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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4권 제2장 -Starboard-


고생하십니다. 그럼, 시작하죠.”

 

첫 회의이기 때문에 전원이 자기소개를 하였다.

전함 대표는 이세, 항모는 류죠. 이 둘은 훈련에서 함께 했기 때문에 모르는 얼굴이 아니었고 그 사실이 카게로를 안심시켰다.

중순양함 대표는 처음 만나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모가미라고 이름을 밝혔다.

 

네가 카게로구나. 잘 부탁해.”

 

보이쉬한 말투여서 카게로는 한순간 동요하였다.

모가미는 정확하게는 중순양함 개조 항공순양함이어서, 수상기를 복수 탑재할 수 있었다. 이세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경순양함 대표는 오요도가 겸임하였다. 회의의 사회자역도 그녀가 맡기로 되어 있었다.

오요도는 의제를 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진행은 막힘이 없었다. 제독 간 회의에도 동행을 하고 사회역을 맡은 적도 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의사항은 사전에 배포된 페이퍼에도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발언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진수부 축제의 일반 공개 이벤트는 전회와 마찬가지로 의장 전시, 항행 전시를 하고자 합니다. 전시할 의장은 공창에 비축해둔 여분 의장을 이용하오니, 다른 분들에게 빌릴 일은 없습니다.”

 

차분히 회의가 진행되었다. 매끄러운 진행이어서 자연스럽게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

각 함종이 할 일도 정해지기 시작했다.

 

구레 진수부 명물 점포는 이번에도 엽니다. 함종 별로 선발하여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함선 소녀가 요리를 만들어 일반 입장객에게 대접하는 것이다. 함선 소녀별로 특색이 있기 때문에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들은 카레가 좋을 것 같은데. 스즈야한테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네.”

 

모가미가 말한다. 그 발언이 류죠는 다소 의외롭게 들린 것 같았다.

 

뭐꼬, 스즈야는 요리 좋아하나?”

그건 어떨까?”

모르나.”

분명 잘 할 거야. 분명.”

 

모가미는 천연덕스럽게 대꾸를 하였다.

오요도가 서류를 뒤적였다.

 

합동 축제이기 때문에, 각 진수부에서 함선 소녀가 찾아옵니다. 일단 요코스카, 사세보, 마이즈루, 오미나토 순입니다만, 각자 제각각 오겠지요. 중순양함 여러분들은 마중을 하느라 부담을 끼칠지도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그 정돈 괜찮아. 당일이지?”

아뇨. 요코스카와 사세보의 전함, 항모의 일부는 전날부터 오기로 되어있어요.”

헤에~, ?”

구레의 주력과 교류를 나누고 연계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요. 각 진수부의 제독도 전날 오네요.”

 

오요도는 모가미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방객을 수용을 위해 전함과 항모의 기숙사 방을 일부 제공할 거예요. 그밖에는 당일에 식당을 개방해주세요. 각 기숙사에선 사전에 청소 부탁드릴게요. 특히 쥐, 바퀴 등은 완벽하게 구축해주세요.”

 

어느 진수부에도, 장래의 인원 확충을 고려하여 기숙사의 방을 인원에 비해 많이 만들어 둔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 자체에는 지장은 없었다. 이게 외지에 있는 정박지라면, 공간이니 뭐니해서 손님을 받아들이는 순간 문젯거리가 된다.

 

질문, 괜찮나요?”

 

카게로는 긴장을 하면서도 손을 들었다. 오요도는 카게로에게 시선을 주었다.

 

말씀해 주세요.”

당일 전날에 오신 분은, 절분에도 참가하시나요?”

참가는 안 해요, 그렇지만 부디 관전을 하고 싶다고 바라셨어요.”

 

깜짝 놀라는 카게로.

 

저기……구레 진수부의 절분말인데요…….”

사양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요도가 말한다.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모가미와 류죠가 웃었다.

 

상대방이 바라는 거니까 제대로 대접해줘야지.”

하모하모. 구축함의 진면목을 발휘할 때다.”

……알겠습니다.”

 

이건 각오를 해야겠다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구레의 절분은 다소 특수하다.

오요도가 다시 서류를 뒤적거렸다.

 

, 맞다. 일부 사람들의 강한 요망이 있어 진수부 축제 내에서 기마전을 부활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오호, 이세가 중얼거렸다.

 

상당히 오랜만에 하네요. 예전에는 계절마다 할 정도였는데.”

다른 진수부에서 사람이 오니 이번 기회에 부활시키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어요.”

 

이세는 그 설명에 납득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류죠와 모가미는 이건 놓칠 수 없겠는 걸.
” “요란하게 해부리자.” 라는 등 즐거워 보였다.

카게로는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구레에 착임을 하고 기마전을 하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세가 카게로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주역이야.”

저희들……구축함 말인가요?”

진수부 명물, 구축함 기마전이야.”

 

이세는 사뭇 즐거워보였다. 류죠와 모가미도 웃고 있었다.

카게로는 아직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가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오요도가 설명했다.

 

구축대가 기마를 만들어, 진수부끼리 겨루는 것이에요. 머리띠를 뺏은 수로 겨루죠. 운동회의 기마전이랑 별반 차이는 없어요.”

, 그런가요.”

분명 흥이 오를 거예요.”

 

뭔가 함축적인 말투였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진수부에서 구축대를 맞이하고 기마전을 하는 것이니 이것은 분명 흥이 오를 것이다. 행사에 사족을 못 쓰는 구축함은 많고, 예전에는 각 계절마다 했었다고 했다. 다만 오요도가 씨익거리며 미소를 짓는 것이 신경이 쓰일 따름이었다.

남은 건 세세한 조정이며, 몇 가지 의제는 다음 회의 주제로 하여 해산하였다.

