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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3권 제5장 -링가에서 가장 긴 하루-




어쩌지……카게로가 죽어버려……!”

아케보노.”

어쩌지……어쩌지!”

 

우시오의 목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응을 못 한 채 그저 한탄을 할 뿐이다. 자신의 향도함의 목숨이 꺼져가려고 하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정신 차려, 아케보노!”

카게로가……카게로가 죽어버려……!”

정신 차리라고 말했잖아요!!!”

 

몇 번이나 언성을 듣고서야 아케보노는 겨우 우시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

카게로씨를 살려야 하잖아요!”

, 알았어……. 으음, 으음, 일단은 옮기자…….”

 

살며시 아케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항을 하려고, 팔을 잡아 당겼다.

 

링가로…….”

그만! 그만!”

 

우시오가 다급히 제지를 하였다.

 

부력이 거의 없어요. 끌어당기면 가라앉아요!”

 

그녀가 말한 대로 카게로의 몸은 반쯤 해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

 

아케보노는 안색이 파리해졌다.

 

이대로 가면 죽어버리는데, 예항도 못 하다니…….”

 

지금은 둘이서 지탱하고 있으니까 가까스로 떠있지만, 옮기려고 하면 확실하게 가라앉고 만다. 둘이서 끌어가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우시오가 아케보노를 바라보았다.

 

아케보노……아카시씨, 기억하세요?”

……?”

아카시씨한테 응급 수리 방법을 배우셨죠.”

 

아케보노의 뇌리에, 요코스카에서 겪은 일이 떠올랐다.

호쇼의 가게에서 아카시가 정성을 다해 자신에게 가르쳐주었다. 자신의 어디가 마음에 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말을 해주었다. 아카시는 반쯤 술에 취했지만, 말하는 내용은 거침없었다.

 

지금, 해주세요.”

 

우시오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카게로씨에게 응급 처치를 해주세요.”

 

주눅 드는 아케보노.

 

……못해. 아직 적의 잠수함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살려야죠.”

그렇지만 나 공작함이 아니라고. 단순한 구축함이라고! 말단 구축함……

 

우시오는 물러나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은 채, 외쳤다.

 

그래도 해주세요! 제가 할 수 있으면 했어요! 그렇지만 전 못 해요! 카게로씨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케보노뿐이에요!”

 

그녀는 분노하였다. 화를 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는 거예요! 하라고!”

 

아케보노는 수차례 눈을 껌뻑거렸다.

 

……알았어…….”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가까스로 마음속에서 비탄을 몰아내었다.

머릿속에서 아카시의 말을 떠올리고, 반추하였다. 어떻게 순서를 떠올렸다.

 

우시오, 잘 들어. 우선 카게로의 몸을 뒤집을 거야.”

에엣!?”

등에 짊어진 의장이 중요해. 그쪽을 들어.”

 

둘은 협력하여, “하나, , !” 에 카게로의 몸을 뒤집었다.

카게로의 등은 너덜너덜했다. 의장의 하부가 그대로 파헤쳐져 있었고, 내부가 노출되어 있었다. 캔에 막심한 손상을 입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분명 의장의 중심부를……그게 아냐!”

 

아케보노는 고개를 저었다.

 

가장 먼저 포탑에 주수를 해야지!”

 

서둘러 의장의 암을 억지로 구부렸다. 12.7cm 포탑을 억지로 바닷물에 담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화약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불이 붙어있는 걸론 안 보인다고 해서, 방심은 할 수 없다.

 

이건 이걸로 됐어……남은 건.”

 

의장 정비용 해치는 경첩 째로 뜯어냈다. 우선 눈으로 보고, 모르는 곳은 손을 집어넣었다.

파편이 손가락을 찌르지만, 개의치 않고 상태를 살펴보았다.

 

……캔이 죽었어.”

그럴 수가…….”

이래선 부력을 주기에 실어줄 수 없지.”

 

함선 소녀의 추진력은 의장의 캔과, 양다리에 달린 주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둘 모두 잃을 순 없지만, 그 중 캔은 중요했다.

이 캔을 증강함으로서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부력에도 여유가 생기지만, 지금의 카게로는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하죠…….”

………….”

 

우시오의 말에 아케보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냥 의장을 벗길까……. 우시오, 도와줘.”

 

의장을 장착함으로서 함선 소녀라는 존재로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제거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평범한 소녀로 돌려보자는 의도였다.

아케보노는 우시오에게 가능한 한 카게로를 지탱해줘.” 라고 말한 뒤, 등에 장착된 의장 부분을 제복에서 벗겨내력 하였다.

제복과 연결된 훅을 땠다. 반쯤 벗겨졌다.

갑자기, 카게로의 몸이 거칠게 경련을 하였다.

 

꺄앗!”

 

우시오가 놀라고, 아케보노는 허둥지둥 의장을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경련이 멈추었다.

 

안 돼……의장이 있어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야. 벗기면 아마도…….”

