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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1권 제1장 월(月) 1









카게로는 전방을 응시하였다.

파도는 잔잔하지만 날씨는 좀 흐렸다. ‘날씨는 맑지만 파도가 거칠다의 반대. 애초에 그 전투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전방에 적영이 있는지 없는지 주의한다. 심해서함은 갑자기 출현하기 때문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은 초계의 중요성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방심을 했을 때 전함급이 모습을 드러내고, 못 본 척 지나갔을 때에 한에서 16인치 포탄이 날아오는 것이다. 경계를 소홀히 해서 바다를 떠도는 부표물이 되어 사라진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녀석들의 이름은 심해서함. 어디선가 나타나서 바다를 어지럽히는 인류 최대의 적.

언제 출현을 했는지 모른다. 문득 바다를 보면 있었다는 것이 그 실상에 가깝다. 심해서함이 지나가는 배를 보이는 족족 잡아먹고, 해상교통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다. 몇 척이나 되는 배가 산산조각 나버려서 바다 밑바닥으로 사라졌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녀들밖에 없었다.

그것은 함선 소녀. 심해서함에 대항할 수 있는 무장을 장비하고 바다를 질주하고, 승리를 거머쥐는 인류의 수호자.

함선 소녀란, 선택받은 소녀에게만 부여되는 명예로운 명칭인 것이다.

카게로는 그런 함선 소녀 중에서도 가장 작고, 가장 쾌속하며, 가장 과감하다고 불리는 구축함 소녀였다.

그녀는 지급받은 지 얼마 안 된 쌍안 망원경(안경)을 손에 쥐고, 다시 한 번 전방을 응시했다.

자신의 앞에는 고요히 일렁거리는 푸른빛 해면이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다. 아마도, 아무것도 없다.

구축함 함선 소녀로서 꼴사나운 실수를 할 수는 없다. 수상기를 실고 있는 순양함이나, 2,3발 맞은 들 태연한 얼굴을 하는 전함과는 그 사정이 다르다. 정찰에 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두 눈 뿐이며, 만에 하나 한 방이라도 맞으면 지근탄이라도 황천길이다. 신중하게, 주의 깊게 행동을 해야만 한다.

해면을 딛은 두 개의 다리가,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긴장이 발에도 전염된 것이다. 평소라면 이 정도로 겁을 먹지 않을 텐데 오늘 만큼은 그 사정이 다르다. 신발처럼 신고 있는 두 개의 1)주기(主機)는 양호한 상태이지만, 드문드문 기침 소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정비담당이 아까워서 기름을 적게 친 것이다. 덕분에 마음의 동요까지 증폭되어 정신이 산만해졌다. 출격 전에 직접 확인을 하면 이런 일도 없을 테지만, 늦잠을 잔 것이 좋지 못 했다. 저녁 식사 때 먹은 단팥죽의 맛을 잠자리에서 떠올렸더니만 이런 꼬락서니이다.

 

[1) 역주 : 선박의 추진 원동력이 되는 디젤기관, 증기터빈, 보일러 등의 기계류를 지칭하는 말.]

 

좀 조용히 있어줘.”

 

작은 목소리로 주기를 달래었다. 그 뒤로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양현 전진 반속.”

 

자신의 몸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안면으로 바람을 쐬웠다. 머리에 매단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원해서 기분 좋다. 한 순간이라고 해도 마음의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놀라서 카게로는 머리를 흔들었다. 즐기고 있을 여유는 없다. 이리 보여도 카게로형의 네임쉽. 명량하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것이 자신의 장점. 당초의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마음을 고쳐 잡고 감시를 속행하려고 하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전방의 해면에 기포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득히 먼 전방이었지만 끓어오르는 듯이 기포가 솟아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 일대가 변색하였다.

앗하는 사이에 그곳에는 심해서함이 출현하고 있었다.

검게 보이는 함체에 송곳니가 돋아난 이. 눈은 동그랗지만 곤충 같아 보였고, 한 눈으로 보아도 인류랑 공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녀석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평선을 한 가득 메우듯이 펼쳐져 있었다.

직시를 한 순간 카게로는 고함을 쳤다.

 

심해서함 발견! 굉장한 수야! 으음, 어라, 적이 7 바다가 3! 바다색이 적 때문에 검어!”

 

무선을 통한 답신은 빨랐다.

 

(? 카게로는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에요?)

“2)그러니까 적이 7이고 바다가 3이라고!”

(괜히 멋부리지 말고. 정확한 수를.)

어쨌든 한가득 있어! 정말로!”

 

[2) 역주: 오카모토 키하치 감독의 영화 격동의 쇼와사 오키나와 결전의 대사 인용]

 

무선을 취하는 상대, 시라누이는 어느 때라도 냉정하지만, 이쪽은 입에 거품을 물 것 같았다. 딱히 멋을 부리기 위해 명대사를 인용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수가 출현하고 있다.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 같지만 적은 그렇게 귀엽지 않다.

