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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1권 제5장 목(木)

다음날도 역시 훈련.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의 다음날도. 피로는 쌓이고, 밤에는 침대에 쓰러져서 손가락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훈련에 의미는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숙련도는 떨어진다.

 

~......?‘

 

카게로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걸 의아하게 느꼈는지 사츠키가 물어왔다.

 

왜 그래?”

아니, 뭔가 매끄러운 것 같아서.”

 

아하하하, 그녀는 웃었다.

매끄러운 것은 함대운동이었다. 오늘 제14구축대는 선단을 가정한 인형을 사용하여, 호위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잘 나아가지 않았었다. 선단에 부딪히는 일도 잦았고, 앞일이 전도다난하다는 것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움직임도 기민해지고, 선단과 함대의 감각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수다를 떨지 않으면 귀찮아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한 순간, 다들 다른 사람이랑 바꿔치기라도 한 게 아닌지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

 

사츠키도 상당히 실력이 숙달됐네. 함대운동, 이미 나보다 잘하지 않아?”

카게로가 잘 가르쳐줘서 그런 거야.”

사츠키가 노력을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 실은, 밤에, 혼자서 연습을 했었어.”

 

쑥스럽다는 듯이 사츠키는 웃었다.

 

그렇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자주 훈련을 하고 있었어.”

 

나가츠키가 포격을 하였다, 선단을 향해 습격한 심해서함의 모형이 물기둥에 휩싸였다.

 

맞았다.”

 

카게로가 감탄하였다. 사츠키가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치, 결과가 나오고 있어.”

 

갈지자운동을 발령하는 아라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변함없이 목소리가 작았지만 중요한 때에는 확실히 귀에 잘 들리는 말투를 하고 있었다. 우시오도 뇌격시의 움직임이 잽싸졌다.

감탄을 하면서도 카게로는 아직도 신기했다.

 

왜 다들 할 맘이 생긴 걸까?”

어째서일까?”

 

사츠키는 히죽거리면서 그녀를 보았다.

구축대의 팀워크가 향상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부족하다.

카게로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시시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케보노의 모습이 있었다.

 

, 아케보노, 좀 더 나한테 의욕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 내가 너한테 의욕 따윌 보여줘야 하는데.”

 

입을 벌리는 것도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 아케보노.

 

“1위가 되어봤자 쓸모가 없잖아.”

그렇지만 1위가 되는 건 기쁘잖아. 즐겁다고.”

그런 건 흥미 없어.”

 

이 아이만큼은 정말로 손쓸 방도가 없었다. 한 때의, 말을 건 것만으로 적의를 드러냈던 태도는 없어졌지만 거리가 줄어들었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아케보노에 대한 건 일단 생각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녀가 불만을 말한들, 자신들은 좀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나가는 것이다.

 

좋아~, 오늘은 선단호위를 전체적으로 하자.”

 

카게로는 전원에게 말했다.

 

특별연습까지 남은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여기서 조금이라도 실력을 키워서 1위를 노리자.”

전체적으로 한다고 하면, 포격이나 뇌격도 하는 것인가?”

 

나가츠키가 물었다. 카게로는 그것을 긍정하였다.

 

. 전부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실탄 사용 훈련이니 지도를 할 함선 소녀가 필요하잖아.”

그러니까, 또 콘고씨네한테 부탁했어.”

 

그녀는 부두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있는 것은 콘고, 히에, 하루나, 키리시마였다. 제각각 자기가 편한 자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콘고는 오늘도 티컵을 들고 있었다.

 

잘도 받아줬군.”

~ 아타고씨한테 이야길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해준데.”

 

핫핫핫, 카게로는 웃었다. 사실은 오사가 위험하니 전함 쪽 사람이 반드시 보도록.” 이라고 엄두를 두었던 것이었다. 4명이 동원된 것은 그만큼 위험하게 여겼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저번에는 고생했지만, 여기선 확실히 훈련을 치루면, 콘고씨네들도 감탄을 해줄 거야. 그러면 눈에 뜨일 거고 진수부에서 우리가 화젯거리가 될 거야.”

 

카게로는 손뼉을 두들기며 기합을 넣었다.

 

그럼 힘내서 해보자.”

 

전원 지정된 위치로 갔다. 선단역은 예의 제카마시라고 적혀진 연장포의 인형이다.

실제로 호위를 할 경우, 배는 훨씬 크고, 선단쯤 되면 수도 많다. 함선 소녀들도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 있는다. 인형간의 간격은 가능한 한 벌려놓았지만, 아무리 해봐도 현실과의 차이가 나왔다.

지금 그것을 신경써봤자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한 훈련의 성과를 콘고형 언니들에게 피로할 찬스인 것이다.

예인선의 스위치를 넣었다. 이 배는 시간이 지나면 무작위 운동을 하여, 선단의 진로를 변경한다. 카게로 일행은 그것에 딱 맞게 따라가야만 한다.

 

준비 완료.”

 

카게로는 자신의 위치에 섰다.

 

, 하자. 선단에서 떨어지지 마.”

 

인형의 진행에 맞춰, 카게로 일행도 항행하였다.

머지않아서 예인선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 똑같이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 뒤로 키를 원상태로 돌리고, 이번에는 왼쪽.

왼쪽의 다음은 오른쪽. 갈지자운동을 하고 있었다.

함선 소녀들은 부딪히지 않았다. 예전처럼 방심은 하지 않았다. 서로 간의 위치간격을 지키고, 주위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때 카게로. 나도 제법이지.”

 

사츠키가 말을 건네 왔다.

 

잘하네.”

 

그렇게 카게로는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불만을 터뜨렸던 아케보노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전방에 시선을 주었다. 슬슬 다음 단계가 될 터이다.

해면에 그림자가 보였다. 왔다.

 

우측 10도 방향에 적!”

 

카게로가 외쳤다. 전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습격 훈련이야, 준비해!”

못 들었거든!”

말하면 훈련이 안 되잖아.”

 

사츠키기의 클레임을 막고, 카게로는 주기의 회전수를 올렸다.

 

선단을 피신시킬 거야. 나가츠키는 연막!”

내가?”

어서!”

 

나가츠키는 앞으로 나온 뒤 습격함과 선단의 사이에 연막을 전개하려고 하였다.

갑자기 습격하는 함이 빛났다.

 

적함 발포!”

 

카게로가 경고를 하였다. 나가츠키의 주위에 물기둥. 모의탄이라서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맞으면 역시 아프다.

나가츠키의 항행이 비틀거렸다. 연막의 분출이 어중간하게 된다.

 

나가츠키, 돌아와!”

 

전방에서 돌아온 사츠키가, 카게로의 몸을 찔렀다.

 

있잖아, 공격하는 거, 아타고씨 아닐까?”

?”

 

그렇게 말하며 카게로는 쌍안 망원경을 눈에 대었다.

 

적역이 되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은 푸른색 제복을 입은 함선 소녀였다. 저 가슴의 크기는 확실히 아타고이다.

 

뭐야 저 사람, 누군가 적역으로 좋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말을 한 것뿐인데.”

아타고씨, 카게로를 맘에 들어했지.”

주의해, 아타고씨가 대충 해줄 거란 생각은 안 드니까.”

 

사츠키가 정위치로 돌아왔다.

나가츠키도 물에 푹 젖어서 돌아왔다. 전개를 한 연막은 어중간한 상태였고, 이미 걷히고 있었다.

 

적함 접근 중......”

