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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3권 제3장 -잠수함을 찾아라-


내가 쓸게.”

왜 네가 쓰는 건데.”

연락을 하고 있으니까.”

네가 하는 건 연락이라기 보단, 룸메이트의 밀고잖아.”

 

사츠키는 손을 뻗어 편지지를 잡아당겼다.

 

~, 시라누이에게. 카게로는 저를 스파이 취급을 합니다. 너무합니다.”

그만해.”

그 다음이 궁금하다면 뭔가 맛있는 것을 보내주세요…….”

그만하래도.”

 

카게로는 사츠키의 손에서 편지지를 빼앗았다. 다시 만년필을 쥐었다.

조금 쓰다가 금세 펜이 멈추었다.

 

……뭔가 쓸 게 그다지 없네.”

링가에 온 것 말곤 없지.”

 

만년필 머리 부분을 턱에 대고 고민하는 몸짓을 하였다.

 

14구축대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걸로 쓸까.”

그거, 시라누이는 많이 읽었다고 나한테 보내는 편지에 쓰여 있었어. 몇 번이나 쓴 거야?

“11번인가.”

많지 않아?”

“12번째를 쓰자.”

 

카게로는 잽싸게 만년필을 움직였다. 사츠키는 ~~.”라고 소리를 내면서 다시 자신의 이불에 속에 기어들어 갔다.

간결하게 쓰고 쓰는 김에 무라쿠모와 아키츠마루에 대한 일도 쓴 다음 봉투에 놓고, 밀봉을 하였다.

그러고 난 뒤 일어났다. 식당 겸 회의실 겸 담화실 겸 작전사령실로 갔다.

실내에서 무라쿠모가 소파에서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으며, 아키츠마루가 해먹에서 몸을 말고 있었다.

카게로는 무라쿠모의 몸을 흔들었다.

 

, 아침이야. 태양이 떴다고.”

~……태양은 어제 폭발했으니까, 해는 뜨지 않을 거야…….”

편지를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

 

무라쿠모는 살며시 눈을 떴다.

 

포기해. 배가 안 와.”

?”

편지를 회수하러 오는 배가 안 오니까, 보낼 수가 없어.”

 

이런 섬에서 편지를 보낼 경우에는, 한꺼번에 모은 다음에 연락선에 맡긴다.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하다. 카게로는 여기서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배가 안 온다니, 그럼 보급도 없어!?”

너희들이 들고 왔잖아…….”

다음은 언제 오는 거야. 한참 앞?”

몰라. 이제 좀 더 잘 거야.”

 

무라쿠모는 등을 돌리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카게로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양팔을 벌렸다. 배가 안 온다니 이건 정말 어떻게 된 것이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터지면 큰일이 아닌가.

적어도 자신들만이라도 훈련을 해야지. 그녀는 손으로 자신의 볼을 두들겼다. 기합을 고쳐 넣었다. 14구축대는 그 누구보다도 훈련을 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링가에서 놀게 하다니, 분명 자신들을 부러워한 녀석들의 짓이다. 너희들 뜻대로는 안 될 거야.

카게로는 당장 훈련 계획을 짜기 위해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다.

 

14구축대는 아침 식사 후 곧장 훈련을 하였다.

백사장에서 구보를 하여 몸을 데운 뒤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부두에서 모였다.

 

탄약이랑 무선 체크. 신호등도 확인. 다들 준비 됐지.”

 

카게로는 모인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말하지만. 오늘 훈련에는 아키츠마루씨도 같이 해.”

 

아키츠마루는 긴장한 기색으로 경례를 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 풀어. 으음, 인원수가 늘어났으니까, 2개조로 나눌게.”

 

함선 소녀는 최대 6명이서 행동한다. 실전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가장 효율적 인원수라고 판명된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함대를 나누게 된다.

 

한쪽은 나랑 우시오, 아케보노. 그리고 아키츠마루씨. 다른 쪽은 나가츠키랑 사츠키랑 아라레.”

~, 또 카게로랑 아케보노가 같이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츠키. 카게로는 의아하게 물었다.

 

우시오도 같이 있는데.”

요즘 사이 너무 좋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아케보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지휘를 해야 한단 말이야.”

그건 나가츠키의 역할이 아냐?”

나가츠키는 이미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바다에 들어갔다. 14구축대와 아키츠마루는, 미끄러지듯이 해면을 나아갔다.

 

진로 90. 방향 유지.”

 

한동안 직진을 하였다.

왼쪽에 조그마한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쯤엔, 섬이랑 산호초가 많으니까 눈으로 잘 보고 기억해 둬.”

 

주변에 위치한 섬과 산호초의 위치, 수심과 해류의 세세한 점은 청사 내 자료에 기술되어 있었다. 그 후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밤도 훈련을 하고 싶다…….”

밤이 되면, 이 주변은 특히 분간하기 힘들어집니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최후미를 항행하고 있는 아키츠마루였다.

 

암초에 쓸려나와 좌초될 위험도 있으니, 신중히 항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마워. 천문 관측이 중요하겠네.”

그리고, ……가능하면 조금 속도를 낮춰주셨으면 합니다.”

 

아키츠마루는 뒤처지기 십상이었다. 카게로는 서둘로 각자, 주기 적, 회전수 낮춰.”라고 전달하였다.

함대원의 속력이 맞추어졌다. 아키츠마루도 정위치에 돌아왔다.

 

한결 낫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기 상태가 나빠?”

아닙니다. 저는 이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듯이 그녀는 말하였다. 그녀는 저속함에 분류되는 것 같았다.

 

훈련에 짐이 되어, 진심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아. 속력으로 훈련을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구축함의 자랑거리는 속도이다. 이 속도가 있기 때문에 심해서함과 겨룰 수 있는 것이다. 발이 느린 함선 소녀와 행동을 함께 하면, 많은 애로사항이 나올 것 같았다.

일단 카게로는 전원에게 전달하였다.

 

그럼 두 갈래로 갈라질게. 우리들은 이쯤에서 할 테니까, 나가츠키네는 저쪽에서 해줘.”

알았다.”

 

나가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츠키와 아라레를 이끌고 나아갔다.

카게로는 다시 말하였다.

 

, 세 바퀴 더 돌아서 주위를 파악한 뒤, 함대 운동이랑 포격 훈련을 하자.”

 

그리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산호초 사이를 헤쳐 나가고, 소도(小島) 주위를 돌았다. 이 부근의 바다는 무척이나 투명해서 상당한 깊이까지 살펴볼 수가 있었다.

 

그럼 한다, 양현 전진 제1 전투 속도.”

 

함선 소녀들은 일제히 속력을 올렸다.

우선 방() 2 (우측으로 20도 방향 전환), 다음으로 O(좌측으로 100도 방향 전환). 진형을 단횡진으로 한 뒤 같은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일제 회두 H (일제 회두 갈지자 운동 H방식)도 실행한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지시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석같이 따라왔다.

 

~…….’

 

카게로는 마음 속으로 신음을 뱉었다. 둘은 좋지만, 역시 문제는 아키츠마루였다.

