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레 진수부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함선 소녀 후보생을 훈육하기 위한 교육 구역과 출격 거점이 되는 기지 구역이다. 일반적으로 「구레 진수부」를 가리킨다면 후자가 된다.
함선 소녀에게 있어서 구레는 친숙한 곳이다. 지원하여 찾아온 소녀들은 이곳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때로는 웃고, 때론 눈물을 흘린다. 특히 구레 진수부 소속의 함선 소녀에게 있어선 후보생부터 실제로 함선 소녀가 되어서도 바다의 풍경과 하늘의 푸른빛은 한 치의 변화도 없다. 그저 지낼 숙사가 다를 뿐.
카게로 또한 그런 함선 소녀 중 한 명이다. 구레에서 후보생으로서 훈련을 받고, 배속처도 구레인 그녀는 몸도 마음도 세토우치의 바닷바람이 스며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구레에서 지냈으니 앞으로도 구레에서 지내겠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그녀는 구축함 기숙사의 방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있었다.
심해서함과 싸울 수 있도록 단련된 몸이라고 하여도 역시 피로가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휴식은 잘 챙기도록 규칙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출을 하여 기분전환을 하거나 스포츠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것은 특히 권장되는 사항들이다. 그렇기 않으면 정신적인 피로가 급격하게 쌓여 임무나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날의 카게로는 자기 방에 있는 것을 골랐다. 룸메이트인 시라누이가 방에 있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파트너를 두고 외출을 해봤자 재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방에서 뒹굴거리는 것이다. 실은 아주 잠깐 외출을 했지만 그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구축함 기숙사의 방은 좁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휴일의 대부분을 2층 침대의 위, 아래에서 지내고 있었다.
“카게로.”
누워있는 카게로에게 파트너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천정을 향해 대답했다.
“왜~.”
“모처럼 쉬는 날인데, 시시하지 않나요? 저는 완전히 통금 시간이 될 때까지 외출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괜찮긴 한데, 혼자 나가봤자 시시하잖아. 너는 하루 종일 방에서 지내는 거 괜찮아?”
“시라누이는 익숙해요.”
정말로 괜찮아 보이는 답변이 돌아왔다.
2층 침대 밑에 있는 시라누이는 카게로와 마찬가지로 카게로급 구축함이다. 두뇌명석 성적우수 약간 거친 입담 삼박자 고루 갖추고 있다. 교육대 시절부터 함께 지냈고, 이곳에서도 제18구축대에 속한 동료였다. 예전에는 서로 충돌(이라기 보단 카게로가 일방적으로 시라누이에게 반발)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호흡이 딱 맞아 떨어질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시라누이는 소위 말하는 우등생이고, 비서함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런 것 치고는 자기 자신을 자랑하지 않은 채 그저 담담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카게로는 그런 파트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존경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느그적 느그적 몸을 움직여 추락 방지 난간에서 몸을 내밀어 아래를 보았다.
“익숙해졌다고 해도 말이야, 너무 좁으면 숨이 막히지 않아?”
“누울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괜찮아요.” “뭐랄까, 더 구축함이란 느낌이 들어, 너.”
그렇게 그녀는 말했다. 스트레스와 연이 없어 보였다.
“다음에는 같이 나가자. 네가 좋아하는 데로.”
“카게로가 좋아하는 곳이면 돼요.”
“무리하면서까지 나랑 맞추지 않아도 돼.”
“그렇지 않아요. 카게로가 좋아하는 곳이 좋아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카게로는 신음을 뱉으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곳인가, 새삼 그런 소릴 들어봐도 말이지~. 차라리 휴가를 받아서 멀리 나가볼래?”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나요?”
“동쪽이라도 가볼까. 마이즈루라던가 오미나토라던가.”
“오미나토는 동쪽이라기 보단 북쪽이네요.”
“그럼 요코스카쪽으로 갈래? 그쪽, 구레보다 시설이 훌륭한 것 같잖아.”
“함선 소녀의 출격 거점이니까요, 이곳이랑 분위기는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담하게 사세보로 가볼까.”
“진수부는 일단 뺄 순 없나요.”
어처구니 없다는 투로 말하였다.
외박은 금지되지 않았지만, 제한이 상당히 많다. 비서함이 당일 행선지와 일정을 세세하게 체크하고, 연락은 반드시 하라고 주의를 듣는다. 언제 긴급 출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며, 실제로 심해서함의 출현으로 당일 휴가가 날아간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말을 듣고 보면 쉬는 날에도 함선 소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돼버리네.”
“숙명이죠.”
시라누이가 대답한 순간 누가 방문을 노크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었다. 들어온 것은 짧은 흑발이 인상적인 명량한 분위기의 함선 소녀였다.
“놀라왔데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들어와 하나 밖에 없는 의자에 앉았다. 이걸로 실내는 상당히 비좁게 느껴졌다.
이 함선 소녀의 이름은 쿠로시오라고 한다. 그녀 역시 카게로급 구축함 소녀이다. 성격은 상당히 명량하며, 구축함 소녀들의 무드 메이커이다.
쿠로시오는 침대의 위,아래를 둘러보았다.
“이게 무꼬, 꽃다운 처자 둘이서 침대에 뒹굴거리긴. 뭐 할 일은 읍나?”
“오늘은 망상 속에서 여행하는 날이라고 정했다고.”
카게로는 시선을 쿠로시오 쪽으로 옮겼다.
“너는 뭘 하러 온 거야. 휴일이잖아.”
“수다다. 방에 혼자 있으면 지루하고.”
그 말에 카게로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배가 불렀어, 정말.”
쿠로시오는 제15구축대이지만, 현재 소속함은 그녀가 유일하다. 그 탓에 방도 1인실이다. 물론 크기는 다른 방과 차이가 없지만 혼자 방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
“카게로한테도 볼 일이 있다. 방금 전에 밖에 나갔제.”
“응.”
쿠로시오가 의자에서 몸을 내밀었다.
“사왔나?”
카게로는 베개 밑을 뒤적인 뒤 잡지를 꺼냈다.
“자.”
“와~.”
쿠로시오는 기뻐하며 잡지를 받았다. 카게로는 잡지에 이어서 물건을 건네주었다.
“비스킷, 깡통 알사탕, 사쿠라모찌, 이마가와야키, 앙미츠의 꿀이었나?”
줄줄이 꺼내서 쿠로시오에게 주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품은 가득 찼다.
“혼자서 다 먹지 마.”
“알고 있다. 다른 아한테도 나눠줄게.”
쿠로시오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카게로는 물건을 사러 외출을 한 것이었다. 물론 진수부 내에 매점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진수부에는 없는」 것도 있다. 그럴 경우 밖에서 사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수부에는 외부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음식물은 식중독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제한이 엄격했다.
그렇다고 해도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정. 나이 어린 구축함 소녀들은 이런저런 수단을 써서 반입 금지품을 기숙사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으며 가장 솜씨가 좋은 것은 다름 아닌 카게로였다.
“또 그런 짓을.”
시라누이는 기가 막혔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안 들킨 데도.”
카게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잖아.”
“그저 눈을 감아준 걸뿐일지도 몰라요. 정문 위병이라면 모를까, 그 사람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는 생각은 못 하겠네요.”
그 말에 카게로는 약간 긴장하였다.
시라누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구레 진수부의 비서함이다. 비서함은 제독의 곁을 지키며 잡무를 전부 담당하고 있다. 사무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현재의 비서함은 와셔 하나, 이쑤시개 한 가닥의 소재마저 파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카게로는 이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 바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들키면 들키는 거지. 시라누이한테 줄 것도 잊지 않고 사왔어.”
그리 말하면서 아래층에 복숭아 통조림을 건네주었다.
쿠로시오는 둘의 이야기에 끼지 않은 채 잡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컬러 페이지 많구만. ……엉?”
안색이 금세 떨떠름하게 지었다.
“야, 카게로. 이거, 알몸이 없다.”
“……넌 여자 알몸을 보고 싶었어? 목욕탕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잖아.”
“또래 알몸 봐서 뭐 어쩌라는 기고. 전에는 사다줬잖아.”