녀석들은 찰팍거리며 헤엄을 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항행이지만 함선 소녀들은 헤엄친다고 표현한다. 눈 색은 어둡고 가라앉은 채이다. 이것이 전투가 되면 푸르게 변한다. 인간은 흥분을 하면 눈에 핏줄이 서지만 녀석들은 반대이다.

괜찮다고 카게로는 판단했다. ()R (오른쪽 120도 방향 변환) 신호를 낸 뒤, 심해서함의 진로를 가로지르며 거리를 벌렸다. 시라누이의 무뚝뚝한 반신은 옳았다. 적이 경계를 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수를 보고해야만 했다.

짚이는 대로 수사를 세기 시작했다.

 

적 구축함 이()8! ()16! ()......”

 

심해서함의 분류를 최초로 이로하순으로 한 인간은 천재, 혹은 주정뱅이인 게 틀림없다. 아이우에오순보다는 센스가 있지만, 가끔씩 헛갈려서 뒤죽박죽이 된다.

합계 30까지 세었을 무렵 갑자기 심해서함의 눈이 빛났다.

어둠색에서 푸른색으로. 형형한 빛이 해면에 반사를 해서 깜짝 놀라 만큼 크게 보였다. 그 모든 것이 카게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들켰다! 시라누이......”

 

거기까지 외친 순간, 심해서함의 함체가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카게로는 무심코 말을 삼켰다.

 

“......적함 발포!”

 

머리 위에서 포탄이 쏟아져 내렸다.

 

꺄아아앗!!!”

 

그녀의 주위에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거기까지에요.”

 

삐잇. 부저 소리가 구레 항만 안에 울려퍼졌다.

 

훈련 종료입니다.”

 

심해서함의 모양을 한 모형은 줄로 이어진 채로 회수되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카게로가 있었던 해면에는 포탄 대신 쏟아낸 나무통 여러 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맞아도 죽지는 않지만 아프다. 그리고 콩트를 하는 것 같아 꼴사납다.

 

카게로는 올라와주세요.”

 

오렌지빛 옷을 입은 경순양함 진츠가 핸드 마이크로 외치고 있었다. 옆에서 무선기 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그녀의 파트너인 시라누이.

바닷물을 머리부터 뒤집어 쓴 카게로는 ......” 라고 중얼거리면서 부두에 다가갔다.

어영차, 육지로 올라왔다. 의장은 무겁고 젖은 옷은 더 무겁다. 기분의 무게는 뭐 그럭저럭.

그 곳에는 이미 진츠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흑발을 한, 마치 화장품 광고에라도 나올 것 같은 여성이다. 척 보기엔 소심해보이고 실제로 소심해 보이는 발언이 많지만 그 실상은 무척이나 용감하고 사람 뒷바라지를 잘 봐주는 언니. 카게로는 언젠가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진츠는 손에 든 메모장에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으음......이번 훈련은......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네요...... 심해서함 발견까지 1초 반이나 지체를 하였고, 발견 후의 보고도 부정확해요...... 별난 일이네요.”

 

힐끔, 진츠는 시선을 보내었다.

 

뭔가 불안한 일이라도 있나요?”

~......”

 

카게로의 반응에 진츠는 서글퍼졌다.

 

그게 아니면 제 지도가 안 좋았나요? 제가 실수를 해서, 카게로씨를 위기에 노출시키고 말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저는 어차피 센다이형 2번함. 신진기예인 카게로형과는 다른 걸요.”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카게로는 허둥거리며 부정했다. 진츠의 지도가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여기까지 자신을 단련해준 것은 그녀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진츠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어머나, 그렇군요.”

.”

그럼......누구 탓이죠?”

 

진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카게로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점이 있기 때문에 눈앞의 여성은 무섭다. 이쪽의 심리를 확실히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 자신의 지도가 나쁘다는 말을 한 뒤, 이쪽이 부정을 하게 한 뒤, 본질을 찔러오는 것이다.

홀로 하는 훈련이니 다른 사람 탓을 할 수 없다. 다소 날씨가 흐리지만 시야는 양호했기 때문에 날씨탓도 할 수 없다. 카게로는 순순히 자백했다.

 

......탓이에요.”

어째서?”

, 내일부터 잇을 일에, 정신이 팔려서요.”

 

에헤헤, 웃었다. 겸연쩍게 웃었다고 생각했다.

혼이 나지는 않았지만 주의는 받았다.

 

그래선 안 돼요. 당신이 주의 깊게 경계를 하면 심해서함을 격멸할 수 있을지도 모를 테고, 정신이 산만했다면 함대가 전멸할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진츠는 맛을 덧붙였다.

 

카게로가 함단 호위 명령을 받으면 어쩌실 셈인가요. 가장 먼저 적을 찾아서 공격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에요. 색적은 모든 것의 기본. 수상기에게 맡기려고 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심해서함을 발견할 마음가짐을 가져주세요.”

