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3권 제2장 링가 세상만사 이야기


 

~……으음.”

저는 육군 출신입니다.”

 

또 다시 아키츠마루가 말했다.

 

링가 정박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육군이라니…….”

해군 여러분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렇다는 건, 네가 비서함?”

아닙니다. 비서함은 이곳에 계신 무라쿠모님입니다.”

 

카게로의 질문에 아키츠마루는 계단에서 내려온 소녀를 가리켰다. 무라쿠모는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안녕.”

 

카게로는 무라쿠모를 보고, 아키츠마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외에는?”

이상, 전원입니다.”

……둘 뿐이야?”

그렇습니다.”

 

아키츠마루가 대답했다.

카게로는 한 순간 귀를 의심하고, 또 다시 질문했다.

 

그 밖에도 있을 거 아냐. 중순양함이라던가 경순양함이라던가. 어쩌면 항모라던가.”

아닙니다. 링가 정박지는 저와 무라쿠모님만이 소속하고 있습니다.”

 

카게로 일행은 아연실색하였다.

아무리 풀어진 곳이라고 해도 다른 함선 소녀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서방 해역으로 공세 작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인수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단 두 명뿐이라니. 게다가 구축함과 존재조차 몰랐던 양륙함이다.

카게로는 아연해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카게로 대신 우시오가 물었다.

 

으음, 저기, 아타고씨나 호쇼씨가 임시 소속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 밖에도…….”

그 두 분에 관해선 모릅니다.”

그렇지만 링가는 좋은 곳이라고…….”

여긴 말이지, 말하자면 중계 지점이야.”

 

무라쿠모가 일어섰다. 목 근육이 굳었는지 빙글빙글 목을 돌리고 있었다.

 

서방 해역으로 가거나 남방 해역으로 갈 때, 일단 들러 가는 곳이야. 아무것도 없으니까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쉬는 것 정돈 할 수 있거든. 저번에도 서방 공격을 하러 간다는 함대가 왔었어.”

 

구레와 사세보의 함대일 것이다. 어쩌면 쿠마노 일행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무라쿠모가 다가온 뒤, 카게로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 밖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한가해. 좋은 곳이라는 말은 사실이니까, 그간 쌓인 피로를 풀어.”

……그러고 보면, 사령관 집무실은? 착임 보고를 해야 하는 데.”

 

그 말을 들은 무라쿠모는 천정을 가리켰다. 2층이란 의미이다. 참고로 사령관이란 제독을 가리키는 말이며, 구축함 소녀들은 이따금 제독을 사령’, ‘사령관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없어. 아마 낚시를 하고 있어.”

낚시라니.”

변변찮은 오락거니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어.”

지금 이 시간, 과업이라고 할까, 일과 시간이지. 비서함이 말리진 않는 거야?”

전에는 말렸는데, 헛수고야.”

건성이네.”

저쪽으로 가면 분명 있을 테니까. 적당히 찾으면 나올 거야. 못 찾으면 소리를 질러, 그럼 나올 테니까.”

 

그녀는 카게로 일행이 들어온 문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럼, 나는 낮잠을 잘 테니까, 맘대로 해.”

 

무라쿠모는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누웠다. 머지않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카게로는 기가 막혔지만 이 이상 어쩔 수도 없었다.

 

어쩔 거야.”

 

묻는 나가츠키. 비서함이 눈앞에서 자버리고 만 것이다. 할 일이 없다. 게다가, “맘대로 해.”라고 말했다.

카게로는 팔짱을 꼈다.

 

~……나는 착임 보고를 하는 걸로 하고.”

제가 여러분들을 안내하겠습니다.”

 

아키츠마루가 말한다.

 

피곤하시겠지 말입니다. 쓰실 방도 준비해뒀습니다.”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 너희들은 아키츠마루를 따라가. 나는 사령관이 있는 곳에 다녀올게.”

 

그렇게 말한 뒤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청사를 나왔다.

 

청사에서 나온 뒤 언덕을 내려갔다. 부두로 가지 않고 직전에서 방향을 확인하였다.

우측에 배가 접근하기 위한 안벽이 있었다. 함선 소녀용이 아니라 통상함을 위한 것이며, 그곳만이 콘크리트로 굳혀져 있었다.

그 안벽에 걸터앉아 있는 인물이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탄 낚싯대를 들고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머리에는 밀짚모자가 있다. 몸의 옆에는 양동이. 때때로 손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낚시라기 보단 햇살의 양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이 분명 제독일 것이다. 카게로는 다가가 굽어진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14구축대 향동 구축함 카게로 이하 6, 링가 정박지에 착임했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한동안 기다리고 있자니 고개가 천천히 카게로를 향했다.

초로의 남성이었다. 얼굴에는 자글자글하게 주름이 져있었고, 연령에 어울리는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엿보였다. 눈가는 쳐져 있는 게, 늙은 개 같았다. 밀짚모자 틈사이로 보이는 머리카락은 새하얗다.

노인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무슨 일이지.”

착임 보고입니다.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전속하였습니다.”

요코스카……? 아아, 그 젊은 것인가.”

 

노제독은 연기를 뱉어냈다.

 

나한테 좋은 녀석을 보낸다고 무선으로 지껄였는데, 그게 자네들인가. 허참, 어지간히도 신경을 쓰는 군.”

 

또 다시 앞을 보았다. 낚싯대를 들어올리고, 미끼의 상태를 확인한 뒤, 바다로 던졌다.

 

링가의 함선 소녀를 늘려서 어쩔 셈인지.”

, …….”

그래서, 복귀일은 언제지?”

?”

 

카게로는 그만 되묻고 말았다. 제독은 해면을 바라본 채 말하였다.

 

휴가이잖나.”

전속입니다.”

거짓말을 하긴. 폼을 잡으려고 해봤자 헛수고야.”

쫓아내고 싶으신가요?”

 

제독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무심코 나오고 말았다.

노인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 하는 일이라곤, 물놀이를 하거나 낚시를 하는 것 말곤 없어. 그 외에는 밤이 되면 별이 예쁘긴 한데, 금세 질리지. 지루해서 죽고 싶어질 거야.”

명령이니까요.”

무리해서 전속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았어. 적어도 나는 그래.”

 

카게로는 다시금 기가 막혔다. 은거를 하여 시간을 죽이고 있는 노인 같다. 심해서함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 전속을 해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 아마 휴가 같은 것일 게야. 느긋하게 지내다 가.”

휴가인가요?”

그렇게 신경 줄을 팽팽하게 당길 건 없어. 남방에서 요령 있게 지내는 비결은, 매사에 적당해 지는 것이야. 할 일이 없다면 자도 상관없어.”

 

노인은 !” 이라고 중얼거렸다. 낚싯대 끝이 흔들렸다.

잡아당겼다. 하지만 도중에 도망친 듯, 낚싯줄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아, 아침부터 허탕만 치는 군. 이 근처에 사는 물고기가 갑자기 똑똑해진 것인지, 내 미끼가 맛이 없었진 것인 게로군. 뭔가 선물은 가지고 왔나?”

, . 신문이나 잡지를.”

거 좋군. 내 책상에 올려줘. 그리고, 늦게 돌아간다고 무라쿠모에게 전해주게나.”

언제쯤에 돌아오시나요?”

이 녀석 안에 최저한 한 마리는 들어올 때까지.”

 

노제독은 손끝으로 낡아빠진 양동이를 찔렀다.

카게로는 경계를 한 뒤, 우향후하여 청사로 돌아갔다.

 

청사로 돌아가자, 앞뜰에서 나가츠키가 드럼통 안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었다. 그녀는 카게로를 보자마자 왼쪽을 가리켰다.

 

들어갈 거면 저쪽으로 들어가. 직접 침실로 갈 수 있어.”

기숙사잖아.”