 

아라레가 연락을 넣었다. 그녀의 위치에서도 아타고는 잘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선단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인형에 물기둥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타고는 유쾌하게 포격을 하고 있었다. 훈련에 참가할 수 있어 분발을 하고 있는 걸 것이다. 그러고보면 표적함 역할을 할 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대충 함선 소녀들을 둘러보았다. 훈련이라고 해도 적이 습격하고 있으니 뭔가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카게로는 곧장 말했다.

 

영격하자. 우시오는 원호 및 경계를 위해 남아줘. 남은 애들은 정면으로 나가서 아타고씨를 막는다. 그 틈에 연장포......선단을 도망치게 하는 거야.”

다섯 명이 상대하는 거야?”

적은 중순양함이야. 단 번에 쳐서 단 번에 도망칠 거야.”

 

전함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해도 중순양함은 어엿한 타격전력이다. 정면에서 싸움을 해도 승산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머릿수에 의지하는 것이다.

 

우시오, 뒷일은 맡겼어.”

......, .”

 

미덥지 못 한 목소리였지만, 일단 대답을 해줬으니 문제는 없다고 보았다.

 

포뢰격전 시작하자. 양현 전진 최대전......”

 

갑자기,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포격이었다. 다급히 돌아보았다. 쌍안망원경으로 확인. 함영이 보였다.

중순양함의 실루엣. 아타고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수준의 가슴 크기. 상냥해 보이는 얼굴 생김새이지만 포격은 가차 없었다.

 

타카오씨다......!”

 

카게로가 신음을 뱉었다. 같은 계통 함선 소녀라서 아타고가 부른 걸 것이다. 전방에서 아타고가 공격을 하고 있는 와중에 후방에서 타카오가 습격하는 전법이었다. 흔하디 흔한 전법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효과적이었다.

선단이 협격을 당하고 만 것이었다.

카게로는 앞을 보고 뒤를 보았다.

어쩌지. 앞과 뒤에 전력을 나눌 경우, 둘 다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패를 해서 전멸할 가능성도 높았다. 아타고에게만 전력을 다해 반격을 하면 격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타카오가 활개를 치도록 방치하게 된다.

향도함은 카게로이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전방에 공격을 집중하자.”

 

그녀는 말했다.

 

아타고씨를 격퇴하고 선단을 피난시킨다. 어쩌면 선단 중 몇 척이 타카오씨의 공격에 당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 선단을 버리는 거야!?”

 

의외로운 곳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소리를 친 것은 아케보노였다.

 

선단이 당하는데, 버리고 도망치겠다는 거야!? 둘 다 구하라고.”

버린다는 게 아냐. 그렇지만 전력을 분산시키면, 우리들마저 전멸을 할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박정하구나. 어째서 노력을 안 하는 건데!”

? 노력하고 있잖아.”

 

카게로는 수상쩍어했다. 바로 전까지는 의욕을 보여주지 않았던 아케보노가 갑자기 불이 붙은 것처럼 화를 내는 것이다.

 

선단을 구하려고 하고 있잖아.”

뭘 하고 있단 거야! 버린다고 말했잖아!”

 

소란을 피우는 아케보노.

 

너 맨날 동료란 말을 입에 달고 있는 주제에!”

아케보노야 말로 이상한 소린 하지 말아줘. 할 맘이 없다면 참견을 하지 말아 줄래.”

이런 허접한 녀석이랑 같이 있다면 참견 정도는 하고 싶어지잖아! 결국 너희들에게 호위는 무리라고.”

무리가 아냐. 아케보노, , 이렇게 말다툼을 하고 있으면 시간만 지나가서......”

 

아케보노가 카게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완전 민폐니까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분노가 끼얹어져졌다. 덤벼들 기세였다.

카게로는 당혹스러웠다. 다른 함선 소녀들도 놀란 분위기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연습에서 선단호위를 하니까, 안 할 순 없잖아.”

사퇴를 하면 되잖아! 다치는 사람도 안 나올 거라고!”

우리들은 함선 소녀야, 사퇴를 해서 어쩌자는 거야.”

 

서서히 짜증이 치밀어 오는 카게로. 어째서 이 얘는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일까? 호위를 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그렇게 내가 미운 것인가?

 

, 아케보노야......”

 

어떻게 진정시키려고 하는 우시오의 말도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역시 너도 그런 사람이구나.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아군을 버리는 패턴이야! 처음부터 안 하는 편이 똑똑하다고!”

나는 동료를 버리지 않았거든!”

 

카게로는 격노하였다. 그에 뒤지지 않게 소리를 쳤다.

 

작작 하라고 이 왕바보 구축함!”

너희들이야 말로 훨씬 더 바보야! 바보같은 것만 아니라 박정해!”

그럼 전력을 반으로 쪼갤게! 마지막엔 전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네 탓이라고 계속 말해 줄 거야!”

카게로형에게 그런 베짱이 있을 리가 없잖아! 이 패배주의자!”

누가 패배주의자란 거야!”

 

카게로는 눈앞이 새빨개졌다.

화가 너무 나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녀석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구제할 도리도 없는 구축함이 그 밖에 있을까? 다른 애들이랑 맘이 통해도, 이 녀석만큼은 손쓸 도리가 없다.

어떻게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슬슬 한계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걸 보고 아케보노가 더욱 말을 쏟아냈다.

 

! 때릴 셈이야? 해보시지. 카게로형 따위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

 

바다 위에서 울려 퍼지는 메마른 소리.

아케보노가 볼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망연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카게로도 마찬가지였다. 무심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아케보노에게 손을 댄 것은 카게로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소리만은 울렸다.

 

아케보노......작작 해......”

 

눈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은 우시오. 아케보노의 뺨을 올려붙인 것은 그녀였다.

 

고집만 부려......!”

 

아케보노는 멍하니 있었지만 곧장 쌍심지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때려겠다!”

 

그녀는 우시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함선 소녀이기 때문에 얌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화가 나면 싸움도 한다. 바다 위라서 균형을 잡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은 함선 소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이며, 이럴 때에 한해선 함선 소녀 항행 안정 장치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여 사용자의 주먹다짐에 공헌한다. 발포를 하지 않는 것은 암묵률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이외에는 뭘 해도 좋다. 뺨을 때리고, 손톱을 세워 할퀴는 등 귀여운 범주의 행위는 곧장 사라지고, 주먹과 주먹이 서로 충돌하였다. 의장의 장비는 그대로 둔기로 변모하였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찬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찬다. 주먹으로 때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 뒤 발로 찬다. 아케보노의 난동은 상상의 범주였지만 우시오도 상당했다. 지금까지 쌓인 울분을 풀 셈인 양 아케보노에게 달려들었다.

아케보노가 휘두른 펀치가 우시오를 스쳐지나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던 아라레에게 맞았다.

 

아얏......”

뭘 하는 거야!”

 

그에 격앙한 것은 나가츠키였다. “아라레에게 손을 대다니......” 그런 말을 꺼낸 입에 발차기가 명중되었다.

 

이 자식들이!”

 

얼굴을 붉힌 나가츠키가 싸움에 참가했다. 어뢰발사관을 일본도처럼 휘두르는 그 난동은 무츠키형은 밸런스가 나빠서 약하다는 소리는 제조 업체가 신규 발주를 받기 위한 거짓말이 아닐까라고 의심할 정도였다.

아케보노가 발로 걷어차여졌다. 옆에서 아케보노의 멱살을 잡고 있던 우시오도. 아라레가 한 짓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싸움에 참가하였다. 방금 전 주먹을 맞은 것에 대해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그 태도가 진심인 것은 구축함 소녀 1종 모자를 반대 반향으로 고쳐 쓴 것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낸 것은 구레에서조차 본 적이 없었다. 아담한 체구 탓에 오는 신체적 불리를 메우기 위해 회오리바람 같은 발차기가 작렬하고 있었다.