 

구축함 기숙사로 돌아가자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훈련으로 녹초가 된 제18구축대의 멤버들이 카게로를 맞이해주었다.

 

어서와. 즐거웠어?”

 

카스미가 물었다. 카게로는 터무니도 없다며 그 말을 부정하였다.

 

무진장 긴장했어.”

그렇겠지. 내가 했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어.”

대단한 분만 있는 걸. 그쪽은?”

어제보다 날씨가 안 좋고 파도는 드높아서 진츠씨는 기분은 좋았어. 쿠로시오가 눈을 뒤집더라.”

평소랑 다름없구나.”

 

구축함의 일상이다.

다 같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였다. 점심이라고 해서 가볍게 허기를 때우는 것이 아닌 속이 든든해지는 돈가스이다. 다른 구축함은 이미 식사를 시작하고 있으며, 카게로 일행은 빈자리를 찾는 데 고생하였다.

 

회의에 나갔는데 말이야.”

 

카게로가 말을 꺼냈다.

 

이번 진수부 축제는 다른 곳에서 사람을 부르잖아. 요코스카랑 사세보는 절분도 관전한데.”

 

카스미가 돈가스 소스를 끼얹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유별난 사람들이네.”

요코스카 진수부는 절분 행사를 안 하는 걸까?”

거긴 비서함이 무진장 성실 맞은 사람인 것 같으니 행사는 안 하는 게 아냐?”

성실 맞다고? 나는 푸근하고 종체 정체가 파악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뭐니 그 유령 같은 사람은.”

 

카스미는 소스를 듬뿍 끼얹어 검게 된 돈가스와 양배추를 동시에 입에 넣었다.

잠자코 식사를 하고 있던 시라누이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진수부 축제에서 구축함이 총출동한다는 것인가요?”

전원 다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긴급 출동이 있을 법 하니까 전함 쪽 사람이나 항모 쪽 사람은 전원 모이는 건 아닌 것 같아. 구축함도 일부 그렇지 않을까.”

 

카게로는 대답을 하면서 첨언을 하였다.

 

그래도 수가 많은 걸. 관함식도 아닌데.”

모르는 얼굴도 있겠죠.”

이렇게 된 거 명함이라도 뿌릴까.”

그저 인사를 하면 되잖아요.”

 

시라누이가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러고보면…….”

 

드물게도 아라레가 솔선해서 이야기에 참가했다.

 

구축함이 모인다는 말에 생각났는데……. 소문인데……구레 구축함에 인사이동이 있는 것 같아…….”

뭐야? 구축대 변경이야?”

 

카게로의 의문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럴지도 몰라……그렇지만, 구레가 아닐지도 모른데…….”

그건 무슨 소리야?”

요코스카에서……구축함이 모자른다든가……뭐라든가…….”

 

카게로는 조개 된장국을 소리를 내며 전부 들이켰다. 문득,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잠깐만. 그건 요코스카로 소속을 옮긴다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몰라…….”

누가?”

거기까지는…….”

 

아라레도 자세한 건 모르는 것 같았다.

함선 소녀에게는 제각각 함선 소녀 군적이라는 것이 있으며, 어느 진수부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정해져 있다. 행정 처리 편의 때문에, 적을 두고 있는 진수부에서 매달 월급이 나오고 있다.

물론 출장이니 뭐니 해서 머무는 곳은 자주 바뀐다. 이것은 함선 소녀의 숙명 같은 것이며, 진수부 간 함선 소녀의 교환은 일상화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경우도 군적의 변경은 없지만 개중에는 소속 진수부를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급료의 지급처와 세금의 납세 기관이 변경된다.

, 지금 있는 곳과 관계가 없어진다. 단기간의 전적이라고 하여도 연이 끊어져 다른 진수부 사람이 되는 것이니 관심을 안 줄 수가 없었다.

 

요코스카에서 구축함 부족이란 사태가 있을 수 있나요? 그곳이 구레 이하의 인원수라곤 생각하기 힘든데요.”

 

시라누이의 말이다. 조용한 그녀도 이 화제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또 다시 아라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코스카는……심해서함 공격의 주력 부대이니까……아무리 있어도 부족한 걸지도 몰라…….”

보통은 전함이나 항모를 바란다고 생각해요.”

동감……그렇지만, 높으신 분들이 생각하는 건 알 수 없어…….”

 

당연한 답변이다.

식사 자리가 한동안 침묵으로 감싸였다. 단순한 소문이라고 해도 자기에게 벌어질 일로 생각한다. 그만큼 친숙하고 쓸쓸함을 동반하는 이야기였다.

 

자자, 좀 더 명랑하게 굴라고.”

 

카스미가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친척이 죽은 것도 아니고, 소문 따윈 신경 쓰면 한도 끝도 없다고.”

 

카게로가 시선을 주었다.

 

카스미는 못 들었어? 구축함이 전적한다는 이야기.”

물론 듣긴 했는데. 사령 구축함 사이에선 한때 가장 손꼽히는 화젯거리였어. 우리들은 모조리 오요도씨한테 호출을 받았다고.”

 

저번에도 카스미만 호출을 받은 걸 카게로는 떠올렸다.

 

어떤 소릴 들었어?”

 

카스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 못 해.”

조금만.”

입단속을 그르치면 언제 어디든지 오요도씨가 날아올 게 뻔하잖아. 그 사람이 이런 걸 놓칠 거라고 생각해?”

전혀.”

 

오요도는 비품의 출저뿐만 아니라 유언비어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은 흘려듣지만 진수부 전체에 영향이 있는 것이라면 용서 없이 꾸짖었다.

 

……, 모든 애들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야.”

역시 구축함이 대상이구나.”

, 그렇지.”

 

애매하지만, 카스미의 말은 아라레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카게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 동료가 떠나는 건 서글픈 걸.”

침몰하는 것보다야 낫잖아.”