아냐. 이곳엔 기숙사는 없는 것 같아.”

그럼 뭐라고 불러.”

으음, ‘이로군. 상당히 큰.”

크다고?”

 

카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들은 대로 왼쪽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흙바닥이 보였다. 지면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여기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실내는 한 층 높게 지어져 있으며, 판자가 바닥에 대어져 있었다. 안에는 문이 있지만, 도착했을 때 들어온 방이랑 연결된 걸 것이다.

그리고 나가츠키가 말한 대로, 확실히 넓었다. 학교의 교실 정도는 되는 크기가 있다.

사츠키, 아라레, 아케보노, 우시오가 방 중앙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서있었다. 그 옆에는 아키츠마루가 있다.

카게로는 신발을 벗고 올라왔다.

 

뭐야 여긴?”

우리들의 침실.”

 

사츠키가 대답했다.

 

여기 말곤 잘 곳이 없데. 잘 때엔 저걸 쓰라는 데.”

 

그녀는 구석에 쌓인 이불을 가리켰다.

카게로는 실내를 걸었다. 판자로 덧댄 바닥이 삐걱거렸다. 넓었다면 체육관이라고 표현을 하겠지만 이 크기는 교실이 딱 알맞다.

 

프라이버시는?”

여긴 그런 말과는 연이 없습니다.”

 

아키츠마루가 대답했다.

 

소속 함선 소녀가 적기 때문에, 이 방 하나로 충분합니다. 저번에 들렀다 가신 분들도, 이곳에서 취침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서로 뒤섞이듯이 잤을 것이다. 요코스카였다면 항모도, 전함도, 구축함이 같은 침실에 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클레임은 없었어?”

그 밖에 잘 곳은 없다고 말하니, 다들 받아들여주었습니다. 작전 종류 후에 링가에 들릴지 그 여부에 대해 격론이 펼쳐진 것 같습니다만.”

무라쿠모랑 아키츠마루도 여기서 자?”

아닙니다. 무라쿠모님은 옆방의 소파에서 주무십니다. 그곳 이외엔 잘 수 없는 몸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무라쿠모님의 옆에 걸린 해먹에서 잡니다.”

그거야 말로 자기 힘들잖아.”

익숙해지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키츠마루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카게로는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요코스카 진부랑 환경이 상당히 다른 것 같았다. 이곳의 유의에 맞춰주던가, 자신들의 방식을 관철하던가, 어느 것을 선택하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어쩔 수 없지. 우선 같이 나가츠키를 돕자. 드럼통 내용물을 정리해버리자.”

아뇨,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아키츠마루였다.

 

손님에게 수고를 끼칠 순 없습니다. 제가 나중에 해두겠습니다. 나가츠키씨도 쉬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것도 있어.”

피로를 풀어주십시오.”

뭔가 은근히 쉬라고 말을 하네.”

 

수상쩍다는 듯이 카게로는 물었다. 아키츠마루는 난처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을 뿐이다.

 

실은 무라쿠모님에게, 여러분들을 편히 쉬게 하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이상 힘을 쓰는 일을 하게 놔둘 순 없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쉬라는 거야?”

링가에선 그 밖에 할 일이 없지 말입니다.”

 

아키츠마루는 저녁 식사까지 푹 쉬어 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옆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날 저녁은 카게로 일행이 가지고 온 식재료를 이용하였다. 이러니저러니 말을 해도 지친 탓에 할 일은 전부 내일로 미루었고, 14구축대는 잠을 들었다.

다음날은 남국 특유의 번쩍번쩍 거리는 햇살에 의해 잠이 깼다.

 

안녕.”

 

이미 잠에서 깬 사츠키가 말을 걸었다. 카게로는 눈을 비비면서. “안녕.”이라고 대답하였다.

밖에선 귀에 거슬리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요코스카에선 결코 들을 순 없는 소리, 이곳이 링가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이불을 정리한 뒤 아침 식사 준비를 하였다.

 

스스로 준비한다는 것이, 진수부랑은 다른 점이네.”

캠프 같아서 좋잖아.”

 

사츠키가 웃었다. 진수부에선 보증된 전속 요리사가 식사를 만들어주지만, 이곳에선 전부 직접 해야만 한다. 확실히 캠프 같다.

 

캠프라면 23일로 끝나겠는데, 여기선 그렇게 되지 않겠지.”

나는 좋아해, 자취.”

나도 함선 소녀가 되기 전에는 했었어. 그건 자취 이하의 무언가였지만. 영양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니까.”

 

카게로는 사츠키를 재촉하여 취사장으로 갔다.

취사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그럴싸한 것이 아니라, 용천수를 이용한 세척대랑 아궁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불은 직접 일으킨다.

 

보면 볼수록 캠프 같네.”

 

그렇게 말하는 카게로.

 

정박지인 이상 좀 더 큰 건물을 세우면 될 텐데.”

아키츠마루씨한테 들었는데, 중요 시설 같은 건 진수부가 우선되어서, 이런 곳은 뒤로 밀린데.”

 

사츠키가 쌀을 헹구면서 말했다.

 

그 사람 잘 알고 있네.”

그렇지만, 아키츠마루씨도 링가에 착임한 건 최근이라고 말했어.”

아키츠마루씨도, 무라쿠모도 귀여운 데, 짐짝 처리를 된 것일까? 우리들처럼.”

삐뚤어지게 생각하지 마. ……그렇지만, 우리들 아키츠마루씨에게 막 반말을 해도 되는 걸까?”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동격 대우로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아키츠마루가 함선 소녀로서 독특해서, 어떻게 접해야 할지 알기 힘든 점도 기인하고 있었다.

 

, 괜찮지 않아. 적당히 높임말을 쓰면.”

무라쿠모도 비서함이야.”

그 애는 비서함이라고 해도 구축함이니까, 반말이야.”

 

, 그럼 부식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했지만, 식재료가 없다.

 

아침 반찬은?”

아키츠마루가 잡아온다고 말했어.”

잡아온다니…….”

 

뭐냐고 물어보기 전에 아키츠마루가 나타났다.

그녀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 오늘 아침은 금세 발견했지 말입니다. 이런 날은 보기 드뭅니다.”

 

그리고 끌고 온 것을 건네주려고 하였다.

 

받아주십시오.”

 

카게로와 사츠키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준 것은 거대한 뱀이었던 것이었다.

 

뭐뭐뭐뭐뭐뭐뭐야 이거!?”

 

새된 카게로의 목소리에 아키츠마루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본 적이 없으십니까? 뱀입니다.”

그런 건 알아!”

이 정도의 크기라면, 고기도 많이 나오겠지 말입니다.”

그러기는커녕 이쪽이 잡아먹힐지도 몰라.”

 

물론 뱀은 죽어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입을 벌려 이쪽을 물것처럼 보였다.

카게로는 주눅 든 채로 뱀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사츠키, 너 어떻게 해봐. 캠프 같아서 즐겁다며.”

, 뱀 같은 건 해체 못 해…….”

 

사츠키가 지극히 당연한 말을 중얼거렸다.

 

제가 할 테니, 안심해주십시오.”

 

아키츠마루는 튼튼해 보이는 손도끼를 집고는, 뱀의 입에 집어넣어 재주 좋게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육군은 이런 것도 배우지 말입니다.”

그렇구나. 보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아도 돼?”

주식을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고, 카게로와 사츠키는 가능한 한 아키츠마루와 떨어진 채 준비를 하였다.

식사는 지정된 곳에서 먹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가장 먼저 들어간 방에서 각자 듬성듬성 앉은 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 겸 회의실 겸 담화실 겸 작전사령실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청사를 설계한 사람이 꼼꼼하지 못 해서 식당을 만드는 걸 깜빡한 거야. 그러니까 전에는 밖에서 테이블을 놓고 먹었는데, 왠지 모르게 안에서 먹게 되어서 이대로 유지한 거지.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방의 이름을 식당 겸 회의실 겸 담화실 겸 작전 사령실로 지어서 해결을 봤다는 거야. 생활의 지혜란 거지.”