“그건 사는 김에 산거고. ……지금은 어디에 있어?”
불안하게 묻는 카게로. 쿠로시오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하였다.
“구축함 기숙사에선 전원 봤으니. 중순 아님 전함쪽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거 아이가?”
“돌고 있어!? 왜 전함 사람들마저!?”
“호평인 것 같드라.”
태연작약하게 대답하는 쿠로시오. 카게로는 한순간 현기증이 들었다.
“……경순양함 기숙사에는 안 가겠지.”
“글쎄다.”
구축함에게 있어선 경순양함은, 자신들을 직접 지휘하는 언니이다. 친근감이 드는 것과 동시에 두려움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들켜도 영창에 박히는 일은 없겠지만 이 일을 구실로 훈련 메뉴가 힘겨워질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카게로는 “출저가 나라는 게 들키지 않게 해주세요.”그렇게 빌었다.
쿠로시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보면. 뭔가 올해 있잖나, 진수부 축제 하는 것 같다안카나.”
그 말에 무심코 카게로가 되물었다.
“올해 하는 거야?”
“오랜만이제.”
쿠로시오가 말했다.
진수부 축제는 말 그대로 각 진수부가 행하고 있는 축제이며, 일종의 기지 공개이다. 평소에는 출입 인원을 엄중하게 관리하는 진수부도 이 날 만큼은 일반 시민의 자유로운 입출임을 허가한다. 평소에는 심해서함과 싸우는 함선 소녀들도, 진수부 축제가 열린다고 하면 가게나 기획물 등을 바지런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하다니, 상당히 대담하게 나서네요.”
이 말은 시라누이. 그녀는 카게로에게서 받은 복숭아 통조림을 소중히 갈무리를 하고 있었다.
“각종 행사는 당분간 안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만 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 아이가?”
“시라누이는 착임한 해에 딱 한 번 경험하고 없네요.”
“나도 마찬가지다.”
쿠로시오가 말한다. 카게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 카게로급 3인방은 착임 시기가 거의 비슷했다. 그 해에 구레에서 진수부 축제가 벌어졌는데 그 다음해부턴 중지되었다. 이유는 “시국 상, 시민 감정에 대한 배려.”를 한 탓이다. 요하자면 “심해서함이랑 싸워야할 텐데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란 의견 제기가 있었던 것이다.
언제 끝날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싸움 와중에 이런 의견은 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뭐니 해도 세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신분 상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규모 축소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은 안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그녀들도 이해하고 있다. 그것이 올해가 되어 재개하니 의외롭게 느껴졌다.
카게로는 침대에 몸을 실은 채로 물었다.
“언제 해?”
“다음 달 아이가?”
“지금 이 시기에 하는 건 어중간하지 않아?”
“갑자기 정해진 것 같드라. 내도 오늘 소문을 들었다 안카이.”
쿠로시오는 이런 부류의 소문에는 밝은 편이며 소문에 관심이 없는 것은 시라누이이다.
뭔가 다양한 걸 한꺼번에 합치는 것 같드라. 콩뿌리기라던가.“
카게로가 탄성을 질렀다.
“절분은 이미 한참도 전에 지났잖아. 절분 행사는 매년 했는데 올해는 안 하길래 절분도 기어코 중지가 된 건가 싶었어.”
“그러니까 같이 하는 거겠제.”
쿠로시오는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였다. 카게로는 쿠로시오보다 조금 더 진지했다.
“뭘 하면 돼지.”
“전에 한 거랑 똑같은 걸로 충분하지 않나. 갑자기 바꾸면 고생한데이.”
“익숙한 사람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나.”
이런 종류의 행사를 많이 경험하고 있는 함선 소녀는 제법 존재하지만 항모쪽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건 송구스러울 따름이고 전함은 주눅이 든다. 역시 같은 구축함에게 묻는 게 빠를 것이다.
“내일, 훈련 때에 물어봐야지.”
“날씨 안 좋아지는 것 같드라.”
“그런 걸로 훈련 중지가 될 것 같아?”
카게로의 말에 쿠로시오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 이거지. 쿠로시오도 오늘은 빨리 자는 편이 좋아.”
카게로는 말했다. 쿠로시오는 그럼에도 잡지를 읽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방에서 나가고 소등 시간이 되었다.
다음날.
제18구축대는 부두에 정렬하였다.
원래라면 다른 구축대도 있어야 하지만, 제16구축대는 원정임무로 이미 출항을 하였고, 쿠로시오는 다른 일로 진수부 내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 4명과 지도역인 경순양함밖에 없다.
구축함 소녀들의 앞에는 경순양함 소녀 진츠가 서있었다.
윤기가 맴도는 긴 머리카락과 청초한 외견은 경순양함이라기 보단 일본차의 광고 모델이라고 하는 편이 와닿았다. 목소리도 다소곳하고 그녀가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함선 소녀는 구레엔 없었다.
카게로 일행이 긴장한 안색으로 정렬하고 있다. 진츠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햇살이 눈부실 정도이다.
“여러분. 보시다시피, 오늘은 쾌청하네요.”
진츠는 하늘을 향해 올렸던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일기예보론 흐림 후 비, 바람도 거세질 거라고 말했어요. 훈련하기엔 안성맞춤이 날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움을 금치 못 하겠네요.”
어제 카게로와 쿠로시오가 나눈 대화와 달리 진츠는 쾌청한 하늘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악천후야말로 훈련에 적합한 날씨라는 것이 경순양함들의 신념이다.
진츠는 눈가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자면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이 날씨에 항행을 해도 단순한 바다 유람이 돼버리고 말 것 같아요. 그런 훈련만해선 2수전의 이름이 울고 말 것이에요.”
진츠는 서글프게 말했다.
카게로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아침부터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이게 했는데, 오늘 훈련은 어떻게 돼버리고 말까요.”
진츠는 힐끔, 구축함 소녀들을 보았다.
“여러분도 쾌청한 하늘 아래에서 하는 훈련은 지겹겠지요……차라리 오늘은 훈련을 그만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로소 구축함 소녀들 사이에서 동요가 번졌다. 그런 이유로 훈련을 중지하다니 듣도 보도 못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 시선을 진츠는 놓치지 않았다.
“카게로씨.”
“네, 네엣!”
갑자기 호명을 받아, 카게로는 허둥지둥 등줄기를 곧게 폈다.
“역시 카게로씨도 훈련을 중지하는 편이 좋나요?”
“그, 그건 뭐…….”
쉬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려고 하다가 서둘러 머리를 굴렸다.
이런 일로 훈련을 쉴 리가 없는 것이다. “훈련을 중지한다는 감지덕지한 일을 맛보기 위해 훈련을 해요.” 그런 소릴 들을 게 뻔하다. 평범하게 대답을 해선 안 된다.
“……아뇨, 역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게로는 대답했다.
“파도가 잔잔해도 훈련은 할 수 있습니다. 진츠씨의 지도라면, 쾌청한 하늘이라도 험악한 하늘이라도 똑같이 지도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츠는 안색을 밝히며 손바닥을 마주하였다.
“어머나. 역시 훈련을 하시고 싶은 거로군요.”
“네.”
“날씨가 좋든 나쁘든 똑같은 거로군요.”
“……네.”
“그럼 그 말을 받아들여, 악천후 훈련과 똑같이 하도록 하죠. 훈련양은 평소의 배로 할게요.”
으엑, 그런 소리 없는 소리를 구축함 소녀들의 입에서 나왔다. 곧장 진츠가 물었다.
“싫어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반사적으로, 전원이 대답하였다. 진츠는 싱긋 웃으며, “그럼 발묘해주세요.” 그렇게 말했다.
카게로가 가장 먼저 바다에 들어갔다.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또 카게로가 걸렸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동료인 아라레였다. 표정 변화가 없으며, 무뚝뚝한 것이 특징. 그녀도 제18구축대 소속이다.
진이 빠진 느낌으로 카게로가 대답했다.
“말하지 말아줘. 바보라는 건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느 쪽을 골라도, 결국 훈련을 했다고 생각해…….”
“뭐 그렇지. 진츠씨의 외통수를 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지.”