그렇지만 멀리 떠나가자 버리는 거잖아. 다 같이 사이좋게 지냈는데.”

……나는……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라레.

 

이것도 구축함의 숙명…….”

너 때때론 시라누이보다 성격이 삭막하단 말이야.”

 

정작, 시라누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입을 다문 채로 빈 접시를 향해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카게로는 말을 걸었다.

 

시라누이?”

……아아, 죄송해요.”

역시 너도 동료가 떠나는 건 쓸쓸해?”

시라누이는 카게로가 떠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른 진수부에서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돼서.”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카게로. 시라누이는 말을 계속하였다.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을지 세수는 할 수 있을지.”

, 애가 아니거든!?”

의외로 시라누이를 잊고 편지도 안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보낸다고. 두 시간에 한 통 꼴로 보낼게.”

그 정도인가요?”

한 시간에 한 통.”

그걸로 타협하죠.”

 

시라누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걸로 나와 시라누이의 우정은 영원해졌네.”

……변함없이 도통 이해가 안 돼, 너희들은.”

 

카스미가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카게로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카스미도 신경 쓰고 있으니까. 너 혼자 있게 되면 울 것 같더라.”

왜 우는 건데.”

내 안에선 카스미는 드세지만 잘 우는 소녀야. 왜냐하면 그 편이 귀엽잖아.”

사람의 성격을 멋대로 정해지지 말아줄래?”

뒷바라지는 쿠로시오한테 부탁해야지. 그 애 성격 밝으니까 카스미의 성격도 곧바르게 될 거야.”

내 성격은 삐뚤지 않거든!”

 

카스미가 불만을 말하였고 점심시간은 그것으로 끝을 맞이하였다.

 

오후는 진츠가 지도하는 훈련. 오전 중 결석한 카게로는 뒤쳐진 분을 따라잡을 기회에요.”라면서 훈련 메뉴가 다른 사람보다 늘어났고, 두 번이나 기절하였다.

그리고 밤. 소등 시간 무렵의 구축함 기숙사. 카게로는 침대에 엎어져 누웠고, 스탠드만을 키고 오요도가 건네준 서류를 읽고 있었다.

회의 때에도 느꼈지만 요점을 짚고 괜한 수식어가 없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이런 기능도 비서함에겐 필수적인 걸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자신과 그녀의 차를 통감하게 된다. 비서함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 적은 없지만, 자신에겐 비서함은 도저히 무리이다.

 

시라누이, 일어나 있니? 자고 있니?”

일어나 있어요.”

 

밑에 층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늘 생각하지만, 자고 있다면 자고 있어요.”라고 대답해야만 하는 건가요? 잠에서 깼어요라고 불만을 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미안. 비서함 했었을 때, 어땠어?”

힘들었어요.”

 

그녀는 바로 대답했다.

 

할 일과 생각할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요. 조금이라면 밀리면 각 부서에서 불만을 말하니까 전부 실수 없이 해야만 해요.”

보좌 같은 건 없어?”

있어요. 오요도씨는 혼자서 일을 해치우시는 것 같지만요.”

괴물이네.”

 

카게로는 서류를 덮었다.

 

구축함이면서 비서함, 너 말고 있을까?”

글쎄요……. 남방 박지에 있었던 것 같네요.”

누구야?”

이름은……분명…….”

 

시라누이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말했다.

 

잊었네요.”

……, 분명 우수한 함선 소녀겠지.”

 

정말로 알고 싶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카게로는 그렇게 대답했다.

서류를 봉투에 넣어 베개 곁에 두었다.

 

그건 그렇고, 절분도 그렇고 기마전도 그렇고, 왜 구축함에게 맡기는 행사만 하는 거지.”

행사 싫어하시나요?”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구축함은 곧잘 수명이 다른 함선 소녀와 비교하면 짧다고 다들 말하고 있어요.”

그거, 제대로 된 통계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지.”

전함 따위와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 뒤쳐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구축함은 그 순간을 모든 힘을 다해 사는 게 사명이라고도 하고 있어요.”

 

그건 카게로도 실감하고 있었다. 구축함이 요란법석을 피우면서 행사에 사족을 못 쓰는 것은 굉침과 마주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함종이나 제독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은파리(ギンバイ) 짓이나 반입 금지 품목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봐주게 해주는 함선 소녀는 구축함이 가장 많다. 찰나적인 인생이기 때문에 지금을 있는 힘껏 즐기는 것이다.

 

합동이라고 해도 진수부 축제 개최가 재개되는 것도 그런 점이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몰라요.”

우리들을 위한 축제인가.”

너무 곡해서 판단한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모처럼 여는 행사는 즐기지 않으면 손해이다. 더군다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기회를 보면 돌격하는 것이 구축함이다.

카게로는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 진수부 축제 힘내자~.”

그 마음가짐이에요.”

 

시라누이가 말했다. 카게로는 결의를 새로이 한 뒤, 스탠드를 껐다.

 

 

 

 

다음날 점심.

진수부 축제 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축함 소녀는 모두 긴장의 끈을 팽팽히 하고 있으며, 아침 식사 때에는 별나게도 모두 말수가 적었다.

오늘은 절분을 위한 제비뽑기가 있다.

절분은 일반적으로 정해진 대사와 함께 콩을 뿌리고 오니()를 쫓아내는 행위이다. 악령을 멀리하고 행운을 부른다. 하지만 진수부에서 하는 절분은 다소 이색적이다.

우선 이 경우 오니는 심해서함이며, 다양한 불행한 일이다. 눈앞의 적부터 시작해서 의장 트러블까지 다양한 재액을 내포하고 있다. 그 탓에 오니에겐 반드시 콩을 뿌려 맞춰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재수가 없는 것이다.