 

아케보노는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의장의 중심부분에는 함선 소녀를 함선 소녀로서 있게 하는 물체가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바다 위에서 소녀들에게 심해서함과 호각으로 싸우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해제를 해버리는 것은, 구명줄을 끊어버리는 일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그녀는 어금니를 앙다물며, 생각했다.

 

우시오…….”

?”

내 뒤로 돌아서 캔을 뽑아.”

, 에엣!?”

나는 캔이 하나 더 탑재되어 있으니까, 그걸로 교환할 거야.”

 

아케보노는 요코스카를 떠나기 전에, 강화형 함본식 캔을 탑재하였다. 그걸 카게로의 파손된 캔과 교환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아카시에게 배운 기책 중의 기책이다. 이런 걸 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는 소릴 들었지만, 그 외엔 방법은 없다. 모 아니면 도, 배짱을 믿고 할 셈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죠……?”

내가 할 수 있으니까, 어서!”

 

우시오는 허둥지둥 아케보노의 등 뒤로 돌아갔다.

의장의 해치를 열고, 캔을 노출시킨 뒤 뽑아냈다. 그 동안, 아케보노는 혼자서 카게로의 몸을 지탱하였다.

 

땠어요!”

이리 줘!”

 

캔을 받았다. 카게로를 지탱하는 걸 우시오와 교대하였다.

카게로의 등 뒤로 돌아가, 파손한 부품을 전부 뜯어냈다. 파손한 캔은, 잠시 망설인 뒤 뽑아냈다.

의식이 없는 카게로의 몸이 또 다시 튀어 올랐다.

 

아케보노, 카게로씨가 또 경련을……!”

잡아!”

 

몸을 떨고 있는 탓에 캔을 제대로 설치할 수 없었다. 양팔을 써서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하였다.

 

어서! 카게로씨가 이젠……!”

조금만 더!”

 

캔을 의장에 장착. 코드를 정규 위치에 삽입하였다.

 

끝났어!”

 

반사적으로 카게로의 얼굴을 보았다.

방금 전이랑 변화는 거의 없지만, 경련을 멈추었고, 미약하지만 생기가 돌아왔다.

 

다행이다…….”

 

안심했지만, 우물거릴 틈은 없다.

 

예항하자. 우시오, 잠수함 경계 부탁해.”

네엣!”

 

아케보노가 카게로의 팔을 움켜잡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몸이 가라앉는 일은 없었다.

우시오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둘의 주위를 돌았다. 아케보노 일행은 신중히 속력을 올리면서 링가 정박지로 돌아갔다.

 

 

 

꿈을 꾸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기엔 좀 다르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환각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간에 머릿속에선 다양한 광경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그 몇몇 가지 이미지가 애매해지고, 선명해지기도 하였다.

카게로는 구레에 있었다.

18구축대. 그녀가 처음 배속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구축대. 아라레, 카스미, 그리고 시라누이. 구축대의 소속은 경순양함 진츠가 이끄는 제2 수뢰전대. 미숙했던 자신은 그곳에서 철저하게 단련을 받고, 구축함의 요체를 배웠다.

동료들과 보낸 괴롭고 즐거운 나날. 심해서함의 위협은 나날이 커져갔으며, 죽음과 이웃하는 삶이라는 걸 알아도 그 추억은 빛바래지 않았다.

 

언젠가……돌아갈 수 있을까……?’

 

시야가 회전한다. 휙휙, 풍경은 변하였고, 세토우치는 미우라 반도로, 구레의 돔형 청사는 뾰족하게 솟아난 지붕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요코스카……그렇지, 나는……지금 나는 제14구축대지……모두랑……함께……

 

또 바뀌었다. 요코스카 진수부의 청사는 목제의 아담한 몸집으로 변하였고 미우라 반도의 나무들은 울창한 남국의 식물로 변하였다.

 

분명…………링가……

 

허억!?”

 

카게로는 자리에서 펄떡 몸을 일으켰다.

몇 번 눈을 껌뻑였다. 머리 회전이 둔중해지는 와중,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려고 행동을 반복하였다. 거기에 더해 양손으로 볼을 찰싹찰싹 두들겨, 억지로 의식을 되찾으려고 하였다. 덕분에 의식은 선명해졌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순간,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지만 간소한 벽에 둘러싸여 있고, 침대가 두 개 있는 것을 보아 함선 전용 상병 요양 시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눕혀져 있었다. 링가까지 실려 온 것이다.

왜 의식을 잃었더라. 아아, 그렇지 어뢰를 직격으로 맞았지. 그걸로 기절을 하고 말았고, 그 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서 어뢰 피해를 받게 되었는가. 분명 선두함을 감싸서. 감싼 상대는 누구였지? 으음, 분명, 응 맞아, 무라……무라쿠모.

 

……무라쿠모!”

 

그 목소리가 들렸는지, 문이 열렸다.

얼굴을 비친 것은 우시오였다.

 

의식을 되찾으셨군요. 다행이다…….”

 

우시오는 요란을 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과장되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후 밖을 향해 말했다.

 

아케보노, 카게로씨가 정신을 차렸어요!”