뭘 하든 마지막에는 “자주적으로, 기꺼이.”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방금 전의 일련의 대화는 일종의 의식에 가깝다.
“뭐든, 진츠씨의 훈련은 받아놓고 손은 보지 않아요.”
시라누이가 주기를 가볍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결국을 훈련을 하는 것 말고는 자신의 실력을 높일 순 없으니까요.”
“그야 그렇지만, 나 그렇게 우수한 애가 아니고.”
말하는 카게로.
“기억나? 내가 첫 포격 훈련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낮은 점수를 기록한 거.”
“물론이죠. 경순양함 분들이 모여서, 구레의 기적이다, 재액이라고 경탄하였죠.”
“쓸데없는 것까지 말하지 말고. 그 후 진츠씨의 밑에서 훈련을 받아 성적을 개선했길 망정이지.”
그녀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 이후 뭔가 찍힌 것 같아.”
“카게로는 늘, 장래의 목표는 진츠씨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사랑이 통하지 않는 걸까.”
카게로는 한탄하였다.
그 때 다른 함선 소녀가 주의 섞인 말을 던졌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이제 나갈 거라고. 선두는 나. 최후미는 시라누이.”
늘 하던 대로 그 함선 소녀는 척척 지시를 내렸다.
그녀는 아사시오형 구축함 카스미이다. 드세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성미가 드세다. 제18구축대의 사령 구축함 소녀이기도 하다.
“훈련 해역까지 단종진으로 항행. 전속함과 거리를 쓸데없이 좁히지 마. 그리고.”
카스미는 말을 덧붙였다.
“실력이 없다는 자각이 있다면 훈련에 매진해야지. 이런 건 저금이랑 똑같다고. 지금 고생해서 모으면 나중에 기술이 되어 돌아온다고. 이자가 붙어서 말이지.”
“알고 있어.”
카게로는 반발하는 일 없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미, 그리고 아라레는 카게로보다 구레 진수부 소속 이력이 길다. 경험자의 충고에는 따르는 것이 좋다.
게다가 훈련이 저금이랑 똑같다는 것은 카게로도 몸을 통해 알고 있었다. 서툴렀던 자신의 포격전 기술이 향상한 것은 다함께 힘겨운 훈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구축함 소녀 전원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자각을 한들 훈련이 편해질 리는 없다.
훈련 해역에 도착할 무렵 진츠는 모두에게 말을 전했다.
“오전 중에는 함대 운동, 포격전, 어뢰전입니다. 이 순번으로 4번 반복합니다.”
4번이라는 말에 구축함 소녀들의 정신은 아득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츠가 횟수를 줄일 리가 없다.
“함대 운동 훈련 때에는 상시 최대 전속으로 멈추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라레씨, 무정지의 이유가 뭔지 아시겠나요?”
“적 제공권 하에서 항공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한 상정…….”
“정답이에요. 답을 맞춘 상으로 함대운동은 갈지자 운동으로 할게요.”
또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구축함 소녀들. 진츠는 싱긋 웃었다.
“그렇게 기뻐하시다니, 수뢰전대 기함으로서 기쁠 따름이네요. 그럼, 시작할까요.”
진츠 이하의 구축함 소녀들은 세로 1열로 늘어서 함대 운동을 개시하였다.
넓은 해역을 사용하여, 최대전속으로 내달린다. 우현, 좌현 키를 꺾으면서 지그재그로 항행을 내내 지속하였다. 그것이 끝나면 포격 훈련. 표적을 향해 항행을 하면서 쏜다. 4번 이내에 협차를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어뢰를 사용한 습격 훈련도 비슷한 양상이지만, 작약을 실은 실용 탄두는 사용하지 않고, 연습 탄두로 훈련을 하였다. 원거리와 근거리 두 종류. 유도 장치가 없기 때문에 표적에 맞추지 않는 것은 전제 조건이나 다름없지만 빗나간 어뢰는 자기가 회수해야만 한다. 어뢰는 고액의 물품이기 때문에 분실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쉴 틈도 없이 연속으로 하였다.
1회차는 아직 할 만 했지만 2회차부터 피로가 쌓이고, 3회차는 몸을 휘청거리며 하였고 4회차에는 의식이 몽롱해졌다. 그 어떤 과정도 최대 전속 항행을 하면서 하였기 때문에 전신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함대 운동은 충돌하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기 때문에 발이 부들부들 떨리며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황색 피로」에서 「적색 피로」가 된 상태이며, 이런 상태가 되면 위에 담긴 내용물을 해면에 쏟아내고 만다.
진츠는 그런 함선 소녀들의 모습을, 서글프게, 혹은 싱글거리면서 보고 있었다.
“물고기에게 밥을 다 줬으면, 다시 시작할게요.”
이런 점은 가차가 없다.
최근의 진츠는 세세한 지도를 하지 않는다. 지침과 힌트만을 준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 탓에 육체만이 아니라 머리도 지친다. 그리고 구축함 소녀들도 이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을 터뜨리면서도 훈련을 받는 것이었다.
“아~, 힘들어…….”
휴식 중에 카게로는 바닷물로 입을 헹궜다. 그 탓에 입안은 소금기가 맴돌았다.
“아무리 해도 위가 훈련에 익숙해지질 않네…….”
“진츠씨는 훈련의 기준을, 한계치의 살짝 위로 설정을 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시라누이. 그녀는 얼굴이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마법이라도 쓴 걸까…….”
반대쪽에서 카스미가 다가왔다. 그녀도 역시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후우……. 저 사람 꼼꼼히 살펴보고 있으니까 조금 정돈 무리를 해도 괜찮아. 이쪽은 그럴 겨를도 없지만……아~, 메스꺼워, 아직도 속이 시큰거려.”
카게로는 진절머리를 냈다.
“우리들이랑 똑같이 움직이면서 안전 관리도 하고 있다니 어떻게 되먹은 사람이야…….”
아라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사고만큼은 충분히 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었어…….”
“사고가 난 적이 있어?”
카게로의 질문에 아라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가라앉을 걱정은 없으니까 상관없긴 한데……그건 그렇고, 넌 어째서 그렇게 괜찮아 보이는 거야?”
카게로는 물었다. 아라레는 훈련을 받는 동안 구토를 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늘만이 아니라 늘 그런 것이다.
아라레는 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루……평범해.”
“아침 안 먹었어?”
“먹었어…….”
“안 지쳐?”
“지쳐……쓰러질 것 같아…….”
그렇게는 안 보이지만, 본인이 그리 말하고 있으니 피곤한 걸 거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라레는 만났을 때부터 포격이 능숙했고 훈련을 하고 나서 그 실력을 더욱 키웠다. 때때로 카게로는 “얼마나 실력이 늘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애초에 아라레는 대공 사격을 잘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쪽 훈련을 중점적으로 받는 것 같았다.
“구레까지 적기가 날아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최악이지…….”
다시 한 번 바닷물을 입에 머금고 난 뒤 뱉었다. 겨우 속이 진정되었다.
“그렇지, 얘, 카스미. 물어보려고 생각한 게 있는데.”
“뭔데?”
카스미도 아침 식사를 전부 게워냈지만 향도함의 사명감 탓인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진수부 축제, 들었지.”
“소문의 출저라면 쿠로시오잖아.”
“구축함은 뭘 하면 되더라?”
카스미, 그리고 아라레는 진수부 축제를 몇 번 경험을 했을 것이다. 카게로와 시라누이는 모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하는 걸 빨리 듣고 싶었다.
“평범한 진수부 축제라면 미아 안내나, 의장 전시 관리만 하는데 말이지.”
카스미가 대답했다.
“아아, 그렇지, 함종 별 대표자를 정해. 실행위원 같은 역할.”
“저번 진수부 축제에서 구축함 대표는 누구였어?”
“나야.”
카스미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카게로는 무심코 박수를 쳤다.
“오~, 굉장하다. 역시 우리 구축대 사령 구축함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냐.”
“왜 뽑힌 거야? 역시 귀여워서?”
“헛소리 하지 마.”
“그럼 정말로 귀여우니까.”
