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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4권 제3장 -Hard Starboard-


 

 

경순양함 소녀들은 이미 진수부 부지 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뭐니 해도 상대는 구축함을 이끄는 입장이다. 그녀들의 방식은 숙지하고 있을 터였다.

카게로는 시라누이와 함께 절분용 대책 본부로 들어갔다.

대책본부에는 아라레를 포함한 수명의 소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왁자지껄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그렇게 넓지 않은 실내의 벽에 지도가 붙여져 있었고 화이트보드와 함께 나란히 서있었다. 함선 소녀들은 2단 침대 위와 아래에 앉아 계산을 하거나 데이터의 정합성을 맞추고 있었다.

카게로는 아라레를 불렀다.

 

순조로워?”

 

아라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렇지만 경순양함 기숙사의 사전 정찰은 실패……시키나미랑 이소나미가 쫓겨났어…….”

제법 하네.”

 

부지내의 어디에 숨어있는지 사전에 알아보려고 하였지만 그 노림수가 들통 난 것 같았다. 경순양함 상대로는 자신들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카게로는 무선 마이크를 집어, 말했다.

 

초계부대는 수색범위를 넓혀.”

 

곧장 알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약 반수의 구축함 소녀가 제각각 배정된 구역의 탐색을 실시하고 있었다.

올해 오니가 된 경순양함은 4. 진수부의 부지 내에 흩어져 있다. 그녀들을 전원 발견해서 콩세례를 먹여줘야만 한다.

일이 쉽게 풀릴 상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추격조가 전력을 다해 수색을 하는 이상 오니도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것이다. 그 행위에는 함선 소녀로서의 고집과 프라이드도 담겨있었다. 과거에는 미채 위장을 실시하여 덤불 속에 숨은 항모 소녀를 아무리 용을 써도 찾을 수가 없은 채 제한시간을 맞이함과 동시에 구축함 소녀의 통곡이 진수부 내를 울린 적도 있다.

그런 굴욕은 이젠 사양이라고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경순양함 소녀가 방울을 건드리는 낌새는 없었다. 진수부 곳곳에 설치된 방울은 건드리면 동시에 울리도록 되어 있고, 그에 접속된 기기가 신호를 대책 본부에 알린다.

 

정찰기, 발견.”

 

아라레가 말했다. 시라누이가 곧장 되물었다.

 

위치와 기종을 알려주세요.”

영식 수상 정찰기 1, 그리드 C06."

 

보고를 토대로 눈금으로 구분이 된 지도에 시라누이가 기입을 하였다. 그 후 카게로에게 물었다.

 

출격시키나요?”

조금 기다리자. 근처에 있을 거랑 보장도 없잖아.”

 

경순양함은 정찰기를 장비할 수 있는 탓에 상공에 정찰기를 돌리는 것은 상식으로 굳어졌다. 과거에는 전함이 전탐을 사용한 적도 있었지만, 구축함 소녀들이 전탐 탐지의 방해를 위해 대량의 은박지를 산포하여 청소에 진땀을 뺐기 때문에 사용은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수상기는 감시해둬. 돌아가면 그 뒤를 쫓는 거야.”

그 기체, 체공 시간 길어요.”

 

시라누이의 말에, 카게로는 신음을 뱉으며 팔짱을 꼈다.

 

그렇단 말이지.”

좋은 수가 있어…….”

 

아라레가 말했다.

 

수상정찰기를 향해 콩을 뿌리면……철수할지도 몰라……. 피해를 주면 경순양함이 회수를 할 테니까…….”

그거다!”

 

카게로는 손뼉을 쳤다.

 

전 초계부대에 통달해. 수상정찰기를 발견하면 바로 공격을 허가한다고!”

 

시라누이가 깜짝 놀랐다.

 

장비를 부수면 시말서 감이에요.”

절분을 허가한 쪽이 나쁘다고.”

 

무선을 통해 카게로의 지시가 퍼졌다. 부지 이곳저곳에서 영식 수상 정찰기를 향해 콩이 뿌려졌다.

콩을 맞는다고 해서 영식 수상 정찰기가 부서지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만에 하나 망가질 수도 있다. 손해를 우려해 철수를 시킨 순간이 분수령이다.

머지않아 보고가 들어왔다. 아라레가 헤드폰을 귀에 대면서 말했다.

 

토키츠카제가 보고. 수상 정찰기가 철수를 하고 있데…….”

쫓아! 초계부대의 반을 집결시켜!”

 

카게로는 무선 마이크를 향해 소리쳤다.

 

오니를 발견하자마자 거리를 확보하면서 접적! 구축함이 3척 이상 집결한 경우에만 공격을 허가함!”

 

대책본부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와중, 구레의 부두에 수 명의 함선 소녀가 도착하였다.

 

구레는 이랬었나? 뭔가 빈티나지 않아?”

아케보노야,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우시오는 아케보노의 말을 급하게 타일렀다.

구레 진수부에는 유서 깊은 건물이 많다. 물론 정비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선 낡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요코스카에도 이런 건물은 꽤 많다. 물론 아케보노는 요코스카의 그런 건물에도 트집을 잡으니 한결같다고 할 수 있다.

우시오는 중얼거렸다.

 

늦게 도착하고 말았네요.”

그야 늦어지지. 오는 도중에 비가 내리질 않나 짙은 안개를 맞질 않나 암초에 부딪칠 뻔하질 않나, 설상가상으로 심해서함 경보까지 나왔잖아. 저주라도 받는 건가 싶었어.”

오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에요.”

~ 진짜, 이래서 진수부 축제가 중지가 되면 괜한 헛수고만 한 거라고.”

 

부루퉁하고 허리에 손을 짚었다. 무척이나 불만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우시오는 쭈뼛거리며 말했다.

