답하였다. 스즈야가 말을 끼워 넣었다.

 

구레에 돌아가면, 또 같이 조함 훈련 해야겠지.”

스즈야의 조함은, 좀 너무 가까워서 무서워요.”

그 정돈 하지 않으면, 실전 같지 않잖아.”

돌아가면 바로 출격해요.”

그렇단 말이지.”

 

스즈야는 카게로를 향해 돌아섰다.

 

너무 여유를 부릴 순 없겠네. 미쿠마가 괜찮아지면 바로 구레로 돌아갈 거야. 카게로네는 여기서 대기야?”

명령은 못 받았어요.”

실력 좋은 구축대는 어디든 원하니까, 느긋하게 지내는 건 힘들지도 몰라. 그럼 잘 있어.”

 

스즈야와 쿠마노는 미쿠마의 몸을 받쳐주며, 독으로 향했다.

카게로는 한동안 세 명의 모습을 본 뒤, 자신의 구축대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면 아카시씨는……?”

그 사람도, 내일 구레로 떠난다고 해서 바쁘데…….”

 

아라레가 가르쳐주었다. 공작함은 그 밖에 있다는 소린 못 들었으니, 서로 챙겨갈려고 경쟁이 심할 것이다. 어쩌면 쿠마노씨네랑 같이 출격할 지도 모르겠네, 카게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구축대 멤버를 향해 돌아섰다.

 

그럼, 너희들은 목욕하러 가.”

 

아라레가 고개를 기울였다.

 

카게로는…….”

다른 일로 일이 있어. 게다가 아타고씨한테 호출을 받았으니까, 그걸 먼저 끝낼게.”

 

목욕은 먼저 하란 말을 남기고, 카게로는 빠른 걸음으로 부두에서 떠났다.

 

카게로는 구축함 기숙사로 곧장 향했다. 오늘의 출격 보고서 따위 같은 건 기함의 일이기 때문에 그녀가 할 필요는 없다. 평소라면 구축대의 향도함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럴 때는 편하다.

인기척이 없는 부지를 걸어갔다. 소속하고 있는 함선 소녀를 다른 곳으로 파견을 보낸 탓에 부지는 한산했다. 규모, 인수가 타 진수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요코스카 진수부인 만큼, 이렇게 되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 바닷물을 가능한 한 제거하였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는다.

의장을 장착한 함선 소녀는 피부에 얇은 방호막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바닷바람이나 바닷물에서 몸을 지킬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한계는 존재하고, 출격을 하면 할수록 몸 이곳저곳이 바다 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특히 머리는 젖으면 샴푸를 반복한 탓에 머리가 상하는 정도고 심하고, 어느 정도 안목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사복 차림이라고 해도 단번에 함선 소녀와 일반인을 구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후 자습실로 향했다.

열어젖혀진 문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구축함 소녀가 책상과 마주보고 있으며, 개중에는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자습실은 함선 소녀를 위해 마련된, 일종의 개인 공간이다. 구축함 기숙사는 좁은 2인실에 침대와 로커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탓에, 자습실의 의자와 책상은 자신만의 사유물로서 상당한 애착을 받고 있다. 그 만큼 다른 사람이 앉기라도 하면 그 분노는 상당했는데, 서로 물고 뜯어지며 주먹다짐을 하는 일까지 발전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더불어, 구축함 기숙사의 소동은 구축함 함선 소녀 안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구축함 사이 내에서 정해져 있는 탓에, 비서함에게 밀고를 하는 일은 가장 혐오를 받은 행위이다.

카게로는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전문 용지를 몇 장 꺼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동안 묵묵히 작업을 하였다. 그녀는 하나의 일에 의외로 열중하는 타입이다. 집중을 하면 사소한 잡음도 전부 차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등 뒤에 누가 서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 했다.

톡톡, 누가 등을 두들기자, 놀라며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케보노가 서있었다.

카게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깜짝이야. 말을 걸라고.”

걸었어. 네가 눈치를 채지 못한 것뿐이야.”