 

난폭한 발소리와 함께 아케보노가 뛰어 들어왔다.

 

일어났구나. 안심했어. 기절한 채로 계속 있으면 어쩌지 싶었어.”

 

그녀 또한 안심을 하였다. 카게로는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라고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였다.

발이 휘청거렸다. 허둥거리며 우시오가 달려왔다.

 

아직은 누우시는 편이 좋아요.”

괜찮아. 오히려 기운이 생긴 것 같아.”

 

그 후 질문을 하였다.

 

무라쿠모는?”

 

질문을 받은 우시오는 난색을 표한 뒤, 뒤에 있는 아케보노를 보았다.

아케보노가 대신 대답했다.

 

지금, 나가츠키랑 사츠키랑 아라레가 찾으러 간 참이야.”

찾으러……? 이미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했어.”

 

벽에 있는 시계에 눈을 주었다. 시계 바늘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이야? 나 얼마나 잔거야?”

“1시간 정도야.”

그 정도야? 뭔가 며칠이나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어뢰의 직격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파를 했을 것이며, 의장은 엉망진창, 자신은 중태에 빠졌을 것이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찝찝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게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 뭔가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아냐?”

 

그때 이번에는 아라레가 찾아왔다.

 

후우……다녀왔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표정한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카게로는 무심코 다가갔다.

 

괜찮아? 무라쿠모는!?”

나가츠키가……찾았어…….”

 

카게로는 밖으로 달려갔다.

링가 정박지 청사의 입구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무라쿠모는 걸어오고 있었다. 제복은 파편으로 너덜너덜했고, 귀 부분에 있는 안테나도 파손되어 있었다. 오른쪽 어깨를 나가츠키에게 맡기고 있으며, 왼손에는 마스트를 지팡이 대신 삼아 땅을 짚고 있었다.

무라쿠모는 카게로를 보자마자 말했다.

 

와급을 1, 격침……다른 1척은 놓쳤어……. 중순도 한 척 잡았는데……타급이랑 싸우다가 이 꼴이야……. 그 녀석들 너무 튼튼해…….”

 

풀썩, 무릎이 무너지고, 의식을 잃었다. 카게로는 다급히 아케보노게 지시를 내렸다.

 

독에 데리고 가! 고속수복재 사용 준비를 해줘!”

 

아케보노는 곧장 대답을 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고개를 내저었다.

 

고속수복재는 이젠 없어.”

!?”

너한테 썼으니까.”

 

그 말을 들은 카게로는 뭐어!?” 라고 소리쳤다.

 

왜 나한테 쓴 거야! 그거 한 개 밖에 없다고!”

……별루 너한테 쓴들…….”

나는 필요 없다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됐을 텐데! 어째서 그런 아까운 짓을……!”

……그건, 네가 죽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뻔하잖아!”

 

아케보노도 큰 목소리로 반론하였다.

 

우리 향도함한테 쓴 게 뭐가 나빠!”

그건 링가의 고속수복재라고! 하나 밖에 없으니까 위급할 때에 쓰는 게 당연하잖아! 나한테 써봤자 의미 없다고!”

의미 없을 리가……

그만하세요!”

 

갑자기 우시오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카게로와 아케보노의 거리를 벌리듯이, 양손을 뻗었다.

우시오는 카게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케보노는 카게로씨를 구했다고요. 아케보노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그렇지만……

허가도 받았어요! 아케보노는 올바른 일을 한 것이에요!”

누구의!”

나다.”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사이엔가, 청사에서 제독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표한 인상이지만, 목소리에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내가 허가를 냈으니 썼다.”

 

카게로는 조금 주눅이 들지만 그 말을 받아 잇듯이 말하였다.

 

아까운 짓이에요, 쓸 필욘 없었어요.”

아니. 제대로 판단을 한 다음에 이루어진 조치다. 무라쿠모는 비서함이지만 후부키형의 5번함. 전력으로썬 카게로형이 뛰어나지. 그러니 써도 좋다고 말했다.”

 

고속수복재는 소비품이며 귀중품이다. 전력이 되는 함선 소녀부터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독의 입장에서 보면, 카게로부터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좋았다.

카게로는 말이 없어졌다. 제독은 나가츠키에게 무라쿠모를 데리고 가줘.” 라고 말했다.

나가츠키는 사츠키와 협력하여 무라쿠모를 옮겼다. 노인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도 비서함의 저런 모습을 보는 건 괴롭다. 아케보노가 향도함인 널 보는 것도 분명 똑같겠지. 그렇다면 전력으로서 유력한 쪽을 고를 뿐이지.”

…….”

 

카게로는 고개를 숙인 뒤, 아케보노를 향해 돌아섰다.

 

미안……. 내 걱정해줘서 고마워.”

…….”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나는 싫어하지.”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아케보노를 싫어해질 리가 없잖아. 정말로 미안해.”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카게로. 아케보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적은 수송함이 한 척이라도 남아있다면, 링가의 강습은 고려할 거야. 어떻게 해서든 찾아서 격침시키자.”