 

역시……좀 더 속도를 낼 걸 그랬나요.”

그러면 사고를 일으킬 거야. 도착이 늦어져도 사고를 막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너랑 오보로치곤 잘 한 거야.”

 

구레까지 가는 항해 도중에, 우시오는 오보로와 의견을 나눈 뒤 속력을 낮추었다. 주간이었지만 항행등을 키고, 전속함과의 거리를 엄수하도록 항행을 하였다. 그 탓에 구레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졌지만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에헤헤…….”

 

우시오는 생글거렸다. 아케보노는 수상쩍게 바라보았다.

 

뭐야. 징그럽게시리.”

그렇지만 아케보노가 제 칭찬을 해주는 건 정말로 오랜만에 있는 일이거든요.”

.”

 

아케보노는 고개를 돌렸다.

부두는 슬로프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대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다. 7구축대의 다른 멤버, 오보로와 사자나미는 올라간다~.” 라고 말하며 상륙하였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아직 바다 위에 있었다.

 

아케보노, 안 올라가나요……?”

올라갈 거야. 그렇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네.”

어째서요……?”

뭔가 공기가 이상해. 뭐랄까, 구레에 살기가 감돌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신중하게 부두에 다가가지만 아직 올라가려고 하질 않았다.

구레 진수부를 살펴보았다. 뭔가 진수부가 소란스럽다.

 

뭘 하고 있는 거람?”

, 글쎄요…….”

뭔가 오니가 뭐니하면서 소리를 치고 있는 것 같은데…….”

안 들리는데요…….”

 

겁을 먹는 모양새에서 수상쩍은 낌새를 느끼고 아케보노는 눈을 번뜩이며 노려보았다.

 

뭐 숨기고 있는 거 없어?”

, 무슨 소리인가요.”

억지로 데리고 온 건 넘어간다고 쳐도, 뭔가 네 태도가 수상쩍단 말이야. 사자나미와 오보로도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고.”

, 그렇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어요.”

 

우시오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케보노의 의심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아무것도 없다면 돌아가도 돼?”

돌아가면 안 돼요! 모처럼 하루 빨리 도착했는데…….”

 

그녀는 서둘러 입을 다물었지만 아케보노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하루 빨리 도착했단 소린 뭐야? 설마 첫날에 도착한 거야!?”

 

우시오는 변명을 하려고 허둥지둥거렸지만, 머지않아 포기를 하고 털어놓았다.

 

어차피 온다면 진수부 축제에 전부 나가서, 아케보노를 즐겁게 해주려고 생각했어요. 이틀이나 있다면 그 만큼 빨리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친구따윈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아케보노는 고함을 쳤다. 우시오는 몸을 흠칫거리면서도 말을 했다.

 

이대로 가면 아케보노의 친구, 저 밖에 없어요.”

별루 넌 친구가 아냐. 설마 저 둘도 알고 있어?”

 

사자나미와 오보로를 말하는 것이다. 우시오는 인정했다.

 

상담했어요.”

역시 다 같이 짜고 쳤구나! 7구축대는 정말 막장이야!”

 

분개하며 아케보노는 해면을 걷어찼다.

아케보노는 이런 부류의 참견을 매우 싫어한다. 뭐니해도 일단 자길 내버려 둬.” 이런 말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말을 거는 것조차 거절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길 속이고 데리고 왔다는 것알면 격분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우시오의 호의는 친절에서 발로한 것이며, 아케보노 자신도 그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의나 선의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표독스럽게 거절을 하고 마는 것이다.

아케보노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상륙을 하지만 또 다시 멈춰 섰다. 도통 반응을 하질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방금 전에도 말했는데, 구레 말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절분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 탓이 아닐까요?”

왜 절분 날에 이렇게 흉흉한 분위기가 충만하는 건데?”

 

그 말에 우시오가 몸을 떨었다. 이런 부류의 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케보노는 언제나 불쾌감으로 곤두서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였다. 그리고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우시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실 거죠……?”

………….”

사자나미씨랑 오보로씨를 부를까요?”

 

둘은 움직일 수 없었다. 물끄러미 구레 진수부를 바라보았다.

함성이 커졌다. 함선 소녀가 한 명, 도망을 치듯이 다가왔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그것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 함선 소녀는 머리에 오니의 얼굴을 본 뜬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점포에서 팔고 있는 코믹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쓸법한 본격적인 것이었다.

 

~, 정말 큰일이네~.”

 

둘에게 다가오더니, 두건을 벗었다. 드러난 것은 붉은 머리를 한 경순양함이었다.

경순양함 소녀는 제7구축대의 둘을 보고는 눈을 껌뻑였다.

 

어라? 너희들 구축함? 구레 구축함이 아니네.”

 

경순이라는 걸 알자,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등줄기를 폈다. 대표로 우시오가 말했다.

 

. 요코스카 진수부, 7구축대에요. 방금 전에 도착을 해서…….”

그렇구나~. 방금 전 둘도 그런 소릴 했지. 나는 키누. 잘 왔어.”

 

조금 무서운 분위기가 있지만, 성격이 좋아 보이는 경순양함이었다.

그래도 우시오는 긴장을 하면서 질문을 하였다.

 

먼저 도착함 구축함은 어디에 있나요?”

차를 마시고 있거나, 그 애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키누는 돌아보며 자신이 온 길을 바라보았다.

 

……어느 쪽이 됐든, 이건 위험하군.”

 

우시오가 고개를 기울였다. 키누가 본 방향에는 몇 명의 함선 소녀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정색을 하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도착하자마자 미안한데, 이걸 좀 써줘.”

 

반론을 할 틈도 없이 우시오는 두건을 강제로 뒤집어썼다.