 

그렇게 말하는 무라쿠모. 카게로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역시, 전원이 모여 앉아서 먹는 편이 좋지 않아? 일체감도 강해 질 테고.”

그런 건 인원수에 따라 달라. 사령관도 포함해서 세 명 밖에 없잖아.”

 

말하면서, 제각각 의자를 꺼내서 앉았다. 테이블은 좁기 때문에 평평한 목재를 바닥에 깔아 대용하였다.

도저히 나란히 앉아있을 환경이 아니다. 아케보노는 혼자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코스카 구축함 기숙사도 러프하단 소릴 듣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제각각 잘 먹겠습니다.”란 목소리가 들리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무척 떠들썩한 분위기로군.”

 

노제독이 밥에 젓가락을 대면서 말했다. 사람 수가 적고 식당이 없기 때문에, 제독도 함선 소녀와 함께 식사를 한다고 한다, 이것도 상당히 이상하다.

 

우리 말곤 초록색 새랑, 게 말곤 없었으니까.”

 

무라쿠모가 말했다. 그녀는 마스트가 쓰러지지 않도록 누르면서 된장국을 마시고 있었다.

나가츠키가 젓가락으로 접시의 고기를 집어 올렸다.

 

이건 꽤 맛이 좋군. 무슨 고기지?”

모르는 편이 좋아.”

 

그렇게 말하는 사츠키. 그 말에도 나가츠키는 하얀 빛깔이 도는 고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닭고기 같군.”

줄무늬가 있는 닭이 있다면 그렇겠지.”

 

사츠키는 자기 몫의 고기를 나가츠키에게 주었다.

 

저기, 무라쿠모씨는 링가에서 지낸 지 오래 되셨나요?”

 

우시오가 물었다. 무라쿠모는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 길긴 하지. 거의 이곳에 있었으니까, 중앙의 사람들은 내 일일랑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해. 사령관이랑 질긴 인연이야.”

그럼 심해서함과도…….”

말했지, 여긴 중계점이니까 심해서함 따윈 안 나와. 그러니까 우리들도 리조트 기분으로 지내고 있어.”

 

그 말에, 제독도 웃었다.

 

무라쿠모의 말 대로다. 할 일이 없으니까, 놀아도 된단다.”

. , 바다에서 수영하고 싶어!”

 

사츠키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카게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함선 소녀니까, 바다는 얼마든지 봤잖아.”

제대로 된 수영을 하고 싶다고. 구조 훈련이 아니라.”

수영복 없어.”

들고 왔어.”

 

사츠키는 자랑을 하듯이 말했다.

 

카게로 것도 있으니까 안심해.”

어느 틈에 가지고 온 거야!?”

드럼통의 여유 공간이 있었단 말이야. 사이즈는 적당히 골라왔지만 뭐 괜찮지.”

그러니까 놀러 온 게…….”

 

사츠키가 무라쿠모와 제독을 보았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놀아도 괜찮아.”

함선 소녀에겐 오락도 필요하지.”

 

카게로는 반론을 하려고 하였지만, 그 전에 무라쿠모가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지겨울 정도로 헤엄쳤으니까, 너희들끼리 즐겨. 부두 좌측을 걸어가면 예쁜 백사장이 있어.”

여긴 기지지?”

요즘은 정박지라고 쓰고 리조트지라고 읽어.”

……적어도 뭔가, 훈련이 될 만한 게 좋은데. 자칭 정박지에서도 할 수 있는 것.”

 

다소 비아냥을 담은 카게로의 말에 무라쿠모는 잠시 생각하는 몸짓을 보였다.

 

그러게, 바다 밑바닥까지 잠수 좀 해줄래? 얕으니까 금방 닿아.”

조난자 수색 훈련이구나.”

아니. 조개를 따와 달라고.”

 

진심으로 기가 막힌 카게로에게 무라쿠모는 말을 덧붙였다.

 

먹기 위해서야. 사령관이 고기를 낚아주면 따올 필요는 없었다고.”

 

제독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이거 면목이 없군.” 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니까 조개를 따는 거야?”

 

그렇게 묻는 카게로. 무라쿠모는 긍정하였다.

 

다양한 식사를 하고 싶어서. 그러기 위해선 신선한 식재료가 필요하지.”

 

14구축대가 가져온 식재료는 보존성이 좋은 것들뿐이라, 야채나 해산물은 없다. 당연히 조개류도 없었다.

수상쩍다는 듯이 카게로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조개를 캐올 건 없잖아. 우리들은 해녀라도 된 거야?”

전직 축하해.”

훈련은?”

놀이도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그래? 그것도 아니면 남방서전귀의 숨통을 끊은 명 구축대는, 싸울 순 있어도 노는 건 못 해?”

~, 귀여운 소녀의 비꼼은 정말 좋아.”

비서함이 놀아도 된다고 말했으니까, 순순히 놀면 되잖아. 아무도 따지지 않는다고.”

 

무라쿠모는 그렇게 말하곤, 차로 밥을 삼켰다.

 

아침 식수 후는, 정말로 해수욕을 하였다.

사츠키가 수영복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었고, 전원 입어도 남을 정도였다. 튜브나 비치볼, 파라솔까지 챙겨왔었다.

 

언제 챙겨 넣은 거야.”

카게로가 보고 있지 않을 때.”

어디서 가져온 거야? 요코스카 진수부 매점에선 안 팔았다고.”

알고 싶어?”

아니, 됐어.”

 

카게로는 거절을 하여 공범이 되는 것을 피하였다.

무라쿠모가 가르쳐준 백사장은 모래알이 정말로 고왔고,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나부 파편이 백사장에 떠밀려 내려왔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일류 해변가 같았다. 푸른 하늘에 태양은 눈부셔서, 해수욕을 하는 데 이 만큼 적격인 날도 없을 것이다.

 

바다다! 다들 헤엄치자!”

 

사츠키는 솔선하여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그때가지 망설이고 있었던 함선 소녀들도 제각각 달려 나갔다. 카게로는 마지막까지 주저하였지만 결국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크롤, 평영, 일본의 전통(古來) 수영법까지 하였다. 함선 소녀가 되는 훈련 과정에서 수영은 싫을 정도로 주입받는다. , 그것은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한 것이며 레저 요소는 없다. 이렇게 즐기는 것은 다들 오랜만이었다.

 

아케보노, 멀리 나가자, 멀리!”

, 사츠키, 너무 잡아당기지 마! 아라레도 그만하라고!”

 

작은 몸이 사츠키와 아라레의 손에 끌려갔다. 우시오도 웃으면서 따라갔다.

카게로는 대강 수영을 한 뒤, 곧장 바다에서 올라와 백사장에 앉았다.

동료가 왁자지껄 놀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문득, 시야에 그늘이 졌다.

 

수영 안 해?”

 

나가츠키가 어깨에 수건을 걸친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게로는 힐끔 본 뒤 대답을 하였다.

 

이미 했어.”

……조금은 긴장을 푸는 편이 좋아.”

 

나가츠키는 옆에 앉았다.

 

우리들은 구축함이야. 언제 격전지로 갈지 모르고, 운이 좋아 살아남아도 다음은 그럴 거란 보장은 없어. 놀 수 있을 때에 노는 편이 좋아.”

 

구축함은 장갑이 얇고 야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화력도 빈약하다. 언제나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노는 것이,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카게로도 충분이 알고 있으며, 나가츠키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가츠키는 이어서 말했다.

 

사츠키가 옳아. 다소 지나치게 들뜬 걸지도 모르지만, 구축함 소녀는 저런 것이지.”

, 그렇지.”