결국 하는 건 변함없다는 거로구나.”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지만, 무라쿠모가 빠지면, 로테이션을 돌려야 하는데…….”

그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

 

카게로와 아케보노는, 놀라며 돌아보았다.

청사의 벽에 손을 짚고, 무라쿠모가 서있었다. 카게로는 기겁하였다.

왜 여기에……. 나가츠키, 제대로 데리고 가라고!”

내가 잘못한 거야, 독에는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으니까…….”

어서 들어가!”

안 돼. 지금, 독은 채울 수 없어. 너라면 알잖아.”

 

카게로는 말문이 막혔다.

링가의 독은 2개 밖에 없다. 그 침대는 특수해서, 눕는 것만으로도 함선 소녀의 회복이 빨라지는 것이다. 장비용품인 고속수복재를 쓰면 더 빨라진다.

진수부든 정박지든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이곳에 대파상태의 함선 소녀를 한 명 눕히면, 그것만으로도 침대 하나가 차버리고 만다. 남은 하나만으론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자주 쓰이는 방법은 대파한 사람에겐 고속수복재를 쓰고, 손상이 경미한 함선 소녀를 입거시키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론 효과가 좋아지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고속수복재가 풍족하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링가에는 이젠 고속수복재는 없었다. 대파한 자신이 독을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무라쿠모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날 위해 독을 쓰지 말고, 로테이션을 짜줄래?”

 

그렇게 말하는 무라쿠모. 카게로는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무진장 마음이 아픈데.”

익숙해져. 내 대신 일을 해줘야하니까.”

비서함 말하는 거야?”

그 외에 있어?”

 

그런 말을 들으면, 카게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심해서함의 무리와 구축대의 공방전은 이어졌다.

정면으로 함대결전을 시도하다간 질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가능한 한 이쪽의 소모를 억제하면서 심해서함의 강습 양륙 함대를 발견해야만 한다. 그 때 비로소 함대결전을 치른다.

그걸 위해 카게로와 제독은 될 수 있는 한 소수의 구축함 소녀로 함대를 편성하여 해역에 보내었다. 심해서함과 조우하면 가급적 그 선행 함대를 피하여 편성을 조사한 뒤 후퇴한다. 물론 포격전이 벌어지는 일도 있지만, 조기에 물러나 철수한다.

이번의 적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링가를 향해 밀어닥치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좋으니 피해를 줘서 철퇴를 하도록 밀어 넣고 자신들은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대파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손해는 억제하고 여러 번 출격을 할 수 있게 된다. 소파 이하의 손상은 독에서 수복하였다.

,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피로였다.

 

후우……하아, 무진장 힘들어.”

 

카게로는 낡아빠진 의자에 걸터앉았다. 출격을 하고 돌아 온 지 얼마 안 된 참이었다.

피로가 몸속에서 진창처럼 쌓이고 있었다. 함선 소녀들은 피로의 상태를 황색”, “적색따위로 표현한다. 붉은색 쪽이 더욱 지쳤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실제로 눈으로 보면 피가 쏠려 몸이 빨갛게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그녀는 계속 황색이 될까 말까한상태였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어 조금씩 휴식을 취하고 또 출격한다. 그것만으로 아슬아슬하게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해역에도 없어…….”

 

지도에 표식을 그렸다. 심해서함이 출현하고 있는 장소는 늘어나고 있었다. 다만 강습 양륙 함대의 소재지는 불명. 무라쿠모의 손에 한 척이 격침된 탓에, 신중해진 것으로 여겨졌다.

 

아직도 발견하지 못 한 것 같구나.”

 

카게로는 일어서서 경례를 하려고 하였지만 노인은 앉아있어.” 라고 손으로 제지하였다.

그녀는 대강의 상황을 보고하였다.

 

좀처럼 발견이 안 되네요. 강습 양육 함대만 치면 적이 링가를 점령할 이유는 없어지니 물러갈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녀석들도 신중해진 것 같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쳐들어오는 편이 무섭지.”

저희들은 구축함과 아키츠마루씨밖에 없어요. 전력이 부족하다는 게 들통 나면 끝장이에요.”

흐음…….”

 

제독은 주름진 손으로 자신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럴싸해졌구나.”

무엇이 말입니까?”

비서함일세.”

설마요. 무라쿠모의 발밑에도 못 미쳐요.”

그렇지 않다네……라고 말하고 싶지만, 비서함은 자질과 경험을 요구하니.”

 

제독은 그리 말하였다.

 

함선 소녀 자신도, 비서함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고 생각하네.”

, .”

비서함이 되고 싶은지 아닌지, 될 수 있는지 아닌지는 깊이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

 

그 때, 아키츠마루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기체가.”

, ?”

 

카게로는 이해를 하지 못 하여 되물었다.

아키츠마루도 의미불명한 말을 한 것을 깨달았는지, 서둘러 말을 정정하였다.

 

항공기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게 뭐? 아키츠마루씨 비행갑판 있잖아.”