 

아케보는 옆에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뭘 하고 있어.”

멋대로 의자를 꺼내면 의자 주인한테 혼날 거야.”

이거 내 거야.”

그랬어? 몰랐어.”

 

아케보노는 어지간하면 자습실에 오지 않는다. 천재형이고 기억력도 좋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성이 없을 거라고 카게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도 한가할 때는 야외 벤치에서 멍하니 있던가, 자기 방에서 커튼을 치고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에는 우시오나, 다른 구축대 멤버들과 같이 있는 일도 늘어났으며, 오늘 자습실에 있는 것도 심경의 변화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아케보노는 목욕 했어?”

안 했어.”

목욕 싫어했나.”

잠깐……너랑 이야길 하고 싶어서.”

 

카게로는 필기를 멈추고 아케보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야기?”

 

아케보노는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질 않았다.

 

그게……바보라고 말한 걸 사과하려고.”

 

다소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미안.”

아아, 괜찮아.”

 

그 말을 듣고, 아케보노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어뢰에 몸을 내던지는 건 바보야.”

……사과하러 온 거 아니니?”

이미 했어.”

 

아케보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시라누이한테 보내는 편지?”

 

카게로는 다시 책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건 아냐. 늘 쓰던 신청서. 전탐 내놔라는 거지.”

그쪽은?”

이쪽도 신청서. 현재의 대잠장비론 불안하니까, 수중청음기랑 폭뢰투사기를 가지고 싶다고 쓸려고.”

~, 오늘은 청음기가 있으면 편했을지도 몰랐지.”

 

수중청음기는 적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장비이며, 폭뢰투사기는 공격을 위한 무기이다. 둘 다 있고 없고의 차이로 대잠수함 전투에 큰 영향을 준다. 평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오늘 같은 전투가 있은 후에는 정말로 가지고 싶어졌다.

카게로는 펜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적 잠수함을 봤다는 이야길 들으니까.”

녀석들도 포격을 하기 전에 정찰기로 우리들을 발견하던가, 잠수함을 몰래 보내서 미행을 하니까.”

선수를 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 정돈 심해서함도 아는 것 같아.”

똑똑하네.”

바보였다면 전쟁 따윈 한참도 전에 끝났어.”

 

초기의 심해서함은 곧장 앞만 보고 달려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투를 거듭함에 따라 진형은 다양화되고, 전술도 복잡해졌다. 함종도 늘어나 강해지고 있다. 이건 함선 소녀들도 마찬가지이며, 서로 자극을 주면서 고도화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카게로는 잽싸게 2장 째 신청서를 다 작성했다. 뒤집어서 겹쳐놓은 뒤 다른 용지를 꺼내었다.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도, 장비 갱신은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구축대도 신청서를 낸 것 같은데.”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가 되겠지.”

 

그렇게 대답하는 카게로의 손가를 아케보노가 힐끔, 보았다.

곧장 눈매가 험악해졌다.

 

…….”

?”

이거……편성 변경이라고 적혀져 잇지 않아?”

 

카게로는 다시 신청용지를 보았다.

 

으음, 이건.”

구축대를 변경할 셈이야?”

실은…….”

장난하지 마!”

 

갑자기 아케보노가 고함을 질렀다. 실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귀에 울려 퍼지고, 구석에 있던 구축함 소녀마저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카게로는 눈을 껌뻑거렸다. 아케보노는 노발대발 화를 내었다.

 

왜 네가 편성 변경을 신청하는 거야. 14구축대를 내팽개치는 거야? 아니면 머야, 내가 싫어? 오늘 있었던 일로 꽁해 있는 거야!?”

…….”

알고 있어, 내가 싫은 거지! 그야 아무도 날 좋아해준 적도 없었고, 성격도 삐뚤어진 녀석이야. 그렇지만 지금까지 동료니, 친구니 추켜세워 줬잖아!”

잠깐만.”

그렇게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그런 기분이 든다고. 나도 모처럼…….”