다만 카게로가 헤이해지는 걸 염려한다면…….”

아아, 잠깐만. 내가 신경을 쓰고 있는 건 그런 게 아냐.”

 

카게로는 말을 가로 막았다.

 

뭔가 위화감이라고 할까, 맘에 걸려서.”

 

나가츠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거지?”

있잖아, 사츠키가 논다고 말을 했을 때, 무라쿠모가 말리지 않았잖아.”

제독이 허가를 내렸잖아.”

그렇지만, 아키츠마루씨도 말했지만, 우리들을 손님 취급을 한단 말이지. 보통, 전속을 해온 함선 소녀를 손님 취급을 할까?”

 

카게로는 자신들이 도착했을 때를, 순서대로 떠올렸다. 나가츠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링가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들은 외부인이야. 손님이 아닌가.”

서먹서먹하기 보단, 정말로 놀라고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우리들은 정식 명령으로 전속을 했는데 말이지.”

요코스카에서 우리들을 바캉스를 보내라고 보낸 걸지도 몰라.”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이나 아타고씨가, 의미도 없이 전속을 시켰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어.”

 

으응, 신음을 뱉었다.

그 때 바다에서 아케보노가 올라왔다.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 저 저 녀석들 날 바다에 가라앉혀서 완전범죄를 꾸밀 셈이야!”

 

따라온 사츠키가 아케보노를 잡았다.

 

같이 조개를 캘 뿐이래도.”

 

마찬가지로 따라온 아라레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살짝 잠수를 할 뿐…….”

그러니까 난 잠수가 싫다고! 전에 침몰할 뻔 했다고!”

잠수를 하면 분명 나을 거야…….”

 

아라레와 사츠키는 서로 도와 아케보노를 짊어졌다. 아케보노는 “PTSD에 걸리면 고소할 거야!” 라고 외치면서 끌려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카게로는 나가츠키에게 말했다.

 

링가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실은 바다가 오염되어 있다던가.”

우리들을 헤엄치게 한 것은 싸잡아서 처리하기 위한 거야?”

바다에 가라앉히는 것보단 안 들키겠지.”

 

나가츠키는 바다를 보았다. 아케보노와 사츠키와 아라레가, 꺅꺅 거리며 놀고 있었다.

 

링가의 사람들이 헤엄을 치지 않는 것도, 이걸로 부합이 가지.”

과연. 그렇지만 아키츠마루씨가 있어.”

 

카게로는 왼손 방향을 가리켰다. 좀 떨어진 곳에서 아키츠마루가 어색한 스타일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가츠키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나. , 맞을 리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바캉스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남국의 섬에 왔어, 노는 편이 이득이고, 나중에 그 때 놀 거라고 후회하는 일도 없겠지.”

뭔가 평소의 나가츠키를 생각하면 상당히 러프한 느낌이네. 좀 더 성실한 성격 아니었어?”

카게로랑 같이 있다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지.”

나 때문이야?”

칭찬하고 있는 거야.”

 

나가츠키는 미소를 지었다.

그 때 우시오가 찾아왔다. 붉은색 계통의 수영복을 입고 있어서, 푸른 하늘과 정말 잘 어울렸다.

 

수영은 안 하세요?”

나보다, 저쪽의 아케보노는 괜찮아?

 

카게로의 말에, 우시오는 바다로 시선을 주었다.

 

괜찮아요. 물에 억지로 빠뜨리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요즘, 아케보노에게 신경을 쓰시네요.”

귀찮아지면 우시오에게 맡길 거야.”

같이 수영 안 하실래요?”

내가 하지.”

 

나가츠키가 수건을 떨어뜨리고 일어섰다.

 

경영(競泳)을 하지 않겠나? 저쪽 암반까지.”

, 좋아요. 아케보노 네도 같이 하자고 하죠.”

 

둘은 바다로 들어갔다.

카게로는 한동안 멍하니 있은 뒤, “나도 수영할까.” 그렇게 중얼거렸다. 해수에 몸을 담가, 천천히 나가츠키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백사장에서 뻗어 나온 바다는 수심이 얕고, 발이 닿을 정도로 넓게 퍼졌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그야 말로 리조트지로서 번성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함선 소녀의 정박지가 되었고, 인간은 이곳에서 지내고 있지 않는다.

, 머리에 뭔가 닿았다.

비치볼이 떠있었다. 공을 던지 우시오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카게로는 주우면서 외쳤다.

 

겨루는 건 어떻게 된 거야!?”

카게로씨랑 노는 편이 즐거워요!”

 

비치볼을 던지려고 하자 다른 비치볼이 날아왔다. 카게로는 둘 다 던졌다.

하나는 우시오에게 맞았으며 또 다른 것은 나가츠키에게 부딪혔다.

 

이봐, 나한테도 맞출 셈인가?”

경영한다고 거짓말을 했잖아.”

그럼 이걸로 겨루지. 다른 사람에게 많이 맞추는 쪽이 이기는 거다!”

 

나가츠키가 공을 되던졌다.

카게로는 나가츠의 마음을 이해했다. 백사장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일부러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긴장을 풀게 해주려고, 사츠키가 잘 잘하는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그녀도 이런 방식을 취했다.

 

카게로한테 2, 우시오한테 3!”

나가츠키씨한테 2번이랑……아케보노한테 1!”

나는 우시오한테 2번이랑……아케보노한테 1!”

 

카게로는 멀리 있는 아케보노에게 던졌다.

거리는 있었지만 멋들어지게 명중. 아케보노는 요란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이쪽을 향해 왔다.

 

뭘 하는 거야!”

조개만 캐고 있어봤자 지루하잖아.”

정말 고맙네요, 나도 할래!”

 

아케보노는 비치볼을 두 개나 카게로에게 던졌다.

 

카게로한테 1, 카게로한테 2! 돌도 던져도 돼?”

 

카게로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치볼을 주워, 사츠키에게 던졌다.

 

사츠키 도와줘, 아케보노가 날 괴롭혀.”

~, 나도 할래!”

 

사츠키는 희희낙락거리며 비치볼을 주워 마구잡이로 던졌다.

 

에잇! 다들 맞아라!”

 

그것을 계기로 전원이 어지럽게 변칙 피구를 시작하였다.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 많이 맞추려고 필사적으로 공을 던졌다, 비치볼 쟁탈전마저 일어났다. 나가츠키와 아라레에 이르러선 둘이 협력을 하여 비치 매트를 들어 휘둘러댔고, 우시오와 사츠키는 비치 파라솔을 방패로 삼아 막았다. 아케보노는 전부 쓰러뜨려주겠다는 듯이 혈안이 되어 비치볼을 투척하였다. 유치한 놀이이기에 진지해지는, 구축함의 진면목이 발휘되었다.

바다 위가 난투 상태의 프로 레슬링처럼 변하였다.

카게로는 한동안 참가를 한 뒤, 다른 쪽으로 헤엄을 쳤다.

한동안 평영으로 헤엄을 쳤다. 목표로 삼은 곳에 도착하였다.

 

아키츠마루씨.”

 

전방에서 헤엄을 치고 있던 아키츠마루는 놀라며 돌아보았다. 금세 생긋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카게로님.”

일은 쉬는 거야?”

아닙니다. 이미 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어제는 서류 정리 하지 않았어?”

끝났습니다. 게다가 제독님에게, 이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에게 말씀을 하셨지 말입니다.”

 

아키츠마루는 전통 수영법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때때로 파도에 밀려 백사장으로 떠밀려질 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수영 연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링가에선 귀여운 여자는 수영을 못 하는 법칙이라도 있어?”

저는 육군 출신이라서 그렇습니다.”

수영 잘 하고 있잖아.”

여러분들에겐 못 미치지 말입니다. 육상에 관한 일이라면 잘 하지만.”