저는 항공기를 탑재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적이 아닌지.”

 

카게로는 서둘러 청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상공에는 벌레인지 새인지 분간이 안 가는 징그럽게 생긴 물체가 비행하고 있었다. 청사와 부두를 몇 번이나 왕복하고 있었다.

노골적인 정찰용 기체였다.

카게로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청사를 향해 소리쳤다.

 

한가한 애들은 나와! 대공 전투!”

 

가장 먼저 나온 사츠키가 놀랐다.

 

에엣, 대공전투를 해? 여기서?”

저걸 쏴! 쏘라고!”

 

지금의 카게로는 의장을 장비하고 있지 않았다. 어쨌든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놓치면 위험해!”

 

나가츠키와 아라레가 의장을 장비한 상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찰기는 그 움직임을 눈치 챈 듯 고도를 높여, 날개를 돌려 떠나갔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도 돌아왔다. 이 둘은 부두에 있으며, 마치 완치를 한 참이었다.

 

지금 지나간 거 적 아냐!?”

카게로씨…….”

 

아케보노와 우시오가 말하였다.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전원 청사 안으로 들어오도록 명령했다.

모두 자리에 앉힌 뒤, 자신은 선 채로 머리를 굴렸다.

그것은 심해서함의 정찰기다. 아무래도 사방을 날아다니며 링가의 상태를 캔 것 같다. 돌아갔으니 상황 파악은 마친 것이다.

주전력이 구축함이라는 것은 아마도 들통 났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야만 한다. 분명 적은 대규모 공세를 시도한다. 링가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출격하자.”

 

그녀는 말했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찔끔찔끔 간을 보는 게 아냐. 전력으로 적의 공격을 맞받아 칠거야. 우선 정찰 함대를 보낸 뒤, 적을 발견하면 남은 멤버들이 나가서 합류, 함대 결전을 시도할 거야.”

 

그렇게 말한 뒤 실내를 둘러보았다.

이론은 없었다. 제독도 납득하고 있었다. 어느 함선 소녀도 긴장하고 있지만 그녀의 게획에 따를 셈이었다.

 

으음, 손해와 피로가 적은 순으로 출격을 해야 하는데…….”

 

카게로는 수차례 눈을 깜빡인 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무라쿠모는 대파니까 안 돼. 나가츠키는 지쳐있고, 아키츠마루씬……속력이 너무 달라. 포격이 집중 돼버릴지도 몰라……우선 나랑…….”

그건 안 돼.”

 

그렇게 말한 것은 의외롭게도 아케보노였다.

 

카게로는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았어. 기운이 있는 나랑 우시오가 나가는 편이 좋아.”

그 말, 저도 하려고 생각했어요.”

 

우시오도 말했다. 카게로는 안색을 바꾸었다.

 

나갈 수 있어!”

안 돼. 적어도 피로가 빠질 때까지 여기에 있어.”

 

예상 이상으로 쇠고집이었다. 카게로는 다시 한 번 아케보노에게 말했다.

 

, 나는 너희들의 향도함. 명령에는 따라줘. 나도 출격할 거야.”

그건 이젠 무효야.”

!?”

네가 어뢰를 맞고 기절하기 직전에, 나에게 지휘를 취하라고 부탁했지. 그러니까 내가 더 높아.”

 

아케보노는 이러면 어쩔 테냐라는 식이었다.

카게로는 말을 잃고, 필사적으로 그 때의 일을 떠올리려고 하였다. 확실히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지휘 위양을 명령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죽을 뻔해서 그런 거야!”

지금도 지친 상태이고, 출격할 상태가 아니잖아.”

, 그렇지만, 가령 내가 지휘를 양도했다고 해도, 나가츠키였을 거야. 아케보노론…….”

나가츠키도 피로 상태가 심하다고 말했잖아.”

…….”

 

카게로는 마지막의 보루라는 듯이 제독에게 시선을 주었다.

노인은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향도함은 아케보노로군.”

것 봐.”

 

아케보노는 일어서서 팔짱을 끼며 카게로를 내려 보았다.

 

얌전히 쉬고. 피로가 풀리면 향도함 직위는 돌려줄게.”

지금, 돌려줘.”

안 돼.”

 

아케보노는 호령을 내렸다.

 

나랑 우시오랑 아라레, 사츠키, 이렇게 나갈게. 심해서함을 막을 거야.”

 

알았다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4명은 곧장 부두로 향했다.

 

……아케보노!”

 

카게로는 열려 젖혀진 문에서 큰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돌아와! 죽으면 전부 허사니까!”

 

아케보노는 등을 돌린 채로 걱정 할 필요 없어.” 그 말만을 하였다.

 

 

 

 

양현 전진……으음, 강속!”

 

아케보노가 지시를 내리자 구축함 소녀 4인은 속력을 올렸다.

머리 위의 하늘은 개어있지만 적란운이 보였고, 동쪽 하늘은 어두웠다. 어쩌면 비가 내릴 지도 모른다.