“능력을 평가하자는 발상은 안 들어?”
카게로는 잠시 생각한 뒤, 손뼉을 쳤다.
“정말로 귀엽고 유능해서 그렇구나. 역시 카스미야.”
“귀엽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카스미는 소리쳤다.
슬슬 휴식 시간이 끝난다. 매사 5분전을 의식하는 것이 함선 소녀의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아도 피부로 느낄 만큼 시간 관리에 미감해졌다.
“가자.”
카스미가 재촉하고 모두가 지친 몸을 애써 움직였다.
항행 개시점에 도착하였다. 그러자 진츠가 “이동합니다.”라고 말했다.
“훈련 해역에 다른 함선 소녀도 왔기 때문에 저희들은 조금 자리에서 떨어질게요.”
보니, 해면 위네 드문드문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이 커짐에 따라 함종을 알 수 있었다.
“경항모랑……전함인가요.”
카게로는 다소 놀란 느낌으로 말했다.
“저희들이랑 같이 하나요?”
“아뇨. 다만, 저 분들은 사정거리가 길고 함재기도 탑재를 하니까요, 다소 훈련 장소를 양보해야지요.”
“아, 네에…….”
이동이란 소릴 들었음에도 카게로는 한동안 접근하는 함선 소녀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함 소녀가 둘이다. 몸의 여기저기에 거대한 포탑을 실고 있다. 그 모습은 심해서함의 전함급과는 달리 공포가 아니라 듬직함을 안겨주었다. 다만 특이하게도 왼팔에 삼각형 모양의 판을 붙이고 있었다.
“이세씨와 휴가씨네요.”
시라누이가 중얼거렸다.
“저건 항공 갑판……? 항공전함이 된 건가요.”
“저번에 개조를 받았다는 소문이…….”
아라레가 가르쳐주었다.
항모도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특이하게 생긴 모자를 쓰고 있었고, 검붉은 색 옷을 입고 있다. 큼지막한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다른 한명은 활을 들고 있었고, 윤기가 감도는 흑발과 예리한 눈매가 두드러졌다.
“류죠씨랑……쇼호씨?”
“4항전이네요.”
의문을 입에 담은 카게로에게 시라누이가 대답해주었다.
카게로는 이 둘이랑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실은 이세, 휴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이것은 제18구축대 전원이 그랬다.
구축함 소녀에게 있어서 전함과 항모는 하늘 위에 사는 사람들이다. 심해서함과 벌이는 전투에서 결전병기가 되기 때문에 충분한 정비를 받을 수 있으며, 기숙사의 방도 넓다. 그런 것들이 허락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일격으로 적을 해치우는 파워에 동경하는 함선 소녀는 많다. 개중에는 부적삼아 그런 그녀들의 속옷을 노리는 괘씸한 사람도 있다. 손이 닿지 않는 존재이니 외경과 존경은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전함과 항모가 다가온다. 제18구축대 멤버들은 괜한 긴장을 하였다.
“고생하십니다.”
진츠가 경례를 하였다. 카게로 일행은 허둥지둥 진츠를 따라 경례를 하였다.
“옹냐, 수고한다.”
류죠가 답례를 하였다. 쿠로시오와 똑같은 사투리 말씨였다.
“미안타, 훈련 방해해서.”
“아뇨. 다음번으로 훈련을 마치려고 생각했어요.”
진츠가 대답한다. 류죠가 의외로운 얼굴을 하였다.
“뭐꼬, 빠르지 않나?”
“오후에 또 해요.”
그 말에 휴가는 살짝 웃었다.
“변함없이 진츠는 엄격하구나.”
“평범한 거예요.”
태연하게 말하는 진츠. 휴가는 카게로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가?”
“네. 물론입니다.”
누구보다 빨리 카스미가 대답하였다.
“매일 충실해요. 네, 그건, 정말로.”
휴가가 쓴웃음을 지었다.
“뭐, 진츠가 말하는 걸 들으면 살아남을 수 있으니, 훈련 힘내서 받아.”
구축함 소녀들은 일제히 “예.” 라고 대답했다.
진츠가 해역에서 이동을 하려고 하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으시면 이 아이들도 같이 훈련을 받을 순 없나요?”
류죠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댔다댔다, 진츠가 하는 훈련을 따라하면 이쪽이 죽으삔다.”
“아뇨, 전함과 항모 분들의 훈련을 근처에서 보고 싶어서요.”
“뭐꼬. 수뢰전대아이가. 항모나 전함의 호위 하는 기가?”
“발함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니까요.”
“그렇다면, 괘안타.”
류죠는 승낙했다. 휴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함과 항모가 단횡진을 이루고, 진츠와 제18구축대는 그 뒤에 섰다.
“그럼, 간데이.”
류죠가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것은 순식간에 거대한 비행갑판이 되었다.
손에 백청색 빛이 떠올랐다. 그것을 옆으로 휘둘러 번뜩이자 여러 장의 종이 조각이 나타났다. 그것을 비행갑판에 실어 미끄러뜨리자 순식간에 비행기로 변화하였다.
비행기는 발함하여, 날개를 뒤집으며 상승하였다. 그 과정이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와…….”
카게로는 감탄을 한 모양새로 바라보았다. 작은 기체는 전투기이며, 고도를 잡은 뒤 강하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류죠는 저렇게 잽싸게 발함시키는 걸 잘해요.”
그렇게 말한 것은 쇼호. 그녀는 카게로의 바로 앞에 있었다.
“저래 보여도 베테랑이니까요, 모두 참고해 주세요.”
카게로는 긴장을 했지만, 대답하게 질문을 하였다.
“쇼호씨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활을 써요.”
그녀는 손에 든 일본궁을 보여주었다.
“화살을 시위에 걸어서 쏘면, 비행기로 변해요.”
“그런가요?”
“해볼까요.”
쇼호는 앞을 향했다.
전방에 떠있는 목표가 있다. 심해서함의 모양을 한 풍선이며, 파열하면 연기가 나오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녀는 입고 있는 옷의 왼쪽 소매에서 팔을 뺐다. 어깨가 노출되었다. 눈매가 좁혀졌다.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시위를 잡아당겼다고 카게로가 생각한 순간 화살이 쏘아졌다.
그것은 아직은 한 줄기의 화살에 불과했다. 숨을 쉴 틈도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연이어 쏘아졌다. 화살은 곧바르게 날아가면서 공격기로 변화하였고, 그대로 해면을 스치듯이 날아갔다.
이윽고 떠있는 목표가 물기둥에 휩싸였다. 머지않아 파열음이 들렸다.
쇼호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느낌이에요.”
카게로는 무심코 박수를 치고 있었다.
“굉장하다…….”
“발함은 속도가 관건이에요. 적 함대 발견이란 말을 들으면, 잽싸게 공격대를 출격시켜야만 하니까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에요. 깜짝 놀랐어요.”
“저는 경항모이고, 아직 미숙해요. 저보다 더 잘하시는 분도 있어요. 호쇼씨라는 분인데요.”
만날 일이 있다면 호쇼씨의 밥을 얻어먹어 보세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카게로는 시선을 움직였다. 쇼호의 왼쪽에서 이세가 비행기를 발함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오늘은 주포는 안 쏴.”
이세는 구축함들의 귀에 들리도록 말하고 있었다.
“탑재기 발함이랑 착함을 합니다. 좀 싱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참아줘.”
그녀는 “그럼 시작한다.” 라고 말하곤, 비행갑판을 수평으로 들었다.
엘리베이터 부분이 올라오고, 미니츄어 함재기가 출현하였다. 캐터펄트에 실려 사출되었다.
플로트가 부착된 비행기는 한번 바다에 내려앉은 뒤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 그대로 날아갔다.
“즈이운인가요?”
시라누이가 손으로 햇살을 가리면서 말했다.
“처음 봤습니다.”
“나도 처음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처녀 비행을 겸한 연습.”
몇 기의 즈이운은 빙글빙글 돌면서 해면 근처를 천천히 낙하하고, 뭔가를 투하시키기 시작했다.
해면이 부풀어 오르고, 폭발로 인해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폭뢰……?”