......”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뭐라 할 말도 없습니다.

 

좋아요. 그럼 카게로씨, 구레에서 받는 당신의 훈련은 이걸로 종료합니다. 내일부터는 요코스카 근무네요. 잘 해주세요.”

 

진츠는 미소를 지었다.

 

구축함은, 저희들의 긍지니까요.”

!”

 

방금 전보다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카게로는 경례했다.

진츠가 부두에서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의산만했었던 것은 변명할 도리가 없지만 이유는 있었다. 카게로는 내일부터 정이 든 구레 진수부를 떠나 요코스카 진수부 소속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머리에 있었던 탓에 오늘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있었다.

전속 명령이 떨어진 것은 놀랍게도 어제였다. 본래 이렇게 급하게 전해지는 것이 아닐 테지만, 조직의 어딘가에서 일이 엉키고 말았고, 그것이 서류를 정체시켜 아슬아슬한 시기까지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덕분에 친구들과 제대로 이별의 석정을 나누지도 못하였고, 거기에 더해 도쿄 근처로 가는 거니까 뭔가 좋은 걸 보내줘.그런 약속을 원치 않게 하고 말았다. 생각하면 함선 소녀의 인사이동이라는 것은 지갑을 텅텅 비우게 해서 발을 빼지 못하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가 아닐까?

애초에 이별 선물 대신 단팥죽을 배부르게 얻어먹었다. 이런 점은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츠도, “그런 전속 축하를 해볼까요.” 라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훈련을 엄격히 하였다. 이것도 애정의 반증이라고 믿으려고 하였다.

그저 넓은 부두에는 카게로와 시라누이가 남겨졌다.

단 둘인 것은, 혹은 단 둘이 있기 때문인지, 시라누이는 변함없이 무뚝뚝하게 카게로에게 접해왔다.

 

내일 아침 일찍 요코스카 진수부 행이라, 성급하군요.”

 

시라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유는 뭔가요?”

신진기예 최신 구축함이잖아. 그쪽도 오길 바라고 있었어.”

 

아하하, 카게로는 웃었다.

최신이란 점을 따지면 카게로형 다음으로 유구모형이 있지만, 자만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그녀의 무장은 반짝거리는 신품이었다. 12.7cm포에 4연장 어뢰발사관을 장비. 포는 기합이 들어간 연장포이고, 어뢰는 일격필살 격침시킬 어뢰이다. 이들 무기는 신품이고, 실전에선 분명 믿음직스러운 장비가 될 게 분명하다. 요코스카 진수부 전속으로 구레에 놔두고 가야만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곧장 보내도록 수속 처리가 되어있었다.

 

무척이나 내 힘이 필요한 걸 거야, 분명.”

카게로의 무척이나 기운차고 긍정적인 성격은 확실히 얻기 힘든 매력이에요. 요코스카에서도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성능보다도 무드 메이커가 필요하다는 거야?”

그런 훌륭한 것도 아니잖아요.”

.”

 

말과는 달리 카게로는 웃었다.

 

요코스카는 어떤 곳일까. 구레랑 똑같이 큰 곳이지.”

아마도 규율에 상당히 깐깐할 것이에요. 착임하자마자 겨우 만났다같은 소릴 하면 안 돼요. 장난치지 말라고 혼쭐이 난 뒤 도쿄만에 처박힐 것이에요.”

우와, 엄격해보여. 역시 요코스카네.”

 

무섭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카게로에게 시라누이는 말했다.

 

시라누이의 말투를 쓰면 돼요.”

아아, 지도,편달......이거.”

그거라면 느닷없이 혼이 나는 일은 없어요. 카게로의 반말 보다는요.”

 

당연한 말이기 때문에 카게로는 시라누이의 말투를 쓰기로 했다.

 

시라누이도 요코스카 진수부로 오지 그래?”

시라누이는 구레 쪽이 성미에 맞아요.”

 

눈 앞의 시라누이도 카게로형이고, 무장도 똑같다. 함께 훈련을 한 사이이다. 그런 만큼 헤어지는 것은 안타까웠다.

 

쓸쓸하다. 다른 애들이랑도 헤어지다니.”

어쩔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진츠의 밑에서 훈련에 힘쓴 구축함은 그 밖에도 있었다. 어제 지독하게 송별 파티를 한 탓인지 지금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좌학에 공을 들이고 있거나 라무네를 마시고 뒹굴고 있을 것이다.

시라누이는 냉담한 말투를 유지한 체 말했다.

 

그쪽에도 함선 소녀는 있어요. 똑같은 동료에요. 분명 친해질 수 있어요.”

시라누이같은 근사한 애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떨까요.”

 

고개를 돌린다. 이 무뚝뚝한 함선 소녀가, 살며시 얼굴을 붉힌 기분이 들었다.