 

접적할 때까지 단종진을 유지한 채 전진할 거야!”

 

무선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아케보노는 살며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고동은 빨랐다. 큰소리를 쳤지만 역시 긴장이나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혼자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만 했기 때문에 그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다양한 구축대에 소속하면서도 어째서 지휘를 하는 함선 소녀는 그렇게 고민을 하거나 도리어 대담해지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하고 싶다면 그저 명령을 내리면 될 텐 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입장에 서보니, 지금까지 느껴본 것과 다른 압박을 느꼈다. 동료의 목숨을 맡은 데다가 전과를 거둬야만 한다. 이 책임감은 말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다.

 

아케보노, 괜찮나요?”

 

후속함 우시오가 말을 걸어왔다. 아케보노는 평정을 꾸몄다.

 

, 뭐 그렇지. 이런 건 별거 아냐.”

……무리하시지 마시고, 늘 하던 대로 해주세요.”

나는 평소랑 다를 바 없어.”

좀 더 드세요, 삐딱한 느낌으로 있어주세요. 아케보노가 평소랑 같다면 저희들오 안심돼요.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이길 테니까요.”

그런 거야?”

. 저희들은 아케보노를 믿고 있으니까요.”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아보았다.

우시오는 다소 여려 보이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을 그리고 있었다.

 

……고마워. 좀 기분이 편해졌어.”

 

후우, 숨을 내쉬었다. 전심에 뭉친 힘이 풀린 기분이 들었다. 우시오도 안심한 듯 했다.

 

다행이에요.”

너 긴장을 풀게 하는 거 잘 한다.”

아케보노만 그런 거예요. 얼마나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우시오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함대의 양측에 섬의 실루엣이 보였고, 전방는 탁 트여있었다. 그리고 수평선에 적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어!”

 

아케보노는 쌍안 망원경으로 심해서함을 확인하였다.

 

우와, 엄청 있잖아.”

 

무심코 중얼거렸다. 링가에는 구축함만 있다는 걸 알고, 대세를 이뤄 출격한 것이다.

 

수송함은 보이나요?”

 

우시오의 말에, 아케보노는 바로 대답을 하였다.

 

있을 거야. 저만한 함대를 보냈다고. 우리들을 작살내고, 링가를 함락시키려고 하는 게 뻔하잖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뿌옇게 보이지만, 저곳에 타깃이 있을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아라레, 원거리 무선은 아직도 통해?”

 

최후미에 있는 아라레가 대답하였다.

 

아마도…….”

링가에 연락해. 적 주력을 발견했다고.”

 

갑자기, 아라레의 어조가 변하였다.

 

……!”

 

반사적으로 상공을 확인하였다.

 

적기.”

 

작은, 벌레인지 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물체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한 기만이 아니다. 몇 기가 편대를 이루어 날아오고 있었다.

아케보노는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항모도 있구나……!”

아케보노, 어쩔 거야?”

 

사츠키의 목소리.

 

카게로가 돌아와도 괜찮다고 말을 했잖아?”

여기서 물러나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링가로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해.”

그럼 말할 것도 없지…….”

 

아케보노는 심해서함의 무리와 대치하였다. 전함에 중순양함에 구축함. 그리고 항모. 곧장 이쪽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링가에 있는 것이 구축함뿐이라는 걸 알고, 봐줄 것 없이 공격을 하는 것이다.

 

적은 많아, 이쪽은 4. 나는 싸울 거야.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도 돼. 안 웃을 테니까.”

그럼 아케보노. 저와 둘이서 남죠.”

 

우시오가 바로 말하였다.

 

그 편이 외롭지 않아요.”

 

사츠키와 아라레도 이어서 말했다.

 

나도 할래. 그러기 위한 구축함이야.”

따돌리는 건……치사해.”

 

아케보노는 .” 하고 중얼거렸다.

 

하아, 다들 누굴 닮았는지. 분명 그 향도함 탓이야.”

 

돌아보고,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머리 위에 날아다니는 날파리는 무시해! 포뢰동시전 한다! 알겠어, 우리들이 가라앉아도 카게로가 분명 어떻게 해줄 거야.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기합 넣어! 여기서 물러나면 구축함(여자)이 아냐!”

!”

맡겨줘!”

알았어.”

 

각각 다른 대답. 아케보노는 함미 신호등을 켰다.

 

6(6).”

 

단횡진으로 진형을 바꾸었다. 적과 정면에서 마주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14구축대, 아케보노 이하 4척 돌격 개시. 한방 먹여주자고!”

 

전원 일제히 증속. 주기가 드센 소리를 내었다.

 

 

 

링가 정박지 청사에서 카게로는 안절부절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채로 발을 요란하게 떨고, 발을 움직이며. 손톱만을 움직이고 있는 탓에, 딸깍거리는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카게로, 조금은 차분히 있는 것이 어때?”

 

카게로와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아있던 나가츠키가  카게로의 태도에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카게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너야 말로 자고 있었던 게 아니었어?”

시끄러워서 못 자겠군.”