 

확실히 수영은 하고 있지만 어색한 점이 있었다. 이래선 피로도 쉽게 쌓일지도 모른다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함선 소녀잖아.”

해상 전투는 여러분들에 비해 떨어지길 마련입니다. 어떻게 개선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안색으로 알 수 있었다.

카게로는 수영을 하면서 생각했다.

 

그럼, 이번에 우리들 훈련에 따라올래?”

훈련을 하는 것입니까?”

아키츠마루씨라면 환영하는 데.”

 

아키츠마루의 표정이 빛났다.

 

, 부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불안하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은 괜찮습니까? 요코스카에서 휴가를 받아 오셨는데, 저와 훈련을 하느라 시간을 쓰시다니.”

휴가가 아니야……그 말, 누구한테 들었어?”

 

카게로는 그만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아키츠마루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대답을 하였다.

 

무라쿠모님입니다. 비서함의 말씀이니, 전 완전히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으응……미안, 혼자서 수영을 해줄래?”

?”

, 먼저 올라갈게.”

 

카게로는 아키츠마루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해안을 향해 헤엄쳤다.

 

카게로는 수영복에 수건을 걸치고, 청사까지 달려갔다. 문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 무라쿠모!”

 

무라쿠모는 뒹군 채로 잡지를 읽고 있었다. 카게로 일행이 가져온 것이며, 표지에는 인기만발 깜찍 함선 소녀 메이크.”라고 적혀져 있었다. 매점에서 적당히 산 것이다.

그녀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수영복 차림새로 무슨 일이야? 요코스카에서 그런 짓을 하면 영창감이잖아.”

 

잡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링가에선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만.”

우리들 휴가야?”

그렇게 들었어.”

거짓말이지. 여길 찾아온 구축함이 6명이라고. 놀게 할 여유가 있어?”

 

서방 공세 작전이 전개되고 잇는 현재, 함선 소녀는 가능한 한 쓰고 싶을 것이다. 그야 말로 원정임무라고 해도 사람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게로는 아타고가 무슨 생각이 있어 전속을 시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놀기만 할뿐이고, 아키츠마루도 휴가로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뭘 노리고 있어.”

노려? 설마.”

 

무라쿠모는 소파에서 내려와, 사무 책상까지 걸어가 갈색 봉투를 꺼냈다. 카게로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너희들이 들고 온 명령서.”

전속 명령서지.”

읽어봐.”

 

카게로는 봉투에서 얇은 종지를 꺼냈다. 눈으로 읽었다.

 

어디보자, 14구축대에게 단기간 휴가를 부여한다. 서명, 요코스카 진수부 비서함 아타고……에엣!?”

 

그녀는 놀라서 몇 번이나 읽었다.

물론, 아무리 보아도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전속이 아니라, 이건 단순한 휴가 허가증이었다.

무라쿠모는 지극히 평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는 거야. 휴가를 줬으니 놀지 그래.”

, 전속이라고 들었는데?”

깜짝 놀래주고 싶었나보지. 깜짝 선물이네.”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도 된다는 거야?”

괜찮잖아. 어쨌든 링가에선 할 일이 없다고.”

 

카게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 이유가 있어서 전속을 시켰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국의 섬에서 바캉스였을 줄이야. 다양한 추리를 한 자신이 바보 같다.

그녀는 말문을 닫았고, 긴장을 풀었다. 그제 서야 자신이 수영복 차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더 헤엄치고 올게.”

다녀와.”

그렇지만 제14구축대 훈련은 할게. 안 하면 실력이 녹슬어.”

맘대로 해.”

 

무라쿠모는 다른 잡지를 짚고, 또 다시 소파 위에서 뒹굴었다. 카게로는 찰팍찰팍, 발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야 말로 비치볼로 전원 녹아웃을 시킬 셈이었다.

 

점심 식사 후도 역시 해수욕, 을 카게로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구축대 전원을 모아 말했다.

 

아무리 반쯤 놀이라고 해도 역시 생활환경 개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

 

구태여 진지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좀 더 득이 되는 일을 하자.”

구체적으론 뭘 하는데.”

 

묻는 아케보노. 카게로는 잘 물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식사용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싶어.”

, 만드는 거야?”

. 저쪽 방에서 제각각 흩어져서 먹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러니까 청사 밖에 큰 테이블을 두고 다 같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 가능하면 지붕도 만들어서.”

무라쿠모씨나 아키츠마루씨 것도?”

당연하지.”

제독 것도?”

.”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식사를 하면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것이 카게로의 주장이었다.

아케보노는 어딘가 불만스러워 보였다.

 

그런 것 치곤, 요코스카 진수부에선 나는 내버려두고 밥을 먹기도 했었지.”

그건 아케보노가 아카시씨한테 잡힌 게 나쁜 거야. , 시작하자.”

 

카게로는 손뼉을 두들기며 구축대 멤버들을 재촉했다.

테이블 제작에는 재료가 필요하다. 카게로는 아라레와 둘이서, 청사의 주변을 탐색했다.

 

반쯤 부서진 책상이 있었으니까 그걸 이어 붙이자.”

나무를 베는 거야……?”

그런 짓을 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쓰레기장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렇게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청사 뒤에 폐자재 저장소를 발견했다. 목재가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마치 무라쿠모가 지나가고 있었기에 카게로는 말을 걸었다.

 

무라쿠모! 이거 가져갈게!”

얼마든지 가져가. 태우는 것 말곤 쓸 길도 없으니까.”

 

허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사양 없이 물색하기 시작했다. 아라레와 갈라져서 평평한 목재를 찾았다.

문득 옆을 보았다. 그 뒤,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무라쿠모에게 물었다.

 

잠깐만.”

뭐야. 지금부터 낮잠이란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이 건물은 뭐야?”

 

무라쿠모는 가까이 다가와 대답했다.

 

자재 창고. 전투에 필요한 장비도 보관하고 있어.”

단순한 리조트지라는 건 아니구나.”

그야 정박지인걸. 멋대로 열지 마, 이곳만큼은 나 아니면 사령관의 허가가 필요하니까.”

알고 있어.”

 

아라레가 카게로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찾았어…….”

 

폐자재 안에, 아직 써먹을 만해보이는 테이블이 버려져 있었다. 상당한 크기다.

카게로는 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했다.

 

튼튼해 보이네.”

버리는 건 아까워…….”

왜 이렇게 좋은 게 있는데, 저 방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이거, ……?”

당연하지.”

 

무라쿠모는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있었기 때문에 둘이서 잡아당겼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크다. 전원이 사용할 식기를 늘어놓아도 여유 공간이 있을 것 같다.

 

의자도 있어…….”

 

아라레가 폐자재 저장소 안을 보면서 말했다.

 

상당히 많아…….”

사용하자. 지붕 대신 쓸 시트도 없으려나.”

캔버스 시트가 저쪽에 놓여 있었어…….”

그럼 꽤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네. 누가 도와줄 사람을 데리고 와줄래? 그리고 공구.”

 

아라레는 사람을 부르러 갔다. 금세 전원이 찾아왔다.

카게로가 지시를 내리고, 테이블과 의자, 캔버스 시트를 옮겼다. 적당한 나무 기둥을 찾아 캔버스와 로프로 지붕을 만들고, 그 밑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순식간에 간이식당이 완성되었다.

 

뭔가 반나절 만에 끝나버렸네.”

 

사츠키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의자가 많이 있으니까, 역시 전에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무인도나 다름없는 곳이지. , 식사 준비하러 가자.”

 

카게로가 말했다.

태양이 가라앉기 전에, 저녁 준비를 해야만 한다.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모든 걸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것은 아니었으며, 전원이 일을 분담하였다.

카게로는 하릴 없이 서있는 함선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사츠키 냉장창고에 뭔가 식재료가 없는지 보고 와줘.”

어디에 있어, 그거.”