카게로는 바다에 시선을 주었다. 구레의 하늘을 드높았고, 세토우치의 파도는 잔잔했다. 여기서 아득히 저멀리 있는, 미우라 반도는 어떨까? 그곳에선 요코스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나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

저쪽에서 편지 쓸게.”

필요 없어요.”

!”

 

카게로의 불만에 시라누이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농담이에요.”

정말 애도 참.”

카게로야 말로, 시라누이가 없다고 해서 엉엉 울지 말아주세요. 외롭다고 해서 아군을 쏘는 것도, 다른 사람의 간식을 훔쳐 먹는 것도, 3)칸논자키 등대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것도 금지에요.”

안 해!”

 

[2) 역주 : 일본의 자살 명소로 유명한 곳. 심령 현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렇게 외쳤다. 내일부터는 이런 회화도 나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문득 가슴이 애절해져서 카게로는 시라누이를 품에 꼬옥 껴안았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잘 있어, 시라누이.”

.”

 

시라누이도 천천히 카게로를 안아주었다. 카게로보다 힘을 더 주었다.

 

건강히 지내세요.”

 

인기척이 없어진 구레 군항에서, 둘은 포옹하였다.

서로 장비한 12.7cm 연장포가 부딪혀서 금이 간 종소리가 같은 소리를 내었다.

 


 

우습게 보여선 안 된다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착임 첫날 얼빠진 문답을 나누고, 바보라고 여겨지면 평생 괄시를 당한다. “구레에서 온 촌놈은 굴을 너무 먹은 탓에 머리가 맛이 갔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보게 해선 안 되는 것이다. 구레도 어엿한 항구이지만 요코스카는 훨씬 더 크다. 진수부라는 말을 하는 만큼, 도쿄만을 진수하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구레에서 전차를 타고, 잠을 잔 탓에 내릴 역을 스쳐지나갈 뻔해서 황급히 뛰어내리고, 이번에는 버스를 한 번 잘못 타서 쿠리하마에 도착한 뒤 허둥지둥 돌아가고, 노인에게 길을 묻자 노인은 저쪽이라고 가르쳐주었고 가르쳐준 방향으로 걸어봤더니 터무니도 없는 벼랑이 있어서 잘 생각해보면 노인은 관광객이었다는 생각이 미치고, 자력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우왕좌왕하여 겨우 도착했을 무렵에는 그녀는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면, 놀랍게도 아직 착임 시간보다도 빨랐다. 함선 소녀는 매사 5분 전 행동이 주입되었지만, 카게로는 5분은커녕 2시간 전에 도착할 셈이었던 것이다. 여유분 시간을 상당히 소비했지만 제 때에 맞춘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면에 요코스카 진수부라고 적혀진 청동제 간판이 걸려 있었다. 물론 항구이기 때문에 바다를 면하고 있었지만, 헤엄쳐서 상륙을 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문에서 안으로 들어간다.

장비품은 다른 편으로 도착하기 때문에 맨손이나 마찬가지다. 함선 소녀는 의장을 장비한 채로 육상 이동을 하는 것을 금지되고 있다. 포나 어뢰를 등에 짊어진 채로 교통기관에 타면 패닉이 일어난다는 당연한 이유에 의해서이다.

카게로는 멈춰 섰다. 우선 안에 들어가서 제독에게 착임 신고이다. 복장에 흐트러짐이 없는지 확인했다.

한 치 빈틈이 없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여기저기 뛰어다닌 탓이다. 일단 치마 주름을 피고 가슴팍의 타이를 곧바로 하고, 먼지를 털어냈다.

이걸로 어떻게 됐을 것이다. 복장의 흐트러짐은 함선 소녀의 흐트러짐으로 통한다. 이 뒤는 허세라도 부리면 자신을 바보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

후우, 숨을 내쉬고 문을 지나쳤다. 위병에서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위병은 고릴라 같은 얼굴을 한 남서이었는데 체격도 고릴라 같았지만 그녀의 신분증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뛰어오를 듯한 기세로 경례를 했다.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함선 소녀는 존경과 동시에 외경의 대상이다. 그녀들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모두 알고 있다.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카게로는 부지 내를 걸었다. 과연 요코스카, 위병도 규율이 잘 잡혀있다. 구레도 대단했지만, 목소리가 좀 작았다.

돌아다니는 차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로의 구석을 걸어가, 골목을 몇 번 돌았을 무렵에 목적지로 삼은 건물이 있었다.

 

“......여기지.”

 

카게로는 혼자 중얼거렸다. 건물이라고 하기엔 작았다. 그렇다기 보단 빈약했다. 누가 어떻게 보아도 조립식 건물이었다. 그것도 공사현장에서 쓰는 그거였다. 판자집이라고 형용하는 편이 아마 적절할 것이다.