절분의 무대는 진수부 전체. 오니역은 점심이 지나고 난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부지 내를 뛰어다니며, 어떻게 해서든 콩에 맞지 않으려고 한다. 콩을 던지는 함선 소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서 콩을 맞춘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진수부 청사를 제외한 부지 내라면 어딜 가도 괜찮기 때문에 도망치는 쪽도 콩을 맞추는 쪽도 자연스럽게 진심으로 역할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오니는 제비뽑기로 결정된다. 어느 함종이라도 오니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오니에게 콩을 뿌리는 건 누가 해도 좋다. 때에 따라선 구축함이 전함을 향해 콩을 뿌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행사에 사족을 못 쓰는 구축함 소녀들이 진지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평소라면 사는 세계가 달라 말을 거는 것조차 주저하고 마는 사람들에게 콩을 뿌려도 되는 것이다. 평소의 울분……아니, 친애의 정을 나타낼 찬스다.

여기서 반드시 피하고 싶은 경우가 구축함이 오니가 되는 경우다. 그래선 전혀 의미가 없다. 오니가 아니라 콩을 뿌리는 쪽이 되는 건 지상명제라고 해도 좋다.

제비는 완전히 랜덤. 게다가 공개적으로 제비뽑기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표는 누가 할지 정해진다.

 

유키카제!”

 

1사관차실에서 카게로가 외쳤다.

 

쿠로시오, 유키카제 못 봤어?”

뭔가 오늘 아침부터 없는 것 같다.”

어디 있는 거야!? 누가 갤 찾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고 와!”

애들한테 말 걸고 올게.”

 

잽싸게 전령이 뛰쳐나가고, 진수부 내에서 수색이 시작되었다. 평소라면 각 구축함에게 경쟁심도 품겠지만 이런 때는 한 점의 흐트러짐이 없는 단결력을 보여준다.

카게로급 구축함 유키카제는 아직도 어린 티가 물씬 풍기는 소녀이지만 천재이며 두려울 정도로 강운을 타고난 소녀이다. 어떤 전장에서도 생채기 하나 없이 돌아오기 때문에 싸우게 하는 것보다 생환의 신으로서 받들어 모셔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소리마저 듣고 있다.

제비는 100% 운을 겨루는 승부이다. 그렇다면 행운함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 한 절분에서도 유키카제에게 제비를 맡겼고 그 때마다 오니역을 회피한 것이다.

카게로는 애간장을 태우면서 유키카제 발견 보고를 기다렸다.

 

안 보이네.”

 

쿠로시오가 말한다.

 

그런 꼬라지니까 금방 찾아야 하는데.”

이제 시간도 얼마 없어.”

 

카게로는 시계를 올려보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전날에 붙잡아서 설명을 해둘 걸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머지않아 구축함 소녀, 시키나미가 뛰어 들어왔다.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드세 보이는 소녀이다. 19구축대 소속이다.

 

카게로, 유키카제는 구레에 없어.”

?”

심부름 하러 파라무시르 정박지에 차출된 것 같아. 한동안 못 돌아온데.”

뭐야 그 명령!”

 

시키나미도 의문스럽게 여겨 이곳저곳 물으러 다닌 것 같지만, 왜 이 타이밍에 그런 명령이 내려진 것인가? 그 점에 관해선 파악할 수 없었다. 제독의 명령이 오요도를 거쳐 발령된 게 틀림없다고 쳐도 그 비서함이 그 사정을 설명해줄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크윽……. 누군가가 우리들을 방해했군…….”

 

항의를 해보려고 한들 그럴 수단은 없으며 시간은 그것보다 더 부족했다.

 

제비를 뽑을 다른 대표를 정해야하는데…….”

 

운이 좋고 그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구축함 소녀. 운과 배짱이 필요하다.

팔짱을 끼며 후보자를 생각해본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카게로를 보고 있었다.

 

뭐야……?”

카게로가 하면 되는 거 아냐?”

 

시키나미가 말한다.

 

진수부 축제 대표니까 제비도 뽑아.”

터무니도 없어!”

나는 괘안타고 생각한다.”

 

쿠로시오의 말이다. 평소에 짓던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딱 맞지 않나. 유키카제랑 똑같은 카게로급이니 분명 운빨도 좋을기다.”

너도 카게로급인 주제에!”

 

그녀는 도움을 구하듯이 시라누이를 보았다.

시라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로가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신자!”

시라누이는 언제나 카게로의 편이에요. 같은 편이 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시키마니가 , 이제 갈 시간이야.” 그렇게 말하며 카게로를 재촉했다. 그녀는 각오를 굳히고 뛰어나갔다.

 

오니를 정하는 제비뽑기는 강당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개 행사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크기가 요구되는 것이다.

애초에 전함이나 항모도 이런 행사를 구태여 챙겨 보러 오지 않았다. 그녀들은 대범하기 때문에 오니가 되면 그것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넓은 공간이 요구되는 것은 구축함이 몰려와 보러 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당 안에는 구축함 소녀가 전원 강당에 모여 제비뽑기 상자를 보고 있었다.

1년에 한번, 요란하게 상급자에게 콩을 뿌릴 수 있는 행사이다. 진수부 축제와 함께 열려버렸지만 그래도 좋다. 이런 기회를 놓칠 쏘냐, 제비뽑기 대표자에게 기운을 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제비를 뽑는 사람은 물론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중대한 임무야.”

반드시 오니는 피해.”

 

평소라면 어지간해선 말을 걸지 않는 구축함 소녀마저 말을 걸었다. 모두 하나같이 진지했다.

이번에도 오요도가 강당에 들어오더니 목소리가 들리기 쉽도록 마이크를 집었다.

 

그러면 항례 행사인 절분의 오니역을 정하는 제비뽑기를 개시합니다. 각 대표자는 앞으로 나와 주세요.”

 

카게로는 긴장을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뒤에서 힘내라~” 그런 성원이 날아왔다.