스톱스톱, 말 좀 멈추래도.”

 

마치 개를 달래듯이, 아케보노는 양손으로 내밀며 아케보노를 달래었다.

 

14구축대를 바꾸는 게 아냐.”

 

아케보노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럼 뭔데.”

나 말고 구축대의 향도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지 쓴 것뿐이야. 그저 제출할 뿐이지, 실제로 내가 없어지는 건 아냐.”

 

카게로는 그렇게 설명했지만 아케보노는 아직도 어딘가 미심쩍은 눈치였다.

 

그건, 다른 사람한테 권한을 양도한다는 거야?”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서 정해둬야지. 오늘처럼 개별 행동을 취하면, 누군가가 지휘를 해야 하니까.”

 

14구축대는 6명이랑 구축대치곤 많은 편제이기에, 전황을 보고 구축대를 쪼개는 일도 충분히 있을 법했다. 한쪽은 카게로가 지휘를 취하고, 또 다른 한쪽을 누군가가 맡을 필요가 있다.

그녀는 펜은 일단 책상에 두고, 물끄러미 아케보노를 보았다.

 

……해볼래?”

?”

 

당혹해하는 아케보노에게, 다시 한 번 카게로가 말했다.

 

향도함. 아케보노가 하는 거야.”

 

이번엔, 방금 전과 다른 이유로 아케보노는 소리를 쳤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나가츠키가 있잖아. 그 애는 똑 부러진 애니까 잘 맞을 거야.”

한 명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싫어. 책임이랑 서류업무만 늘어나잖아. 사양할래.”

 

아케보노는 수차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다. 구축대의 지휘를 취한다는 것은 잡무도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새로운 장비 신청이나 휴가의 조율, 훈련 메뉴 등, 생각해야만 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런 일에는 반드시 문서에 의한 신청과 결제가 따라온다.

딱 잘라 말해서 귀찮다. 아케보노가 싫어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한테는 안 맞아.”

그런가.”

 

그리 말하는 카게로.

 

어떻게 되는 거 아냐? 그렇게 조함이랑 전투를 잘 하니까, 구축대의 선두에 설 수 있어.”

우시오가 그나마 나보나 나아. 나는 쫄다구로 충분해.”

, 생각은 해 둬.”

 

카게로는 서류 기입을 마치고, 새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 때 우시오가 얼굴을 비추었다.

전전긍긍, 둘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카게로와 아케보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우시오가 자습실로 들어왔다.

 

저희들 목욕 다 했는데……근처를 지나가다가 아케보노가 고함을 질러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카게로는 옆을 보았다. 아케보노는 고개를 휙 돌렸다.

 

내 탓이 아냐. 오해를 시킨 카게로가 잘못한 거야.”

 

우시오의 행동거지가 점점 더 신중해졌다.

 

혹시……싸우셨나요……?”

아니래도, 나랑 아케보노 사이엔 아무런 일도 없어.”

 

카게로는 옆에 있는 소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나는 아케보노를 정말 좋아하니까, 싸움 따윈 안 해. 사이좋은 친구라고.”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린 채 대답은 하지 않았다.

우시오는 안심을 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이다. 카게로가 물었다.

 

뭔가 볼 일 있어?”

……, 으음.”

목욕이라면, 나중에 아케보노랑 같이 할게.”

 

생글거리면서 카게로가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아케보노가 놀랐다.

 

왜 나랑 같이 해?”

 

카게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혼자서 하면 시시하잖아.”

일일이 내 이름을 꺼낼 필욘 없잖아.”

아케보노도 목욕 안 했잖아. 같이 하자. 목욕 싫었어?”

싫지 않아.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놀란 거야.”

오늘은 나랑 같이 해도 괜찮잖아. , 맞다, 만약 남자랑 같이 하는 편이 좋다면, 휴일에 요코스카나 요코하마에서 남자를 잡아와봐.”

그런 짓 안 해! 시라누이랑 같이 하지 그래!”

그 애는 구레야. 알고 있는 주제에.”