 

나는 갈 테니까. 너희들도 멍하니 있지 말고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키누는 한손을 들어 올리곤 뜀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뭐야 저거.”

 

그리 말하는 아케보노.

 

……키누(鬼怒)씨라서 오니()인걸까요?”

 

우시오가 두건을 쓴 채로 중얼거린 순간.

 

아얏.”

 

아케보노는 이마에 통증을 느꼈다.

 

뭔가 맞았네. 돌인가.”

 

그녀는 지면에 떨어진 물체를 집었다. 작고 옅은 갈색을 한 먹을 것.

 

……?”

 

볶은 대두였다. 그 직후,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기 있다앗!!!”

그리드A11에 오니를 목시. 공격을 개시하겠다!”

 

달려온 함선 소녀가 소리쳤다. 아케보노는 나중에 가서야 알았지만, 구축함 시키나미였다.

 

사격 개시잇!!!”

 

수 명의 구축함 소녀가 일제히 콩을 뿌리기 시작했다.

애시당초 뿌린다는 귀여운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평소의 애정을 담아, 이거라도 먹으라는 듯이 냅다 던지는 것이었다.

 

뭐냐고! 이거 뭐냐고!”

 

아케보노는 소리쳤다. 우시오는 허둥지둥거리지만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는 탓에 다행스럽게도 아프진 않았다.

 

그만, 그만해앳! ! 멈추라고! 뭐야 너희들!”

 

아케보노가 소리쳤다. 하지만 시키나미 이하의 구축함 소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니의 기세가 죽었다!”

뭔 기세가 죽었다는 거야!”

 

고함을 들었다고 해서 멈출만한 인간은 구축함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키나미는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구축함?”

그래 맞아! 지금 막 도착한 구축함!”

 

아케보노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왔단 말이야!”

……왜 구축함이 오니꼴을 하고 있는 거야?”

 

시키나미가 가리킨 곳에는 오니의 머리를 본뜬 두건을 쓴 우시오가 있었다.

 

구축함으로 둔갑을 하다니 비겁하다! 아무리 경순이라고 해도 실망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리들은 구축함이라고!”

그런 가슴이 큰 구축함이 있을까보냐~!!!”

 

시키나미 일행은 일제히 콩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시오는 버티지 못 하고 도망을 쳤다.

 

, 우시오, 거기 서!”

 

아케보노도 뒤를 쫓았다. 시키나미 일행은 쫓아라앗!” 라고 절규를 하면서 달려갔다.

 

“A11에서 A20 방면으로, 오니가 도주 중.”

 

시라누이가 화이트보드에 도주경로를 기입하였다.

 

오니는 구축함으로 위장한 자라고 시키나미의 발언으로 확인.“

구축함으로 위장을 했다? 해가 갈수록 공을 들이네~.”

 

보고를 들은 카게로는 자신들 구축함의 사정은 무시하고 감탄하였다.

 

제대로 확인을 하기는 했겠지.”

오니의 가슴이 크다, 라고 합니다.”

……아라레, 하마카제, 어디에 있어?”

 

카게로는 무선기 앞에서 죽을 치고 있던 아라레에게 물었다.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D8에서 방울이 울렸기 때문에, 급행 중…….“

그럼 시키나미쪽은 경순이네.”

 

카게로는 격자 모양으로 구분된 구레 진수부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다른 색으로 칠해진 핀이 꽂혀있었다. 검은색이 오니, 즉 경순양함이고, 빨간색이 구축함 초계부대. 푸른색이 강습용 헌터 킬러이다.

카게로는 D8 지점에 푸른핀을 이동시켰다.

 

둘을 찾은 거다 이거지……. 한쪽은 아마도 키누씨고, 다른 한 쪽은 쿠마씨인가…….”

 

갑자기 아라레가 말했다.

 

이번에도 A11에 오니 발견…….”

누군지 알겠어?”

검은 머리. 치마색은 선홍빛. 민소매 상의.”

아가노씨구나!”

 

카게로는 손가락을 튕겼다. 무선 마이크를 집었다.

 

우라카제랑 하마카제는 출격! 나중에 하츠유키도 그쪽으로 보낼게!”

 

대기하고 있던 헌터 킬러 부대가 뛰어나갔다. 큼지막한 되를 옆구리에 끼고, 손에는 쥘 수 있는 만큼 콩을 쥔 전투태세이다. 곧장 현지로 서둘렀다.

그리드 A11는 바다쪽이며 부두 근처이다. 지금은 절분 대책 본부라기 보단 흡사 해상 호위 사령부 같은 분위기를 띤 실내에서, 카게로는 연이어 지시를 내렸다.

 

“A10이랑 A12에도 부대를 투입! 오인 사격은 하지 마. 목표는 경순양함만! 그 이외엔 공격은 하지 마!”

 

카게로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이 있다. 지금 단계에서 이만큼 발견을 했다면 완전 승리는 가깝다. 오니 퇴치를 확신하고 있었다.

 

 

, 진짜! 이래서 구축함 따윈 싫다고!”

 

아케보노는 불평을 터트리면서 달리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것은 우시오이며, 아케보노가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오니 두건을 쓴 탓에 시야가 좁아져 넘어지려고 했기 때문에 도와주게 된 것이었다. 그 탓에 오니와 오니에게 협력을 하는 괘씸한 구축함 취급을 받아 지명수배를 받은 범인처럼 쫓기고 있었다.

그녀는 우시오에게 말했다.

 

너도 그거, 벗어!”

그렇지만 저희 멋대로 버리는 건 안 좋아요…….”

우리들은 미끼역이 된 거거든!?”

키누씨는 어디에 계신 걸까요.”