전함은 휴가, 항모는 쇼호, 중순양함은 모가미였다. 잠수함은 면제.

경순양함의 제비뽑기 대표자가 나타났을 때 구축함 소녀들 사이에서 동요가 퍼졌다.

대표가 진츠였던 것이었다. 무심코 카게로가 말을 뱉었다.

 

, 진츠씨. 이런 자리에 어찌…….”

가끔씩은 이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요.”

 

그녀는 완만하게 미소를 그렸다.

 

차례대로 제비를 뽑아주세요. 신호를 보낼 때까지 제비를 펼치지 마세요.”

 

오요도가 말했다.

카게로는 일부러 가장 마지막에 뽑기로 했다. 유키카제라면 어느 때라도 결과는 변함 없을텐데. 평소에 미신을 믿지 않는 카게로도 이번에는 마지막에 남은 것이 좋다는 근거도 없는 낭설을 믿었다.

구축함 소녀의 집단에서 오니는 피해라. 오니는 피해라. 오니는 피해라.’ 그런 염원을 카게로에게 보냈다. 한끗 차이로 살기와는 달랐다. 아무리 둔감한 소녀라도 온몸으로 그것을 느끼고 말 것이다.

휴가와 쇼호가 이어서 뽑았다. 모가미는 일부러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며 제비를 뽑았다. 진츠는 차분히 제비를 뽑았고 마지막은 카게로이다.

그녀는 종이 박스에 손을 집어넣어 마지막으로 남은 제비를 뽑았다.

 

해당 제비에는 오니라고 적혀있어요. 그럼 제비를 펼쳐주세요.”

 

오요도의 신호에 일제히 제비를 펼쳤다.

카게로가 뽑은 제비는 백지였었다.

 

좋았어!”

 

무심코 환희를 몸으로 표현했다. 구축함 소녀들의 입에서 아자~!” “카게로 장하다!” 그런 목소리가 올라왔다. 그녀가 그것에 응하며 백지 제비를 흔들자 박수가 일어났다.

오요도가 구축함 소녀들을 타일렀다.

 

정숙하세요. 오니는 누구신가요?”

저예요.”

 

옆에 있던 사람이 손을 들었다. 카게로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향해 보내진 갈채도 잊은 채 경악했다.

앞으로 나선 사람은 진츠였다.

 

경순양함이 오니역을 한다는 뉴스는 구축함에게 경악과 함께 실려 왔다.

무슨 영문인지 절분의 오니는 전함이나 항모가 맡는 일이 많았다. 최강의 포지션을 향유하고 있는 함종에게 콩을 뿌리는 것은 일종의 풍물시이다. 그런 한편 경순양함이 오니역을 맡았던 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정난 이상, 오니역을 완벽하게 맡을게요.”

 

진츠는 그렇게 말했다.

 

재액을 쫓는 행사에요. 여러분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참으로 고마운 말이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말에 거짓이 없다하더라도 그 말의 감춰진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건 고민되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카게로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늘 하던 대로 해야 하나, 특별한 지시를 내야하나…….”

 

이미 일부 구축함 소녀는 진츠의 허가가 떨어졌다고 환희를 하며 효율적인 콩뿌리기 작전을 짜고 있다. 경순양함이 오니라면 임하는 마음가짐도 다르다. 식사 자리가 작전회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진츠씨의 직속 부하라고. 진수부 축제가 끝난 순간 훈련 메뉴가 혹독해지면 어쩌지.”

 

고민하는 카게로에게 카스미가 대답했다.

 

절분 행사가 없어도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그렇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구축함을 굴리는 강도를 높이는 짓을 진츠는 안 한다. 그렇다기 보단 늘 혹독하게 굴린다. 그런 의미론 안심할 수 있었다.

 

……질러버릴까.”

 

카게로는 결심했다.

 

어설프게 했다가 구축함의 위신이 실추될 거야.”

 

옆에 있던 시라누이가 무언의 동의를 하였다.

 

, 카게로.”

 

다른 함선 소녀가 말을 걸었다. 18구축대 테이블에 찾아온 것은 시키나미였다.

 

어서 절분 대책 본부 설립해.”

?”

정신 차리라고. 효과적으로 콩을 뿌리려고 세우는 거잖아.”

, 그렇지.”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레 진수부의 부지 전부가 절분의 무대이다. 정보 입수는 필수이다. 오니의 정보를 모아, 현재 위치에서 미래위치를 예상하고, 대책 본부의 판단 하에 구축대를 투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퍼레이션 리서치 수법마저 도입하여 그리드 단위로 구분된 지도에 각종 정보를 기입한다. 이쯤 되면 오니도 대책을 세워야만 하게 되고, 탑재기를 띄워 구축함의 위치를 장악하고 초계의 구멍을 발견하여 잠수를 타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기숙사의 빈 방을 빌릴 테니까, 거길 본부로 삼자. 지도랑 화이트보드 조달해줘. 방에는 24시간 감시병을 세울 거야. 정보 누설만큼은 하지 마.”

맡겨줘.”

 

시키나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구축대 테이블로 돌아갔다. 식기 쟁반을 정리하고 구축대를 고무하면서 나갔다.

 

 

. 역시 구레의 구축함은 믿음직스러워.”

 

카게로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카게로는 당장 빈 방의 사용허가 신청을 하러 갔다.

오요도에겐 진수부 축제의 준비를 위해 씁니다.”라고 말했다. 거짓은 아니지만 사실도 아니다. 그리고 대량의 콩을 발주해야만 하기 때문에 예산 신청도 해야 한다. 이건 회의에서 절충을 해야만 했다.

그 후의 일을 마라자면 회의에 훈련, 카게로의 업무량은 늘어났다.