아무리 용을 써도 뒤처지기 일쑤이다. 애초에 민첩한 구축함과 양육함이 같이 함대 운동을 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본인은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으니 더 두드러졌다.

 

함대 운동은 이만 하자. 포격 훈련 준비를 해줘.”

 

카게로는 호령하였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12.7cm 연장포를 준비. 아키츠마루도 서둘러 준비를 하였다.

 

, 너 그거 뭐야!?”

 

아케보노가 놀라서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아키츠마루는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뭐냐고 물으셔도, 제 무장입니다.”

기총 아냐.”

 

아키츠마루가 손에 든 것은 25mm 연장 기총이었다. 그것은 대공장비이기에 포격전에선 쓸 수 없다.

 

그 밖에는 없어?”

지금은 해제를 하였지만, 다이하츠(大発動艇(대발동정))라고 하는 수송전문 장비가 있습니다.”

 

아케보노가 카게로를 보았다. 카게로는 말했다.

 

그것만으론 함대전은 힘들지 않을까.”

역시 그렇습니까.”

 

축 풀이 죽는 아키츠마루.

 

그렇지만 저에겐 다른 무장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남은 장비 같은 걸 보관하고 있잖아. 부포 정도라면 장비할 수 없어?”

저번에 온 마지막 배편으로, 보냈을 것입니다.”

그건, 설마 우리들이랑 엇갈린 배를 말하는 거야?”

 

카게로의 말에 아키츠마루는 화들짝 놀랐다. 동요를 하면서도 계속 말을 이었다.

 

……저기……이 일은, 무라쿠모님과 제독님에겐 비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괜찮긴 한데.”

훈련을 합시다. 저는 대공 사격 전문이란 걸로 하시고.”

 

무슨 영문인지 아키츠마루가 솔선하는 형태로, 포격 훈련이 시작되었다.

일제 포격을 한 뒤 착탄을 확인한다. 수차례 반복하고, 이어 어뢰에 의한 습격 훈련도 하였다.

휴식 없이 점심까지 계속 하였다. 아키츠마루의 이마에는 땀이 베여있었다.

 

아아, 해군 여러분들의 훈련은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아직 나은 편이야. 구레의 진츠씨라면 기절할 때까지 하고, 기절을 해도 일으켜 세워서 속행하니까. 마지막에는 기절을 해도 기절을 하지 않은 척이 필요하다던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되버리거든.”

역시 심해서함을 상대로 싸우는 분은 뭔가 다르시군요.”

 

묘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휴식을 한다고 말하고, 나가츠키네에게 돌아와.” 라고 연락하였다.

한동안 바다 위에서 멍하니 있었다. 아케보노가 아키츠마루의 의장을 보고 있었다.

 

그거 비행갑판이지. 항모 역을 맡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렇긴 합니다만, 전투기는 적재를 못 합니다. 해도 의미가 없다고 할까.”

뭐야 그건.”

개조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미숙하지 말입니다.”

, 심해서함을 상대로 어떤 느낌으로 싸우고 있는 거야?”

경험은 없습니다.”

 

아케보노만이 아니라, 우시오도 카게로도 놀랐다.

 

전투를 한 적이 없으신가요!?”

 

우시오가 되물었다. 아키츠마루는 주눅이 들었다.

 

면목 없습니다.”

링가는 평화롭군요…….”

저는 일단 본토 출신입니다.”

 

아키츠마루가 의견에 수정을 하였다.

 

원래 육군의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뭔가 함선 소녀 적성 시험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거, 지원제에요.”

머릿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여, 몇 명은 상관의 명령으로 적성시험을 받은 것입니다.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단순히 머릿수를 보텔 셈이었습니다. 그런 셈이었는데 갑종 적성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어머나…….”

 

우시오는 감탄을 하였다. 갑종을 받았으니, 상당히 적성 결과가 좋았던 걸 것이다.

 

원래라면 단련 부대로 이송되어야 하지만, 느닷없이 우지나로 끌려가 의장이라는 것을 짊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우지나 항구에서 수송함 호위를 하면서 링가에 왔습니다.”

 

듣고 있었던 카게로는 아연실색을 하였다.

 

~, 처음 항행이 실전이라는 거야!?”

싸우진 않았으니, 실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인 항행이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곧장 본토로 돌아갈 셈이었지만, 제독님이 그런 상태로 돌아가다가 도중에 격침되면 어쩔 셈이냐고 질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링가에 있는 거로구나.”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들처럼 진수부를 모르는 것입니다. 제독님이나 무라쿠모님에게 때때로 진수부에 대해 여쭤보고, 상상만을 부풀렸습니다. 언젠가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그 한순간, 아키츠마루는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가츠키 일행이 돌아왔다. 모두, 긴장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카게로가 질문을 하였다.

 

무슨 일이야?”

아라레가, 멀리서 잠망경을 봤다고 말했어.”

 

나가츠키가 대답하였다. 아라레가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

나랑 사츠키는 못 봤어. 유목(流木)같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잠망경 같아 보여…….”

 

아라레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문제다. 심해서함의 정찰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은밀 능력이 높기 때문에 정찰기라면 격추가 될 곳도 침입하여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이것은 함선 소녀가 때때로 실행하는 전법이었지만, 적이 똑같은 짓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 이때 적이 내습을 하는 것인가? 링가는 평화로운 정박지이고, 단순한 중계지점이다.

카게로는 아키츠마루에게 물었다.

 

저쪽 수심은 어느 정도야?”

상당히 얕습니다. 적의 잠수함이라면 육안으로도 발견되고 말겠죠.”

무라쿠모는 지금까지 잠수함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어?”

없습니다……

정말 여유가 넘치는 곳이야 정말!”

 

카게로는 혀를 찼다.

 

나가츠키, 대잠장비는 있어? 실탄이 장전된 걸로.”

. 94식 폭뢰 투사기 뿐이지만…….”

주변 경계를 해줄래? 사츠키랑 아라레, 그리고 아키츠마루씨랑 같이.”

훈련의 속행인가?”

실전이 되지 않길 빌어줘. 나는 돌아가서 좀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올게.”

그건 상관없지만…….”

위험해지면 철퇴해!”

 

그리고 그녀는 아케보노, 우시오는 따라와.” 라고 말한 뒤, 주기 회전수를 올려 링가 정박지 청사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리에 남겨진 나가츠키, 사츠키, 아라레는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카게로 일행을 배웅하였다.

 

……주변 경계를 해. 잠수함을 찾는다.”

 

나가츠키가 말했다. 사츠키가 물었다.

 

그럼, 나가츠키는 잠수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라레가 봤다면 있겠지.”

 

게다가 카게로가 경계를 하라고 말했으니, 뭔가 느낀 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카게로의 리더십이나 결단력 덕분에 매번 큰 도움을 받았다. 의문은 품지 않았다.

 

단횡진을 취해. 왼쪽부터, , 사츠키, 아라레순이야.”

저기, 저는…….”