이쪽으로 갔어! 잡아줄 테다!”

 

이 둘, 자기만 표적이 된 것은 손해이니 적어도 같이 잡혀주자고 키누를 쫓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키누의 모습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아케보노는 나가라형 경순양함은 어디에 있냐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찾아다니고 있었다.

 

! 저기 있다!”

 

해안 안벽의 벽면에 경순양함이 들러붙어 있었다.

구레 진수부에는 일반 선박도 정박을 하는 탓에 해안을 향해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고, 선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폐타이어를 벽면에 메달아 놓고 있다. 키누는 그 타이어에 발을 건 채 몸을 숨기고 있었다.

 

키누씨, 뭘 하시고 계시나요!”

이 바보야! 쉬잇! 쉬이잇!”

 

키누는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그 녀석들한테 들키잖아!”

저희들한테 떠넘겼죠?”

미안, 좀 미끼로 삼은 것뿐이야.”

 

그런 말을 키누가 하였다. 그녀는 떨어지지 않도록 양손으로 타이어를 잡고 있었다.

 

늘 이 시기가 되면 구축함은 흥분하단 말이야.”

왜 이런 절분을 하나요?”

구레라서, 그런 말밖에 못 하겠네.”

 

그녀는 그래도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아케보노에게 다음 말을 하였다.

 

그러니까 그대로 이쯤을 한 바퀴 돌아다녀주지 않을래? 그러면 경순양함에게 도움이 될 거야.”

싫어요.”

명령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키누는 히쭉 웃었다. 구축함에게 있어서 경순양함은 직속 상사이다. 전함이랑 이야길 하는 것보다도 경순양함이랑 같이 있는 편이 더 긴장을 하는 구축함 소녀는 많은 것이다. 훈련 때 따위엔 특히 더 그렇다.

 

지금은 훈련도 실전도 아니니까, 이건 그저 부탁이야. 경순양함한테 빚을 지운다고 생각하고 들어줘.”

빚을 갚아주실 순 있나요?”

물론이지, 경순양함은 의리하면 껌뻑 죽지.”

알았어요.”

 

아케보노는 숨을 들이 키고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 여기에 키누씨가 있어~!”

아앗, !!!”

빨리 와! 도망친다~!”

 

키누는 기겁을 하며 탈출을 하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빨리 시키나미가 달려왔다.

 

여깄다앗!!!”

 

포격 개시랑 호령과 함께 콩이 던져졌다. 키누는 타이어를 타고 기어오르려고 하다가 미끄러졌다.

 

꺄아아앗!”

 

몸이 뒤집어져 바다로 떨어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아케보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해결……, !”

 

콩은 아직도 던져지고 있었다. 대두는 무진장으로 잇는 듯하였다. 시키나미가 연이어 콩을 던졌다.

 

뭘 하는 거야!? 오니는 바다에 떨어졌잖아!”

아직 거기에 있잖아!”

 

보아하니 우시오가 오니 두건을 쓴 채로 우왕좌왕 거렸다.

 

어서 벗어!”

, 뭔가 걸려서요…….”

 

그러는 사이에도 구축함 소녀들이 눈에 핏줄을 세운 채 달려들었다. 수는 점점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케보노는 구축함의 집단 중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였다.

 

! 오보로! 사자나미!”

 

7구축대의 둘이 미소를 그리며 참가하고 있었다.

 

이 배신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치만 도와달라고 우리들한테 말을 하는 걸.”

 

아케보노의 노호성에 오보로가 콩을 던지면서 응수를 하였다.

 

응응, 이런 절분도 좋네.”

 

사자나미도 유쾌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런 건 절분이 아니야!”

 

아카보노는 돌아서서 외쳤다.

 

우시오, 중앙 돌파하자! 전속력으로……?”

 

그곳에 있어야 할 구축함 소녀의 모습이 없다. 정확하게는 오니 두건만이 보이고 있으며, 금세 안벽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비명과, 풍덩하는 물소리.

 

우시오……햐앗!?”

 

갑자기 아케보노의 발을 무언가가 잡았다.

축 젖은 상태로 안벽에서 기어 올라온 것은 키누였다. 그녀는 그저 바닷물에 젖은 것이 아니었다. 미역같이 생긴 해초마저 머리에 얹어 있었다.

무심코 뿜어버리는 시키나미.

 

……이 녀석들!”

 

키누는 화난 목소리로, 그렇지만 미소를 보여주면서 구축함 소녀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들도 바다에 빠져버렷!”

 

그녀는 아케보노, 이어서 시키나미를 바다에 내다 던졌다.

 

꺄아앗!”

햐아앗!”

이걸로 끝!”

 

그리고 구축함 소녀들을 수 명 껴안은 채 자신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지막에는 오보로와 사자나미가 폭소를 지르면서 해면에 다이빙을 하였다. 아직 날씨는 추운 대 수영대회 같은 풍경이 되었다.

 

카게로의 앞에 줄줄이 보고가 도착하였고 아라레와 시라누이가 화이트보드에 제각각 글을 적었다.

 

키누씨 퇴치는 완료했습니다.”

 

시라누이가 중얼거렸다.

 

, 저희 손해도 다수. 관계없는 구축대도 바다를 헤엄치는 꼴이 되었다고 하네요.”

 

카게로가 되물었다.

 

어디 구축대인데.”

요코스카에서 지금 막 도착한 곳이네요.”

~, 방금 전에 제1사관차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애들인가. 나중에 수건을 가져다줘야겠네.”

그리고 쿠마씨도 퇴치 완료했습니다.”

 

시라누이는 손에 들고 있는 메모지에 시선을 내렸다.

 

나무위에 숨어있는 것을 쿠로시오와 이소카제가 발견. 거센 포격전 끝에 격추시켰다고 합니다.”