 

우와아아, 굉장하다. 스트레스 쌓였었구나.”

 

방관자를 자처하려고 했던 사츠키도 휘말렸다. 머리부터 고꾸라져 해면에 얼굴이 박혔다. 일어섰을 때에는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있었으며, 잡히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생김새는 가녀리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이다. 어중간한 구축함 소녀에게 지지 않을 거라고 남몰래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전원 때려눕혀줄 기세로 난투에 참가하였다.

해면 위인데 길거리 패싸움을 방불시키는 싸움이 출현하였다. 카게로는 안색이 새파래졌고, 훈련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 자리에서 실신할 것만 같았다.

 

, 그만해! 중순양함이나 전함 분들이 보고 있다고! 그만......”

 

그런 말을 입에 꺼낸 카게로의 안면에 누군가가 던진 훈련용 어뢰가 직격. 그 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쓰러질 뻔하였다.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고 끝났다.

그녀는 떨어진 어뢰를 천천히 주워들었다.

 

......이 바보 천치들이!”

 

이성의 끈이 끊겨지고, 모든 것이 적으로 보였다. 이 세상은 어둠이다, 암흑이다. 이 녀석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지 않으면 시집을 못 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잡히는 족족 곤죽으로 만들어서 정리를 해줄 테다. 너희들은 남김없이, 내 인생을 위한 발판이다.

어뢰를 휘두른 카게로가 참전하고, 말릴 사람은 남지 않게 되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타고가 다가왔다. 옆에는 마찬가지로 다가온 타가오.

둘은 카게로 일행의 싸움을, 기가 막힌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큰일이네. 구축함 간의 싸움은 오랜만에 봤어.”

 

타카오는 아타고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쩔 거야

그러게......말리는 것이 비서함으로서의 책무겠지.”

 

아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타카오는 물어보았다.

 

어떻게 말릴 거야?”

이렇게.”

 

아타고는 20.3cm 연장포를 엎치락뒤치락 거리고 있는 함선 소녀들을 향해 겨눴다.

 

, 애들아. 3초 이내에 멈추지 않으면, 쏴버릴 거야~. 하나, ~”

 

그녀는 생글거리면서 말했다.

 

~”

 

묘하게 목소리가 작았던 것은, 처음부터 쏠 셈이었던 게 아니었나? 타카오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에는 카게로 일행은 거대한 물기둥에 휩싸이고 있었다.

 

요코스카 진수부 청사. 비서함 아타고의 방.

14구축대 멤버들은 얼굴에 멍을 만들고, 머리가 푹 젖은 상태로 정렬하고 있었다.

아타고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특별히 기가 막힌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랑 똑같은 미소이다. 단 말 한마디도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묘하게 무섭기도 하였다.

 

“......이번의 불상사말인데요......”

 

아타고가 입을 열었다. 카게로는 가슴이 철렁거렸다.

 

, 저기 말이죠.”

조용히 하세요. 함선 소녀간의 싸움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훈련 중, 그것도 비서함의 눈 앞에서 일어나는 것은 전대미문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렇지만......”

 

찌릿, 카게로에게 시선이 날아왔다.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는 딴판인 날카로움에 허둥지둥 입을 닫았다.

 

저만 아니라 타카오도 목격했어요. 콘고형 여러분들도요. 이 만큼의 사람이 보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밀 순 없지요. 벌을 자기가 고를래요? 그게 아니면 제독에게 정하도록 할까요?”

 

전원 오금이 저렸다. 제독 선까지 보고가 올라가면 사태는 그냥 끝낼 수준이 아니게 된다. 중영창은 오히려 귀여운 축이고, 최악의 경우 의장은 박탈되어 개수 재료가 되고, 진수부에서 방출된다. 그리고 이름과 사진이 회람되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시오가 입을 열었다.

 

......그건, 제 탓이 아니......”

 

그것이 계기가 되어 봇물이 터지듯 모두가 말을 하였다.

 

나 영창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처음에 주먹질을 한 건 아케보노라고!”

나는 휘말린 것 뿐이다. 책임은 안 져.”

“......벌을 받는 건......싫어......”

 

아케보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뚱한 표정을 한 채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타고는 제각각 자기 변호를 하는 구축함 소녀들을 보고, 처음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말......”

 

구축함 소녀들은 아직도 말을 계속 하였다. 점점 목소리가 커져갔다.

아타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쯤 하세요. 훈련 중의 싸움을 불문을 쳐선 규율에 지장이 갑니다. 다행히 중상자가 나온 것은 아니니 중한 처벌은 내리지 않지만, 당분간 외출은 금지합니다.”

 

비명 같은 항의성. 진수부 안에선 식사도 할 수 있고 일단 오락시설도 있지만, 역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선 기지 밖이다. 구축대 단위로 돌아가면 외출을 하는 것은 휴일의 귀중한 시간 보내기 방법이었다.

카게로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싸움을 한 것 가지고 그 처벌은 너무 무거워요.”

카게로씨. 당신에게 내릴 벌은 좀 더 엄중하게 내릴 셈이에요. 향도함이니까요.”

아앗, 어째서 제가......!”

조용히 하세요.”

 

엄숙한 어조와 눈빛에 카게로는 말을 잃었다.

 

나가셔도 좋아요.”

 

전원 꿈지럭꿈지럭, 아타고의 방에서 복도로 나왔다.

입을 닫은 채로 청사에서 구축함 기숙사를 향했다.

다들, 입을 여는 것도 힘겹다는 듯한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걷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게로는 햇살에 눈을 좁히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쾌청한 날씨이다. 슬슬 저녁 무렵이지만 하늘은 아직도 푸르다. 분명 이 푸른 하늘은 저 멀리 있는 구레항까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아름답고 순수한 공기의 빛깔.

허무해졌다.

아타고의 앞에서 싸움을 했다. 타카오의 앞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콘고의 앞에서 발길지를 하고, 히에의 앞에서 고함을 치고, 하루나의 앞에서 멱살을 움켜잡고, 키리시마의 앞에서 바닷물을 끼얹었다.

이런 일을 해놓고 좋은 평판이 진수부 안에서 퍼질 리가 없다. 동료끼리 주먹다짐을 한 바보 같은 구축대로서 최저 랭크의 함선 소녀란 딱지가 붙여질 수준이다. 게다가 그것이 상관에게 들키다니. 팀 안에서 처리를 못 하다다니,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서함이나 전함의 앞에서 이번에야 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결심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공허함이 카게로를 지배했다. 휑한 공동이 뚫린 마음.

갑자기,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다.

슬픔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 에다지마에서 배우고, 구레에서 단련받은 경험만 있다면 어디서든 통용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시라누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힘낼 거라고 맹세하였다. 그것들 모두가 헛된 노력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비탄이 되어 나타났다.

카게로는 고개를 숙였다. 눈에 눈물이 드러났다.

 

............으으......”

 

참으려고 해도 멈추질 않았다.

 

......미안해......애들아......”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이 발을 멈추었다. 카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 바보야...... 겉돌기만 하고......열심히 한다고 맹세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강요만 하고......”

 

감정이 점차 흘러넘쳤다. 사람 앞에서 우는 건 정말로 꼴사납다고 자각하고 있지만,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나가츠키도 아라레도......잘 해줬는데, 사츠키도 우시오도 아케보노......다들, 다들 근사한 구축함인데...... 내가......내가 똑바로 하질 않으니까......민폐를......향도함인데......구축함인데......”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방울이 되어 지면을 젖셨다.