그런 게 아냐!”

 

둘의 대화에, 우시오는 안절부절거렸지만, 머지않아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저기!”

 

카게로와 아케보노는, 말다툼을 중지하고 그녀를 보았다. 동시에 시선을 받은 우시오는 몸을 흠칫거렸지만, 말했다.

 

저기, 목욕에 관한 말이 아니에요. ……카게로씨, 분명 아타고씨의 호출을 받으셨죠?”

……~!!!”

 

카게로는 말 그대로 의자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깜빡했다! 아직 비서실에 있으셔?”

. 저희들 전원 모이지 않으면, 최저 반년은 언니라고 부르게 한다고…….”

14구축대 전원 집합!”

 

그녀는 외친 뒤, 자습실을 뛰쳐나왔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급히 그 뒤를 쫓았다.

 

카게로는, 사츠키, 나가츠키, 아라레를 데리고 진수부 청사로 달려갔다.

모처럼 목욕을 했는데, 란 불평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빨리 안 가면 언니라고 불러야 해.” 그 말만으로 뛰어나온 것이다. 어떻게 아타고의 강요를 피하냐, 그것은 구축함에게는 심각한 문제이다.

뛴걸음으로 청사 정면으로 들어갔다. 규칙으론 청사 내에선 달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애초에 이 규칙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금처럼, 체면 따윈 신경 쓸 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모두 청사 안에서 전력질주를 하였다.

일단 비서함실에 멈추고,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

 

14구축대 6, 입실합니다.”

 

실내에는 비서함 전용 책상 앞에, 중순양함 아타고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늦으셨네요.”

면목 없습니다.”

 

카게로는 고개를 숙였다. 아타고는 미소를 유지한 채.

 

괜찮아요. 그래서, 얼마나 저를 언니라고 불러 주시는 걸까요?”

용무는 무엇인가요?”

 

일부러 못 들은 척을 하며, 카게로는 질문을 했다.

아타고는 뾰로통하게 입술을 삐죽 거리며 시시하게 시리.” 그렇게 말한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14구축대에게 출격 명령이 내려졌어요.”

 

그 말에, 카게로는 등줄기를 폈다. 아타고는 말을 이었다.

 

출격 명령이라고 할까, 일시적인 전속이네요. 현재 서방에 공세 작전이 준비되고 있는 걸 다들 아시고 계신다고 생각하지만, 작전 발동이 정식으로 결정 났습니다.”

 

아타고는 지도의 서방해역이라고 인쇄된 부분을 가리켰다.

카게로 일행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지금까지 소문 수준으로 그쳤던 것이 결정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수부는 함선 소녀를 차례대로 출격 시키고, 비축한 자재나 응급수리요원 등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그렇게 힘을 탕진할 때까지 싸운다.

그리고 함선 소녀는 아무리 있어도 부족하다. 부상한 함선 소녀는 독으로 실려 가고, 여차하면 고속수복재를 사용한다. 연속된 공격이 필요할 때에는, 로테이션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도 가야만 한다고, 카게로는 짐작을 했다. 예전에 요코스카 진수부가 공세 작전의 주체가 되었을 때에도 각지에서 함선 소녀를 모은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일시적으로 다른 진수부 소속이 된다.

 

구레와 사세보, 어느 진수부로 전속이 되나요?”

 

카게로는 물었다. 가능하면 구레가 좋다. 애초에 그곳 출신이고, 시라누이도 있다.

하지만 아타고는 의외로운 대답을 주었다.

 

아니에요.”

? 그렇지만 구레랑 사세보가 중심이 되는 거죠?”

. 서방을 공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14구축대도 참가한다는 소린 안 했어요.”

그럼 저희들은 어디로…….”

링가에요.”

 

14구축대 면면들은 동시에 링가?” 란 말을 입에 담았다.

카게로는 링가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 정확하게는 함선 소녀로 한창 훈련을 받았을 때 들었지만, 그 이후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잊고 있었다. 자기가 해놓고 무례한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모른다.