 

아키츠마루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아, 미안하다.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 될지도 몰라. 사츠키와 아라레의 사이에 들어와 주지 않겠나. 만약 청사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다만.”

그럴 리가요. 전투가 된다면, 저도 참가합니다.”

무리는 안 해도 돼.”

 

그래도 아키츠마루는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4명이서 단횡진을 형성하게 되었다.

 

양형 전진 반속.”

 

나가츠키가 명령했다.

 

잠수함을 경계. 잠망경을 발견하면 바로 알려.”

 

94식 폭뢰 투사기를 장비하고 있는 것은 나가츠키뿐이다. 만약 발견하면 바로 달려가서 공격을 해야만 한다.

우선 아라레가 목격한 지점까지 가, 거기서 큰 원을 그리듯이 항행하였다.

수중 청음기(패시브 소나)가 없는 이상, 눈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투명도가 높은 바다인 것이 다행이다. 가능한 한 먼저 발견해야만 한다.

무선으로 말을 걸었다.

 

누구, 잠수함을 발견한 사람은 있나.”

이쪽은 사츠키. 없어.”

아라레. 발견 못 함.”

, 아키츠마루입니다. 딱히 없습니다.”

 

한동안 수색을 했지만 잠수함의 잠망경도, 기척도 없었다.

눈이 따가워졌다. 계속 해면을 보고 있었던 탓이다. 날씨가 화창하기 때문에 반사광도 거세다. 안경을 하고 있는 함선 소녀는 반사광을 억제하는 렌즈를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없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

 

나가츠키는 시선을 저멀리 보냈다. 검고 가늘고 긴 것이 직립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았다.

 

잠망경이다, 있어!”

 

무선으로 외쳤다.

 

어뢰가 온다, 회피!”

 

단횡진을 풀고 제각각 움직였다. 그것을 쫓듯이 해면을 달리는 4줄기의 궤적.

어뢰가 부채꼴 모양으로 발사되었다.

나가츠키의 경보가 빠른 탓에, 전원 여유롭게 회피할 수 있었다. 아키츠마루조차, 어리버리하게 움직였지만 피할 수 있었다.

후속 공격이 없다는 것을 안 순간, 나가츠키는 주기의 회전수를 올렸다.

 

재장전을 하기 전에 처리한다!”

 

잠망경은 이미 가라앉았는지 해면에 없었다. 하지만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을 향해 나가츠키는 돌진하였다.

 

이거나 먹어라!”

 

잠망경이 있었던 위치를 통과. 동시에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등에서 폭뢰가 투사되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폭뢰가 바다에 떨어졌다. 머지않아 둔중한 소리가 들린다.

폭뢰가 조정 심도에 도달하여 파열한 것이다. 뒤를 이어 몇 차례 폭음이 울린다.

나가츠키가 회두를 하여, 폭뢰 투사 지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등 뒤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돌아와서 확인을 해야만 했다.

해면에 다소 기포가 일었다. 하지만 이것은 폭뢰의 영향이다. 격침을 시켰다면 무언가 표식이 있을 것이다. 잠수함 카급이라면 머리카락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포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수중탐신기가 있다면 좀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장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빗나갔나……

 

나가츠키는 중얼거리곤 무선으로 물었다.

 

그 밖에 적영을 본 자는 없나!?”

 

모두 없다는 대답을 하였다.

적은 도망을 친 것일까? 그런 것치곤 너무 빠르다. 도망을 치고 싶다면 공격을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면 되는 것이다. 잠수함 최대의 이점은 은밀성에 있다. 들키지 않고 도망친다면 그것이 최고인 것이다.

그럼 무엇을 위해 공격을 한 것인가? 나가츠키는 해면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츠키, 아라레, 아키츠마루가 흩어져 있었다. 수색 지점이 산만해졌다.

돌연히 그녀는 눈치를 챘다.

 

경계! 한 척 더 있다!”

 

방금 전 공격은 위협이다. 단횡진을 무너뜨리고 반격 능력을 저하시키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그 잠수함은 미끼가 되어, 나가츠키를 끌어 붙였다. 그럼 다음 공격은.

 

, 뇌적입니다!”

 

아키츠마루가 새된 목소리를 내었다.

보니, 두 줄기의 하얀 줄기가. 곧장 아키츠마루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다른 잠수함이, 낯선 양육함을 타겟으로 정한 것이다.

아키츠마루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 회피합니다!”

아키츠마루씨, 어뢰에서 눈을 때지마! 진로를 파악한 다음 방향을 전환해!”

 

급히 나가츠키가 외쳤다. 심해서함이 발산한 어뢰는 대체적으로 부채꼴모양으로 발사된다. 자칫하면 방향전환을 하다가 정면으로 부딪히고 만다.

하지만 이 때, 아키츠마루는 그저 좌현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어뢰의 정면을 가로지르는 모양새가 되었다.

 

, 위험해…….”

 

갑자기 작열음이 퍼지며, 커다란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명중된 것은 아니다. 직전에 폭발하여, 아키츠마루는 바닷물을 뒤집어썼다.

 

신관 민감. 다행이다……

 

자기도 모르게 나가츠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장 지시를 내렸다.

 

아라레, 아키츠마루씨를 호위해서 링가 정박지 청사까지 철퇴해! 사츠키는 나와 적을 쫓아낸다!”

라져…….”

알았어!”

 

아라레는 아키츠마루의 팔을 잡고, 주기를 전속력으로 돌려 철퇴하였다. 사츠키는 나가츠키의 왼쪽 비스듬한 위치에 섰다.

 

나가츠키, 준비 됐어!”

간다! 양현 전진 최대 전투 속도!”

 

둘은 어뢰가 발사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으로 향했다. 발끝에 이는 물보라가 커졌다.

사츠키가 눈에 힘을 주며 해면을 보았다. 해면을 핥듯이 시선을 움직였다. 단독으로 잠수함의 수색과 공격을 하기엔, 장비가 충분하지 않기에 힘들다. 콤비를 짜두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사츠키가 수색에 집중하고, 공격은 나가츠키가 행하는 것이다.

사츠키가 외쳤다.

 

찾았다! 10, 잠행 중!”

 

나가츠키는 우현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직진. 바다 속에서 희미한 검은 그림자를 찾을 수 있었다.

 

폭뢰 투사!”

 

그림자의 바로 위를 가로 질렀다. 화약이 터지며 발사음이 연이어 울렸다. 나무통 모양의 물체가 일렬을 지어 낙하하였다.

머지않아, 발바닥에 진동이 전해졌다. 폭뢰의 폭발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특별히 변한 점은 없다.

 

빗나갔나……?’

 

하지만 네 번째 폭발은, 지금까지 들었던 것과는 달리 둔중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사츠키의 환희가 들렸다.

 

부유물 확인! 잠수함을 격침하였다. 나가츠키, 해냈어!”

 

나가츠키는 안심을 했지만, 곧장 긴장의 끈을 졸라매었다.

 

아직 처음 본 녀석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수색을 계속하자.”