“응. 대잠 훈련이야.”
항공전함은 전함치곤 드물게 대잠수함전투를 치를 수 있다. 실제로 하는지 그 여부는 제쳐두고, 능력이 있다면 실력을 완숙시킨들 손해 보는 일은 없다.
“뭐고, 나도 끼어도.”
류죠와 쇼호가 다가왔다. 둘은 함재기를 발함시킨 채였다.
비행하는 즈이운을 바라보았다.
“오~, 좋네. 번쩍번쩍 빛나는 신삥 아이가.”
“게다를 신었다고 해도, 예쁜 기체네요.”
쇼호도 말했다. 수상기의 플로트는, 소위 “게다”라고 불린다. 경항모인 둘은, 그런 기체를 눈부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전함이거든. 탑재기는 포격의 덤이지. 탑재기가 새 거여도 복잡한 심정이야.”
휴가가 말한다. 이세도 동의하였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영 감이 잡히지 않더라구요. 차라리 전부 빼버리는 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강력한 포는 나가토형이나 콘고형에게 우선 배치되니까, 남아있는 포는 없지 않잖아.”
“요코스카가 가져가 버렸으니까요.”
다소 우중충한 이야기로 발전할 무렵에 류죠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뭐꼬, 배부른 고민 아이가. 이것좀 봐라, 내 기체. 구식 97식 함공기 아이가. 낡아빠져서 눈물이 다 나온다. 흐느적흐느적 나는 꼴이 완전 길을 잃은 할매 아이가. 보는 내가 심장발작이 일어날 것 같다.”
확실히 그녀가 발함시킨 비행기는 딱 보아도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쇼호의 비행기보다 더 구식이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류죠는 비행하는 모습을 보며 눈을 좁혔다.
“그래도 쓰는 사이에 애착이 생기니, 바꿀 맘이 안 생긴다. 참 골치 아픈 문제야.”
“그건 그렇네요. 저도 왠지 계속 쓰고 있어요.”
말하는 쇼호.
“아뇨, 텐잔이나 스이세이, 소문으로 듣는 류세이가 있다면 그쪽도 좋아질 텐데.”
“하하하. 장비따윈 신삥이 성능이 좋은 게 당연하니. 익숙해지는 거랑 애정이다.”
류죠는 이세와 휴가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니까, 즈이운도 써보그라. 분명 내버리는 게 아까워 질그다.”
전함 둘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렇네요.”라고 대꾸를 하였다.
경항모 둘은 다시 함재기 발함을 개시하였다. 이번에는 이세, 휴가와 함께 대잠 공격 훈련을 하였다.
해역이 점차 소란스러워졌다. 류죠가 돌아보았다.
“미안타. 시끄러워서.”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진츠가 손뼉을 쳤다.
“자, 견학은 끝입니다. 저희들도 다시 훈련을 할게요.”
그녀는 주기를 돌렸다.
“해역을 이동합니다. 따라와주세요.”
카게로는 쭈뼛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저기~, 지금은 이미 점심시간이 아닌지.”
“그렇네요. 다음 훈련 해역에 도착하면 점심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점심은…….”
“좀 있으면 와요.”
제18구축대의 멤버들이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바다 저편에서 파랑이 일어났다. 함선 소녀가 접근하고 있었다.
“점심밥 가지고 왔데이~.”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는 것은 쿠로시오였다.
진츠는 생긋 웃으면서 설명했다.
“방금 전에 연락을 해서 옮겨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지반 바다 위인데요……?”
“물론 이곳에서 먹을 거예요.”
질문을 한 카게로와 구축함 소녀들은 경악하였다. 마무리를 짓듯이 진츠는 말을 이었다.
“먹고 바로 훈련을 할 수 있으니까, 오후는 좀 더 강도를 높일 게요.”
카게로는 솟아올라오는 위액을 억누르면서 카스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얘……이렇게 되면 저 애도 같이 참가시키지 않을래?”
“쿠로시오지. 대찬성이야.”
둘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쿠로시오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훈련도 끝나고, 진츠와 제18구축대는 구레로 복귀하였다.
오후도 해가 질 때까지 훈련을 한 탓에 구축함 소녀들은 피로에 피로를 거듭하였다. 진츠는 같은 메뉴를 소화하면서도 멀쩡한 탓에 카게로 일행은 “저 사람의 몸은 어떻게 된 거야?” 그런 이야길 하면서 돌아왔다.
과업이 끝나고 목욕을 한 뒤 저녁 식사. 그리고 자유 시간. 함선 소녀의 마음이 안녕을 취하는 시간대이다.
구축함 기숙사의 식당, 통칭 제1사관차실은 저녁을 먹는 구축함 소녀들로 붐볐다.
쟁반에 식기를 실고, 음식을 받는 줄에 섰다. 받는 사람은 좀 더 달라고 말하고, 주는 사람도 그 말을 들으면 음식을 산더미처럼 퍼준다.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기 때문에 칼로리 소비도 엄청나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사춘기 소녀와는 다른 생활이 그곳에 있었다.
카게로는 오늘의 추천 메뉴, 톤지루를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급하게 먹을 건 없지만, 교육대 시절의 버릇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 그곳에선 빨리는 먹은 사람이 대단하다는 풍습이 있었다. 게다가 오늘 할 훈련은 끝났기 때문에 먹었던 것을 밖으로 쏟을 걱정도 없다.
옆에 앉은 시라누이도 비슷한 속도로 먹고 있었다. 장갑을 벗지 않은 점을 제외하면 카게로보다 예쁜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진수부 축제가 있잖아.”
카게로는 시라누이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구축함으로선, 화려한 걸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묘한 발상이로군요. 평범하게 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시라누이는 대답하였다. 이따금 녹차를 홀짝였다.
“수수하게 끝나면 구축함의 이름이 운다고. 전에 한 진수부 축제를 듣자하니, 46cm 함선 소녀 대포란 이름을 붙인 거대 인간 대포를 만들어서, 집히는 족족 함선 소녀를 바다로 향해 발사를 한 것 같더라고.”
“저희가 하기 직전에 중지가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전부터 있었던 사람들은 화려한 걸 할 수 있어서 부럽단 말이지.”
“절분도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 그쪽으로 하는 건 어떤가요.”
“그런 수가 있었나.”
절분은 진수부 내에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공개가 되는 경우는 없다. 대외 이미지를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매년 상당히 공을 들인 콩뿌리기가 실시되고 있었다.
“얘, 카스미, 절분은 어쩌지.”
“그러게. 오니가 되질 않길 비는 게 최고지.”
카스미는 백반을 입에 옮기면서 대답했다. 카게로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좀 더 진지하게 대답해주라.”
“진지하게 한 건데.”
“그래? 심술부리는 거 아냐?”
카게로는 문득 떠올랐다.
“아, 알겠다. 내 과일도 먹고 싶은 거로구나.”
카게로는 딸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카스미에게 내밀었다.
[#M_일러스트|접기|
“아~앙.”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카스미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을 먹을 걸로 낚는 버릇, 슬슬 그만두지 그래.”
“커뮤니케이션이잖아. 자, 아앙, 카스미.”
이번에는 카스미에게 딸기를 내밀지만 그녀는 눈도 주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하였다.
“다들 쌀쌀맞네. 시라누이, 먹을래?”
시라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열어 딸기를 먹었다. 카게로는 만족스런 눈치였다.
“역시 내 파트너는 영원히 시라누이야.”
“파트너 정하는 게 무진장 단순하네.”
말하는 카스미.
“딸기로 정하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네.”
“그치만 카스미가 절분을 어떻게 할지 상담을 들어주지 않잖아.”
“너도 매년 참가를 했잖아. 명심해야할 사항은 오직 하나, 우리 구축함은 오니가 되어선 안 되는 것……그렇지만.”
“그렇지만?”
“올해 절분은 진수부 축제와 같이 하니까, 전에 했던 절분은 참고가 안 될지도 몰라.”
“그것도 그런가.”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미는 또 다시 말했다.
“절분은 어쨌든, 어쩌면 진수부 축제도 일반 공개를 안 할지도 몰라.”