포격전이라니 그거 사실이야?”

거셌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쿠마씨가 콩을 빼앗아서 서로 콩을 던졌다고 하네요. 마지막에는 쿠로시오가 전기톱을 들고 와서 나무를 베어서 승리를 했습니다.”

나중에 오요도씨한테 사과해야겟네~.”

 

수목도 일단 국가 재산이다. 눈물이 나오도록 혼이 나진 않겠지만 제초 작업이나 페인트칠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아라레가 헤드폰에 귀를 대면서 말했다.

 

아가노씨도 퇴치했어…….”

앗싸. 어떻게 했어?”

우라카제가 미끼가 돼서……유키카제가 전탄()을 명중시킨 것 같아……. 손해는 제로.”

 

역시 명성이 자자한 구축함 소녀. 제비뽑기에 참가하지 못 한 만큼 잘 해보라고 고무를 한 것이 먹힌 것 같았다.

 

오니는 대부분 퇴치했네요. 오요도씨는 참가를 하지 않으셨으니 제외할게요.”

 

시라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카게로.

 

그럼 남아있는 건…….”

 

리스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으음, 진츠씨가…….”

 

2수뢰전대의 보스, 경순양함 진츠이다. 뭐니 해도 자신들의 보스이기에, 무서운 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발각 보고는 없네요.”

 

시라누이가 레포트를 확인했다.

 

역시 진츠씨에요.”

어디에 숨어있는지 몰라. 일몰 전에는 반드시 찾아내.”

 

진심으로 몸을 숨기면 항공 전찰 수단이 없는 구축함은 상당히 불리해진다. 제복 위로 미채색 판쵸 우의를 뒤집어 입어서 몸을 숨기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아라레가 말했다.

 

16구축대……아마츠카제가……통신……. 진츠씨를 찾았데…….”

 

카게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뻐하였다.

 

아자! 전 구축함을 집결시키자! 이걸로 올해는 이겼어!”

아마츠카제가, 공격을 해도 좋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거 당연하잖아.”

 

그런데 아라레는 신기하다는 듯이 무선 헤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

 

공격을……못 해? 뭔가……어리둥절한 소릴……하고 있어…….”

뭐야 그거?”

글쎄……?”

 

카게로는 짜증이 나, 실내 인원을 고무하듯이 손뼉을 쳤다.

 

기합을 넣어주러 가자. 여긴 이제 됐어, 우리들도 출격!”

 

그녀는 솔선하여 대책 본부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츠카제가 보낸 보고에 의하면 진츠의 발견 장소는 그리드 D09, 즉 운동장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이었다. 카게로는 그 자리까지 뛰어갔다.

구축함들도 집결하고 있으며, 운동장에는 대부분의 구축함이 있었다. 머리부터 푹 젖은 애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환성이나 콩을 뿌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카게로가 말했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인 시키나미가 말없이 전방을 가리켰다.

확실히 진츠가 있었다. 그녀는 종이로 만든 오니 가면을 머리 옆에 달고, 미소를 그린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전신 위장을 하지도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

 

찬스잖아, 콩을 던져.”

던지라고?”

 

시키나미가 싫다는 듯이 되물었다.

진츠에겐 독특한 오러가 있었다. 경순양함 특유의 분위기를 농축시킨 위압감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있는 탓에 구축함 소녀는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따르고 마는 것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차림새를 하고 있는 탓에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다. 구축함 소녀들은 그저 멀리서 에워쌀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는 꼬락서니이다.

그녀는 요즘 구축함은 얌전하네요.” 그런 소릴 하면서 걷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그녀를 놓치고 말 것이다.

 

, 괜찮아. 진츠씨는, 사양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그거 진짜야……?”

 

시키나미의 의문에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진츠는 우수한 경순양함이다. 이 정도의 행사로 앙심을 품어 훈련을 더욱 힘겹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분명.

 

아아, 진짜!”

 

카게로는 자신을 고무하듯이 소릴 내었다.

 

진츠씨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절분 행사에서 우리가 이기지 못 하잖아!?”

 

그 말에, 아라레가 콩이 담긴 되를 건네주었다.

 

……그럼 카게로가 해…….”

, 내가!?”

카게로, 진츠씨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거 관계없지 않아!?”

 

그렇지, 카게로가 있었네,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주위 사람에게 밀려, 가장 앞으로 나왓다.

 

내가 콩을 던져? 나만!?”

카게로는 구축함 대표니까, 대표로써…….”

기꺼이 아라레에게 양보할게!?”

최신예 구축함에게 맡길게…….”

 

카게로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진츠를 보았다.

생긋, 미소를 짓고 있다. 어딜 어떻게 봐도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얼굴은 아니다. 콩을 던져도 괜찮다.

카게로는 콩을 조금 쥐었다.

 

, 으음……에잇.”

 

던졌다. 기세가 실려있지 않은 탓에 자신과 진츠의 사이에 떨어진다.

 

제대로 던지지 않으면……복이 안 와…….”

 

성가신 정론이었다. 카게로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아라레를 보았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던질 거야. 나는 최신예 구축함이며 애들의 대표니까…….”

어서 해 대표…….”

너 평생 원망할 거야!”

 

아라레에게 재촉을 당해, 카게로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대조적으로 구축함 소녀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오니는……밖으로……!”

 

콩이 어중간한 기세를 담아 던져졌다.

비틀비틀 호를 그리며, 대부분은 지면에 떨어졌다. 단 한 알이 진츠에게 닿았다.

볼에 닿고 떨어졌다.

진츠는 천천히, 콩이 닿은 볼을 문질렀다.

 

맞았네요.”

 

작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구축함 소녀 전원의 귀에 들렸다.