 

링가란 곳은 어디 인가요~?”

 

사츠기가 손을 들며 질문을 했다. 그녀도 역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남방이에요. 이쯤이죠.”

 

아타고는 지도의 남쪽을 가리켰다. 서방에 가까운 남방이었다.

 

서방해역으로 이어지는 길이에요. 좋은 곳이야.”

 

이번에는 우시오가 손을 들었다.

 

링가는 진수부가 아니라, 정박지였을텐데요…….”

잘 알고 있구나. 그래요.”

 

아타고가 말했다.

배가 수면에 정박하는 수역을 정박지라고 부른다. 정박지라고 해도 함선 소녀가 닻을 내리고 둥둥 떠다니는 것은 아니고, 훈련에 적합한 수역을 지니고, 어느 정도 함선 소녀 전용 시설이 잇는 곳을 정박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박지는 진수부 수준으로 크지 않다. 함선 소녀가 잠시 들렀다 가는 것만을 상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시오는 또 질문을 하였다.

 

왜 링가인가요?”

우리 제독의 추천이야. 링가로 함선 소녀를 파견하는 것이 결정 났을 때, 가장 먼저 당신들의 이름이 거론되었어요.”

그건 짐짝 정리가 아닌가.”

 

사츠키가 말한다. 아라레가,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몰라……사령관이 우리한테 정나미가 떨어진 가능성도…….”

아라레가 마미야씨의 양갱을 삥땅쳐서 그런 거야.”

안 했어……그건 나가츠키…….”

 

옆에 있던 나가츠키가 놀랐다.

 

나는 그런 짓 안 했어! 사츠키잖아.”

나는 생각한 적이 있는 것뿐이야.”

생각했잖아!”

 

아타고는 소란을 피우는 구축함들을 향해 정숙하세요.” 이라고 말했다.

 

전속은 이미 결정 났으니까, 변경은 안 돼요.”

 

카게로는 무심코 반론을 하였다.

 

저희들도 서방 공격에 참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데요.”

그러게. 그렇지만 언니라고 불러주지 않았으니까, 그 앙갚음이야.”

 

태연하게 그녀는 대답했다.

카게로는 입 속으로 링가인가.” 라고 중얼거렸다. 남방이니, 분명 더운 곳이리라. 그 이외엔 어떤 곳인지 모른다. 이걸로 시라누이와 거리가 또 벌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아타고는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14구축대는, 일시적으로 링가 정박지로 전속됩니다. 이게 사령이야.”

 

그녀는 밀봉된 봉투를 카게로에게 건네주었다.

 

현지에는 이미 연락이 간 상태에요. 그쪽은 이쪽 정보를 간절히 바랄 테니까, 출발할 때에는 많은 걸 들고 가줘. 뭔가 질문거리는?”

 

나가츠키가 물었다.

 

전속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링가가 하기 나름이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이에요. 그 밖에는?”

 

질문은 그것뿐이었고, 그 외엔 없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카게로 일행은 경례를 하였다. 돌아갈 때 아타고가 링가에서 외로워지면 언제든지 언니한테 응석을 부리러 와도 돼. 오히려 지금 응석을 부려줘.” 라고 말했지만, 전원 애매하게 웃으며 비서함실을 나왔다.

진수부 청사에서 밖으로 나가자, 밖은 어슴푸레해졌다. 전원이 구축함 기숙사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별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구름이 많으니 밤이 되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링가까지 가면 이 풍경도 변할까?

카게로는, 누가 들으라고 할 것도 없이 중얼거렸다.

 

설마 요코스카를 나가게 될 줄이라곤 생각 못 했어.”

함선 소녀 짓을 하면, 전속할 일도 늘어나.”

 

그렇게 말하는 아케보노. 카게로는 대답했다.

 

이런 전속은, 항모나, 전함 사람들의 역할이 아니었나.”

너도 구레에서 전속 왔잖아.”

그야 그렇지만.”