익숙지 않은 임무 탓에 처음에는 긴장을 했지만 곧장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아니게 되었다. 할 일이 많아서 고민을 할 틈조차 없다.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 날은 회의실에서 서류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각 진수부의 함선 소녀 중, 누가 오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구축함 소녀는 카게로의 담당이다.

 

으음, 구축대의 현재 소재지 확인이랑, 구레에 오는 사람들의 파악…….”

 

전대라면 비교적 편하지만 구축대는 수가 많기 때문에 고생이다. 군행정상 1부터 10까지는 요코스카, 11부터 20까지는 구레, 21부터 30까지는 사세보라고 정해져 있지만, 늘 그곳에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그 때의 전황에 따라 소재지는 시시각각 변한다. 일일이 연락을 취하여 소재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테이블 위에 구축대의 서류를 펼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정렬하였다.

 

“11, 12, 13, 14……14가 없네. 어떻게 된 거지?”

그건 결번이야. 소속함이 없어.”

 

같이 작업을 하고 있던 모가미가 웃으면서 가르쳐주었다.

카게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서류를 찾고 있었어요. 왜 공백인 채로 놔둔 건가요?”

그것까진 모르겠는 걸. 힘들면 나도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할게요.”

 

구축대 일이니 구축함인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날에 오는 사람은 이미 정해졌나요?”

. 정리했어.”

 

모가미의 앞에는 서류가 쌓여 있었다. 카게로는 놀랐다.

 

빠르시네요.”

아하하. 한참 전에 비서함을 한 적이 있거든.”

마중은 모가미씨가 직접 하시는 군요.”

나랑 스즈야랑 쿠마노랑 미쿠마가 해. 모가미형 4명이서 해. 고생하는 건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을 마중하러 나가는 오요도씨일까?”

왜요?”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이 툭하면 함선 소녀를 뽑아 가려고 하거든. 후소씨가 원래 구레에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

아뇨.”

구레 진수부 소속이었어. 그런데 야마시로씨가 요코스카에 있으니까 둘이 함께 있는 게 좋다며 억지로 전적을 시켰데.”

 

어거지를 부리네, 카게로는 생각했다. 구레의 제독이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을 경계하고 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는데 납득이 갈만한 이야기이다.

전적이란 말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입을 열려고 하자 회의실에 오요도가 들어왔다. 카게로는 급하게 일어서서 오요도를 맞이하였다.

 

이곳에선 매번 일어서지 않아도 돼요. 지금은 작업에 집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저기, 오요도씨, 질문해도 될까요?”

 

중순이랑 이야길 할 때랑 달리 경순양함을 상대로 질문을 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채빠지질 않는다. 더구나 상대방은 비서함이다.

 

이 자리에선 그렇게 예의를 차릴 건 없어요. 뭔가요?”

소문으로, 구축함 중 누가 전적이 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는데요…….”

역시 예의를 차려주세요.”

 

카게로는 등줄기를 꼿꼿이 세웠다. 모가미는 웃었고 오요도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에요.”

 

안심할 수 없었다. 진츠의 경우라면 이 후 죽을 것만 같은 훈련 메뉴가 찾아온다.

 

전적에 관해선 제가 말씀드릴 순 없네요. 정식 지령을 기다릴 필요가 있어요.”

요코스카에 간다는 소문이…….”

긍정도 부정도 안 해요.”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전적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에요. 과도하게 예민하게 반응을 할 사항이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그 심정은 이해해요. 제가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아시나요?”

 

카게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면 구레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요도는 대답했다.

 

요코스카에요.”

. 그런가요?”

지금의 제독이 요코스카에 방문을 했을 때 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저를 설득했어요. 너무 열심히 설득을 하시 길래 그만 승낙을 해버리고 말았지만요, 구레 제독과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명령이 떨어졌을 때엔 상당한 실랑이가 벌어졌지요.”

요코스카쪽 제독도 진수부 축제에 오지요.”

……, 차분한 분위기는 안 되겠지요.”

 

오요도는 난처하다는 듯이 미간을 찡그렸다.

카게로는 우선 어깨에서 힘을 뺐다. 조금, 오요도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 그래도 평소 지내던 동료와 헤어지는 건 역시 쓸쓸하지.”

 

모가미가 배려를 해줬다.

 

나도 애들이랑 헤어지는 건 싫은 걸.”

…….”

그렇지만 새로운 만남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괜찮잖아. 금세 친해질 거야.”

 

수긍할 수 있는 의견이지만 지금의 카게로에겐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나고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 지각해서 미안타.”

 

훈련을 마치 류죠가 들어왔다. 이세도 그녀와 함께 들어왔다.

 

항공전함 상대로 하면 윽수로 열등감을 느낀다. 항모한태도 대구경포를 쓸 수 없는 기가.”

또 그런 소릴. 고정익기를 그렇게 운용할 수 있으니까 열등감을 느끼는 건 저라구요.”

 

이세가 응수한다. 오늘도 이 둘은 함께 훈련을 한 것 같았다.

둘 다 의자에 앉았다. 그녀들은 진수부 축제에 쓰는 물품과 예산 담당이었다.

 

, 카게로, 이 콩의 발주는 절분에 쓰는 거제.”

 

곧장 류죠가 질문을 던졌다.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상당히 많네. 이렇게나 쓰나?”

써요.”

 

단언했다. 류죠는 잠시 생각한 뒤, “, 구축함아이가.” 말하며 납득했다.

 

오요도씨 절분 때, 청사와 기숙사의 옥상을 개방한데이. 손님들이 콩뿌리기 보고 싶어할기다.”

괜찮아요.”

카게로, 구축함 기숙사도 써도 되나?”

아뇨, 그건.”

 

카게로는 고개를 저었다.

 

기숙사만큼은 안 돼요.”