청사에 붙어 있었어. 자재 창고랑 마주 보는 곳이야.”

 

머지않아 사츠키가 돌아왔다.

 

그다지 먹을 건 없었어. 뱀고기 말곤.”

역시 여긴 건성으로 돌아가네.”

그러니까 조개를 캐는 거잖아?”

 

당연한 의견이었다.

오늘의 저녁은 밥과 된장국. 그리고 조개찜. 그 외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콩조림. 복숭아 통조림. 단무지 통조림.

착석한 무라쿠모는 어추구니 없어 했다.

 

일부러 이렇게까지 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데.”

어차피 먹는다면 다 같이 먹는 편이 좋잖아. 이렇게 하면 단결심도 강해지고, 연대 의식도 높아져.”

14구축대의 유의야?”

.”

 

카게로는 솔선하여 밥과 된장국을 펐다. 잽싸게 식탁에 늘어놓았다.

 

그러고보면 청사의 냉장고를 뒤졌는데, 그다지 식재료가 남아있지 않았어. 굶을 셈이야?”

너희들이 옮겨왔잖아.”

안 오면 어쩌려고.”

어떻게든 돼. 남쪽 바다에선 자급자족은 기본이니까.”

 

무라쿠모는 태연했다.

전원이 착석하자. 제독도 찾아왔고, 역시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는데.”라고 말했다. 다만 얼굴은 만면의 미소였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사츠키가 말했다.

 

~,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녀는 테이블 밑에 손을 뻗었다. 맥주병 몇 개를 꺼냈다.

카게로는 진절머리를 쳤다.

 

, 있잖니.”

화내는 건 일단 미뤄줘. 이거 내가 요코스카에서 가져온 게 아냐.”

안 들고 왔을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라, 여기 냉장창고에 있었데두.”

 

사츠키는 유쾌하게 테이블에 맥주병을 늘어놓았다.

 

어서 따자.”

그건 안 돼.”

 

말린 것은 카게로가 아니다.

무라쿠모가 손을 뻗어, 마개를 누르고 있었다.

어리둥절 하는 사츠키.

 

그렇지만 이거, 오래 되어 보이니까 마시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

 

맥주병을 보면 라벨은 벗겨지기 시작했고, 병에도 흠집이 상당히 가있었다. 방치를 해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무라쿠모는 고개를 저었다.

 

따지 않기로 되어 있어.”

?”

이유야 어쨌든. 테이블에 놓는 건 괜찮아도, 마시진 않아. 식사가 끝나면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놔.”

 

반론은 용납하지 않는 말투였다. 노제독도 듣고 있었을 텐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츠키는 체엣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말에 따랐다.

석연치 않은 느낌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멀리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파도 소리도 전해져 왔다. 지금은 고즈넉하게 바람도 흘러와 습기를 날라주었다.

이러고 있으면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이곳이 정박지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 좋은 분위기잖아.”

 

카게로는 간이식당을 마련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밥도 맛있……뭔가 밥이 너무 진 거 아냐?”

죄송해요……물의 양을 잘못 조절했어요.”

 

우시오가 면목이 없다는 듯이 굴었다.

 

오늘은 우시오가 지었구나.”

. 아케보노가 조개를 따왔으니까요, 밥은 제가 하려고.”

따왔기 보단, 마지못해 따온 거지만.”

 

아케보노가 부루퉁하게 말했다.

 

빠져 죽으면 어쩌려고 그런 거야.”

 

아라레가 기계적으로 젓가락을 입으로 옮기면서 말했다.

 

괜찮아……그만큼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물에 빠지지 않고……PTSD에도 안 걸려…….”

그러고보면 아라레는 수영도 잠수도 굉장히 잘 했었지.”

그렇지만 가장 조개를 많이 캔 건, 아케보노…….”

 

카게로는 어머나.” 감탄을 하며, 조개찜을 집었다.

 

아케보노가 캐온 조개맛을 한번 보자고……어머나 굉장해라, 이 조개, 조개 껍데기 같은 맛이 나.”

그야 조개껍데기니까.”

 

아케보노의 대답에, 카게로는 물끄러미 접시 안을 살펴보았다.

 

왜 조개껍데기가 내 접시 안에 있는 건데.”

조리하던 도중에 귀찮아져서 껍데기 벗기는 거 관뒀어.”

이거 무슨 조개야? 본 적 없는 모양인데.”

글쎄? 그렇지만 독은 없어.”

아케보노는 안 먹고 있잖아?”

그렇지만, 독이 있으면 곤란하잖아.”

 

카게로는 잽싸게 젓가락을 놓았다. 무라쿠모가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하하. 여기서 잡히는 조개에 독은 없으니까 괜찮아.”

정말이야?”

 

수상쩍은 시선을 보내는 카게로.

 

그건 사실이야.”

 

그 말을 듣고, 카게로는 식사를 다시 시작하였다. 무라쿠모는 아직도 웃고 있었다.

 

사이좋은 구축대구나.”

물론 사이 좋아. 독이 있는 조개를 먹여줄 정도로.”

그러니까 독은 없데도. 구축대가 6명이라니, 상당히 많네.”

여러 사정이 있거든.”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함께 헤쳐 나왔다. 당초에는 문제아를 긁어모아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구축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서로 몸을 끌어안아 울기도 하며, 포탄과 물기둥의 무리를 해쳐 나왔다. 그 과정에서 거머쥔 우정과 단결심이다. 어지간한 일로 망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6명이 함께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믿고 있었다.

무라쿠모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구축대라서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이지.”

……부러운 걸.”

 

카게로는 무라쿠모의 말투에, 왠지 모르게 위화감을 느꼈다.

 

무슨 일 있었어?”

으응. 그렇다면 더더욱 링가에서 휴가를 만끽해야겠네. 사이좋은 구축대를 위해서.”

 

무라쿠모는 생글거리며 말했다.

아라레는 일어섰다. 부엌에 주전자를 가지러 갔다. 슬슬 차가 마시고 싶어지는 때이다.

 

……링가는, 한참 전부터 이런 느낌이었나요?

 

우시오가 무라쿠모에게 물었다.

 

조개는 캐는 걸 말하는 거야? 전에는 생선 요리쪽이 많았어.”

아뇨. 전부터 사람이 적었는지 궁금해서요.”

 

무라쿠모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그러게. 좀 더 떠들썩한 때도 있었나.”

뭐니해도 남국의 섬에선 계절감은 존재하질 않으니. 일 년 내내 새가 울고 스콜이 오는 것의 반복하는 것이 원인이겠지.”

 

제독이 회화에 참가하였다. 무라쿠모가 그 노인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지금 몇 년 째 이곳에 있었지?”

글쎄다. 달력이 어느 사이엔가 사라졌으니.”

확실히 누가 목욕물 때우는 떼 쓸 불씨로 썼어.”

이봐. 비서함이라면 말리지 못 할까.”

사령관이 태웠는데.”

 

제독은 노인은 건망증이 심해서 큰일이군.” 이라고 말하면서 천천히 된장국을 마셨다.

보통, 제독쯤 되면 함선 소녀와 테이블을 마주할 일은 없으며, 식사에는 당번병이 수반을 하고 악대가 연주까지 한다. 진수부에선 그것이 상식이며,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무런 위화감 없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으며, 허물없이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링가에 심해서함이 쳐들어 온 적은 없었나요?”

 

우시오는 또 다시 무라쿠모에게 물었다. 역시 제독에게 직접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제독이 대답하였다.

 

내가 왔을 당시에는 몇 번 있었지. 늘 무라쿠모가 출격했었어. 금세 비서함이 자리를 비우니, 나는 직접 장작을 쪼개기도 했지. 밥 준비도 모두가 먹을 걸 내가 만들었어.”

그 때가 가장 바빴으니까.”