 

요코스카의 제독의 부름을 받아, 구레에서 온 것이다. 이번에도 요코스카의 제독에 의해 전속이 된다. 도대체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우리들 작전에서 제외됐다고. 향도함이니까 조금은 위기감을 가져.”

 

아케보노가 불만을 말했다.

 

작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야.”

 

나가츠키가 놀란 눈치로 물었다.

 

네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별난 일이로군.”

그렇지만 분하지 않아? 우리들은 저번 작전에 그렇게 활약을 했는데. 뭐시기라고 하는 귀()를 쓰러뜨렸잖아.”

구축함이 나설 차례가 없는 거 아냐.”

“6구축대나 8구축대는 데리고 가줬다고. 마치 우리들은 못 써먹는 것 같잖아.”

분한 마음보단, 아케보노답지 않은 발언에 놀라고 있어.”

그쪽은 아무래도 좋아!”

 

카게로는 문득 시선을 돌렸다. 전방에는 함선 소녀가 둘,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서둘러 길의 구석으로 비켰다. 아케보노와 나가츠키도 말다툼을 중단하고 경례를 하였다.

상대는 경항모 호쇼와 공작함 아카시였다. 둘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카게로 일행을 깨닫고 말을 걸었다.

 

어머나, 구축함이 다들 모였네.”

 

호쇼가 생긋 웃었다. 카게로는 , .”라고 대답.

 

두 분은…….”

아카시씨가 가게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안내를 하고 있던 참이야.”

 

호쇼는 진수부 내 건물을 이용하여 가게를 열고 있다. 함선 소녀의 쉼터로서 평판이 좋다. 슬슬 개점할 시간이다.

 

너희들도 내일 출발하지. 제독한테 들었는데, 링가라며? 그곳은 좋은 곳이야.”

 

호쇼는 아타고와 똑같은 소릴 하였다. 카게로는 조금 의외롭다고 생각했다.

 

가신 적, 있으세요?”

전에, 조금.”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후 말했다.

 

, 맞다, 링가에 간다면 뭔가 선물이 필요하겠구나. 가지고 싶은 거 있니?”

 

카게로가 무언가 말을 하기 전에 사츠키가 대답했다.

 

난 맥주.”

어머나.”

필요 없어요.”

 

곧장 카게로가 거절했다.

호쇼는 푸근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양하지 않아도 돼. 마시고 싶다면 줄게.”

술은 괜찮아요. 안 마시니까요.”

 

카게로는 다시 한 번 거절했다. 심해서함과 싸우게 된 후 음주 가능 연령이 내려갔다고 해도, 구축함 소녀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풍조는 아직도 존재한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마시고 나면 다음날에 지장이 생기는 점도 있었다.

사츠키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 저번에 마셨잖아요. 시라누이가 돌아간 뒤.”

맥주 한 병 마시는 데 2시간이나 걸렸잖아. 쓰고, 기분도 나빠지고, 아라레는 금세 자버리고, 우시오는 울고.”

다음엔 괜찮아.”

안 돼.”

 

완고히 거절하였다. 사츠키는 볼을 부풀리면서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쇼도 아카시도, 어딘가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카게로는 성실하군요.”

 

그렇게 말하는 아카시.

 

구축함치곤 별나네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요. 지금은 성실해질 시간이에요. 아카시씨도 내일 떠나시죠.”

당신들보다 먼저 나가요. 7전대가 데려다주니까요.”

 

그 후에도, 미쿠마 일행과 같이 서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부럽네요, 저희들은 공격에서 제외됐어요.”

 

그렇게 말한 것은 아케보노였다. 부루퉁한 표정이었다.

 

구축함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미쿠마씨랑 동행한 당신들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네요. 느닷없이 미쿠마씨를 감싼 녀석도 있고요.”

 

아케보노는 힐끔, 카게로를 보았다. 아카시는 쓴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작전에 참가하지 않으니까 침몰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필요도 없는 데 감싸는 바보도 가라앉을 일은 없다는 것이로군요.”