여기가 정말로 제독의 집무실일까?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맞다. 하지만 정말로 여기서 착임 보고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분명 공사 중이고, 여기는 임시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흉흉하게도 문이 열려 젖혀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카게로는 정면에 서서, “카게로, 들어갑니다.” 라고 보고를 하고, 경례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카게로형 구축함 카게로, 금일 0900부로 요코스카 진수부에 착임하였습니다! 지도, 편달, 잘 부탁...”

 

그녀는 모처럼 시라누이에게서 빌린 대사를 마지막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

실내는 텅텅 비었던 것이었다.

 

무인의 실내를 카게로는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회색빛 탁자보를 깐 책상이 있을 뿐이었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벽에는 해상 호위라고 적혀진 족자가 걸려져 있지만, 설마 이것이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잘못 찾아왔나?)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방은 여기고 착임 시간도 전달 받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걸까?

누구 없나, 4)테루테루 보즈가 매달려진 창문을 통해 밖을 보았다. 요코스카의 항구가 잘 보였다.

그러고 있자니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3) 역주 : 날씨가 맑길 바라며 창문에 매다는 종이 인형.]

 

대피, 대피해!!!”

 

도대체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자, 밖에 있던 사람들이 새끼 거미가 도망치듯이 도망쳤다. 카게로는 입을 벌린 채 아연한 자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휘윅휘익휘익, 하고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포격소리 같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천장이 폭발했다.

 

꺄아아앗!!!”

 

충격으로 카게로는 튕겨졌다. 벽이 무너지고, 무너진 벽을 통해 밖으로 굴러 나왔다.

 

뭐야뭐야뭐야!?”

 

말 그대로 눈이 핑글핑글 돌면서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조립식 건물은 폭삭 무너져 내렸다. ‘해상호위라고 적혀진 족자가 바람에 실려 카게로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족자를 치우자, 눈 앞에서 한 명의 여성이 머리를 쥐어 싸고 있었다.

 

정말, 어쩜 이리도 못날까. 제독의 집무실에 12.7cm 포를 직격시키는 함선 소녀가 이 세상 어디에 있나요?”

 

그것은 함선 소녀의 포격이었던 건가, 카게로는 생각했다. 12.7cm이니까, 쏜 것은 구축함일 것이다.

12.7cm포라고 해도, 실제 구경이 127미리나 되는 것은 아니다. 무기의 위력이 그 정도는 된다는 명칭이다. 그리고 12.7cm포는 작은 부류에 들어간다. 구축함에 탑재되는 것이니 그렇게 사이즈를 크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지금 포격이 12.7cm용 포탄이고, 게다가 공중에서 작렬한 것이 다행이었다. 이것이 전함용 41cm였다면 몸 성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제독의 집무실에 포탄을 쏟아놓는 것은 심상치 않다.

 

그 애는 어디에 있죠!”

 

눈앞의 여성은, 모여들은 소녀들의 앞에서 얼굴을 시뻘겋게 한 채 소리치고 있었다.

없어요, 라고 답변이 들려왔다. 이미 어디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찾아오세요. 1시간 이내로 찾아내지 못 하면 전원 다 밥은 없어요!”

 

소녀들은 허둥지둥 뛰어나갔다.

명령을 내린 여성은 아직도 화를 내고 있었다. 그 탓에 카게로는 말을 거는 데 다소 용기가 필요했다.

 

실례합니다.”

?”

 

여성은 그제 서야 카게로의 존재를 눈치 챘다.

푸른 모자에 푸른 옷. 가슴팍에 하얀 스카프. 한 눈에 중순양함 함선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도 크고, 다정해 보이는 생김새였다. 단지 방금 전의 대사를 듣고 알았는데 화를 내면 무서워보였다.

그녀는 카게로의 모습을 위아래로 바라보았다.

 

어머나 구축함이네.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카게로형 구축함 카게로입니다. 금일 요코스카 진수부에 착임......”

아아, 미안해. 구레에서 연락이 들어온 애구나.”

 

여성은 카게로가 말을 전부 하게 놔두지 않도록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려 가로막았다.

 

나는 타카오. 타카오형 1번함이야. 2번함도 요코스카 진수부에 있지만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연습을 하거나 전함과 같이 멀리 나가는 것이 일이야. 잘 부탁해.”

하아......“

 

중순양함이니까 분명 전함이나 항모랑 출격을 하거나, 때로는 기함으로서 활동을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가슴이 크다. 제복이 터질 것만 같았다. 크지 않으면 중순양함이 될 수 없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럼 타카오씨가 제 기함......”

아니야. 너는 구축함이잖니.”

하아. 그럼 저는......”

그런 것보다도.”

 

타카오는 카게로의 양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 애를 찾는 걸 도와줄 수 있겠니?”

“......누구인가요?”

방금 전 집무실을 포격한 바보......아니, 유니크한 함선 소녀야. 이번 달만 해도 벌써 3번째. 포격할 때마다 제독이 삐져서 항모 기숙사에 응석부리러 가버려. 저번 주는 기분을 바꿔서 전함 기숙사에 갔더니 항모 기숙사쪽에서 클레임을 걸었어. 언제나 이러 저리 치이는 건 우리들이지.”