 

함선 소녀에게 있어서 기숙사는 불가침의 존재다. 전투나 훈련에서 아무리 대형함의 권위에 굴복을 한들, 기숙사에 돌아가면 모두가 평등, 안심하고 편히 몸을 쉴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서함과 특별히 허가받은 함선 소녀 이외에는 지정받은 기숙사외엔 출입할 수 없었다.

이것이 전함 같은 경우라면 그 부분에서도 관용적이어서 남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구축함은 특별 의식이 강해서 부외자의 출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건물 관계상 정박지가 될 경우 사정은 달라지지만 어쨌든 이곳은 구레 진수부. 섣불리 허가를 했다간 동료들에게 집단 비난을 받게 된다.

 

쇠고집이구만.”

다른 구축함에게 제공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게 한계에요.”

역시 구축함.”

 

류죠는 처음부터 거부될 것을 예상한 것 같았다. 억지로 의견을 강요하진 않았다.

둘이 이야길 하고 있는 사이에 이세는 오요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용은 식재료에 관한 것이었다.

 

구레니까, 구레 명물인 굴을 내야겠지만, 생굴은 무리겠죠.”

 

이세의 말에 오요도도 동의했다.

 

식중독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죠. 굴구이와 굴튀김으로 좁히죠.”

제독이 뭔가 말을 한 게 있나요?”

요코스카 그 녀석에겐 생굴만 먹이라고 하네요.”

 

애초에 오요도도 그 말을 지킬 맘은 없는 듯하였다. 들고 있는 서류에는 생굴 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적었다.

이세는 카게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구축함에선 점포에서 뭘 메뉴로 할지 정했나요?”

, 으음, 아직요. 야키소바나 오코노미야키라도 내놓으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겹칠 것 같아서요…….”

 

예전의 진수부 축제에선 구축대별로 점포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많아도 3개로 한정되었다. 부족한 부분은 업자가 메꿀 것이다.

 

쿠로시오한테 타코야키를 만들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외엔…….”

그 정도로 해둬. 다른 구축대도 오니까 가능한 한 교류는 나누는 편이 좋아. 가게는 우리들한테 맡겨줘.”

아뇨. 전함 여러분에게만 일을 맡길 순 없어요. 그런 건 구축함이 할 일이에요.”

 

바다에 떨어진 함재기를 회수하는 잠자리 낚시[トンボ]”을 비롯하여 구축함이 대형함의 보조를 하는 사례는 많다. 그건 해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소소한 보수 따위에 구축함 소녀가 차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카게로는 돌격을 주된 임무로 삼는 구축함이지만 잡용을 경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세는 살짝 기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이 즐겨도 덧날 건 없어. 구축함은 축제를 맘껏 즐겨주길 바라니까.”

괜찮아요. 모두 분명 재밌어 할 거예요.”

 

카게로는 대답하였다.

서투른 서류일과 의견 조율을 마치고, 구축함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 날은 하루 종일 훈련에 참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부럽게 여길 것만 같았다.

아직 저녁을 먹기엔 빠른 탓인지 제1사관차실에는 드문드문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18구축대의 다른 멤버는 돌아오지 않았다.

카게로를 발견한 시키나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대책 본부 설치 끝났어. 지도랑 화이트보드도 넣어뒀어.”

고생하네.”

 

카게로가 답변을 하였다. 시키나미는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경비는 우리(19구축대)부터 하는데, 로테이션 돌릴 사람, 그쪽에서도 내줄 수 있어?”

그렇구나. 그럼 아라레한테 부탁해둘게.”

 

말수가 적은 것을 제외하면 일은 무난하게 해치울 것이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시키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콩 발주는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어?”

오늘 부탁해뒀어. 양이 양인 만큼 류죠씨가 묘한 표정을 짓더라.”

연례행사잖아. 그런데 대두야? 다른 건 안 돼?”

.”

~. 요즘은 규칙이 깐간해졌지.”

 

시키나미가 탄식하였다.

구레 진수부에선 절분 때 오니역을 맡은 함선 소녀에게 던져도 되는 콩은, 콩목 콩과 콩속 콩속에서 속하는 것, 소위 말하는 대두에 한정하며, 한 알당 중량 0.2그램에서부터 0.6그램의 콩으로 한한다.” 란 기묘한 규칙이 있다. 당초에는 이런 규정은 없었고, 당연하지만 규칙에 절분 항목조차 없었다.

이것은 구축함들이 그저 콩을 뿌리는 것만으론 시시하다.”라면서 사탕을 던진 일에서 기인한다. 그것 자체는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였지만, 동그란 것이면 뭐든 던져도 된다는 사상이 파생되어 서서히 과격화되어 물풍선, 골프공, 소프트볼, 볼링공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걸 던지면 조금 다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허둥지둥 콩을 던질 것.” 이란 규정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하자 그 규칙망을 회피하듯이 박스 렌치를 콩이라고 주장.” “들개에게 이란 종이를 붙여서 물게 한다.” 는 등의 계획이 발각. 기어코 콩의 정의가 추가되었다. 이걸로 사태는 진정된 걸로 보였지만 이번에는 콩을 한 알, 한 알 접착하여 킬로그램 단위의 콩을 제작하는 사례가 나왔으며, 이번에도 절분 직전에 중량 제한이 제정된 것이다.

이후에는 일반적인 절분의 콩뿌리기와 다를 게 없게 되었지만 7.7mm 기총을 개량하여 콩을 연사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며, 맨손으로 콩을 던지는 규정에 대한 추가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콩의 화력 저하만큼, 속력으로 메꾸자.”

 

그렇게 말하는 카게로.

 

오니를 발견하면 단번에 몰아넣어서, 콩을 던지면 돼. 모처럼 빠른 발을 지니고 있는 걸, 써먹어야지.”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구축함 대표에 뽑힌 이후 다양한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다.

문득 돌아보면, 시키나미가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카게로는 불안해졌다.