 

그제야 카게로는 자신이 다리를 요란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옆방에서 자. 저쪽은 이불이 있으니까.”

나도 무사히 돌아올지 걱정 돼. 그러니까 여기에 있을래.”

그럼 나랑 같이 다리 좀 떨어줘.”

 

그 말에 나가츠키는 정말로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안절부절하는 사람이 두 명이 되었다. 덕분에 일층에서 제독이 내려오는 것을 깨닫지 못 했다.

 

오호. 초조한가.”

 

카게로와 나가츠키는 허둥지둥 일어서려고 하였다. 노제독은 손으로 둘을 말렸다.

 

괜찮아. 나도 그 심정은 이해하니.”

 

제독은 직접 차를 타곤, 가장 조악한 의자에 앉았다.

 

비서함과 제독은 하는 일이 비슷하지. 다만 실무는 비서함쪽이 더 바빠. 건조의 입회부터 장비의 개발, 출격까지 하니. 비서함과 비교하면 제독따윈 편한 직업이지.”

설마요…….”

,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제독이니. 그런 의미론 고생한다네.”

 

노인은 테이블에 펼쳐둔 채로 방치된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적의 출현 지점과 링가의 위치, 그 밖에도 요코스카나 구레, 사세보 따위가 적혀 있었다.

 

……제독일도 평범한 신경으론 감당을 못 해. 본토의 젊은 것들도 마찬가지겠지.”

 

주름진 얼굴이, 한 순간 괴로운 기색을 띠었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녀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바다에 보내는 것이야. ……함대가 출격한 후, 우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지금이라면 이해하겠지?”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죠.”

그래. 별 탈 없이 돌아와 다오. 그것뿐이야. 적을 쓰러뜨리라는 것도 승리를 하는 것도 아니지. 그저 살아 돌아오는 것만을 바라는 것만을 바라고 있는 거라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중엔 함선 소녀가 조금이라면 피해를 받으면 망설임 없이 철퇴명령을 내리는 자도 있지.”

 

그 말을 들은 나가츠키가 말했다.

 

그러면 이기지 못 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렇지. 심해서함과 싸우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데 말이지, 정말로 대단한 모순이야. 그렇기 때문에 진격 명령을 내릴 때 제독은 모두 고민하지. 죽어라 고민을 하고, 승리와 함선 소녀의 생명을 저울에 다는 거야. 응급수리요원이 있어도 그건 변함없어. 명령을 내리면 남은 건 기도하는 것 말곤 없어.”

 

제독은 아련한 시선을 지었다. 입을 다물었다.

카게로와 나가츠키는 아무런 말도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이 다시 이야길 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독 중에는 술에 빠지는 녀석이 있지. 스트레스에 무너진 거야. 구레의 녀석은 알콜 중독 직전까지 갔지. 요코스카의 젊은 것은 더 심해. 함선소녀의 몸을 만지지? 그걸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거야.”

 

히히힛, 거리는 웃음소리.

 

그 녀석은 함선 소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거야. 만지고, 비명을 지르면 그 아이는 살아있어. 정말로 바보 같은 방식이지. 평범한 정신으론 맡지 못 한다는 걸 이걸 두고 말하는 거야. 다만, 역시 제독은 정상적인 구석이 없으면 안 돼. 마음속까지 미쳐있으면 그건 골치 덩이가 돼지. 젊은 것이 비정과 인정을 겸비하고, 마음속에서 그걸 제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남자가 되겠지. 심해서함에서 인류를 구한 인물로서 말이야.”

 

노제독은 그렇게 말하곤 조용히 찻잔을 기울였다.

머지않아 카게로가 물었다.

 

……사령관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시지 않으시나요?”

난 무리야. 내가 링가에 온 건 심해서함과 벌이는 전투에 버틸 수 없게 된 것도 있지.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래도 출격을 하는 함선 소녀들을 보는 건 이젠 됐어. 그러니까 자진해서, 링가에 착임했지. ……여기서도 출격을 지켜보게 될 줄은 몰랐어.”

 

그 때, 위에서 무라쿠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대파 상태로 독에 들어가지 않은 탓에 2층에서 쉬고 있었다.

 

카게로, 출격한 함대에서 고속 암호 통신 들어왔어.”

 

카게로와 나가츠키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뒤늦게 제독도 2층으로 올라갔다.

집무실 구석에는 무선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라쿠모와 아키츠마루가 거기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키츠마루가 종이에 통신문을 적고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 세세하게 움직이는 연필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긴박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거의 암호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장이었다.

 

여기요.”

 

아키츠마루가 통신문을 건네주었다.

카게로는 서둘러 읽었다. 눈을 의심했다.

 

……, 진짜, 아케보노 이 녀석, 전투로 이행했잖아. 그렇게 위험하면 돌아오라고 말했는데!”

 

질책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적을 눈앞에 두고 투지를 불태우지 않는 구축함 소녀는 없기 때문이다. 호위 임무가 아닌 이상, 어뢰를 끌어안고 쳐들어가기 위해 그녀들은 존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상황이 불명확하다. 심해서함의 수는 많고, 아마도 그곳에 수송함 와급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서 가만히, 아케보노 일행이 전과를 거두는 것을 기다려야만 하나?