 

또 무라쿠모가 말한다. 큼지막한 단무지를 아삭거리며 먹고 있었다.

 

지금은 편하기 그지없어. 남국의 섬에서 뒹굴 수 있다니, 함선 소녀가 된 보람이 있었어.”

하아…….”

 

우시오는 약간 기가 막힌 느낌이다.

 

전투는 없다고 해도, 그 밖에 뭔가 안 하나요. 독서라던가, 스포츠를 한다던가.”

여기엔 제대로 된 오락거리가 없어. 너희들이 오기 전까지 최고의 재미는 청사 문까지 오는 게의 수를 세는 거야.”

거짓말이지요.”

미안 거짓말이었어. 그건 두 번째 재미야.”

첫 번째는 뭔가요?”

듣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의미심장한 말투였다.

식사도 끝이 다가왔다. 이러니저러니 회화도 물이 올랐다.

 

아아, 오랜만에 많은 함선 소녀를 보았구나. 같이 식사도 할 수 있을 줄이야.”

 

제독이 호탕하게 웃었다.

 

회춘은 하지 않지만, 요코스카 시절을 떠올렸어.”

 

놀라며, 나가츠키가 말했다.

 

요코스카에 재적하셨나요.”

, 그렇지. 그쪽에서도 제독을 했었고말고.”

 

나가츠키는 의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처음 알았습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요코스카를 떠났으니 말이지, 네가 날 모르는 건 당연해. 그 이름이라면 원래 소속은 사세보지.”

. 요코스카에 전속을 왔습니다.”

사세보의 제독은 머리도 잘 돌아가고 수완도 좋지만, 자기가 뒤로 밀리면 금세 심통을 부리는 것이 흠집이야. 이번 공세에선 분명 분발을 하겠지.”

사세보 제독을 아시는 군요.”

구레 녀석도 알고 있지.”

 

카게로가 입 속에서 돼지고기를 급하게 삼켰다.

 

전 구레에 있었는데, 사령관이랑 그다지 이야길 한 적이 없어요.”

 

그녀는 본래 구레 진수부에 재적하고 있던 제18구축대에 소속하고 있었다. 발탁되어 요코스카까지 온 것이다.

노인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자신의 주제파악을 할 줄 아는 남자이니. 함선 소녀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자신이 파고들거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게 하지 않았지. 긴장감을 가지길 바랬던 것도 있겟지만, 그 편이 마음도 편하겠지.”

비서함 분도 무서웠어요, 그곳은.”

경순양함에게 비서함을 시키니, 구축함들이 겁을 먹는 것이야. 오히려 비서함은 구축함이야 말로 적격이야. 손녀와 이야길 하는 것 같아서 즐겁지.”

 

제독은 무라쿠모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는 노인 뒷수발을 하는 기분이야.”

……, 구축함도 여러 종류가 있지. , 맞다, 요코스카의 젊은 것도 잘 알고 있지. 그 젊은 것은 처음에, 함선 소녀와 이야길 하는 것만으로 긴장을 했어. 그런 녀석이 제독을 하고 있다니, 진수부도 이젠 끝장났다고 생각했지. 실패도 많이 하고, 호쇼가 없었다면 자신감을 상실해서 중이 되어 절에 틀어박혔을 거야.”

그런가요.”

그렇고말고. 하지만.”

 

노인은 히쭉 웃었다.

 

지금은, 조금은 제독다워진 것 같군.

 

제독은 옆에 앉아있는 함선 소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 옛날이야길 하면 한도 끝도 없지. 아키츠마루에게도 요코스카나 구레를 보여주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아키츠마루는 긴장을 한 듯 한 태도로 대답했다.

 

마음 씀씀이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링가가 좋습니다.”

시야를 좁힐 건 없어. 이 구축함들을 따라가렴.”

각하의 곁을 떠날 순 없습니다.”

 

또렷한 어조로 말하였다. 노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언젠가 노인의 뒷바라지에 질릴 거야. 무라쿠모를 봐.”

? 지루하단 말을 잊어버렸어.”

 

무라쿠모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귤을 다 먹고 차를 마시고, 저녁 식사를 끝났다.

남은 건 뒷정리다. 이것도 자기가 직접 해야만 한다. 점점 더 캠프같아 졌다.

카게로는 제독에게 말했다.

 

내일, 훈련을 해도 괜찮나요?”

그런 건 비서함에게 말하도록.”

아키츠마루씨도 권유하고 싶어요.”

 

노인은 아키츠마루에게 하겠나?” 라고 물었다.

아키츠마루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켜주게나.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 무라쿠모야. 나에게 말을 할 필요는 없어.”

 

제독은 일어섰다.

 

그럼 나는, 밤낚시를 즐기도록 할까. 아침에는 허탕을 쳤으니 그 리벤지를 해야지.”

 

노인이 청사를 향해 걸었다. 함선 소녀들은 전원 일어서서 안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았다.

겨우 뒷정리가 시작되었다. 카게로는 식기를 겹치면서 말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훈련을 하러 갈 거야. 우선 주위의 수심과 해류를 조사하고, 그 뒤 지형 파악. 섬이나 산호초 위치를 머리에 중비할 거야.”

휴가를 보내러 온 건데, 그렇게까지 해?”

 

무라쿠모가 말했다. 카게로가 곧장 대답하였다.

 

이것도 제14구축대 유의야.”

……구레에서 자라난 구축함은 이래서 안 돼.”

 

말리진 않았지만 상당히 기가 막힌 것 같아 보였다.

뒷정리가 끝나고, 밤도 깊어졌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카게로는 청사 안의 침실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야간 훈련은 아직 안 해도 된다고 치고, 잠을 잘까 말까.”

담력 시험이라도 해?”

 

아케보노가 말하지만 카게로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담력 시험도 좋아 보이지만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잃어버릴 게 뻔해.”

 

우시오가 살며시 손을 들어올렸다.

 

실내에서 게임이라도 하는 건 어떤가요.”

그것도 좀 그런데. 저번에 다 같이 끝말잇기를 했잖아. 밤을 새서 해도 결판이 나지 않았잖아.”

그건 아라레가 인명도 괜찮다고 말하니까 그런 거야.”

 

나가츠키가 말했다.

 

덕분에 장기전이 되버렸어. 루로 시작하는 말은 루급 말곤 없을 텐데, 루이 몇세가 계속 이어졌다고.”

그거……나가츠키가 시작한 거…….”

내가 한 건 루드비히다!”

 

아라레의 말에 나가츠키가 항의했다. 우시오는 둘 다 인텔리해 보이네요.” 라고 중얼거렸다.

사츠키가 기세 좋게 손을 들어올렸다.

 

저요! 저요! 할 말이 있어! 여기 있는 애들 전부!”

 

반사적으로 카게로는 경고를 하였다.

 

술판을 벌이자는 소리 하지 마.”

뭐야, 내 맘을 읽지 말라고……. 그럼 목욕 하자.”

그러고 보면 하질 않았네.”

 

일 년 내내 바다 위, 가끔씩은 바다 속에 있는 등, 갯내를 흩뿌리고 있는 함선 소녀에게 있어서 입욕은 지복의 한 때이다. “과자를 먹는 것보다 좋아.” 라고 주장하는 사람마저 있다.

링가에 도착하고 나서, 목욕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일을 하는 사이에 깜빡한 것이다. 해수욕을 한 뒤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럼, 다 같이 할까.”

 

카게로의 말에 대부분 찬성하였다. 물론 제14구축대 멤버들도 목욕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 한 명만이 찬동을 하지 않았다. 시선이 그 인물에게 집중했다.

 

그렇지만 저기……목욕은 그거죠……

 

우시오가 망설이는 듯이 말했다.

 

정말로 하나요……?”

,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거 말곤 목욕할 수단이 없잖아.”