하아.”

 

벌써 몇 번이나 나온 기가 찬 목소리를, 카게로는 내고 있었다. 이 진수부는 뭘까?

 

그러니까 도와줘. 그 애, 이번에야 말로 고정매듭으로 계류시켜서 움직이지 못하게 할 셈이니까.”

저기, 누굴 찾으면 되나요?”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건방져 보이는 구축함. 보면 바로 알 거야.”

함명은 뭐지요.”

 

여기서 그제서야 타카오는, 카게로에게 함명을 가르쳐주었다.

 

아케보노.”

 

요코스카 진수부는 넓다. 교육에 주안을 둔 구레랑 역할이 다르지만, 사용하고 있는 부지도 해역도 뒤처지지 않는다. 카게로는 출발 전, 동료 함선 소녀들은 지긋지긋하게 요코스카 진수부라니, 불쌍하다.” “그쪽은 구레랑 비교다 안 될 정도로 빡세.” “해외쪽이 그나마 나아.” 그렇게 말하며 겁을 준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만하고 말을 하고 있지만, 반론 재료가 없기에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요코스카 진수부는 언제나 심해서함과 벌이는 전투를 념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긴박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소릴 듣고 있었다.

그럴 텐데.

왜 자신은 사람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잇는 걸까? 카게로는 생각했다. 그야 구축함이니까 수색이나 구조는 장기이지만, 착임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쓰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덕분에 여행도 못 한 채로 걸어 다니는 꼴이 되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여행이라는 것은 배속된 지 얼마 안 된 함선 소녀가 진수부 안의 시설 배치를 기억하기 위해 여기저기 안내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에 기억하지 않으면 나중에 혼쭐이 난다.

여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미아나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사람을 찾으면 좋을지.

 

구레랑 똑같은 진수부이니까, 시설도 비슷하겠지......”

 

카게로는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령 자신이 제독의 집무실에 포탄을 박아 넣는다는 터무니도 없는 짓을 했다고 치자, 그 뒤 어디로 갈까. 보통은 연속살인범처럼 산 속으로 도망을 치던가, 장비를 안고 산호제도에라도 튈 것이다. 남방이라면 아무도 모르는 꼬마섬도 많다, 로빈슨 크루소급의 생활도 가능하다.

하지만 타카오가 한 말을 보아하니 지금까지 몇 번이나 포격을 한 것 같다. 그 때마다 남방을 도망쳐선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만약을 위해, 발돋움을 하며 항만을 보았지만 함선 소녀의 항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면 아직 육지에 있다. 군수부 장비창고일까? 아니, 그곳은 경비가 있다. 그렇다면 독은 어떨까? 여기에도 선객이 있다면 의미가 없다. 항무부 검열동. 너도 일종 병원체로 지정해줄까? 그렇게 위협을 당하는 것이 끝이다. 만내 소자 시설(湾内消磁施設). 그런 곳에 숨으면

스파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식당에서 라무네랑 바나나를 훔쳐 먹으려고 하다가 주번에게 들켰을 때에는 강당의 바닥 밑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밖에서 오하기와 복숭아 통조리를 들고 온 것이 들켜서, 나눠달라고 쫓아왔을 때에는 건축부 수리과 직원인 척을 했다. 참고로 이것들은 전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감기에 걸린 시라누이가 먹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뻔한 곳에 숨을까......)

 

숨는 사람이 프로라면 찾는 사람도 프로다. 특히 구축함 소녀는 바다는 육지든 찾는 거라면 뭐든지 맡겨달란 사람이다. 어느 진수부라도 전함이나 중순양함에게 빌린 수건이나 필기구, 때로는 속옷을 둘러쌓고 공방전을 벌이는 일은 일상다반사이다.

다시 한 번, 방금 전의 타카오가 한 말을 떠올린다. 이번 달만 해도 3번째. 그렇다는 것은 2번 들켰다. 아마도 찾기 쉬운 곳에 있었다. 어째서 찾기 쉬운 곳에 있었는가? 누가 자길 찾아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카게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지형적으로 높고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마도 저기야.”

 

그녀는 시야 끝에 비춰진 건물까지 달려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양식 3층 건물. 근대적인 건축물이 많은 와중, 다른 곳과는 일선을 달리한 색채와 외관. 요코스카 진수부 청사이다.

카게로는 대충 경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계단을 한 번에 2개씩 올라갔다.

옥상에 나왔다. 그 곳에는 깃발 계양 따위에 쓰기 위해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곳에 한 명의 함선 소녀가 있었다.

클래식한 세일러복에 푸른 리본 타이. 긴 머리카락을 머리 우측에 묶었으며, 머리끈에는 방울이 달려있었다. 옆얼굴을 앳되었고, 확실히 눈초리가 좋지 않아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받았다.

이 애가 아케보노라고 카게로는 확신했다.