 

미안해......정말로 미안......”

 

팽팽하게 당겨진 마음이 상실되고, 감정이 끊임없이 흘러넘쳤다. 자신의 미숙함, 꼴사나움이 뒤섞여서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카게로는 그런 감정을, 운다는 행동 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함선 소녀들은, 말없이 카게로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아!”

 

갑자기 나가츠키가 말했다.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나다. 카게로가 그렇게 친밀하게 대해줬는데......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지 못 했었어. 내가......”

 

그녀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함선 소녀들도 제각각 외치고 있었다.

 

......나도, 카게로가 없었다면, 분명 외톨이었을 거야! 카게로가 자신감을 길러줬다고!”

저도 그래요. 카게로씨가 맞아주시지 않았다면......여기까진......!”

“......카게로는......나쁘지 않아......나야 말로......”

 

사츠키도, 우시오도, 아라레도, 전부 울고 있었다. 카게로의 말에 감정이 움직여, 눈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진아로 찍혀서 즐거운 사람은 없다. 부끄러운 모습을 남에게 보여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분했던 것이었다.

14구축대에 패배자란 딱지가 붙여지는 것은 싫었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서로 껴안은 채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단 한 명의 소녀만이 거리를 두고 있었다.

멈춰선 채로 시선을 때고 있었다.

 




이러니까 구축함은, 싫다고......”

 

아케보노의 눈에 눈물이 맺히지 않았다. 마음이 일렁거리는 것이 얼핏 보이는 것조차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특별 연습 당일.

이 날, 날씨는 흐림이었다. 진수부 기상반에 의하면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이 낀 날씨. 파도는 다소 높았고. 비가 내릴지 어떤지도 잘 알 수 없으니 외출을 할 때에는 우산은 잊지 말고 가도록.

함선 소녀는 물에 젖는 것이 일이다. 그것도 바닷물이라서 사방에 소금기가 베어든다. 머리카락은 소금에 절인 미역이랑 분간이 안 되는 일도 많다. 평범한 비는 오히려 대환영이다. 그런 탓에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물론 출격할 때에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태풍이나 스콜이든 홀딱 몸이 젖으면서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함선 소녀로서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카게로는 힐끔,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구름은 아직도 높이 떠있었다. 우선 비가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 난, 날씨만 신경쓰고 있는 걸까?”

 

혼자 중얼거린다. 실은 이유는 알고 있었다.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마음을 달래고 싶은 것이다. 집중해서 한 훈련이었지만 정말로 잘 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연이어 실패를 하고, 아타고나 전함의 앞에서 주먹다짐까지 하였다.

이걸로 1위는 될 수 있을까?

카게로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이봐,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어쩌자는 거야. 적어도 구축대 내 단결의식만큼은 높아진 것이다. 아케보노는 거기서 빠지지만. 다 같이 협력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아케보노는 제외되지만.

등 뒤를 돌아보았다. 14구축대는 전원 정렬 중이다. 변함없이 아케보노만이 고개를 딴전으로 돌린 채였지만, 이것은 이젠 그런 존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잘도, 우리들이랑 같이 어울리네.”

.”

 

아케보노는 콧방귀를 뀌었다.

 

뭐 상관없잖아.”

 

해수욕장에 있는 감시원이 앉아있는 탑 같은 곳에서 아타고가 앉아 있었다. 시계를 몇 개나 들고 있으며, 손에 든 노트에 무언가를 기입하고 있었다.

전방에 하얀 파도. 구축대가 돌아온 것이었다. 아타고는 핸드 마이크에 스위치를 넣었다.

 

올라와 주세요. 점수 집계중이에요.”

 

한동안 회화를 나눈 뒤, 또 다시 아타고는 핸드 마이크로 말을 하였다.

 

6구축대 기록입니다. 220.”

 

구경하던 사람에게서 환성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최고 기록이었다.

역시 제6구축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요코스카 진수부에서도 대표적인 구축함 함선 소녀들이었다.

여러 구축대가 시간차를 두고 진수부 주변 해역에 출발하였다. 카게로 일행이 나설 차례는 후반부였다.

 

다음. 14구축대.”

!”

 

아타고의 호출에 카게로는 튕겨나가듯이 일어서서 대답하였다.

 

출항해주세요.”

 

아타고의 부름에 카게로는 구축대 멤버의 얼굴을 보았다.

 

발묘! 가자.”

 

전원 부두에서 바다로 들어갔다. 해면에 발을 대었다.

 

양현 전진 원속.”

 

파도를 타는 듯이 하여 제14구축대의 멤버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이 특별연습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선단의 호위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합류를 하고 나서 선단의 주위를 지키고, 진수부까지 돌아온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역으로 지정된 함선 소녀들이 귀로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실제로 습격 운동을 하여 포격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습격에서 선단을 호위하면서 복귀를 하는 것이 키 포인트가 된다.

적역이 된 함선 소녀에는 연습통제관이 있으며, 구축함의 움직임을 엄격히 체크한다. 또한 선단도 연습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일부로 지시를 잘못 듣거나 혼란에 빠진 척을 한다. 개중에는 어떻게 하면 호위 구축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수 있는가?” 그런 방향성으로 공을 들인 선단도 있어서, 어떤 때에는 선적한 병아리가 스트레스로 죽어버리니, 회피행동은 삼가줘.” 라던가 선단 안에 임산부가 20명 이상 타고 있었고, 어뢰 공격 중, 모두가 출산을 할 것 같다.” 그런 보고를 한 적도 있다던가 없다던가.

심해서함 역으로 배정받은 함선 소녀들도 그에 뒤지지 않으려고 얼굴을 새하얗게 화장을 하거나 검어 보이는 코트를 걸치는 일이 잦다. 평소부터 심해서함같은 포효를 연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 본격적이다.

 

우리들의 적역을 하는 사람은 누구야?”

 

사츠키의 질문에, 카게로는 사전에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으음, 콘고형 사람들이래.”

전함이야?”

 

사츠키가 놀랐다. 옆에 서있었던 나가츠키도 의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번에 우리들이 한 짓을 보고 있었을 텐데, 잘도 적역을 받아줬군.”

우리들에게 벌을 주려고 하는 걸까.”

애초에, 선단 습격에 고속전함이 나오는 것이 이상해. 포켓 전함도 아니고.”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되라는 것이겠지.”

 

그렇게 대답했지만, 카게로도 사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른다. 어떤 의미로 마음에 들어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다.

힐끔, 아케보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입을 다문 채였다. 그 싸움이 있었던 이후에도 그녀만은 고집스럽게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앞으로 어떻게 구축대로서 일심동체가 되어, 1위를 향해야 할까? 아케보노가 독단 행동이라도 하면, 연습통제관에게 단번에 들켜 큰 점수가 감점될 것 같았다.

카게로는 팔짱을 끼며 묵묵히 고민을 하였다. 덕분에 사츠키의 부름에 한동안 눈치를 채지 못 했다.

 

, 카게로, 카게로.”

“......? , 미안.”

이제 연습 개시 지점에 온 거 아니야?”

 

카게로는 서둘러 해도와 현 지점을 비추어 보았다. 확실히 이곳부터 연습이 시작되어야 했다.

주기를 멈추었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고, 넓은 바다에는 카게로 일행 외엔 없었다.

한동안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단은 오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림자도 실루엣도 없다. 뻗을 수 있을 만큼 키를 높여서 먼 곳을 살펴보지만 화물선은커녕 갈매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카게로는 중얼거렸다.

 

뭐지......”

우리들을 가지고 노는 걸까?”

 

사츠키가 한탄하였다. 부정할 수 없는 처지가 한심하다.