 

, 뭔가 위험한 소릴 했나?”

으응. 있잖아, 18구축대 사령 구축함은 카스미지?”

그런데.”

뭔가 카게로, 구축함 대표로 뽑히고 나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네. 향도함 적성 있는 거 아냐?”

애도 참. 그렇지 않아.”

 

그녀는 웃으면서 부정했다. 시키나미는 그녀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보다 더 잘맞는 사람은 많이 있데도.”

 

그래도 시키나미는 그렇지 않아.” 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카게로는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났다.

훈련이 끝난 구축대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반은 환복을 하고 식사를 하고, 남은 반은 샤워를 한 뒤 소금기를 씻어냈다.

그 중에 쿠로시오가 있기 때문에 카게로는 서둘러 쿠로시오를 끌어왔다.

 

, 부탁이 있는데.”

뭐꼬. 진츠씨 훈련 대신 해주는 기가?”

진수부 축제 때 타코야키 만들어주지 않을래?”

“1)……내가 이런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타코야키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건 편견 아이가?”

못 만들어?”

그야 뭐, 만들 수 있긴 한데. 그런 건 아무나 만들 수 있다.”

나는 못 만들어 부탁해. 카스미!”

 

(역주1: 오사카시의 명물 중 하나가 타코야키이다.)

 

자신의 사령 구축함도 불렀다.

카스미는 샤워를 하러 가려고 하는 것을 멈추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나 목욕하러 가고 싶은데.”

타코야키 좋아해?”

좋아하는 데?”

그럼 쿠로시오랑 같이 만들어 줘. 진수부 축제에서 구축함 점포 메뉴로 낼 거야.”

……나 먹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셈이었는데.”

카스미 귀여워. 사랑해. 그러니까 만들어줘. 자세한 건 쿠로시오한테 물어보면 돼.”

 

그 직후 카게로는 깨달았다.

 

, 점포 자재랑 식재 조달 깜빡했다.”

참 마음이 급하네. 아직 여유 있지 않나.”

 

쿠로시오가 어처구니없어 하지만 카게로는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이런 건 빨리 해둬야지. 미안, 뒷일 부탁해!”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뛰어나갔다.

전력질주를 하는 카게로는 제18구축대 멤버들과 쿠로시오는 놀란 얼굴로 배웅하였다.

머지않아 아라레가 입을 열었다.

 

……뭔가 힘들어 보여…….”

한다고 해서 응원을 했지만, 점점 걱정이 들기 시작하네요.”

 

시라누이도 중얼거렸다

 

평소보다 흥분된 것 같네요. 일에 너무 몰두해서 쓰러질 것만 같아요.”

그런 건……당사자는 잘 모르니까…….”

좀 더 템포를 조절하라고 말을 해둘까요.”

 

시라누이의 말에 아라레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자신의 사령 구축함에게 시선을 주었다. 카스미는 둘의 의견에 동조를 하면서 말했다.

 

충고하는 편이 좋지만……아마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해.”

 

반사적으로 시라누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카게로의 컨디션이 나빠져요.”

아라레가 말했지. 당사자는 모른다고. 카게로는 처음 구축함 대표를 하는 거니까, 누가 참견을 하는 게 싫어하는 거 아냐?”

쓰러지면 의미가 없어요.”

실전이라면 나라고 해서 잴 말릴 거야. 그렇지만 여긴 육상이잖아. 연료가 다 떨어져도 격침되진 않아.”

컨디션을 망치는 거랑 단순한 연료 고갈은 다른 문제에요.”

말리는 편이 좋다는 건 알고 있데도. 그렇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시라누이는 울컥해서 카스미를 노려보았다.

 

카스미가 말리지 않는다면 시라누이가 말릴 거예요.”

 

카스미는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슨 소릴 한들 말릴 셈이잖아. 같은 방이고.”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적당히 해둬. 너도 알고 있겠지만, 한번 불이 붙은 구축함의 열정은 어지간해선 안 꺼지니까.”

 

카스미가 시라누이를 어르지만, 시라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카게로를 쫓아갔다.

 

카게로는 기숙사의 자기 방에서, 침대에 서류를 펼치고 있었다.

 

점포의 자재와 절분의 콩이랑 되랑……으음, 안내판이랑 정비랑 다른 진수부에서 온 함선 소녀 도착 예정 시각……햐아~, 할 일 엄청 많네!”

 

그래도 어떻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정력적으로 일에 달라붙었다. 덕분에 시라누이가 방에 들어온 것을 눈치 채지 못 했다.

 

카게로……카게로.”

 

몇 번 시라누이가 이름을 불러서야 겨우 그녀는 고개를 올렸다.

 

?”

 

침대 위에서 내려보았다.

시라누이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카게로를 올려보았다.

 

식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 깜박했다.”

 

혀를 살짝 내밀었다.

 

일이 있으니까 됐어. 먼저 먹어.”

그건 안 돼요. 몸이 재산이니까요, 칼로리를 제대로 섭취해야죠.”

나중에 갈게.”

그러면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버려요.”

 

너무나도 끈질기게 권유를 하기에 시라누이를 따라 식사를 하러 가기로 하였다.

복도를 걸으면서 시라누이가 말했다.

 

얼른 먹고 일을 하러 돌아가야지.”

……좀 더 천천히 하는 건 어떤가요? 너무 급하게 하세요.”

그래? 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훈련 면제인데도 일이 전혀 진척되지 않았는걸. 좀 더 분발해야지.”

모두 일에 과하게 몰두한다고 걱정하고 있어요.”

괜찮데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 밥 다 먹으면 시라누이도 도와줘. 아직 할 일이 남아있거든.”

 

카게로는 말하면서 시라누이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그녀는 몸을 달구는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탓에 자신의 파트너가 줄곧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까지 눈치 채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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