 

……꺄아앗!!!”

 

버티지 못 하고 카게로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계기로 구축함 소녀들은 거미 새끼가 도망치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미 동료고 뭐고 없다. 이 자리에 있으면 죽어버리고 만다는 듯이, 앞을 다투어 도망쳤다. 구레에서 탈영을 할 기세였다.

그리고 운동장에는 카게로가 홀로 남겨졌다.

진츠가 생긋 웃었다. 카게로도 웃었지만, 미소가 경련을 일으켰다.

 

, 저기…….”

 

진츠는 말했다.

 

카게로씨, 콩이 한 알 맞았는데요, 이걸로 오니는 퇴치된 건가요?”

……아뇨. 부족해요…….”

그런가요. 그럼 저는 이동할 테니, 절분 행사 속행을 부탁드려요.”

…….”

 

대답을 했지만 이미 계속할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카게로는 떠나가는 진츠의 뒷모습을 망연히 지켜보았다. 머지않아 해는 저물고,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절분 행사, 종료입니다.”

 

부지 내에서 오요도의 목소리가 울렸다.

올해의 절분은 퇴치한 오니가 3. 놓친 것이 1. 즉 구축함 소녀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카게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절분 행사의 뒤처리를 끝냈다.

남은 오니가 한 명 뿐이라고 해도 패배는 패배. 원래라면 분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구축함 소녀의 울음소리가 부지 내를 가득 채울 것이지만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진츠씨잖아.” 그런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한차례 대강 정리를 끝내고 카게로는 내일 준비를 마치면 자유 시간이야.” 그런 말을 남기고 진수부 청사 회의실로 향했다. 오늘 하루의 보고를 해야만 한다.

진수부 축제 본부가 된 회의실에선 모가미가 히쭉거리면서 카게로를 맞이해 주었다.

 

절분, 정말 고생했구나.”

, 그야 정말…….”

 

석연치 않은 말투가 되었다.

 

보셨나요.”

. 점포에서 봤어. 다른 진수부 전함이나 항모, 엄청 놀랐어. 보통은 콩을 뿌리고 끝나는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

 

모가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마지막은 다소 무진장 건성으로 한 거 아냐? 결국 오니 퇴치는 다 못 했잖아.”

나름 선전을 했다, 라고 생각해요.”

아니 뭐, 내년에도 또 있잖아. 이번에는 경순양함을 제대로 퇴치해줘.”

 

내년에는 중순양함이 좋지만요, 카게로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오요도와 류죠, 이세가 들어왔다. 카게로는 일어서서 그녀들을 맞이했다.

오늘 마지막 회의가 시작했다.

 

절분, 수고하셨어요. 구축함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죠. 내객 분들에게도 많은 호평을 받은 것 같아요. 부디 자기 진수부에도 도입하고 싶다는 의견이 드문드문 들려오네요, 우리 진수부는 사양하겠다는 의견이 그 배는 많았어요.”

 

카게로는 자리에 있기가 거북해져 목을 움츠렸다.

오요도가 키득, 웃음을 흘렸다.

 

구레 진수부의 명물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작년이랑 비교하면 얌전했다고 전해뒀어요.”

면목 없습니다.”

그 만큼 내일 기마전에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오요도가 말했다.

 

일반객도 찾아오시니 부디 구레 진수부 구축함의 힘을 보여주세요.”

 

카게로는 일단 .”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여도 구축함의 기마전에는 참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구축함의 힘을 보여주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싸우면 되겠다고 해석했다.

오요도는 들고 있는 서류를 향해 시선을 떨구었다.

 

내일, 요코스카에서 남은 구축대가 기마전 참가를 위해 모여요.”

사세보에서도 1개 구축대가 도착할 텐데요…….”

방금 전 홀로 도착 보고를 하러 왔어요. 남은 인원은 슬슬 도착할 것 같네요.”

뭐꼬, 밤인데 고생하네.”

 

그렇게 말하는 류죠.

 

마중할 준비라도 해부릴까.”

 

허둥지둥 카게로가 말했다.

 

저희들이 할게요.”

사양안해도 된다카이. 가끔씩은 이런 일도 해야지 않겄나.”

 

선배 항모가 그렇게 말을 하면 카게로로선 강하게 의견을 내비칠 수 없었다. 맡기기로 하였다.

남은 건 내일 경비 상황이랑 축제 점포의 위치를 확인하고 해산하였다.

 

 

 

 

아케보노는 머리부터 푹 젖은 꼴이 되어 시종일관 불쾌한 기색이었다. 애초에 우시오는 이 소녀의 유쾌한 모습을 도통 본 적이 없었다. 특히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의장 덕분에 바다에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만 해서 부루퉁한 표정을 한 아케보노 일행 제7구축대는 구축함 기숙사로 안내를 받았다.

안내역은 아사시오형 구축함 카스미였다.

 

여기야.”

 

카스미는 턱짓을 하였다. 말투는 왠지 붙임성이 없어, 어디의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우시오는 사자나미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 아케보노랑 닮지 않았나요……?”

~? ~……정말 닮았네.”

 

사자나미는 의미심장은 웃음을 흘렸다.

 

저런 구축함은 둘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있긴 하네.”

그렇지만 사령 구축함인 것 같아요.”

~, 분명 우수한 애겠지~.”

 

둘은 함께 감탄하였다.

카스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사자나미와 오보로는 한번 구레의 구축함 기숙사에 들어간 적이 있는 탓에 위치를 알고 있었다. 일부러 안내를 해주는 것은 우시오와 아케보노를 위함이었다.

 

구레쪽 사람은 친절하네요, 아케보노.”

그건 어떨까. 구축함이란 것들은 배속이 시커멓거든.”