 

아라레, 진수부에 무선을 열어줄래?”

“......일단, 무선 봉쇄를 하게 되어 있어...... 패널티를 받을 지도 몰라......”

이대로 있어봤자 어떻게 연습을 하면 좋을지 모르잖아.”

 

그 말에 납득을 했는지, 아라레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진수부와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몇 번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 뒤, 아라레는 카게로에게 보고하였다.

 

“......돌아 오래......”

~, 역시 이미 연습은 시작되어 있었던 거고, 이건 트랩이었던 걸까.”

 

아라레가 고개를 저었다.

 

뭔가......선단이 정말로 습격을 받아서......연습은 중지......”

에엣!?”

 

놀란 카게로는 직접 연락을 취하여 확인을 하였다.

아라레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요코스카 진수부는 상층부도 말단도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14구축대가 호위를 할 예정이었던 선단은 상당히 큰 규모로 진짜로 화물을 가득 싣고 있었다. 안전한 항로를 선택하도록 하고, 연습을 위해 좀 빌리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선단에 출현할 리가 없는 심해서함이 습격을 하러 온 것이다. 선단의 승무원은 당초에는 상당히 공을 들인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습격을 한 심해서함은 적었고, 정찰함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연락을 받은 본대가 공격하러 온다. 선단도 목숨은 아깝다. 그러니까 긴급 신호를 사방에 발신하고, 전 속력으로 퇴피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연습을 할 상황이 아니다. 14구축대에는 복귀 명령이 내려지고, 요코스카 진수부에선 영격을 위한 부대가 출격하게 되었다.

카게로는 전원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하였다.

놀랍게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아케보노였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어? 습격이라니 어디야?”

 

동요하면서도 카게로는 대답했다.

 

잠깐만. ......선단은 퇴피 중. 남은 건 모르는 것 같아.”

 

요코스카에서 부무선함소를 거쳐 연락이 들어오고 있다. 드문드문 끊어져서 오는 연락이라 자세한 정세는 좀처럼 파악할 수 없었다.

 

콘고형 사람들이 영격을 하러 갔데. 장소는 잘 몰라. 3통신계쪽을 방수하면 알 수 있을까?”

그럼 우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는 나가츠키.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중지니까, 여기서 멍하니 있어봤자 어쩔 수 없어. 돌아가자.”

 

카게로는 주기를 움직였다.

 

진로를 요코스카로......, .”

 

그녀는 뒤돌아보았다.

다들 일열 종대로 정렬한 와중 아케보노만이 뒤에 남아있었다.

카게로는 기가 막혔다. 이 얘는 또 빠지려고 하는 것인가?

 

미적거리지 마.”

 

드물게도, 아케보노는 망설이는 어조로 말했다.

 

“......저기, 카게로. 예를 들면, 어디까지 예야. 우리들도 영격을 하러 가야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또 그런 소릴 하네. 콘고씨네가 갔잖아.”

 

수상쩍은 표정을 짓는 카게로. 아케보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지만 선단이 습격을 받고 있으니까 도와주러 가는 건 당연하잖아.”

뭐야, 땡땡이를 칠 새로운 핑계라도 생각난 거야?”

땡땡이를 치려고 그러는 게 아냐. 그게, 실전이잖아......”

저번의 훈련도 그랬는데 말이야, 내가 말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 목적이지?”

, 그렇지 않아......”

이거 명령위반이거든. 아케보노도 영창행이고, 자칫하면 우리들까지 덤터기를 쓴다고. 그만해 주지 않을래?”

아니야! 그러니까......”

할 맘을 낼 거면, 좀 더 빨리 내주길 바랐는데 말이야. 이제와선 의미 없거든.”

“...............”

 

아케보노는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카게로는 턱을 치켜 올렸다.

 

, 돌아가자.”

 

아케보노는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었다. 카게로는 잠시 시선을 주었다.

 

“......~, 우시오. 아케보노가 이상한 짓을 하지 않도록 감시해줘.”

 

우시오가 손을 뻗었다.

 

뿌리쳐졌다.

 

만지지마! ......알고 있다고.”

 

전원 요코스카로 진로를 틀었다.

이런 상황에선 속도가 빨라진다. 전함 4척이 나왔다면 괜찮겠지만, 신경 쓰였다.

귀환하자, 이미 아타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서함이라서 제독의 곁에 간 것이겠지. 부두 주변에는 묘하게 북적거리고 있었고, 연습을 하고 있었을 구축함 소녀들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다녀왔어.”

 

카게로가 말해본 들 답변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초조와 유사한 긴박감이 전해져왔다.

 

우와, 큰일이야.”

 

정보를 구하러 간 사츠키가 서둘러 돌아왔다.

콘고씨네, 적이랑 조우를 못 한 것 같아. 나침반이 미쳤데.”

 

카게로 일행은 다같이 거짓말이지.”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심해서함이 출현하는 포인트는 대강 정해져 있으며, 출격한 함선 소녀들은 그 포인트를 향하여 전투에 임한다. 그렇지만 그 때 항로가 빗나가 전혀 다른 지점으로 유도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을 함선 소녀들은 나침반이 미쳤다.”고 표현한다.

원인은 불명이고, 해명을 위한 팀이 몇 개나 조직되었지만, 모두가 결론을 나지 않았다. 판명한 것은 함선 소녀라면 어째서인가 그렇게 된다.” 그것뿐이다. 말하자면 숙명이며, 인력으론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신사나 절에 기도를 하러가 사고를 피하려고 하는 함선 소녀도 많았다.

하필이면 콘고 일행은 이 나침반의 악의에 걸리고 만 것 같았다.

 

그럼 어쩔 거야?”

돌아오는 걸 기다린 뒤, 다시 한 번 출격하는 것 같아. 아타고씨가 제독이랑 조정을 하고 있데.”

 

사츠키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제 때에 맞출 수 있을까? 콘고 일행이 다른 지점에서 전투를 하고 있을 상황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고, 독에 들어가서 회복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우왕좌앙 거리고 있는 사이에 선단은 전부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카게로는 사츠케에게 물었다.

 

후소씨나 야마시로씨는?”

항모 사람들이랑 오키노시마 해역(2-4)에 출격한 것 같아. 이세씨랑 휴가씨는 마이즈루 진수부에 출장 중이니까......”

 

즉 도와주러 갈 수 있는 함선 소녀의 수가,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다.

전함이나 항모같은 대형함이 없으면 전투는 현격히 불리해진다. 심해서함 상대로 화력 면에서 열세에 처해지면 아무리 용을 쓴 들 힘겨워지는 것이었다.

입을 꾹 닫는 카게로. 긴급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들만 그런 게 아니라, 구축함 소녀들은 사방에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정세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때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이크 음량 괜찮아? 체크, , , 키리시마씨의 흉내에요. ~, 여러분 들어주세요.

 

아타고였다. 부두에 세워진 기둥 위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화물을 적재한 선단이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문이 떠돌고 있겠지만, 전력을 다해 대처중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구축함들은 아타고의 목소리에 숨을 죽이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앞서 알려드렸다시피, 특별연습은 중지입니다. 구축함 여러분들은 기숙사로 돌아가, 대기를 해주세요.

 

함선 소녀들은 술렁거렸다. 그 중에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어도 괜찮은가? 그런 의견도 나왔다.

그것을 훤히 들여 본 것처럼 아타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것은 명령입니다. 위반자에겐 규칙에 의거하여 벌칙을 내릴 테니, 주의해주세요. 언니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상입니다.