 

카게로는 말했다. 그대로 망설이는 우시오를, 전원이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야. 모든 건 일단 해보고 보는 거지.”

 

그녀는 우시오를 잡아당겼다.

 

……그런 소릴 했지만, 막상 보면, 이게 또 망설여져 버리네.”

 

목욕 수건을 몸에 감은 카게로는 물끄러미 눈앞에 있는 드럼통을 바라보았다.

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된 링가의 목욕탕에는, 소위 말하는 욕조는 없었다. 있는 것은 세 개의 드럼통. 이곳에 물을 채우고, 밑에서 장작이나 폐자재를 태워서 물을 덥힌다. , 드럼통 목욕탕인 것이다.

물은 이미 데워져 있었다. 그러니까 남은 것은 들어가는 것뿐이다.

 

~쩜담.”

 

카게로는 지금까지 드럼통 목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애당초 그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역시 관둘까요?”

 

주저하며 우시오가 말했다.

 

으응, 하자.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는 발판을…….”

 

아라레가 설명했다.

 

다리를 벌리면서 들어가……드럼통을 직접 만지면 뜨거우니까……조심해…….”

잘 알고 있네.”

무라쿠모씨한테 들었어…….”

 

목욕물을 덥히는 것을 자처한 것은 그녀였다. 그 때 물어본 걸 것이다.

카게로는 적당히 들어가자.” 라고 말한 뒤 솔선해서 드럼통에 들어갔다.

드럼통 욕조에는 발판을 밑에 가라앉혀서 발판이 떠오르지 않도록 발을 위에 올렸다. 그렇게 하여 직접 드럼통 바닥에 발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6명이기에, 드럼통 한 개에 2명이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각자 적당히 골랐기 때문에 카게로와 우시오. 나가츠키와 사츠키. 아라레와 아케보노로 갈라졌다. 드럼통은 그렇게 딱히 크지 않았다. 솔직히 갑갑함을 느꼈다. 게다가 앉을 수 없기 때문에 일어선 채로 해야 했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탓에 모두의 얼굴에는 한결같은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후우…….”

 

카게로는 숨을 뱉었다.

목욕탕의 주위는 함석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선을 차단해주고 있지만 천정은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노천목욕탕과 마찬가지로 별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풍치가 있네.”

자칫 잘못하면 삶기는 거랑 다름없지만. 이런걸 뭐라고 부르지? 가마솥 목욕탕?”

 

그렇게 말하는 아케보노. 카게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또 그런 소릴 한다.”

그렇지만 이거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한다고. 드럼통이 쓰러지면 어쩌려는 거야.”

 

아케보노는 드럼통의 가장자리에 손을 대려고 하다가 앗뜨거!” 라고 외치면 손을 집어넣었다.

아라레가 조용히 말했다.

 

가장자리에 손을 대면 안 돼……아직 불이 붙은 상태…….”

쪄죽기 전에 나가고 싶은데.”

숫자 100을 센 다음……나가.”

어린 애가 아니라고!”

나는 뜨거운 거……괜찮아……

나는 한계가 있다고!”

 

드럼통 안의 목욕물이, 참방거리며 튕겨 올랐다. 나가냐, 나가지 않냐,로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카게로는 아케보노와 아라레를 방치하고, 별하늘을 보았다.

남방 해역에 위치한 탓인지 요코스카의 하늘과는 딴판이다. 함선 소녀는 야간에 길을 헤매지 않도록, 주요 별자리의 이름과 위치를 주입 받는다. 천측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 배운 별이다.” 라고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 우시오.”

 

같이 들어간 우시오가 대답을 하였다.

 

?”

드럼통 목욕이 3개라는 건, 적어도 3명이서 동시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는 거지.”

그러네요.”

무라쿠모랑 아키츠마루씨가, 제독이랑 같이 할 거라고 생각해? 나이를 먹었다고 해도 남자야.”

안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는 건, 함선 소녀가 최저 3명은 있었던 거지.”

 

카게로는 말했다. 한 개의 드럼통 목욕을 돌려쓰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를 늘린 것이다. 3명은커녕 그것보다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독은, 예전엔 있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지만 이 드럼통 목욕, 전부 얼마 전까지 사용된 것 같아. 아라레가 저런 소릴 했으니까.”

으음, 정비나 개발 스태프가 있었다는 건 어떤가요?”

지금은 없어. 우리들이 직접 식사를 만들 정도니까.”

카게로씨는, 스태프 분들도 있었지만, 없어진 게 아닌가,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인가요?”

.”

 

카게로는 긍정하였다. , 링가는 얼마 전까지, 어느 정도 사람들의 손에 관리, 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함선 소녀가 둘에 제독이 한 명 밖에 없었다. 애초에 제14구축대가 전속하는 데 스태프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였다.

 

어쩌면, 우리들이 오는 것은 예상치 못 한 일이었던 걸까.’

 

좀 찝찝한 추측이 된다.

 

……카게로씨.”

 

우시오가 말했다. 카게로는 깜짝 놀랐다.

 

미안, ? 뜨거워?”

아뇨……왜 저희들, 서로 등을 마주보고 있는 건가요.”

 

둘은 서로 등을 돌린 채, 드럼통 속에 서있었다.

 

 



그렇지만 서로 마주보고 하는 건 싫잖아. 알몸으로 서로 껴안아?”

껴안고 싶다는 소린 안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전원이 한꺼번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지.”

이제와서 그런 소린 하지 말아주세요.”

우시오의 큼지막한 것이 싫어도 눈에 들어오고.”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아케보노는 뭘 하고 있나요.”

 

우시오가 있는 곳에선 다른 드럼통 욕조가 안 보인다. 카게로는 힐끔 확인하였다. 사츠키와 나가츠키는 조용하였다. 무언가 소곤거리며 이야길 하고 있었다. 아케보노와 아라레는 아직도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 평소대로야.”

또 뭔가 하고 있는 거로군요. 아케보노야!”

 

우시오는 등을 돌린 채 소리를 질렀다.

 

작작 하세요! 목욕은 이만 해요!”

나는 그만하고 싶다고!”

 

아케보노는 날뛰면서 대답을 하였다. 우시오는 정말.” 이라고 말하면,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타올을 겹쳐서 가장자리를 잡고는 단번에 드럼통에서 나왔다.

 

, 잡아당겨 드릴게요.”

내가 아니라 아라레 탓이라고!”

 

아케보노는 아직도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카게로는 멍하니 별을 바라보면서 링가 정박지에 대한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날 밤.

제독은 낚시대를 어깨에 걸치고, 가슴에는 소형 램프를 드리우고 양동이를 손에 든 채 청사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해는 한참 전에 가라앉았고, 달빛도 없다. 밤낚시를 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거 참, 이 나이가 되면 이 정도 언덕길도 올라가기 귀찮아지는 군.”

 

청사의 창문에 불빛은 없었고, 출입구 옆에 있는 백열등만이 멍하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곳에 한 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그녀는 물끄러미 제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와.”

오호, 마중인가. 자고 있는가 싶었다.”

 

무라쿠모는 마스트를 창처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제독에게 다가갔다.

 

배회 노인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비서함의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렇게까지 나이를 먹진 않았다고.”

그건 어떨까.”

 

그녀는 제독의 양동이에 시선을 주었다.

 

낚였어?”

아니. 입질도 안 했어. 아침보다 끔찍하군.”

~.”

 

무라쿠모는 고개를 젖혔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지. 아키츠마루도 어떻게 해야겠군.”

억지로 배워 태울 수 있다면 좋았는데.”

 

제독은 양동이를 뒤집어, 출입구 옆에 두었다.

 

부탁한다. 비서함.”

알았어. 어서 저 녀석들을 쫓아내자.”

 

무라쿠모는 문을 열고, 노인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후 자신도 들어가,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살며시 문을 닫았다.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