이길 거란 보장은 없다. 적은 많고, 싸우고 있는 것은 고작 4명이니까.

그녀는 통신문을 움켜쥐었다.

 

나가츠키…….”

?”

피로는 가셨어?”

 

그 질문에 나가츠키는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물론이지.”

가자. 그 애들을 도와줘야지.”

 

카게로는 제독을 향해 돌아서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역시 제 성미랑 안 맞아요. 출격하겠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네.”

 

노인은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자네들은 확실히 구축함이야. 제 발로 사지를 향해 걸어가는 것인가.”

동료를 버리진 않아요. 만약 제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면, 동료와 링가를 구한 여자로서 남기겠어요.”

 

그 후 카게로는 무라쿠모를 보았다.

 

비서함의 지위는 너에게 반납할게.”

 

무라쿠모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알았어.”

 

카게로와 나가츠키는 나란히 섰다.

그리고 링가의 3인방에게 경례를 하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카게로와 나가츠키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망설임은 없었다. 부두를 향해 달려갔다.

 

무라쿠모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한동안, 카게로와 나가츠키가 떠나간 계단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아, 너무 멋있잖아.”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약을 꺼내 삼켰다. 통증은 멈췄다. 효능이 뭔지는 모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게다가 앞으로 할 일에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고속수복재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배부른 소린 할 순 없지…….”

 

무라쿠모는 제독에게 시선을 던졌다.

노인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해주겠나?”

.”

진심을 말하자면, 대파 상태인 너에겐 부탁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서방 공격의 함대를 위험에 노출시킬 순 없지. 더구나 요코스카의 젊은 것들에게 맡은 소중한 함선 소녀들을 여기서 죽게 놔둘 순 없어.”

알고 있어.”

무선 연락은 내가 하지.”

 

노인은 벽 가에 있는 무선기를 힐끔 보았다.

무라쿠모는 일어섰다. 제독이 염려를 하듯 말했다.

 

너에겐 고생만 끼쳤어. 내 뜻에 따르게 하여 미안하구나.”

됐어.”

 

그녀는 살며시 웃었다.

 

링가의 생활도 나쁘지 않았어. 으응, 오히려 좋았어. 사령관과 함께 부임했을 땐 나 자신을 터무니도 없는 얼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할아버지라도, 질긴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 법이야.”

초기함을 성격 드센 녀석으로 고르지 말건 그랬군.”

 

노인은 질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라쿠모는 아키츠마루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뒷일, 부탁해.”

…….”

이건 맡겨둘게.”

 

그녀가 내민 것은 자신의 마스트였다. 함선 소녀가 되었을 때부터, 한시도 때지 않고 들고 다녔던 것.

아키츠마루의 안색이 변하였다. 그녀가 무엇을 할 셈인지, 눈치를 챈 것이다.

 

이건……이것은 무라쿠모님의 소중한……!”

소중한 것이니까 너에게 맡기는 거야. 바다 위에서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어ᄍᅠᆷᅟᅧᆫ, 네가 더 잘 써줄 지도 모르고.”

 

반쯤 억지로 떠맡겼다.

아키츠마루는 망연자실하였지만, 머지않아 눈물을 글썽거렸다.

 

……무라쿠모님…….”

사실은 본토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너도 여길 떠날 마음은 없지.”

저는……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에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 저는 분합니다……. 저도 함선 소녀입니다. 그런데 링가에 오고 나서, 단 한 번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살아서 수치를 겪어야 하다니……! 부디, 부디 저도 동행을……!”

 





무라쿠모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개조도 안 한 애를 데리고 가는 취미는 없어.”

그럴 수가……!”

그렇지만, 너도 어엿한 링가의 일원. 우리들의 동료. 그러니까 맡긴 거고, 부탁도 있어.”

 

무라쿠모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령관을 부탁해.”

 

아키츠마루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에게…….”

이제 여기엔 너와 사령관밖에 없어. 함선 소녀의 긍지를 걸고, 링가의 명예를 걸고, 사령관의 몸을 지켜줘.”

제가 사령관을…….”

, 그래. 정말로 중요한 역할이야. 약속해.“

 

무라쿠모는 아키츠마루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확실하게 자신의 말을 전했다.

아키츠마루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사라졌다.

그 대신, 강한 의지의 빛이 점화되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

 

무라쿠모는 심해서함의 포격으로 찢어진 채로 놔두었던 제복을, 가능한 한 정돈하였다. 소매를 잡아당기고, 먼지를 털어냈다. 타버린 부분은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하였다.

붉은 넥타이를 굳게 매었다.

 

다녀올게.”

 

무라쿠모는 발을 돌렸다.

등 뒤에서 아키츠마루의 무라쿠모님!” 이란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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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장이 3권의 마지막 장이네요.

다음장의 제목은


불꽃의 구축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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