 

한동안 술렁거림은 이어졌지만 명령은 어쩔 수가 없다. 구축함 소녀들은 느린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카게로는,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은지 아닌지, 망설여졌다.

무슨 영문인지 가슴이 술렁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기분 나쁜 예감이라고 할까, 말 그대로 망연한 불안.

불안의 출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축함 소녀들의 소문인가. 아타고의 방송인가.

하지만 그것은, 금세 아라레에 의해 파악되었다.

그녀는 카게로의 옷을 잡아당겼다.

 

“......큰일이야......아케보노가......없어졌어......”

흐응. 없어졌구나. ......없어졌다고!?”

 

무심코 카게로는 소리를 쳤다.

 

우시오랑 같이 있었던 게 아니었어?”

 

그 우시오는 안색을 파리하게 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 방금 전까지 있었어요. 아타고씨의 방송을 듣고 있었더니,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버려서......”

 

아라레는 카게로에게 물었다.

 

“......어쩔 거야......?”

어쩌다니, 어디까지 도망을 쳐도 진수부의 누군가가 1)프릿츠X처럼 쫓아다닐 거야.”

 

[1 역주 :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한 유도 폭탄.]

 

훈련이 힘들다던가, 자신이 상상했던 진수부랑 다르다는 등, 함선 소녀를 그만두는 소녀는 일정 수 존재한다. 포기하는 것 자체는 특별히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정의 수속을 밟고 난 뒤 장비품을 반납하고, 지금까지 벌은 봉급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다만, 정신적으로 심하게 몰린 함선 소녀가 야간에 말없이 도망치는 사례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엔 장비품을 들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적이 붙는다.

 

드디어 도망쳤구나. 우리들은 그렇게 쌀쌀맞게 대했나?”

 

그런 말을 하는 사츠키. 나가츠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가지 함께 지냈다면 우정이 깊어질 법 한데, 아케보노에겐 아무래도 통하지 않은 것 같군.”

성격이 삐뚤어진 애니까.”

 

당연한 감상을 흘린 사츠키를 큰 목소리가 덮어씌웠다.

 

아니에요. 아케보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전원, 깜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우시오였다. 평소의 소심한 모습에선 상상도 못 할 것 같은 큰 목소리에 모두 아연해했다.

그녀는 자신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선단을 호위하러 갔을 것이에요!”

설마.”

 

그렇게 말하는 카게로.

 

아타고씨가 출격금지 명령이 내렸잖아. 전함 사람들이 돌아오고 나서 다시 출격한다고.”

그래선 제 때에 맞출 수 없어요.”

그 애, 선단 호위 싫어하잖아. 구축함을 우습게 보는 말만 했고.”

그건......아케보노는......호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알아서 그런 말을 한 거에요!”

 

우시오는 완전히 반쯤 울고 있었다.

 

저랑 아케보노는, 선단 호위를 한 적이 있어요. 아케보노는 그걸 계속 잊지 않고 있는 것이에요...... 그걸 말하면......정말로 화를 내지만요......그렇지만......”

 

그녀는 훌쩍이면서 이야길 시작했다.

과거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언제나 같은 구축대였다. 물론 지금도 똑같지만, 이렇게까지 서먹한 관계는 아니었다. 무척이나 평범하게 이야길 나누고, 웃으며, 훈련을 받는, 전형적인 구축대의 함선 소녀였다.

그런데 출격을 하자마자 이상한 현상과 마주하게 된다. 피해가 아케보노에게만 집중한 것이다. 심해서함이랑 조우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구의 고장이나 높은 파도의 직격 따윌 받고, 귀환을 할 때에는 어딘가 손상되었다. 그에 반하여 우시오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그건 단순한 우연 아냐?”

 

그렇게 말하는 카게로. 우시오는 말했다.

 

다들 그렇게 말했고, 아케보노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지만......그 선단 호위에서......”

 

그 원정은 선단의 호위이며, 간단한 임무였어야 했다. 사실, 다룬 함선 소녀가 할 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탓에 아케보노와 우시오만이 아니라, 손상을 입은 채로 있는 배도 출격을 하게 되었다.

명칭은 테()26선단. 철광석을 배에 가득 담은 수송함 집단. 갔다가 돌아오는 걸로 끝이었어야 했다.

원인에 대해선 확실히 판명되지 않았다. 흔한 일로서, 강행 정찰에서 귀환한 함선 소녀의 심해서함 증가 경향 있음.” 이란 보고를, 상층부가 놓쳤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애초에 제독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으며, 당시의 심해서함 동정 보고서는 기밀이라는 이름의 보고서 다발에 숨겨져 있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결과로서 몇 명의 목이 날아가고 비서함으로부터 직접 제독에게 보고가 올라가도록 개선되었지만 모든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다.

선단은 안전하다고 장담을 받은 해역을 항행하고 있었다. 그 장담은 반년이나 전에 받은 것이었지만 갱신되지 않았다. 어제도 괜찮았으니까 오늘도 괜찮을 것이라는, 현실에서 눈을 돌린 위험한 낙관주의로 인하여 이어져온 근거였다.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직전에 내린 스콜이 경계를 하기 힘들게 했다는 소리는 변명거리도 되지 않는다. 전탐이 있었다면 좋았다는 소릴 들었지만, 늘 예산부족과 개발이 곤란하여 수령하지 못 함.” 이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럴 때에 한해서, 심해서함은 습격을 하는 것이다.

우선 길을 열고 있던 선두의 함선 소녀가 피탄하였다. 적 발견과 피탄의 보고가 거의 똑같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도망치기에는 상당히 접근한 상태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해역에 울려 퍼지는 심해서함의 포효. 그것들을 메우듯이 함선 소녀와 선단의 무선통신이 내달렸다. 포성은 사방에서 들려왔고, 해면의 색까지 변화를 한 것 같았다. 모든 정보가 단 번에 쏟아졌고, 처음 적과 조우를 한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패닉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선단은 선열과 방위를 무너뜨리지 마!”

 

호위 기함인 함선 소녀의 목소리가 가까스로 귀에 들렸다.

 

호위 함정은 심해서함을 공격한다!”

 

그 후 따라오는 함선 소녀를 지정했을 터이지만, 음성은 드문드문 끊겨졌다. 통신이 저해 받을 정도로 적의 공격은 격심했다.

 

우시오, 우리들도 가자!”

아케보노는 우시오를 잡아당겼다. 우시오는 한 번은 승낙했지만 금세 발걸음이 멈추었다.

 

......여기에 있자......”

그렇지만 적이 쳐들어 왔다고. 반격을 해서 쫓아내야지.”

그렇지만 선단을 버릴 순 없잖아......”

 

임무는 호위이니 간단히 선단에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우시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단순한 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심해서함의 외침은 무섭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제대로 마주보고 싸운다는 것은 정말로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 있으면 싸우지 않아도 된다. 선단을 지킨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아케보노는 우시오를 계속 잡아당겼다. 그녀의 경우는 대조적으로 첫 조우전이 극단적인 고양감을 안겨주었다.

 

가자, 선배들이 싸우고 있다고.”

여기에 있으면 되잖아! 선단을 지킬 수 있으니까!”

적이 쳐들어 왔다고.”

지정된 위치에서 떠나면 명령위반이야!”

 

우시오는 손을 뿌리쳤다.

 

......그렇게 싸우고 싶다면, 혼자 가지 그래!”

 

명령위반보다, 혼자 가라는 말이 아케보노에게는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결국 둘은 선단을 지키면서 전투해역에서 피난하려고 하였다.

심해서함은 어리석지 않았다.