향도함을 끔찍이 여기는 군요.”

 

아케보노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응급수리 방법을 가르쳐 드릴까요?”

 

아카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한순간, 아케보노는 기세가 죽었다.

 

, 괜찮아요.”

저 말곤 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전 구축함인데!”

그러지 마시고, 괜찮아요. 호쇼씨네 가게에서 식사라도 하면서 해봐요.”

 

아카시는 아케보노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케보노는 저항을 하지만 공작함이 힘이 더 쌨다.

 

, 카게로, 도와줘!”

 

카게로는 손을 팔랑거렸다.

 

나중에 봐. 배우는 김에 뭔가 맛있는 거라도 사달라고 해.”

 

아케보노는 비명을 지르며, 질질 아카시에게 끌려갔다.

호쇼가 물었다.

 

어머나, 말리지 않아도 되니?”

어차피 돌아가는 길 내내 미쿠마씨를 감싼 걸 바보 같다느니, 작전에서 제외된 걸 우릴 짐짝으로 봤다느니, 그런 소릴 할 거에요. 이걸로 조용해졌어요.”

그럼 뭔가 맛있는 걸 내줄게.”

죄송해요.”

너희들이 먹을 것도, 싸줄게.”

감사합니다. 기숙사 통금 시간 전까지는 풀어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카게로는 이만 실례할게요.” 라고 인사를 건넸다.

호쇼는 아카시의 뒤를 쫓아갔다. 카게로 일행은 그 모습을 배웅한 뒤, 구축함 기숙사로 걸어갔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말로, 왜 링가일까?”

 

나가츠키가 물었다.

 

서방 공격에는 한 명이라도 많은 함선 소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생각해봤자 소용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츠키. 아라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보지 않으면……몰라…….”

동감이야. 아무것도 없다면 느긋하게 지내다오면 그만이고.”

남쪽 섬이니까, 분명 백사장이 예뻐…….”

좋은 걸, 수영복을 들고 갈까.”

 

들은 사츠키의 말에, 카게로가 주의를 주었다.

 

놀러 가는 게 아냐.”

그렇지만 남국의 섬이잖아.”

맥주나 수영복 타령은 그만, 리조트지가 아니라고.”

쌈박질만 하면 재미없다고.”

 

불만을 흘려들으면서 카게로는 이걸로 끝이라는 듯이 걸음 속도를 올렸다.

 

구축함 기숙사에 도착한 뒤 제1 사관차실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케보노가 빠졌지만, 호쇼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을 테니 신경 쓰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카게로는 곧장 돌아가지 않고 매점에 들러 신문, 잡지를 사들였다. 물론 자비. 룸메이트인 사츠키도 먼저 돌아가라고 말을 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목욕을 한 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구축함 기숙사의 2인실은 좁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발을 디딜 곳이 없어졌다.

사온 잡지를 넘겨본다. 함선 소녀가 되기 전에 읽었던 적이 있는 잡지였다. 그 때랑 비교해서 종이의 질은 좋지 않다. 페이지수도 적은 기분이 든다.

컬러 페이지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녀들이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녀들로만 구성된 아이돌 유닛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함선 소녀도 같은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지만 마치 다른 세계이다. 세상의 한쪽에는 전쟁 따윈 존재하지 않은 곳이 있고, 또 다른 한쪽은 언제나 죽음과 마주하는 세계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방문이 열렸다.

 

다녀왔어~”

 

사츠키였다.

 

어라, 뭘 읽고 있는 거야?”

여자애들이 많이 실린 잡지.”

그거라면 매일 보잖아. 사진이 아닌 거.”

, 그렇지.”

 

카게로는 잡지에서 눈을 때지 않은 채 말했다.

 

이리 내놔.”

?”

맥주. 호쇼씨한테서 받아왔지.”

……체엣.”

 

사츠키는 뒤로 돌린 손에 들고 있던 병을 꺼냈다.

 

어째서 안 거야.”

금제품 반입이라면, 구레에서 나도 곧잘 했어.”