 

그 후에도 경계를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 하였고, 공격도 없었다.

 

철수한 것인가……

 

그녀는 중얼거렸다. 만약을 위해 한 번 더 수색을 하였지만, 역시 잠수함의 기척은 없었다.

나가츠키는 해면 위에 머물렀다. 파도에 몸에 흔들면서, 머리를 굴렸다.

사츠키가 다가왔다.

 

없어진 것 같아.”

그렇군. ……하지만, 무슨 목적으로 녀석들은 공격을 한 거지.”

심해서함은 우리들을 공격하는 법이야.”

링가 정박지에 접근한 이유 말이야. 두 척이나 있었다. 어쩌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긴 힘들군.”

그럼 색적. 정찰기보다 잠수함쪽이, 우리들에게 들키지 않고 정찰할 수 있잖아. 발견됐지만.”

색적의 이유는 뭐지?”

 

사츠키도 팔짱을 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의 전위 함대라던가.”

 

나가츠키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거다! 심해서함의 전위 함대!”

~, 이런 곳에!?”

일단 공격을 중지한 이유에도 설명이 가. 강해 정찰이었던 거야. 링가의 전력을 파악하러 온 거야. 어딘가에 큰 녀석이 있을 거야!”

 

그녀는 서둘러 진로를 변경했다. 사츠키에게 따라오라고 재촉하였다.

 

어중간한 장비론 아무런 수도 못 써! 일단 철수하자!”

기다려!”

 

나가츠키는 주기의 회전수를 올렸다. 사츠키는 황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부두에서 올라오고, 카게로는 청사까지 달려갔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뒤에서 따라왔다.

 

카게로,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적이 오면 그런 소리도 못 한다고!”

아키츠마루씨가, 장비에 관해 뭔가 말하지 않았어?”

그것도 확인하고 싶어!”

 

아케보노에게 대답하고, 뜀박질로 언덕길을 올라갔다.

청사가 보였지만,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청사 뒤로 돌아갔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 우시오가 당황하였다.

 

어딜 가시나요!?”

장비 보관고!”

 

폐자재 저장소 옆에 왔다. 이 창고만은 다른 건물에 비해 튼실했으며, 철제문으로 닫혀 있었다.

 

열쇠, 열쇠……뭐야, 열려 있잖아.”

 

문은 살짝 벌려져 있었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셋이서 잡아당겼다.

녹이 슨 문이 삐걱거리며, 반쯤 열렸다.

안에 들어갔다. 동시에 멈춰섰다.

카게로도 아케보노도 우시오도, 망연히 창고 안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거…….”

 

아케보노가 말을 흘렸다. 우시오는 경악을 하며 전방을 보았다. 카게로도 한동안 말이 없었지만 정신을 차렸다.

 

……청사에 가자!”

 

이번에는 대답을 듣지 않고, 달려갔다.

난폭하게 청사의 문을 열었다. 그 소리에 안에 있던 무라쿠모가 수상쩍은 표정으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야, 소란스럽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카게로는 난폭한 발걸음으로 무라쿠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양손을 허리에 짚고, 노려보았다.

 

나가츠키네가 잠수함을 발견했어.”

설마, 이런 곳에.”

 

무라쿠모가 웃었다. 카게로는 진지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제대로 된 장비로 영격을 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이게 뭐야, 장비보관고 안은 텅텅 비었다고!”

 

그녀는 소리쳤다. 창고 안에서 아연실색을 한 것은, 창고안은 거의 텅텅 비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가령, 함선 소녀가 출격하는 근거지라면 다수의 장비를 보관하고 있는 법이다. 그 수는 수백을 가볍게 넘기며, 매일 개발마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있기에 함선 소녀들은 안심하고 출격을 하고 새로운 장비를 가지고 싶다고 불평불만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키츠마루의 말대로, 보관 창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파기를 하거나, 실어 나르지 않는 이상.

 

자재와, 고속수복재가 하나 밖에 없었어! 이건 도대체 뭐야!? 적이 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무라쿠모는 카게로를 보고 나서, 테이블에 올려둔 잡지를 짚었다.

 

파기를 해서 자재로 바꿨어.”

!?”

그게 가지고 있어봤자 소용이 없잖아. 남은 건 본토로 보냈어.”

 

카게로의 머리에, 링가에 오기 전에 스쳐지나갔던 배가 떠올랐다.

 

설마, 횡령한 거야?”

여러 진수부에 줘버렸는데……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다음에는 그렇게 할까.”

진지하게 들어!”

 

카게로는 무라쿠모의 손에서 잡지를 빼앗았다. 방 반대쪽으로 잡지를 던진다. 무라쿠모가 놀랐다.

 

굉장해라, 잡지에 날개가 돋아났어.”

적이 온다고.”

안 온다니까.”

 

무라쿠모는 손을 팔랑팔랑 휘둘렀다.

 

심해서함도, 링가를 노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그럼 왜 잠수함이 발견된 건데!”

허깨비 아냐? 신기루일 거야.”

아라레가 잘못 볼 리가 없잖아!”

 

카게로는 소리를 쳤다. 그녀는 자신의 동료에게 전적인 신뢰를 주고 있다. 특히 아라레는 말수가 적지만, 그만큼 감이 날카롭다. 잠망경을 봤다면, 잠수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라쿠모는, 완고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정박지는 느긋하게 지내면 그걸로 장땡이라고. 심해서함은 없어.”

있어!”

 




문이 열렸다. 아라레와 아키츠마루가 들어왔고, 그 뒤에서 나가츠키와 사츠키가,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나가츠키는 땀도 닦지 않은 채 말하였다.

 

잠수함 한 척은 격침 확정. 또 다른 한 척은 놓쳤어. 적의 전위야.”

 

카게로는 나가츠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순식간에 이해하였다.

 

, 그럼 본대가 있단 거야!?”

틀림없어. 이쪽도 정찰대를 보내야 해. 편성과 출격을 제안한다.”

 

카게로는 무라쿠모를 보았다. 이런 종류의 허가는 비서함과 제독의 영역이다. 그리고 일각을 다투는 출격이 필요했다.

무라쿠모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드러누웠다.

 

필요 없어.”

뭐어!?”

 

카게로는 고함을 치며 되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전원 열이 났던가 병에 걸려서 환상을 본 거야. 열대 지방 특유의 증상이야. 예방접종을 제대로 안 맞았지.”

헛소리 하지 마! 심해서함이 왔다고! 그래놓고서 너 비서함이야!?”

링가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병이라면 약이 있으니까 먹고 자. 아니면 요코스카로 돌아가서 치료해.”

됐어!!!”

 

카게로는 소리를 친 뒤, 구축대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강행정찰을 할거야. 연료 보급을 한 뒤 출격!”

……저기,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머뭇거리면서 아키츠마루가 발언을 하였다.

 

미안, 아키츠마루씨랑 같이 하면 속도가 맞질 않아, 여기에 있어줘.”

 

카게로는 다시, 구축대 전원에게 말했다.