카스미는 자신의 추측을 늘어놓았다.
“외부랑 교류를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바로 신문 기사 거리가 되니까.”
“민간인이랑 교류를 하는 편이 마음은 편해지는 데.”
“진수부 내에서 스트레스 발산을 하라는 거겠지.”
“우리들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쌓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령관은 말단 인원까지는 신경을 써주지 않지.”
“분명 바쁜 걸 거야. 사령관이란 직업이 편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 나, 사령관이랑 거의 이야길 한 적이 없어.”
“그 일 분명 힘들 거야.”
그렇게 설명하는 카스미를 카게로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스미는 사령관이랑 만난 순간 매도를 했다는 소문 진짜야?”
“왜 알고 있어?”
“아라레가 가르쳐 줬어.”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던 아라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미가 노려보았다.
“괜한 소릴…….”
“카스미는 상관을 못 믿으니까…….”
“시끄러워.”
아라레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카스미. 카게로는 계속 말을 하였다.
“쓰레기라고 불렀다며? 배짱 있는 걸.”
“나는 그나마 나아! 이 세상에는 말이지 제독을 망할 제독(クソ提督)이라고 부른 구축함도 있다고.”
“누구야? 그거.”
“몰라. 소문으로 들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런 폭언을 하는 구축함따윈 어지간해선 없을 거라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식사도 슬슬 막바지에 이르렀다. 몇 명의 구축함 소녀는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입구에서 안경을 낀 함선 소녀가 찾아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구축함 소녀들은 튕겨나가듯이 일어섰다.
“괜찮아요. 편히 쉬어주세요.”
하지만 구축함 소녀들은 앉지 않았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착석해주세요.”
그 말에 겨우 의자에 앉았다.
제1차관실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이 여성은 경순양함 오요도. 구레의 비서함이다. 워셔 하나의 소재마저 파악하고 있다는 평판이 도는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이다.
구레는 당초 비서함을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함선 소녀가 교대로 맡고 있었다. 시라누이도 단기간이지만 비서함을 맡은 적이 있다. 가능한 한 많은 함선 소녀에게 경함을 쌓게 해주려고 한 것과 업무량이 너무 많아 좀처럼 비서함에 걸맞는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인데, 오요도가 비서함을 맡고 나서는 그런 일도 없었다. 그녀는 사무 처리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쌓이기 십상이었던 서류 업무를 해치워, “저 사람 잠은 언제 자?” “둘, 아니 세 명이 있는 건가?” 그런 소문마저 돌게 되었다.
그리고 구축함 소녀들에게 있어선 귀신보다 무서운 경순양함 소녀 중 한 명이다. 오요도는 혼을 내거나 우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조용한 편이지만 전신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사람을 위축시키고 마는 것이다. “비서함실을 걸을 때에는 조용히, 신속하게.” 가 암구호가 될 정도였다.
구축함 기숙사는 구축함 소녀의 성역이며, 들어와도 되는 것은 특별히 허가를 받은 함선 소녀, 혹은 비서함뿐이다. 그 오요도가 찾아왔으니, 이건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당연했다.
구축함 소녀의 시선이 오요도에게 집중하였다.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시국을 다투는 일은 아니니까요.”
안심하는 분위기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에 대비하여 몸에 힘을 주었다.
“여러분도 소문을 들으셨을 텐데요, 다음 달에 진수부 축제 개최가 결정되었습니다. 작년에 시행되었던 절분은 진수부 축제의 일부가 되어 실시됩니다.”
정말로 긴급한 용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제야 제1사관차실에 안심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요도는 이어서 설명을 하였다.
“스케줄은, 일부 소문이 돌고 있는 일반 공개 금지는 없습니다.”
역시 비서함, 구축함 내에서 퍼진 소문조차 파악하고 있었다.
“우선 첫날에 절분 행사를 실시하고, 다음날이 일반 공개일이 되어 외부인을 받아들입니다. 진수부 축제는 이 이틀째에만 실시됩니다.”
살짝, 구축함 소녀들은 술렁거렸다. 이건 좀 적다. 예전에는 절분을 빼더라도 이틀 동안 하였고, 삼일동안 한 적도 있었다.
“올해도 중지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함선 소녀도 있기 때문에, 제독과 상담을 하여 실시를 감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단, 이런 여론이 떠돌고 있으니, 각지에서 제각각 실시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틀째의 일반 공개일에는 각 진수부에서 함선 소녀를 불러, 구레에서만 진수부 축제를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무심코 경악성이 구축함 소녀들 사이에서 흘렀다.
진수부 축제는 각지에서 열리는 것이 통례이다. 소위 말하는 “진수부”뿐만 아니라, “경비부”나 “기지”, “정박지” 에서도 실시된다. 제각각 지역을 살린 내용이 되며, 특히 제공되는 식사는 향토색이 짙은 것이 많았다.
구레에서만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각 진수부에서 사람을 부르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시시한 내용이나 맛없는 식사를 내놓기라도 하면 악평이 돌고 마는 것이다.
구축함들의 놀람이 정리되고 난 뒤 오요도는 설명을 재개하였다.
“기간 중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수부 축제에는 각 함종에서 한 명, 대표자를 선출하여 실행위원회에 참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투표로 정하셔도 상관없지만 개시까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저희가 정하였습니다.”
또 다시 구축함 소녀들은 긴장하였다. 오요도는 제1사관차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카게로씨.”
“예, 옛!”
“축하드려요. 당신이 대표에요.”
벙찐 표정을 짓는다. 이어서 경악이 찾아왔다.
“에……에엣! 저요!?”
“예.”
“아뇨, 그런,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서면으로 전달할 테니, 잘 읽어주세요. 그리고 대표자의 첫 임무에요. 다음 주 절분 제비뽑기를 할 테니, 그쪽 대표 결정도 부탁드려요.”
오요도는 “이상입니다.”라고 말했다.
구축함 소녀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후 힘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제1사관차실 내부가 술렁거렸다. 진수부 축제의 실행에는 호의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구축함 소녀는 행사를 좋아한다. 올해는 절분 행사도 하지 않는 게 아닐까란 소문이 돌았을 때에는 분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구레에서만 열리게 된다면 책임은 막중하다. 특히 카게로에게 있어선.
그녀는 경악을 한 채로 식수 차를 입에 머금었다.
“……왜 나일까?”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겨우 아라레가 대답해주었다.
“글쎄…….”
“이런 건 경험 많은 구축함이 하는 거 아냐? 돌아가면서 하는 거라도 말이지.”
“카게로가 적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누구야 그런 생각을 불어넣는 사람은.”
제1사관차실의 안에서 그녀에게 보내는 시선은 “고생하겠네.” 랑 “실패하지 마.” 섞인 것이 되었다. 의외로운 인사 결정이라는 것은 모두 공통된 의견이었다.
“얘, 카스미, 도와줘.”
“뭘 도와주는데.”
“나라는 소중한 동료가 힘들어하고 있잖아.”
카게로는 사뭇 애처롭게, 자신들의 사령 구축함에게 매달렸다. 카스미는 쌀쌀맞은 언동이 두드러지지만 의외로 사람을 뒷바라지를 잘 한다. 기함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점이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많은 공부가 되니까, 혼자서 해보지 그래.”
“에~! 나의 실패를 바라는 거야!?”
“그럴 리가. 이런 경험을 하는 편이 좋다는 거야.”
“딸기 먹을래?”
“됐어.”
카게로는 서글픈 시선을 아라레에게 보내지만 전혀 동요를 하지 않았다. 이런 부류의 눈싸움에서 아라레에게 이길 리가 없었고, 포기를 하고 옆에 있는 함선 소녀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시라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라누이로 괜찮다면 언제든지 도와드릴게요.”
“와~.”
카게로는 시라누이에게 엉겨붙었다.
“역시 나에겐 시라누이밖에 없어. 딸기 먹을래?”
“방금 전에 먹었어요.”
“시라누이는 정말 최고야. 사랑해. 정말 귀여워. 쌀쌀맞은 어디 사는 구축함이랑 정말 달라.”