아케보노는 자신을 보지 않은 채, 회중시계를 보았다.

 

“......10. , 지금까지 걸린 시간 중 가장 빠르잖아.”

 

말투가, 정말로 다른 사람으로 바보로 보는 느낌이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무능이었지만, 조금은 학습을 했다는 거로군. 경순이나 구축함치곤 나은 편이야.”

 

그녀는 돌아보았다. 그 뒤로 수상쩍은 얼굴을 지었다.

 

“......, 누구야?”

카게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케보노는 더더욱 수상쩍은 표정을 지었다.

 

카게로라니, 카게로형 1번함? 무슨 볼일이야.”

금일부로 전속이 되었거든.”

 

잘 부탁해, 라고 말을 했지만, 아케보노는 인사를 들어줄 분위기는 아니었다.

명백히 수상쩍어하는 시선을 보내온 것이었다.

 

그래서 뭘 하러 온 거야.”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에 카게로는 당혹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널 찾으라는 말을 들었거든. 다른 애들은 못 찾으면 밥을 굶는다는 말을 들었어.”

굶으면 되잖아. 어차피 구축함따위 소란을 피우면서 우왕좌왕거리를 뿐인 도움 안 되는 것들뿐이니까.”

너도 구축함 아냐?”

그래서?”

 

아케보노가 매섭게 노려보았다. 카게로는 말문이 막혔다.

 

“......으음.”

전속을 했다는 건 구레나 사세보에서 온 거지. 어차피 뭔가 잘못해서 좌천된 걸 텐데. 분명 그런거겠지, 경계를 잘못해서, 뻔히 보이는 함폭기의 폭격을 맞았다던가, 일제소사라도 맞은 거겠지. 또 요코스카가 고물 처리를 맡게 되다니 진수부가 좁아질 거야.”

 

카게로는 화를 내는 것보다도 눈을 껌뻑거렸다. 방금 전부터 사람을 매도할 뿐인 이 함선 소녀는 도대체 뭘까?

 

구축함 따윈 심해서함 상대로 쓰지도 않으니까, 너도 얼른 퇴역하는 편이 좋아. , 퇴역을 하지 않아도 금세 침몰을 할 테니 마찬가지겠지. 침몰하고 난 뒤 제적되는 건 서류 처리가 2번은 번거로워지니까 그만두는 편이 좋아.”

 

악의가 가득 실린 대사에 어떻게 반론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나는, 제대로 싸우려고 여기에 온 거야.”

! 심해서함 상대로 싸운다는 건, 전함이나 항모들이 쓰는 말이야.”

 

아케보노가 코웃음을 쳤다.

 

구축함이 하는 일이라곤, 원정으로 상단 호위를 하던가, 전투해역을 빠져나오기 위한 버림말이 되는 것. 처음부터 아무도 기대 따윈 안 해.”

보조 함정이 없으면 싸움을 못 하잖아.”

안타까워라. 함대의 뒤치다꺼리는 주역이 아니야. 구축함이 뭘 하든, 버림말 이상의 기대는 못 받아. 경순 쪽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

 

카게로는 소리쳤다. 구레의 경순양함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소중히 대해줬다. 특히 진츠는 엄격하면서도 다정했고, “구축함은 저희들의 긍지에요.” 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어째서 이 아이는 이렇게 비하를 하는 것일까?

 

구축함은 무능 따위가 아니야!”

, 그래. 날 찾는 것 정도는 도움이 될지 몰라.”

 

뭐라 말을 붙일 구석도 없었다.

카게로는 화가 나서 입을 찡그렸다. 이런 일이 될 거라면 악담 연습을 해두는 것이었다. 애초에 구레에 이렇게 성격이 비틀어진 함선 소녀는 없으니, 연습할 필요따윈 없었다. 파트너였던 시라누이는 냉정침착하고 냉소적이었지만 노골적인 악담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아케보노는 카게로의 모습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공간을 채우러 온 카게로형은 날 어쩌려는 건데?”

“......데리고 갈 거야.”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데리고 가지 않으면, 나까지 밥을 굶게 될지도 모르고.”

조금은 먹는 걸 줄이는 편이 다이어트가 되잖아.”

살 안 쪘어!”

 

억지로 아케보노의 팔을 붙잡았다.

 

가자!”

우와 난폭해라. 카게로형이 무능한 체력바보라는 소문은 정말이었구나.”

시끄러!”

 

가급적 얼굴을 안 보려고 하면서 카게로는 아케보노를 끌어당겼다.

카게로는 아케보노를, 타카오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아케보노는 악담을 계속 말했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데리고 왔어요.”

수고했어. 카게로형의 발이 빠른 건 정말이구나.”

 

타카오는 감탄했다. 카게로는 투명한 태도로 경례를 했다.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아아, 기다려. 걔도 데리고 가줘.”

 

걔란, 물론 아케보노이다. 카게로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지었다.