 

가자!”

 

호령을 한 뒤, 솔선하여 청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카게로 일행이 나가자, 실내에는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흐음, 정찰을 하러 갔나.”

 

제독이 2층 집무실에서 내려왔다.

무라쿠모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라, 들렸어?”

바닥도 벽도 얇지. 저렇게 소리를 지르면 훤히 들려.”

설득이 제대로 안 됐어.”

참나 원, 그것의 어디가 설득이냐.”

 

제독은 문에 다가가, 문을 반쯤 열었다. 얼굴은 내밀지 않았다.

한동안 그대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흐음……. 알고 있나? 좋은 함선 소녀는, 소리로 알 수 있지.”

사령관의 입버릇 아냐.”

수면을 달리는 소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 파도를 타는 소리……이 삼박자가 갖춰지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물지.”

 

무라쿠모는 흥미진진하게, 제독을 보았다.

 

갖춰졌어?”

……아니, 아직 멀었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인은 볼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 젊은 것이 내놓은 함선 소녀라고 할 만 하군. 100명 중 98명이 최고의 구축함 소녀라고 보장을 하겠지. 남은 둘은 바보이고.”

바보란 건 나랑 사령관을 말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무라쿠모는 히쭉 웃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죽게 할 순 없겠네.”

그런 것이야.”

 

노인은 공기가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말했다.

 

좀 장난질이라도 쳐볼까.”

내가 할게.”

 

무라쿠모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미안 아키츠마루. 뒤로 돌고, 못 본 걸로 해줄래?”

…….”

 

아키츠마루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로는 선두로, 14구축대는 단종진으로 나아갔다. 섬과 산호초의 사이의, 좁은 회랑을 빠져나갔다.

 

양현 전진 반속. 이쪽은 특히 얕으니까, 좌초하지 않도록 조심해.”

어째서 이런 좁은 곳을 지나가는 거야?”

 

최후미에서 아케보노가 물었다.

 

정면으로 찾아가면, 심해서함한테 들킬 거야. 가능한 한 우회하자.”

이쪽이라면 괜찮다는 보증은 있어?”

이 부근이 가장 수심이 얕아. 만약 적에게 대형함이 있다면 얕은 곳으로 가려고는 하지 않을 거 아냐. 구축함인 우리들도 힘든데.”

 

카게로는 그렇게 대답했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을 할 수 있으며, 정찰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좌현 전환과 우현 전환을 수차례 반복하며, 수심이 얕은 지역을 빠져나왔다.

 

보안 항행 해제. 양현 전진 강속!”

 

각함의 기관 전령기가 소리를 내었다. 14구축대의 구축함 소녀는, 일제히 가속하였다.

태양이 가라앉고 있었다. 상공은 저녁놀에 물들었다. 오렌지 빛깔 하늘을 뒤로 하며, 카게로 일행은 전진하였다.

전방, 수평선 부근을 응시하였다.

 

나가츠키, 적 잠수함은 동쪽에서 왔을 거라고 생각해?”

아마도 그렇겠지. 슬슬 적의 본대가 보여도 이상하지 않군.”

 

카게로는 쌍안 망원경을 눈에 대고 좌우를 확인하였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게로……

 

바로 뒤에 있던 아라레가 속삭였다. 애초에 그녀는, 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

무라쿠모랑 사령관……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해……?”

지금 그 이야기를 하니?”

식사를 할 때를 보면, 한참 전부터 비서함을 했었던 것 같으니까……

그래서 뭐.”

무라쿠모가 정말로 건성이라면, 그렇게 오랜 기간 비서함을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해……

 

비서함은 건조나 장비 개발의 수행 이외에도, 사무처리 능력도 요구된다. 이것은 지루한데다가 번잡하고 업무량도 무척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서함에 보좌가 붙는 경우도 있었다.

장기간 비서함을 맡은 이상, 무능할 리가 없다. 아라레는 함축적으로, 건성으로 대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카게로는 쌍안 망원경에서 눈을 땠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생각하지 마. 그런 건 돌아가고 나서 하자.”

알았어……

좀 더 앞으로 가자.”

 

그녀는 전진을 명령하려고 하였다.

 

잠깐만요!”

 

갑자기 우시오가 소리쳤다.

 

30도에, 뭔가 보여요!”

 

수평선 위에,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였다. , 둘이 아니다,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카게로다는 다시 망원경을 올렸다. 이번에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있어……으음, 중순 리급이랑……우와, 저건 전함 타급이다. 그 밖에는…….”

, 가장 뒤를 봐봐! 뒤랑 그 앞!”

 

사츠키가 외쳤다. 전원 그쪽을 확인하였다.

머리 모양 탓에, 척봐선 거대한 구축함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인간형 상반신 탓에 구축함은 아니다.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인 탓에 확실하지 않지만, 무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뭐니해도 특징적인 하반신이다. 그곳만이 흉하게 보일 정도로 거대하며, 마치 여왕 개미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싣고있는 것이 명백했다.

 

수송함 와()급 아냐…….”

 

카게로가 중얼거렸다. 심해서함 식별표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왜 이런 곳에……적 보급함이 있는 거야?”

공격하자.”

 

사츠키가 의견 제안을 하였다.

 

수송함이라면 이길 수 있어.”

전함과 중순이 호위로 붙어 있잖아. 자칫하면 오히려 반격을 받아 전멸이야. 좀 더 신중하게 나가야지. ……그렇지만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카게로는 고개를 숙이면서 고민을 하였다.

저것이 본대라고 하면, 일은 기묘하게 된다. 와급을 지키기 위해 전함과 중순양함이 존재하고, 잠수함이 정찰마저 하는 것이다. 수송함을 지키는 것치곤 너무 거창하다.

 

아냐……왜 그렇게 수고를 들이며 와급을 지켜야만 하는 건데. 전함의 화력이 필요하고, 게다가 수송함이 있다는 것은…….’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강습 양륙 함대야…….”

 

전원이 에엣.” 경악성을 내었다. 카게로는 다급하게 말했다.

 

심해서함의 목적을 알겠어! 저 녀석들은 링가 그 자체가 목적이야! 링가를 점령할 셈이라고!”

정말? !?”

 

사츠키가 당연한 의문을 내었다. 카게로는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

 

장난 아닌 이유가 있다고! 철퇴하자! 무선은 봉쇄한 채로!”

 

갑자기 적함대가 번쩍번쩍 빛이 났다. 나가츠키가 기겁을 하였다.

 

발포를 했다고!?”

전탐을 가지고 있었구나, 본격적이잖아!”

 

바로 앞에 착탄을 하며 요란하게 물기둥이 일었다. 대량의 해수로, 한순간 시야가 막혔다.

 

Z!”

 

카게로는 우 180도로 방향 전환을 명령했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연막 전개! 튀자!”

 

거기에 이어 양현 전진 최대!” 란 명령을 내렸다. 14구축대는,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이탈하였다.