“비아냥을 할 거면 저 멀리서 해줄래?”
입을 삐죽 내밀며 카스미가 말했다. 카게로는 손을 내저었다.
“거짓말이야. 카스미도 좋아해. 카스미도 좋아. 다들 좋아해.”
프레셔가 가벼워졌고, 안심한 카게로를 카스미는 반쯤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보았다.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게 되면 도와주겠는데, 시라누이도 너무 카게로의 응석을 받아주지 마.”
시라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게로는 생글거리면서 남은 차를 마셨다.
입욕과 저녁 식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자유시간이다. 사람에 따라선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의장을 빌려서 정비 연습을 하지만, 대부분은 방에서 뒹굴거리거나, 담화실로 변한 제1사관차실에서 TV를 본다.
카게로는 방에 있었다. 2층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휙휙 휘두르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표라는 건 도대체 뭘 하면 되는지. 구축함 소녀의 대표이니 실수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전함이나 항모 사람들이랑 절충도 해야 하니, 삽질이라도 하면 평생 갈 오점이 된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구축함에게도 원망을 사고 말 것 같았다.
당초에는 동요했지만 시라누이도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어떻게 이 직무를 완수해야한다.
“얘, 시라누이, 진수부 축제는 요란하게 할 수 있는 한도는 얼마나 될까?”
“과거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무난해요.”
“그렇다면, 역시 함선 소녀 대포…….”
“신문에 기삿거리로 실리지 않을 만한 것이 좋겠네요.”
시라누이가 선수를 쳤다. 카게로는 “체에.” 불만스럽게 말했다.
“역시 카스미에게 물어보는 편이 빠르려나. 전에 대표를 했고, 함선 소녀 대포도 카스미의 아이디어일지도 몰라.”
“그건 어떨까요?”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쿠로시오이고, 작은 종이 봉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야~ 카게로가 대표라, 이거 큰일이구만.”
그런 소릴 하면서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그렇지만 구축함 대표라는 건 명예로운 것이니 열심히 해봐라.”
카게로는 떨떠름한 얼굴이다.
“남 일처럼 말하긴……. 너 진츠씨의 훈련을 받았는데 팔팔하네.”
“오후만 했으니까.”
쿠로시오도 단 한 명뿐이지만 어엿한 구축대이기 때문에 진츠의 부하로서 훈련을 받고 있다. 오늘은 오전 중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 도망칠 수 있었다.
“쿠로시오도 진수부 축제 도와줘.”
“상관없는데, 카스미가 혼자서 하라고 하지 않았나?”
“잘도 알았네.”
“뭔가 말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하하, 쿠로시오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종이 봉지에서 오렌지색 과일을 꺼낸 뒤 카게로에게 건네주었다.
“옹냐, 어제 부탁 들어준 거 보답이다.”
“*이요칸(いよかん)…….”
역주 1) 감귤류 과일.
카게로는 과일을 받았다.
“어디서 난거야.”
“어제 비스킷이랑 교환했다. 그랬더니 돌고 돌아서 이요칸이 돼서 돌아와부렸다.”
“이상하네.”
“영험한 과일 아이가. 좋은 예감(いいよかん)이란 말도 있고.”
“나, 수험생 아니거든.”
카게로는 함선 소녀 적성 시험을 받을 때에도 징크스 같은 것에 기대지 않았다. 그런 시험은 적성과 운이 중요하긴 하지만, 요란을 피워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요란을 피우지 않았던 것이 좋았던 것일까 가뿐하게 합격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물이기 때문에 감사히 먹기로 하였다.
또 누가 오늘 기척이 났다. 이번에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고 말하자, 길쭉한 모자를 쓴 함선 소녀, 아라레가 들어왔다.
시라누이가 의아한 눈치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한가해…….”
“아라레가 한가함을 주체 못 하다니 별난 일이로군요. 카스미는요?”
“오요도씨한테 호출 받았어…….”
시라누이보다 카게로가 놀랐다.
“어이쿠 그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단 둘이야?”
아라레는 고개를 저었다.
“진츠씨도 있어……. 오요도씨랑 진츠씨랑 카스미…….”
“끝내주네. 마치 인류 최후의 날 같아.”
그녀는 “살아 돌아올 수 있길 빈다.” 라고 중얼거렸다.
아라레는 모자를 벗어 바닥에 앉았다.
가득이나 좁은 실내인데 네 명이 들어앉자 상당히 비좁아졌다. 실내 온도도 올라간 탓에 시라누이가 창문을 조금 열었다.
카게로는 아라레를 향해 말했다.
“대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어?”
아라레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지만 머지않아 대답하였다.
“……그렇게 별난 일은 안 해……그렇게 생각해.”
“에이 뭐야.”
“책임이 있을 뿐이지…….”
“그건 그거대로 맡기 싫은 역할인걸. 카스미는 뭘 했어?”
“구축함은 잡무가 주된 일이니까……어쨌든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한데…….”
듣자하니, 서포트로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내객이 있는 경우에는 실수는 용납 못 한다.
단, 이번에는 절분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좀 성가셔진다.
“그건 전원 참가지.”
“콩을 치우는 사람을……차출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과연……. 아라레도 예상외로 이런 일에 적성이 있는 거 아냐?”
아라레는 고개를 저었다. “카게로가 더 나아…….” 그 말만을 하였다.
그러자, 방문이 노크되었다.
“들어가도 돼?”
“응~.”
카게로가 대답을 하자, 문이 열리고 카스미가 들어왔다.
그녀는 발을 들이자마자 인상을 찡그렸다. 실내를 둘러보았다.
“뭐야. 여자 넷이서 할 일도 없어.”
“다섯 명이 됐어.”
카게로가 대꾸하였다 가득이나 좁은 방에 다섯 명이나 들어왔으니 발을 디딜 곳이 없어졌다.
카스미는 들고 있던 봉투를 침대 위에 있는 카게로에게 주었다.
“오요도씨가 준 선물이야. 구축함 대표가 할 일과 명심할 것.”
“고마워. 호출 받은 이유는 그거야?”
“비밀이야.
그녀는 로커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절분의 제비뽑기 대표를 모레까지 보내라고 했어.”
“그건가~.”
카게로는 침대에 있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어차피 한 명 밖에 없으니까 결정났는데.”
그녀는 봉투를 뒤적이면서 말하면서 서류를 꺼냈다.
진수부 축제 운영에 관한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오요도다운 꼼꼼한 서류이다. 읽기 힘들지 않았으며, 우선순위 별로 쓰여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대강 훑어보았다.
“정말 잡무가 많네……얘, 카스미, 난, 매일 실행위원회의 방에 있어야만 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 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절분은 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방문객 안내는~?”
“중요 인물은 구축함이 아니라 중순 이상이 대응하니까 상관없어. 외부 주차장은 업자한테 맡길 테고. 일반객 안내도 간판이 있으면 충분하니까, 미아 정도나 대응하나. 귀찮은 건 취객이야. 싸움이라도 하면 골치 아프고, 시끄럽다고 해서 이쪽이 포구라도 겨누기라도 하면 문제가 될 테니까.”
“그런 노하우는 없으려나……아, 있네.”
“오요도씨라면 문제를 상정하고 있겠지.”
“응. 아~, 카스미는 이러니 저리니 말을 해도 조언을 해주니까 참 고마워.”
카스미는 그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따, 딱히, 이 정도라면 말해줄 수 있다고.”
“좋은 선배를 가져서 난 행복해.”
“너도 언젠가 후배를 가지게 되거나, 향도함이 될지도 모르니까, 착실하게 지내.”
“아하하. 당분간 그런 일은 없어.”
카게로는 그런 쪽은 생각한 적이 없다. 훈련을 하면서 심해서함과 전투를 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먼 장래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직 구레의 하늘과 바다가 자신의 성미에 맞았다.
카스미는 “어휴…….” 탄식을 하였다.
“아라레, 슬슬 돌아가자.”
“응…….”
아라레가 일어섰다. 같이 방으로 돌아갔다.
아사시오형 둘이 없어지고 나자, 쿠로시오가 입을 열었다.