 

재미없다는 듯이 아케보노가 말을 뱉었다. 우시오는 카스미에게 들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건물 앞까지 왔다. 표면이 붉은 벽돌로 덮여져 있어 멋진 느낌의 중후함이 느껴졌다.

 

여기가 구축함 기숙사야.”

 

카스미가 손으로 가리켰다.

 

들어가고 오른쪽이 제1사관차실이고, 왼쪽 막다른 곳이 목욕탕이랑 세탁실. 너희들의 방은 3층의 큰 방이야. 4인식이니까 거길 써. 요코스카랑 특별히 다른 점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게 있다면 나한테 물어보면 돼. 2208호실에 있어. 밤에 깨워도 상관없어.”

 

마지막으로 뭔가 질문 있어?”라고 카스미가 물었다.

우시오는 감탄했다. 무슨 일이 있다면 밤이라도 깨우란 말은 보통은 안 한다. 기숙사 안에서 야간 불침번이 잇기 때문에 보통은 방 밖으로 나올 수 없지만 굳이 언급하는 것을 보면 신경을 상당히 꼼꼼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또 사자나미에게 속삭였다.

 

상냥한 사람이네요.”

생긴 거랑 다르네~.”

 

오보로도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굉장하네~. 아무리 우리가 손님이라고 해도 말이지, 구레의 구축함은 친절한 걸. 저렇게 이상한 콩뿌리기를 했는데 말이야.”

 

그런 대화가 들렸는지 카스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만 그런 걸지도 몰라. 내일은 구축함 기마전이 있거든.”

그러게, 친절함에 속아 넘어가면 우스꽝스런 꼴이 될 거야.”

 

가시가 잔뜩 돋친 목소리에 우시오는 기겁을 하였다. 투명스럽게 대답을 한 것은 아케보노였다.

 

사람 뒷바라지에 열을 올리는 구축함이라니, 징그러.”

 

카스미가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뭐야, . 어디의 누구씨?”

느닷없이 콩을 맞은 불쌍한 피해자씨야.”

절분에 참가하러 온 거 아냐?”

나는 속아서 구레까지 왔어. 절분에서도 속았지.”

재밌었지.”

미쳤다는 듯이 뿌린 콩에 맞아서 즐거울 리가 없잖아.”

맞춘 쪽은 즐거워.”

 

가는 말에 오는 말이다. 둘 다 드세 보이는 외견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가 드세서 물러설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케보노가 뱉어내듯이 말을 하였다.

 

나는 구축함 따윈 믿질 않아. 너희들은 협량한 마음을 열의나 동료 의식으로 속이고 있는 것뿐이잖아.”

자긴 구축함이 아닌 것 같은 말투네.”

이딴 의장을 짊어진 것을 후회하고 있어.”

 

둘 사이에 불꽃이 튀겼다. 분노 게이지가 급속도로 상승하였다.

우시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거렸다. 아케보노의 성격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스미가 친절한 탓에 방심하였다. 이 소녀는 같은 구축함이기에 그 성깔을 드러내는 것이다.

긴박감이 상승하는 그 때.

 

~, 저기 있잖아.”

 

갑자가 오보로가 말을 하였다.

 

목욕하고 싶어졌거든, 배도 고파. 나머진 우리들끼리 할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짓으로 사과의 뜻을 보였다. 물론 아케보노에게 안 보이도록 하였다.

카스미가 사정을 알아주었다.

 

그럼, 안내는 여기까지야.”

고마워.”

 

카스미는 아케보노를 한번 힐끔 본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우시오는 안심을 한 듯 숨을 내쉬었다.

 

깜짝 놀랐어요…….”

 

아케보노는 별단 아무런 말도 않고 불쾌한 기색을 유지한 채 3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우시오는 오보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늘 죄송해요.”

 

오보로가 말했다.

 

저기 있잖아 우시오, 너무 행동이 과하다 싶으면 확실하게 말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아? 나랑 사자나미가 말을 해도 이젠 안 들어준다고.”

그렇긴 한데요…….”

우시오가 가장 아케보노랑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걔도 우시오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해.”

…….”

 

우시오는 한없이 불안해져서 3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그런 한 편, 야간의 구레 근해.

 

엄청나게 늦어졌네.”

그래. 완전히 어둡군.”

밤이니까.”

밤이니.”

 

사츠키의 말에 나가츠키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야간의 해원을 제22구축대는 구레를 향해 항행하고 있었다.

훈련이니 뭐니 여러 일이 있어 사세보를 떠나는 것이 늦어졌다. 그 탓에 조금이라도 늦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아무래도 그것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조금씩 목적지로 향하는 진로에서 벗어나고 말아 눈치를 챘을 땐 진로와 상당히 벌어지고 말았다. 허둥지둥 방위를 돌리고 이번에는 신중하게 위치를 확인하며 항행을 하였다. 그 탓에 이렇게 늦어지고 만 것이었다.

상공에는 두꺼운 구름이 덮여 있어서 천측(天測)도 할 수 없었다. 나침반이 없었다면 본격적으로 길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나카츠키는 탄식하였다.

 

구레까지 가지도 못 하다니, 역시 무츠키형은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 아마도.”

사츠키가 하는 말치곤 자신이 없는 걸.”

훈련에서 또 나쁜 성적을 받았단 말이야. 아무리 나라도 우울해진다고.”

 

사츠키도 역시 푸념을 하였다.

이 둘은 오전 중 행해진 훈련에서도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웠고, 진수부에 남아 훈련을 한 것이다. 그 탓에 출격이 늦어진 것이었다.