 

연막 덕분에 제14구축대는 공격을 떨쳐냈다. 심해서함도 수송함을 품은채로 전투를 하고 싶지 않은 듯, 추격을 하지 않았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링가에 귀환했다. 부두에서 올라온 카게로 일행은 그대로 청사를 향해 달려갔다. 젖은 제복을 닦아내지도 않았다.

비서함 무라쿠모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서와.”

뭘 인사를 하고 있는 거야!”

 

카게로는 성큼성큼 걸어가, 벽의 지도를 벗겨냈다. 무라코모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내려쳤다.

 

적의 본대를 찾았어. 수송함 와급이 있었어. 녀석들의 목표는 틀림없이 링가야.”

헤에~. 그렇지만 그럴 거란 보장은 없잖아.”

링가라서 노리는 거야! 알겠어.”

 

카게로는 지도 위의 서방 해역을 가리켰다.

 

지금, 구레와 사세보 함대가 이곳을 공격하고 있어. 알고 있지?”

, 그렇지.”

그리고 본토가 여기고, 링가가 여기.”

 

본토와 서방의 딱 중간 지점을 가리킨다.

 

서방 해역 공격 함대는 일단 링가에서 휴식을 했어. 여긴 서방과 본토의 연결점이라고. 연락선의 요지이기도 해. , 링가를 함락하면 서방과 본토를 분단시킬 수가 있다는 거야.”

그래서?”

심해서함은 링가를 자신들의 정박지로 삼아 서방 공격 함대를 고립시켜, 분쇄시킬 셈이라고!”

 

카게로는 무라쿠모의 안면을 바라보았다.

구레와 사세보에서 많은 함선 소녀가 서방으로 출격하고 있다. 요코스카에서도 일시적으로 전속을 시킬 정도이다. 만에 하나 그녀들이 고립하고, 섬멸되면, 인류는 대타격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적의 노림수다. 함대의 재건에는 다대한 시간이 요구된다. 그 사이에 심해서함은 유유자적 점령지를 회복하고, 침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링가 정박지가 표적이 된 것이다. 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격을 성공시키려고 할 것이다. E해역에서 겪은 패배를 만회하고도 남을 성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게로 일행은 휴가는커녕, 최전선에 몰린 것이다.

 

요코스카든, 구레든 어디든 좋아. 지금 당장 연락을 해.”

 

그녀는 말했다.

 

증원을 불러, 링가를 방위해야 해!”

 

무라쿠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카게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

링가는 평화로우니까.”

 

기가 막혀 뭔가 말을 하려고 한 카게로의 말을 무라쿠모가 가로 막았다.

 

그러니까 이만 요코스카로 돌아가 주지 않을래?”

 

한순간, 카게로는 경악하였다. 숨이 막혔지만 가까스로 말을 하였다.

 

, 도대체 무슨…….”

어떤 가정(假定)을 말해줄게. 흔히 있는 가정이야.”

 

무라쿠모는 평소와 다른 말투로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은 서방 공격 계획을 알았을 때, 우리 제독은 링가가 연결점이 된다는 것을 간파했어. 어쩌면 심해서함은 서방 공격의 함대를 고립시키기 위한 작전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지금까지 출현하지 않았던 링가 주변 해역을 장악하러 올 가능성이 있었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링가 정박지에 대규모 증원 요청을 할 순 없어. 그걸 하면 중요한 서방 공격을 시도도 못 하고 끝날지도 모르니까. 제독과 상층부는 고민하고, 선택을 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어.”

……무슨 소리야?”

가능한 한 빨리 서방 공격을 끝내서, 심해서함이 링가 정박지를 공격하는 의미를 상실시킨다. 서방 해역을 해방하면 적도 물러날 거란 계산이야. 그렇기 때문에 항모도 전함도 중순양함도 필요 없어. 그런 여유가 있다면 서방 공격에 투입해달란 바람이었어. 그렇지만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은 달랐어. 링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보려고 했지. 유명한 제14 구축대를 파견해서,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야.”

 

무라쿠모는 양팔을 넓게 펼쳤다.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들은 받아 들였어. 그렇지만 말이야, 요코스카가 좋은 구축대를 건네주었다면, 더더욱 죽게 놔둘 순 없잖아. 가장 좋은 건 맘껏 놀게 한 뒤 요코스카로 돌려보내는 것이야. 거기에 심해서함이 오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지.”

 

그녀는 방구석에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제독의 낚시대가 놓여 있었다.

 

어느 날 링가에서 생선이 낚이지 않게 되었어. 심해서함이 출현하면 해류나 수온에 변화가 생겨서 어류의 생태가 변하는 일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적의 접근은 명백해졌다. 링가는 이젠 위험해. 서방 공격 함대를 위해 링가를 지킬 필요는 있지만, 그건 죽음을 의미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의 쿨하고 조금 시니컬한 무라쿠모의 표정에 진지한 기색이 드리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사령관은 너희들을 피난시킬 셈이었어. 그렇다는 거야.”

 

겨우 카게로는 납득했다. 카게로만이 아니라 다른 함선 소녀도.

무라쿠모와 제독이, 그렇게 휴가란 말을 꺼내고, 놀라고 말한 것은 상황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링가가 위기에 처해져 있기 때문에 카게로 일행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휴가를 즐기고 돌아가라고 말했다. 건성으로 그녀들을 대했던 것은 상황을 전부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카게로는 진심으로, 무라쿠모에 대한 불신을 풀었다.

도리어 걱정이 드러났다.

 

그렇다면……그렇다면, 우리들한테 싸우라고 말하면 되잖아!”

 

그녀는 외쳤다.

 

링가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하면, 기꺼이 따랐어. 심해서함과 싸워 보일 거라고. 무라쿠모는 링가에 머무를 셈이지!?”

그야, 정박지 방기 명령이 나오지 않았는걸.”

자기만 멋을 부리려고 하지 마! 우리들은 싸울 거야. 같이 싸울 거야. 그러기 위해서 온 거라고!”

 

카게로는 단언하였다.

그녀만이 아니라. 나가츠키, 사츠키, 아라레, 우시오, 아케보노, 전원 같은 심정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구축함 소녀가 있는데, 도망칠 구축함 소녀는 없다. 함께 싸우는 것이 구축함이다. 상황이, 곤란하더라도, 고난(苦難)하더라도 상관없다. 동료를 위해 목숨조차 초개처럼 던지는 것이 구축함의 마음가짐이다.

카게로는 잠자코 무라쿠모의 대답을 기다렸다.

 

~.”

 

무라쿠모는 이번에도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카게로는 현기증이 났다.

 

!”

 

무라쿠모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일어서서 전원을 재촉하였다.

 

따라와.”

 

그녀는 방 안에 있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들은 미심쩍게 느끼면서 따라갔다. 목제 계단을 삐걱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자 도착한 곳은 제독의 집무실이었다.

간소한 책상에 낡아빠진 의자, 서류용 선반이 있으며, 세월이 느껴지는 무선기가 창가에 놓여 있다. 집무실치곤 상당히 간소하다. 다만 벽에는 각지에서 찍은 사진과 상장패가 늘어서 있었으며, 이 방 주인의 실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안에는 침대가 있으며, 그곳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독은 의자에 앉아, 발을 책상에 걸치고 있었다.