왜냐하면 녀석들은 선단의 진로 앞에도 매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덮쳐오는 심해서함. 우측 전방의 배와, 좌측 후방의 배가 동시에 잡아먹혔다.

일제 공격에, 함선 소녀 둘이서 할 수 있는 너무나도 적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선단을 구성하는 화물선은 끄트머리부터 잡아먹혔다. 선미에 있는 배는 차례대로 함수를 하늘을 향한 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남은 것은 자잘하게 부서진 잔해뿐이었다. 그것마저도 머지않아 가라앉았다.

절규와 비명. 통신기에 내달리는 노호성.

우시오는 몸을 떨었다. 교전규칙도 포격수순도 전부 머리에서 날아가 버렸다. 공포가 그녀를 엄습하였고,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화물선은 점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적은 전부 자신에게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명이 입에서 나왔다. 눈을 감고 포격을 했다. 공포로 아무리 용을 써도 직시를 할 수 없었고, 사방팔방으로 포탄을 뿌렸다. 아케보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가끔씩 눈을 뜨면 피어오르는 화염과 심해서함의 실루엣만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것일까? 전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화물선은 한 척밖에 없었다.

전멸이라고 불러도 지장 없었다. 자원의 태반을 잃어버렸다. 영격을 하러 간 함선 소녀도 미귀환. 기적적으로 우시오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그나마 그것이 유일한 안심거리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대조적으로 아케보노는 넝마 짝이나 다름없었다. 하늘을 향한 채 해면에 떠있었고, 눈만큼은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케보노야......괜찮아......?”

 

아케보노를 향해 뻗은 우시오의 손을, 그녀는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뿌리쳤다.

 

날 만지지 마!”

 

그녀는 귀환을 할 때까지 우시오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조사에서 심해서함의 수와 호위의 수를 비교하여,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설령 영격을 하러 간들, 격침되는 것이 끝이라고. 오히려 선단에 남아 생환한 점에서 좋은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는 의견까지 있었다.

그런 것은 우시오랑 상관없었다. 그리고, 아케보노에게도.

 

제가 나빠요......”

 

우시오는 울고 있었다.

 

제가......아케보노의 구축함으로서의 자존심을 짓밟았어요...... 아케보노는 구축함 소녀라는 것을 줄곧 긍지로 삼았어요...... 그런데 싸울 수 없어서, 선단을 지키지 못 해서......상처까지 입고......”

 

전원 말없이 우시오의 말을 들었다.

 

“......그 뒤로, 아케보노는 저런 성격이 됐어요......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화풀이를 하고, 미움 받을 짓만 하고......구축함을 내리깎고......”

 

우시오는 말했다.

 

아케보노는......줄곧 그 때의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선단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 했으니까......”

“............”

 

카게로도 나가츠키도, 사츠키도 아라레도, 입을 다문 채로 있었다.

 

그 뒤에도, 선단 호위의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 때마다 아케보노는 거절했어요. 함선 소녀를 그만두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여러분들이랑 같은 구축대가 되고 나서, 조금씩이지만 변하기 시작해서7겨우 그 때의 일이랑 마주보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구하러 간 것이에요.”

 

일행들은 이젠,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케보노의 마구잡이로 내던지는 언동의 뒤에는 자존심을 숨기고 위한 거란 것은 일행들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강렬한 체험 하에서 온 것이라는 것은 몰랐다.

함선 소녀의 심해서함에 대한 인상은 첫 만남으로 정해지는 일이 많다. 초기에는 느닷없이 강렬한 전투에 휘말린 함선 소녀가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PTSD)를 겪고 말아, 퇴역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현재는 실전에 참가하기 전에 영상을 통한 의사체험과 간단한 원정임무가 이루어진다. 그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케보노와 우시오는, 하필이면 그 원정에서 강렬한 체험을 한 것이었다.

그 때의 기억은 마음 속 깊이 앙금이 되어 가라앉아 있다. 우시오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내향적인 성격이 되었고, 아케보노는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모든 것에 대하여 덤벼들었다.

그리고 지금, 아케보노는, 선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악몽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번에야 말로 구출하기 위해서.

 

저도 갈게요.”

 

우시오가 외쳤다.

 

저도 풀이 죽어있어선 안 되는 거였어요. 갈게요. 가서 아케보노를 구할게요!”

 

하지만 카게로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어째서요!?”

그렇지만 출격을 인정 못 받잖아.”

 

우시오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믿겨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카게로를 바라보았다.

 

어서 가지 않으면, 그런 만큼 아케보노를 구할 수 없게 된다구요!”

딱히 죽진 않겠지. 날이 밝을 쯤엔 돌아올 테고.”

 

쌀쌀맞은 어조의 카게로.

 

그런 애는 말이야, 단순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뿐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돌아와 버린다고.”

아케보노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애초에 선단을 구하러 갔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이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잇는 걸지도 몰라.”

절대로 구하러 간 것이에요! 절대로 선단의 호위에요!”

 

우시오는 절규하였다. 그래도 카게로는 수락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가자. 실내 대기해.”

......너무해요!”

 

우시오는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를 한 채 외쳤다.

 

정말 너무해요! 카게로씨 미워요!”

나는 너희들의 향도라고. 내 말은 들어줘.”

 

그렇게 말하곤, 카게로는 솔선해서 기숙사 구축함으로 돌아갔다.

 

 

 

 

홀로 해면을 달리고 있자니 고독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는 존재는 없다고.

아케보노는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어쩌면 누가 와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같이 싸워주지 않을까하고. 하지만 한 번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매도를 해놓고 미움 받을 짓을 하면 안 오는 것이 당연하다. 타인을 바보취급 해놓고서 자신을 좋아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리 아케보노라고 해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따라 오면 명령위반이 된다. 심성이 삐뚤어진 사람이랑 같이 영창행이라니, 어느 함선 소녀라고 해도 사절일 것이다.

그녀는 미련을 떨쳐내었다. 14구축대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자신의 과거에 등이 떠밀린 것처럼 달리고 있었다.

나침반의 장소를 무의식중에 돌파했다. 전방을 보면, 배의 모습이 있었다.

한 척만이 아니라, 몇 척이나. 틀림없다. 선단이다. 호위도 없이, 어떻게 선열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봐!”

 

아케보노는 양손을 흔들며 주의를 끌었다. 그것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발포를 하고 연막용 흑연까지 뿜었다.

선두의 화물선이 눈치를 챘다 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갑판까지 나왔다.

 

, 함선 소녀인가!?”

구축함이야!”

 

아케보노는 소리를 쳐서 대답했다.

 

무사해!?”

최후미의 배가 잡아먹혔어! 아직 쫓아오고 있어!”

 

함장은 무섭다는 듯이 뒤를 보았다.

 

엄청 많아! 이대로 가면......”

안심해! 내가 쫓아낼 테니까

당신 혼자서!?”

뒷일은 내가 맡을게! 선단은 그대로 전속력으로 요코스카에 퇴피해! ! 어서 가!”

 

선장의 의문을 구태여 대답하지 않고 앞길을 재촉했다.

선단을 도주하였다. 일단은 안심을 하고 선단이 온 방향으로 향했다.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바람이 불어왔다. 따끔거리며 아케보노의 볼을 자극했다.

등줄기가 찌릿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다가오고 있는 예감.

있다.

그림자를 보자마자 아케보노는 곧장 자세를 낮췄다. 조금이라도 적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녀석들이다.

터무니도 없는 신영이 다가왔다.

해면을 메울 것 같은 배, , . 아니, 배같이 보이는 무언가. 생물도, 함선도 아닌, 바다를 지배하는 이형의 존재, 심해서함.