 

영창으로요?”

그건 안타깝게도 방금 전 제독이 불문으로 치겠다는 지시가 전해졌어.”

? 집무실을 포격했거든요!?”

우리 제독은 마조인데다가 불꽃을 좋아하거든, 어디서 바라본 것 같아. 폭염이 예쁘게 피어올랐으니까 무죄라는 소릴 했어.”

 

카게로는 뭐 이런 엉터리같은.”그런 생각을 했다. 보통은 틀림없이 장비는 해체, 함선 소녀 자신은 재판에 회부되어 쿠리하마의 형무소에 보내진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죄가 됐든, 안 됐든, 카게로는 이 구축함 소녀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럼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데리고 가면 되는 거로군요.”

아직 더 있어. 카게로에게 줄 사령(辞令)이 있었어. 어디에 놔뒀더라......”

 

타카오는 손에 든 서류 다발을 뒤척였다.

 

이거네. 으음, 카게로형 구축함 카게로에겐 이하 구축대의 전속을 명한다. 14구축대.”

 

카게로는 입 안에서 지금 들은 사령을 반복했다. 14, 14, 들은 적이 없다. 이런 구축대가 있었나.

 

요코스카 진수부인데 14인가요?”

글쎄. 다트 같은 걸로 정한 게 아닐까?”

 

정말로 모르는 듯 했다. 타카오는 적당한 소릴 하고 있었다.

성령(省令)으로 인해 요코스카 진수부 소속 구축대는 1부터 10까지라고 정해져 있었다. 14가 요코스카에 있는 것은 열외에 가까웠다.

10번대는 구레의 구축대에 할당되어 있다. 자신이 구레 출신이기 때문에 14인걸까? 그렇게 카게로는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다던가.

 

뭔가 재고품 처리 함대 같네요.”

잘도 알았네.”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저 말곤 누구인가요?”

 

타카오는 카게로의 옆을 가리켰다.

 

거기에 있어.”

?”

거기.”

 

카게로에겐, 타카오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단지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신진기예 구축함 카게로형이라서 요코스카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부조리한 꼴을 당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쭈볏쭈볏 옆을 보고, 그 뒤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설마......아케보노랑......?”

.”

 

카게로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거거거, 거짓말이죠!?”

왜 거짓말을 하니. 자기 입으로 재고품이라고 말하지 않았니?”

설마 정말이라니......!”

구레 진수부의 함선 소녀는 추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어.”

 

타카오는 이걸로 할 말은 끝났다는 듯이 서류를 돌돌 말았다.

카게로는 애원하는 듯한 기세로 말했다.

 

, 향도함(嚮導艦), 향도함은 누구인가요!? 타카오씨죠!?”

.”

에엣~!?”

14구축대 향도함은 카게로가 하는 거야.”

꺄아아앗!”

 

향도함(Flotilla Leader)는 구축대의 지도통제를 행하는 함이다. 통상은 속력과 통신기능이 뛰어난 경순양함이 맡는다. 구축함이 행하는 것은 이례중의 이례이다.

거품을 물을 것 같은 카게로에게 타카오는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되는 함선 소녀가 아케보노의 향도를 하려고 했고 실패했어. 내가 임시로 맡았지만 드디어 여기서 해방되네.”

그렇다고 해서 저라니......!”

구레 출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제독이 말했어.”

 

그런 건 들은 적도 없다. 히로시마 출신이 전부 통솔할 수 있다면 지금쯤 이 별은 4)카프 혹은 산프레체가 차지하였을 것이다.

카게로는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져서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타카오는 묵은 체증이 가신 듯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4) 역주 : 히로시마 지역 주재의 프로 야구축구팀]

 

버거운 짐을 드디어 내렸어. 뭔가 바다가 평소보다 푸르게 보이네.”

저는 하수천이랑 구분이 안 가요......”

14구축대 애는 그 밖에도 있으니까 찾아봐. 사이좋게 지내렴.”

 

그렇게 말하곤 타카오는 오늘은 소고기캔으로 파티를 할까.”, 그런 말을 하면서 떠나고 말았다.

그 뒤에는 두 명의 함선 소녀가 남겨졌다.

카게로는 곁눈으로 옆을 살펴보았다. 입과 태도가 불량한 함선 소녀는 사뭇 시시하다는 듯이 서있었다.

잠시 뒤 아케보노는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덤터기 제대로 썼는걸.”

잘 알고 있잖아.”

 

의외로 솔직하다고 생각한 순간, 아케보노가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 말 하는 거야.”

 

카게로는 기어코 시끄러 이 망할 바보야!” 라고 외쳤다. 뭐야 이 성격 더러운 구축함은. 아야나미형에는 착한 애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 녀석은 최최최악이다. 누가 친해 질까봐. 반도폭격을 맞아서 서몬해에 가라앉은 편이 더 나았다.

아케보노는 카게로의 심정을 모른다. 한참 전에 모습을 지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