“뭐꼬. 카스미는 자기 아그들 신경을 쓰고 있네.”
“입이 투박해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좋은 사령 구축함이에요.”
시라누이가 동의하였다.
“다만, 저래보여도 외로움을 잘 타는 구석이 있지요. 지금은 기함의 직무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겠지만, 기함 보직에서 해임되면 할 일이 없어져서 풀이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시라누이가 돌봐주면 되잖아.”
카게로는 오요도가 보내준 서류를 들춰보면서 말했다.
“카스미는 혼자 있으면 울 것 같다는 의견은 나도 동감하지만.”
“시라누이는 카게로의 뒷바라지를 하는 걸로 한계에요.”
“난 케어를 받고 있었던 것이었나.”
“카게로가 시라누이를 케어를 해주지 않는 점이, 조금 불만이에요.”
“늘 해주고 있잖아.”
“좀 더 해주세요.”
“응, 좋아. 맡겨줘.”
카게로가 대답했다. 듣고 있던 쿠로시오가 “변함없이 사이 좋구마잉.”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었다.
○
“뭐어? 구레에?”
구축함 아케보노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였다.
말을 건 우시오는 흠칫거렸다. 요코스카 진수부 청사의 옥상은 바람이 세다. 둘의 머리카락과 제복은 정신없이 나부꼈다.
우시오는 다시 말했다.
“네…… 구레에서 진수부 축제가 열리니, 저희들도 가는 것 같아요.”
“왜 그런 촌구석에서 하는 건데.”
“그건 몰라요…….”
우시오도 오늘 아침에 들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친구인 구축함 소녀에게서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자숙하는 분위기인 진수부 축제가 구레에선 열린다는 것에 놀랐지만, 요코스카에서 참가자가 파견된다는 것에도 놀랐다.
아케보노도 몰랐던 것 같았지만, 이건 어떤 의미로 당연한 것이었다. 가르쳐줘봤자. 심성이 배배 꼬인 말이 돌아오니 아무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축제 따윈 안 해도 되잖아. 게다가 일부러 찾아가다니.”
아케보노는 수상쩍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구축함은 가고 싶어 해?”
“기대하고 있어요.”
“바보 같네. 연료 낭비야.”
“축제를 좋아하니까요.”
“그런 걸로 기뻐하고 있으니까 구축함은 버림말로 쓰이는 거야. 조금은 불만을 말하면 어떻냐고.”
말을 붙일 건덕지도 없었다. 우시오는 시종일관 주눅이든 채였다.
아케보노는 늘 이렇다. 쌀쌀맞고 입이 험악하고, 툭하면 덤벼든다. 덕분에 여러 함선 소녀가 그녀를 피하였다.
오늘은 한층 더 쌀쌀맞은 것은 바람이 강한 탓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시오는 결심을 하고 쭈뼛거리는 태도로 물었다.
“혹시 그 날 쉬시나요…….”
“몰라.”
“에에…….”
“멤버로 뽑히면 가. 안 뽑히면 안 가. 그것뿐이야.”
우시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그럼 저, 멤버로 뽑아달라고 부탁하고 올게요.”
“어?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데?”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아케보노에게 우시오는 또 다시 겁을 집어먹었지만, 어떻게 버텨낸 뒤 대답했다.
“축제로 아케보노의 기분이 풀어지면 어떤가 싶어서요…….”
“괜한 짓 하지 마.”
툭하고 던져진 말. 우시오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렇지만…….”
“그렇지만이고 자시고. 내버려둬.”
그리고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렸다.
우시오는 입을 다문 뒤 조용히 청사의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저 마음속으론 비서함에게 아케보노를 멤버로 뽑아달라고 부탁하러 가자고 결심하였다.
○
사세보 항구에는 남서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수평선 부근에 사방에서 안개가 껴있었다.
사세보 진수부 소속 무츠키형 구축함, 나가츠키는 부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참이라서 몸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의장도 몸과 비슷한 상황이라서, 빈번하게 점검을 해주지 않으면 금세 투정을 부린다. 녹슬지 않도록 나중에 물로 씻겨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라~? 나가츠키는 기숙사로 안 돌아가?”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면, 같은 무츠키형 구축함 사츠키가 지나가고 있었던 참이었다.
이 둘은 제22구축대 소속이며 아침부터 같은 훈련 메뉴를 소화하고 있었다.
“음. 방금 전에 들은 내용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나가츠키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훈련을 위한 훈련이 되어선 안 된다. 역시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해봐야지.”
“흐~응. 그렇지만 나가츠키, 오늘 한 포격성적 나빴지.”
“……거침없이 말해주지 말아줘.”
나가츠키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어째서 포탄은 그렇게 안 맞는지, 나 자신도 신기해.”
“과녁이 아니라 후미즈키한테 맞출 뻔 했었지.”
“구멍이 있다면 파고 들어가고 싶어 …….”
“그렇지만, 나도 성적 나빴으니 말이야.”
사츠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가츠키의 옆에 왔다. 둘이서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다.
“왜 포격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정말 그렇군. 좀 더 쉬워도 덧날 건 없을 텐데.”
“자기 속도도 생각해야지, 적함의 속도도 생각해야지, 거리랑 방향이랑 바람의 세기랑……생각할 게 너무 많아.”
사츠키가 불만을 터뜨렸다. 구축함의 포격은 전함만큼 고려할 요소가 많지 않고, 한번 맞추면 남은 건 때에 따라 수정을 해서 어떻게 맞출 수 있지만, 귀찮은 행위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 둘은 그다지 포격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사츠키는 훈련 후반에서 정밀도가 떨어졌지.”
“응. 나, 체력이 없으니까.”
나가츠키의 말에 사츠키는 부끄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숨이 차버려. 무츠키형의 숙명일까?”
“나도 무츠키형이고, 후미즈키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 성적은…….”
개별차라고 해야 할까, 미묘한 차에 불과하지만, 훈련이나 전투에선 눈에 두드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모든 함선 소녀에게 일어나는 문제라고 인식되고 있으며, 성격이나 정신 상태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무츠키형은 구닥다리라고 자각할 수밖에 없는 걸까…….”
“키쿠즈키나 키사라기는 잘 해나가고 있으니, 우리만 글러먹을 걸지도 몰라.”
“그편이 훨씬 더 싫은 결론이야.”
가득이나 부정적인 사고에 빠져있는데 기댈 곳마저 없어졌다.
미적지근한 바람에 물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슬슬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아, 맞다, 나가츠키.”
사츠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들, 출장 나가는 것 같아.”
“드디어 좌천인가.”
“너무 나쁘게 생각해. 구레까지 다 같이 나간데.”
“굴을 먹는 구루메 투어인가. 식중독에 걸리면 어쩌지.”
“진수부 축제를 하니까 참가하는 거야. 다른 곳에서도 구축대가 구레에 집합하는 것 같아.”
“그건 한번 거창하군.”
나가츠키가 진수부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사세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어느 진수부도 개최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구레가 개최한다니 상당히 대담한 짓을 한다.
“……구레에서 무츠키형이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음침해지는 건데.”
사츠키는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나가츠키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물론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구축함이랑 만나는 건 좋은 거 아냐? 견문을 넓힌다고 해야 하나.”
“그쪽 구축함은 최신형 투성이잖아. 무시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지나치데도. 같은 구축함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격려를 하는 듯한 말을 받았다. 나가츠키는 마지못해 납득을 한 뒤 일어섰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둘은 서둘러 일어섰다. 후미즈키가 마중을 하러 왔기 때문에 셋이서 구축함 기숙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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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만화가 목적이라는 것을...
소설을 읽고자 찾아오시는 분은 적다는 것을...
.....................솔직히 5권 반 다하면 올릴 생각이었지만
저번에 하드디스크 배드섹터 사건 때 소설 번역본이 날아가서요...이미 번역은 했으니 어렵지 않아!
라고 스스로 정신 승리를 하며 다시 타이핑을 하였지만 애초에 양이 양이라서 다시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시간이...그리고 손 아파...
..........................4권이랑 5권 1장 분량 날아가서 소설은 그냥 접을까 했지만 정신을 추스리고 다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