동료인 후미즈키는 한 마디 불평도 않고 훈련을 같이 해주려고 남아서 출항 시간을 늦춰주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여 먼저 출발을 시켰다. 후미즈키는 슬슬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후미즈키, 구레에서 어처구니없어 하려나?”

구레에선 제22구축대는 한 대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아무리 그래도 구축대 인원 정돈 알겠지.”

비서함 경유로 통보가 되었을 터이지만……뭐니 해도 저주를 받고 있으니 말이야.”

, 무츠키형은 나쁘지 않은 배라고 생각해. 후미즈키나 우즈키는 실력 좋잖아.”

그렇다면 우리들만 나쁘다는 것이 되는군.”

그건 최악인 걸.”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날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침울한 기분이 되었다.

어두운 분위기를 띤 채로 항행을 계속 하였다.

선두를 가는 사츠키는 항행등의 광량을 평소보다 늘렸다. 나가츠키가 빛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그러자 신호등의 백색등과 적색등이 동시에 켜졌다. 전진 미속의 신호이다. 스피드를 낮추었다.

 

사츠키, 무슨 일이지.”

 

나가츠키가 물었다. 머지않아 답변이 돌아왔다.

 

우현 15도에 뭔가 보이지 않아?”

?”

 

나가츠키가 함속을 낮추면서 발돋움을 하며 관찰을 하였다.

칠흑빛 어둠 속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조차 애매하다.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혀 모르겠군.”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좀 더 가까이.”

모르겠어.”

 

눈에 힘을 주어보지만, 물결을 치는 해수면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본 거야.”

가늘고 긴 게 해면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어.”

잠망경? 설마…….”

 

나가츠키가 중얼거렸다. 잠망경이라 하면 잠수함이다. 하지만 이곳은 구레 진수부 근해. 아무리 잠수함의 은닉성이 높다고 하여도 이곳까지 침입을 허용할 거란 생각은 하기 힘들다.

 

찾는 것인가?”

~, 어쩌지. 수색을 하는 편이 좋으려나?”

 

사츠키가 되물었다. 나가츠키는 팔짱을 꼈다.

 

하지만, 가득이나 도착 시간에 늦었으니…….”

 

어쩌면 구레에서 식사따윌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후미즈키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전부 허투루 만들어버리는 것엔 죄책감을 느꼈다.

나가츠키가 결론을 내지 않고 사츠키에게 맡겼다.

 

일단 지금은 사츠키가 향도함이지.”

~, 나가츠키 치사해. 책임 회피하지 말라구.”

나보다 사츠키가 그나마 낫지 않나.”

그럼……수색을 하자.”

 

둘은 천천히, 키를 조작하면서 잠수함을 찾으려고 하였다. 둘 모두 수중 청음기(소나)를 장비하지 않은 탓에 육안으로 찾아야했다.

하지만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잠수함을 찾은 건 힘들다.

 

없네. 나가츠키는 찾았어?”

아니. 나무조각 같은 것이 있는 것 정도군. 정말로 잠망경이었을까?”

후미즈키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솔직히 우리들보다 믿을 만하다고 할까 뭐랄까.”

정말 그렇군.”

 

둘은 그뒤로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나가츠키가 물었다.

정말로 잠망경이었나?”

자신, 없어진 것 같아.”

이 이상 여기에 있다면 늦어지고 말겠군. 길을 서두르자.”

 

참다못한 나가츠키가 재촉을 하였고, 22 구축대 소속의 둘은 수색을 중단하고 구레로 향하는 진로를 취했다.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고 구레의 항구에 도착했다.

 

도착한 건 좋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사츠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밤의 부두는 조용했다. 안에 있는 건물은 아직 빛을 밝히고 있지만 바다 쪽은 야간 훈련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정숙을 지키고 있었다.

 

비서함에게 인사를 할까. 그런 다음 후미즈키랑 합류를 하자.”

 

나가츠키가 말을 하고, 둘은 일단 가장 멋들어진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도중에 모자를 쓴 함선 소녀와 엇갈렸다. 항모라는 것을 알고 둘은 허둥지둥 경례를 하였다.

 

밤에 도착이라니, 참말로 고생하네.”

 

그 경항모는 류죠라고 이름을 밝혔다.

 

사세보에서 온기가. 친구는 벌써 왔데이.”

 

후미즈키를 말하는 걸 것이다. 구축함 기숙사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한다.

 

, 방금 전에 첫날이 끝났으니, 내일 즐기다 가그라.”

감사합니다.”

 

나가츠키가 답례를 하였다. 그 뒤 잠시 망설인 뒤 말을 덧붙였다.

 

저기……어쩌면 저희들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만.”

뭐꼬. 그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사츠키가 오는 도중 잠망경으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고, 잠수함 소녀일지도 모릅니다…….”

애매한 말이네.”

일단, 둘이서 수색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인 가능성은 높다고 여겨집니다.”

 

나가츠키는 자신의 견해도 덧붙였다.

실제로 발견한 것은 사츠키이지만 그녀도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역시 잠망경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류죠는 뭔가 생각을 하는 태도를 보였다.

 

~……. 이거, 누구한테 말했나?”

아닙니다.”

그럼, 그대로 놔둬라. 비서함에게 도착 보고만이라도 해라. 오요도씨는 아직 일어났을 테니까.”

 

류죠는 비서함실이 청사 몇 층에 있는지를 가르쳐주었다.

 

아아, 그리고, 잠망경 야긴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그레이.”

 

둘은 어리둥절했다. 사츠키가 되물었다.

 

그렇지만 비서함에겐, 일단 말을 해야 하지 않나요.”

오요도씨랑 진츠라면 마, 괘안타. 그렇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데이.”

…….”

 

왠지 모르겠지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둘의 가슴 속에 남았다. 류죠는 입술에 검지를 대고, 윙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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