주름투성이 얼굴 속에서 시선이 무라쿠모와 카게로 일행에게 향했다.

 

뭐야, 들켰냐.”

나는 가정을 말했을 뿐이야.”

 

무라쿠모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니까 구축함은 융통성이 없다고 하는 거야. 그 젊은 것, 이걸 내다보고 구축대를 넘겼군.”

 

카게로는 제독의 책상에 달려갔다.

 

저희들도 싸울게요!”

 

노인은 책상에서 발을 내렸다.

 

그런 이유는 없는데.”

함선 소녀에요. 싸우는 것이 사명이에요.”

 

노인느 서류 선반에서 종이 한 장을 뽑아, 책상 위에 던졌다.

카게로는 수상쩍게 물었다.

 

뭔가요?”

명령서다.”

 

그녀는 들어서 읽었다.

 

14구축대는 링가 도착 24시간 후 시간이 지났다면, 자유롭게 당지를 떠나 요코스카로 귀환할 것을 허가한다.……뭔가요 이 명령은!? 이런 애매한…….”

그 밑에, 링가 제독이 귀환 일자를 정해도 되는 걸로 되어 있지. 24시간이 지났으니, 어떻게 하든 내 자유다.”

그런 건…….”

 

카게로는 경악했다. 제독은 제14구축대를 이 자리에 남겨둘 셈이 없는 것이다.

노인은 볼을 일그러뜨렸다.

 

휴가 보내느라 수고했다. 조심해서 귀환하도록.”

……잠깐만요. 이곳에 있다면 죽어버린다고요!? 저희들이 있다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애들아.”

 

14구축대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달라고 말씀을 해주신다면, 언제든지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나가츠키가 단언했다.

 

나도 할래. 이런 전개 좋아!”

 

사츠키가 기세 좋게 말했다.

 

싸우는 건……구축대의 역할이니까요…….”

 

아라레가 속삭였다.

 

심해서함에겐 안 져요!”

 

우시오도 말에 힘을 주어 발언했다.

 

싸울게.”

 

그렇게 아케보노가 말했다.

구축함 소녀들의 결의는 단단했다. 그녀들은 강대한 적 앞에서도 겁먹지 않으며, 일단 꺼낸 말은 번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제독은 수긍하지 않았다.

 

남는 건 안 돼.”

 

카게로는 애원하듯이 외쳤다.

 

그렇지만……!”

아쉽지만 보시다시피 링가의 청사는 좁아. 너희들이 잘 방도 부동사 회사에 팔기로 결정됐어. 그렇지, 무라쿠모.”

 

화제가 자신에게 던져진 무라쿠모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그렇다는 거야. 그 방을 헐어버리고 테마 파크를 만들 거야.”

으으…….”

 

카게로는 입술을 앙다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14구축대는 전속한 탓에, 링가 제독의 지휘 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노인의 말은 절대적이다. 요코스카에 귀환하라고 명령을 받으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링가를 떠나는 것은 그녀들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았다. 함선 소녀로서의, 구축함 소녀로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제독은, 그런 카게로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한가지, 부탁이 있다.”

……?”

아키츠마루를 본토로 데리고 가줄 순 없겠나?”

 

의외로운 말에 어리둥절하는 카게로, 제독은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함선 소녀가 된지 얼마 안 되었고 링가말곤 몰라. 본토의 다양한 곳을 보여주고 싶다네. 특히 진수부를 보여주고 싶지. 다른 근거지를 거의 모른 채로 링가에 남겨두는 것은 불쌍해. 요코스카까지 데리고 가줄 순 없겠나? 그리고 가능하면, 진수부 안내를 해주길 바라네. 부탁하네.”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한 고생와 쌓아온 연령이 엿보이는 백발이, 살짝 흔들렸다.

카게로는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아, 이걸로 한결 가뿐해졌어.”

 

제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빌린 것은 요코스카에 분명히 돌려주었다. 빚은 만들고 싶지 않거든. 젊은 것에게도 잘 전해주게나. 링가는 늘 그렇듯이, 평화로웠다고.”

 

카게로는 묵묵히 경례를 하였다.

 

하늘은 이미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람은 없었고, 평소의 열대 기후이다.

14구축대와 아키츠마루는 부두에 집합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야간에 링가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만에 하나 심해서함이 접근을 한 경우를 상정하여, 가능한 한 피해 없이 항행하기 위해서이다. 제독과 무라쿠모는, 그런 배려를 할 정도로 그녀들을 염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키츠마루는 요코스카로 이동 명령을 받았을 때, 우선 놀라고, 그 다음에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저는 링가에서 떠나는 것입니까!?”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무라쿠모에게 애원하였다.

 

무라쿠모님, 어째서 남으라고 말씀을 해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아키츠마루는 링가 사람입니다!”

너마저 남을 정도로, 링가는 넓지 않아.”

 

무라쿠모가 대답했다.

 

지금부터 네가 보고 싶어 했던 진수부를 얼마든지 볼 수 있어. 요코스카도 구레도 벚꽃이 피는 계절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 그렇지만…….”

이건 명령이야.”

 

축 풀이 죽는 아키츠마루.

무라쿠모는 뒷일은 맡길게.” 라고 카게로에게 말한 뒤 청사로 돌아갔다.

 

얼라리요, 가버렸다.”

 

사츠키가 중얼거렸다.

 

배웅을 안 하는 걸까.”

이별이 괴로운 것이겠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고 하여도 한솥밥을 먹은 동료이다.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일지도 몰라. 외견은 쿨하지만, 내면은 그렇지도 않은 것이겠지.”

 

나가츠키가 설명했다.

카게로는 전원에게 해면으로 내려오라고 말했다.

우시오와 아케보노가 먼저 내려오고, 만약을 위해 주위를 경계했다. 그 뒤, 아라레, 사츠키, 나가츠키 순으로 부두에서 내려와 해면에 발을 디뎠다.

카게로는 남아있는 한 명을 재촉하였다.

 

아키츠마루씨, 어서 내려와.”

………

 

아키츠마루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무언가 망설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표정이다.

이윽고, 결심을 한 표정을 드러내었다.

 

카게로님, 저는 남겠습니다.”

?”

저는 링가 사람입니다. 이곳이 좋습니다. 링가의 위기에 등을 돌릴 순 없습니다. 운명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 사령관이랑 무라쿠모에게 부탁을 받았는데?”

진수부 안내는, 다음 기회에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말이야.”

죄송합니다.”

 

카게로는 눈썹을 찡그렸다.

아키츠마루의 마음은 견고해 보였다. 어떤 설득을 해도 들을 것 같지 않다. 쇠고집은 구축함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인가.

바다 위에서 나가츠키의 무슨 일이야.” 란 목소리가 들렸다. 카게로는 대답했다.

 

아키츠마루씨를 설득하고 있어.”