 

구축함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았었다. 다른 구축함 소녀에게 주문을 받고 들고온 적도 있었다. 시라누이가 시킨 건 절대로 실패하지 않도록 세심의 주의를 기울였다.

카게로는 받아든 맥주를 자신의 로커에 박아 넣었다. 또 다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사츠키는 자기 침대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질문을 하였다.

 

왜 잡지를 읽고 있는 거야?”

링가로 들고 가는 거야.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자기 옆에 쌓아올린 과자나 책 따위를 가리켰다.

사츠키는 짐더미 속에서 잡지를 한 권 뽑고, 침대에 누웠다. 커튼은 치지 않았다.

 

있잖아, 카게로.”

?”

요즘 시라누이한테 편지 쓰고 있어?”

 

카게로는 잡지에서 눈을 때고, 시선을 허공에 주었다.

 

……안 보냈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침대에서 사츠키가 납득이 간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카게로가 되물었다.

 

. 여기선 잘 지내고 있는 건 몇 번이나 말했고, 저번에 왔을 때에도 말했고.“

~. 그래서 편지를 안 쓰는구나.”

그치만 시라누이는 편지를 안 보내주잖아. 저런 성격이니, 안 쓰는 건 이해가 가지만.”

나한테는 왔어. 시라누이의 편지.”

 

그 말을 듣고, 카게로는 잡지를 덮었다.

 

, 어째서.”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게 아닐까?”

나한테는 안 보내는 주제에, 사츠키한테는 편지를 보낸 거야?”

뭔가, 카게로가 여기서 잘 지내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보고해 달래.”

뭐야 그거.”

 

카게로는 앉은 채로 이동을 하자, 사츠키는 침대의 난간에 손을 짚었다.

사츠키는 드러누운 채 만화 잡지를 읽고 있었다. 힐끔, 카게로를 보았다.

 

안 자?”

아직 소등 시간이 아냐. 어째서 시라누이는 나한테 안 묻는 거야.”

카게로가 편지를 보내주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런 말이 쓰여 있었어.”

그렇다고 해서 사츠키한테 물을 건 없잖아.”

 

사츠키는 시선만을 카게로에게 보내었다.

 

나도 그렇게 대답했어. 왜 직접 묻지 않는 거냐고 뭐라고 대답했을 거라고 생각해?”

몰라. 뭐래?”

 

카게로의 눈앞으로 사츠키는 손을 뻗었다.

 

내 맥주 돌려줘.”

너 있잖니.”

잘 자.”

 

사츠키가 차광 커튼을 쳤다. 카게로는 입술을 삐죽인 뒤, 일어서서 자신의 로커에서 맥주를 꺼냈다.

커튼을 열어 맥주를 밀어 넣었다.

 

여기서 마시지 마.”

 

사츠키는 희희낙락거리며 맥주를 받았다.

 

링가에서 즐길 거야.”

그래서, 시라누이는 뭐라고 썼는데.”

쓰여 있지 않았어. 대답해 주지 않았거든.”

뭐야 그거!?”

 

카게로는 다시 맥주를 뺏으려고 하였지만 사츠키는 잽싸게 자신의 몸 밑으로 밀어 넣어, 뺏기지 않도록 하였다.

 

링가까지 아무한테도 주지 않을 거야.”

……사츠키는 내 일을 시라누이한테 보고하고 있어?”

그야, 부탁을 받았으니까.”

어떤 걸 가르쳐주고 있는데.”

늘 하고 있는 거. 카게로가 야간 훈련에서 무모한 짓을 했다던가, 아타고씨한테 잡혔다던가, 누굴 감싸려다가 어뢰에 맞았다던가.”

마지막은 오늘일이잖아.”

편지에 쓰려고 생각했었어.”

 

이번에야 말로 사츠키는 커튼을 쳤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정말로 편지를 쓰는 것 같다.

카게로는 한숨을 쉬면서, “역시 편지를 쓰는 편이 좋았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침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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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2권처럼 늦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응...!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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