심해서함의 눈알은 파랗고 크게 빛나고 있으며, 사냥감을 찾기 위해 번뜩이고 있었다. 선두의 구축함 로()급의 무리는 선단을 발견한 흥분으로 날뛰고 있는 채였다. 그리고 화물선이 도망친 것에 분개하고 있다. 사냥감은 어디냐, 어디에 있느냐. 물어뜯어 잡아먹을 사냥감은 없는 것인가?

파도가 흉기처럼 곤두섰고, 바닷바람은 칼날처럼 찔러들었다. 해원 그 자체가 적의 진지로 변한 것 같았다. 녀석들이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아케보노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봐 진정해, 저쪽도 이쪽도 구축함. 로급 따위 보다, 함선 소녀쪽이 강인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되었다. 선배들이 직접 피를 흘려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다. 그러니까 겁먹을 필욘 없다고 진수부 안에서도 들었다. 1:1이라면 이쪽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저 녀석은 뭐지? 로급의 뒤편에 있는, 함체에 짐승의 상반신이 실린 것 같은 놈은? 심해서함 식별일람에서 본 기억이 있다. 저 녀석은 분명 경순양함 헤(). 구축함보다 훨씬 더 흉폭한 바다의 광견. 게다가,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다.

상반신에 팔이 솟아난 것이 있다. 손가락까지 있다. 안면 부분은 덧칠이라도 한 것처럼 평평했고, 눈코입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다. 앞이 보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괴물. 저것은 뇌순 치()급이 아닌가. 무식하고 강력한 어뢰를 무식하게 실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뢰를 뿌리는 역병신. 지도역 함선 소녀들은 만나면 결코 방심을 하지 말라고 입에 단 내가 나도록 말했다.

그리고, 아아, 가장 뒤편에 있는 녀석은 뭐야.

두 개의 다리로 서있다. 긴 흑발. 날씬한 손과 발. 양 어깨에선 눈을 의심하고 싶어 질 정도로 길고 큰 포대가 돋아나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양 팔에는 거대한 방패를 장착하고, 그곳에선 기가 막힐 정도로 수많은 포신이 돌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눈은 주변을 위압하는 듯한 푸른 빛깔.

비인간형(Unhumanoid Type), 반인간형(Semi-humanoid Type)도 아닌. 틀림없는 인간형(Humanoid Type)이다.

전함 루().

아케보노는 안색을 파리하게 했다. 심해서함은 외견이 인간과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강해진다. 루급은 너무나도 강력한 나머지, 바다 저편의 함선 소녀들이 살육자란 이름을 붙일 정도이다. 이 녀석에게 당해서 격침된 함선 소녀의 수는 생각하는 만큼 시간 낭비이다.

이런 녀석들이 있다니. 실은 이 해역이 지옥의 입구라고 말해도 아케보노는 믿을 것이다.

아케보노는 몸을 굽힌 채로, 심해서함의 진로에서 거리를 벌렸다. 눈에 뜨이지 않도록 측면으로 돌아섰다.

심해서함들은 아케보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 했다. 화물선을 쫓아간다. 적어도 발견한 맛있는 밥상을, 생글거리며 그냥 보내주는 짓을 녀석들은 하지 않는다. 전력을 다해 쫓아간다. 흰물결이 멀어져가려고 하였다.

 

 





(......도망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지금 이 사이에......)

 

아케보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만한 수의 심해서함과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에 불과하다. 구원무선이라도 날리면 주의를 끈다. 그러니까 신속하게 입을 다물고, 구축함의 쾌속을 살려서 도망치는 것이다.

그녀는 심해서함의 진행방향을 살펴보았다. 저편에는 방금 전 도망치게 한 화물선이 있을 것이다. 따라잡힐까? 따라잡힐 것이다. 화물선은 구축함만큼 빠르지 않다. 머지않아서 심해서함에게 잡힐 것이다.

 

어쩌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심야의 침대에, 1사관차실에서 식사를 할 때, 카운슬러의 앞에서, 지독하게 뇌리에 떠오른 광경이다. 바다, 어두운 바다. 터져나가는 수송선. 기름으로 질척해진 해면. 날름날름 불타오르는 불꽃. 용골이 부서지는 둔중한 소리는 배가 내는 비명과 같다. 그리고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는 심해서함의 환성. 색이나 냄새마저도 뇌리를 내달렸다.

딱딱거리며 이빨이 부딪혔다. 떨고 있는 것이다. 공포가 전신을 지배하고, 오한이 되어 찾아왔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평소의 거센 성격과 독설이, 아득히 저 너머까지 날아가 사라졌다.

가까스로 남아있던 판단력으로 아케보노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자신은 뭘 하면 되나. 역시 도망쳐야만 하는 것일까? 적은 단독으로 대항할 수 없는 괴물집단.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한들 누가 비난을 한다는 것인가. 화물선을 내버려둔 들.

아니.

아니.

그게 아냐.

아케보노는 생각했다. 자신이 비난한다. 자신이 자신을 비난한다. 모처럼 피난을 시킨 선단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게 놔둔 함선 소녀로서 평생 자신을 매도할 것이다. 그야 나의 본래의 모습은 전함,순양함의 앞길을 여는 존재이지만, 선단호위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약자를 내다버리는 짓 따윈 평생 갈 수치이다. 아야나미 구축함의 수칫거리이다.

흐릿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이름을 가진 배는 수많은 호위 임무를 실패했다. 지킬 존재는 연이어 바다에 가라앉았고, 뇌격처분까지 하고 마는 꼴이 되었다.

아득한 먼 과거의 기억과 봉인했었던 것이 분명한 추억.

모두 다 싫다.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죽어도 죽어도 싫다.

뭐가 어떻게 해서든 지켜줄 테다.

아케보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전방을 힘을 주어 노려보았다.

 

이쪽이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목소리가 나왔다.

양손을 흔들어 주의를 끌었다.

 

이 얼간이들아! 너희들의 상대는 내가 해줄 테니까! 맘껏 감사하라고!”

 

부릅.

한 쌍의 눈알이 이쪽을 향했다.

가장 먼저 자신을 찾은 것이 저 괴물 여자, 전함 루급이었다. 깊고 기분 나쁜 푸른 눈동자가 아케보노를 포착했다.

전함 루급은 양손을 펼치고 등을 돌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우오오오오옹.

배속을 울리는 굉음이 해원에 울려 퍼졌다.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사냥감을 발견한 심해서함이 발하는 함성. 적을 위축시키고, 이곳에 사냥감이 있다고 동료에게 알리는 죽음의 신호.

전 심해서함이 반응하였다. 수많은 눈알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푸른 불빛이 대기를 관통하였다.

죽음의 섬광이 조그마한 함선 소녀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아케보노는 겁먹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 속 깊이 결의하였다.

결의를 했기에 겁먹지 않는 것이다.

작은 포신을 앞으로 겨누고, 하얀 물결을 내며 전진하였다.

 

지금부터 당 함은 적 심해서함 함대에 돌격, 공격 의도를 분쇄하여 선단의 철퇴를 원호하겠다! 포뢰격전!”

 

숨을 들이키고, 큰 목소리로 내었다.

 

개시이이잇!”

 

그녀는 12.7cm 연장포 1기와 3연장 어뢰발사관 1기 만으로 이루어진 장비로 심해서함 무리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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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니 작업 시간이 끝...

5장 분량이랑 6,7장 합한 것과 비슷하네요. 그래서 일러스트도 2장이었나...

다음에 6,7장과 작가후기, 삽화가 후기를 한꺼번에 업로드 한 뒤 카게로 발묘합니다 1권 번역을 끝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