명령이야. 어쩔 수 없어.”

그렇긴 한데…….”

 

문득, 카게로는 어떤 것을 깨달았다.

 

저기, 아키츠마루씨,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키츠마루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무슨 일이십니까?” 라고 물었다.

 

 

 

 

무라쿠모는 청사에 돌아와 실내를 휙하고 둘러보았다.

 

조용해졌네.”

 

14구축대가 있었을 때에는 꽤 부산스러웠다. 그녀들은 떠들고, 웃고, 부탁을 하지도 않았는데 식당을 만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 것은 언제 이후일까?

무라쿠모는 고참 함선 소녀이다. 많은 함선 소녀를 알고 있다. 그래도 그만큼 사이가 좋고, 단결된 구축함 소녀들을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위층으로 향했다.

집무실에선 제독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보내주고 왔어.”

수고했다.”

 

노인은 노안경을 낀 채 활자를 천천히 눈으로 쫓고 있었다.

무라쿠모는 신문의 발행 날짜를 보고 조금 기가 막혔다.

 

아직도 그런 낡은 신문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 그렇지. 내가 링가에 착임하기 직전에 산 신문이다. 배 안에서 읽을 것이 없어서 스포츠난을 몇 20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었지. 야구에선 양 팀 합산하여 2점밖에 득점을 하지 못 하였고, 축구에선 11점이나 득점을 했어. 보통은 반대잖아.”

나는 그 무렵, 제독의 임시 주거지는 텐트랑 노숙, 어느 쪽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결국 노숙하기로 했지.”

오호, 통째라, 동굴 안에서 일주일이나 지내게 된 것은 네 탓이었나.”

 

무라쿠모는 제독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신문 버리지 않았구나.”

지금 읽으면 이게 또 재미가 있어. 이 기사를 보거라. 정부는 심해서함이란 허구의 괴물을 만들어 비밀예산을 획득하기 위한 방책으로 삼고 있다는 군.”

 

제독은 책상 위에 있는 다른 신문을 집었다.

 

이게 제14구축대가 들고 온 신문. 일면은 이렇군. 정부는 심해서함의 위협이 계속 된다고 선언하고, 불필요 예산을 획득하려고 하고 있다.”

 

노인은 신문을 내던졌다.

 

어느 시대나 다를 게 없군.”

 

무라쿠모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들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신문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신문을 읽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시민들을 위해, 지금까지 싸워왔다는 거로구나.”

그래. 현실에서 눈을 돌린 사람들을 위해,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

앞으로도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죽으라는 거잖아.”

나도 죽게 되겠지.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을 위해.”

 

노제독은 노안경을 벗고,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군.”

, 나쁘지 않아.”

 

무라쿠모도 생긋 웃었다.

 

함선 소녀로서 행복하기 그지없다는 거야. 월급도 받았겠다, 이 정돈 해야지.”

세금의 올바른 사용처로군.”

 

제독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뒤에 있는 벽에 다가가, 하나, 하나 사진과 상패를 때어냈다. 때때로 손을 멈추고, 추억을 곱씹듯이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생각이 나는 군. 이것 좀 봐, 오미나토 경비부에서 나랑 찍은 사진이야.”

그 추운 날 말이지.”

 

무라쿠모가 고개를 뻗어 사진을 보았다.

 

그 직후, 폭풍이 불었어. 기적적인 한 장이야.”

잘 보면, 이 사진, 저 사진 네가 찍혀있군. 잘도 이런 노인네의 비서함을 맡았어.”

개호직에 적성이 있는 것 같아.”

 

노인은 한동안,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링가의 임기가 끝나면 퇴역할 생각이었어.”

그건 처음 들었어.”

나도 처음 말한 거야.”

 

구석에 둔 상자를 들고 와, 사진을 안에 넣었다.

 

본토에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져버릴 셈이었지. 노인이 전쟁에 참견하면 변변찮은 일만 일어나. 전선에서 날뛰는 것은 젊은 것들의 일이지……하지만, 이곳에서 마지막 싸움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

 

제독은 벽에 걸려있던 것을 전부 상자 안에 정리하고, 상자를 닫았다.

 

, 본토에서 죽는 것도 이곳에서 죽는 것도, 그다지 차이는 없나.”

화려하게 산화하자. 요코스카에서도 보일 정도로.”

그렇군.”

 

둘은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그러자 갑자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온 것은 아키츠마루였다. 놀라는 무라쿠모.

 

, 어째서……!?”

저는 남겠습니다!”

명령 내렸잖아.”

그것이…….”

들켰어.”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아키츠마루의 뒤에서 소녀들이 올라왔다. 카게로를 선두로, 나가츠키, 사츠키, 아라레, 우시오, 그리고 아케보노. 14구축대 멤버들이었다.

그녀들은 일렬로 늘어섰다. 카게로가 대담무쌍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요코스카에서 받은 명령과 명령서, 아타고씨가 말한 거랑 쓰여 있는 것이 딴판이었어.”

 

하나, 하나, 떠올리듯이 입에 담았다.

 

그래서, 아키츠마루씨에게 물어봤더니 이게 참, 여기서 바꿔치기를 했다고? 일부로 아타고씨의 글자까지 흉내 내고, 도장마저 만들고 말이야.”

무라쿠모님은 그런 부류의 기술이 뛰어나십니다.”

 

아키츠마루가 태연하게 말하였다.

 

그렇게 위조까지 해서, 우리들을 요코스카로 돌려보내려고 한 거로구나. 그렇지만 유감이야. 들키면 의미가 없어.”

 

카게로는 말을 이었다.

 

14구축대도, 아키츠마루씨와 함께 남겠어.”

어째서……!”

링가가 좋은 곳이니까. 게다가 다들 이곳에 맘에 들어서, 그런 걸까?”

 

농담을 말하듯이 말하고 있지만 또렷한 어조로 선언하였다.

무라쿠모는 무심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정말.”

 

그녀의 옆에 있던 제독은 얼굴을 잔뜩 굳혔다. 꾸중을 하듯이 말했다.

 

그렇겐 안 돼. 너희들의 모항은 요코스카다. 요코스카로 돌아가게.”

 

카게로는 태연한 얼굴을 하였다.

 

문서 위조를 폭로해도 괜찮나요.”

전속 명령을 받아 링가 소속이 된 이상, 내 부하다. 명령에는 따르도록.”

저희들은 휴가를 받아 링가에 왔지요.”

이봐…….”

연장을 신청합니다.”

 

카게로의 태도에, 노인또한, 무라쿠모와 똑같이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말을 하였다.

 

……정말, 어쩔 수 없는 녀석들이군.”

 

그는 무라쿠모를 보았다. 비서함도 고개를 끄덕였다.

 

14구축대의 휴가 연장을 인정하겠다. 한동안 링가에 있도록.”

감사합니다!”

 

카게로 이하, 14구축대는, 일제히 경례를 하였다.

구축함 소녀가 싸우고 있는데, 도망칠 구축함 소녀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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