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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1권 제2장 월(月) 2

제독은 진수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며, 함선 소녀들을 통괄하고 지휘하는 인물이다. 더불어 구축함 소녀들은 제독이 아니라 사령관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카게로는 부르기도 하고 부르지 않기도 한다.

14구축대의 전속 명령은 사실이었고, 무언가 잘못된 일일 거라고 기대를 품은 카게로를 산산조각으로 박살내버렸다. 제독에게 정식으로 착임 신고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은 소리가 아케보노랑 잘 지내라.” 라는 말이었다.

 

잘 지내라구요......”

 

헛수고라는 걸 알면서도 카게로는 그런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은 좋은 함선 소녀야.”

 

집무실을 포격했는데요......”

덕분에 나는 위로를 받을 수가 있지. 오늘은 호쇼씨한테 응석을 부려볼까.”

 

들떠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카게로는 잠자코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더불어 집무실은 언제 문제가 발생해도 좋도록 또 다시 조립식으로 재건시킨다고 한다.

, 그럼 뭘 할까. 전속 첫날인 탓에 할 일이 없다. 방에 뒹구는 것도 좋지만 그랬다간 오히려 아케보노를 향한 분노가 쌓일 것만 같다. 게다가 저녁 식사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그러고보면 제14구축대는, 그 밖에도 함선 소녀가 있었지......)

 

제독이 준 용지를 펼쳤다.

 

우선은......사츠키인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들은 적은 있다. 분명 무츠키형이고, 무척이나 용맹무쌍한 성격인 것 같다.

 

이 애는 괜찮아 보일 것 같네.”

 

그 괜찮아 보이는 함선 소녀는 어디에 계시는 것인지. 인사부에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가장 간편한 방법을 취하고 싶다.

또 다시 진수부 청사로 들어갔다. 어느 진수부든 이런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이라는 것이 정석이다.

 

실례합니다.”

 

카게로는 문이 열어젖혀진 방 앞에서 긴장과 함께 예의를 갖추며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긴장된다. 구레에 있던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라 모든 함선 소녀가 그 사람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을 흘렸다.

허가가 있을 때까지 실내에 발을 딛을 수 없다. 복도에 선 채로 말을 이었다.

 

질문이 있는데, 괜찮나요?”

괜찮아. 그런데 서있지 말고, 어서 들어오렴.”

 

안에 있던 눈매가 내려간 여성이 생글방글 대답을 하였다.

그녀는 중순양함 아타고. 타카오형 2번함이다. 화려한 금발과 당당한 흉부장갑이 아무리 용을 써도 눈에 들어왔다. 훌륭한 가슴이 많은 중순 중에서도 한층 더 눈에 두드러졌다. 세간에선 그녀의 화상이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카게로이지만, 아타고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구레 출신 애는 딱딱한 애가 많네. 좀 더 언니한테 말을 거는 듯한 분위기로 말을 해줄 순 없겠니?”

저는 1번함이거든요.”

 

그러니까 언니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타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아타고씨는 비서함이세요. 무례한 태도를 보일 순 없어요.”

 

눈앞의 여성은 손을 팔랑거리며 내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제독의 방침이라서 함선 소녀는 친근하게 지내는 게 최고거든. 우리들은 모두 가족이야.”

 

카게로는 알았습니다.” 라고 말하며 긴장을 풀었다. 자기 입장에선 그 편이 대하기 쉬워서 고마웠다.

비서함(秘書艦)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제독의 보좌를 하기 위한 역직이다. 건조, 개발 어시스트부터 시작해서 스케쥴 관리, 건강관리까지 뭐든지 다룬다. 제독과 가장 가까운 입장인 함선 소녀였다.

그녀에게 모르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구레 진수부의 비서함은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나사 한 개의 행방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탄약의 낭비라도 하면, 날이 샐 때까지 이유를 따지고 들었다.

비서함은 싸우기만 하면 그만인 함선 소녀와는 달리 이채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통솔력이기도 하고, 교섭능력이기도 하고, 사무처리 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타고는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색기담당인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푸근한 어조로 물어왔다. 뭔가 생각한 대로 일이 안 풀린다고 카게로는 느꼈다.

 

14구축대의 함선 소녀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요. 우선 사츠키를.”

사츠키라면 그 활발한 애구나. 여동생이라기 보단, 남동생같은 함선 소녀야.”

어디에 있나요?”

안 가르쳐 줄 거야.”

?”

 

무심코 카게로는 되물었다. 아타코는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언니처럼 생각하라고 말했잖니.”

.”

그러니까 언니한테 묻는 것처럼 해주지 않으면, 안 가르쳐 줄 거야.”

아니, 그렇지만......”

언니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싫어.”

 

주먹을 쥐고, 몸을 흔들며 시져시져아양을 떨고 있었다. 그 때마다 가슴이 선박 진동 시험을 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카게로는 그 거대한 크기에 감탄을 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저 단지 경악을 하고 있었다.

 

“............”

어서 말해줘.”

“......저기~, , 언니가 없어서......”

 

아타고는 카게로의 사정을 무시하고, 괜찮은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처럼 말했다.

 

이렇게 하자. 질문을 한 뒤, ‘언니란 말을 붙여봐.”

네에!?”

 

카게로는 귀를 의심했다. 요코스카에선 나쁜 병이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태평양의 바닷바람이 해로운 걸지도 모른다.

 

언니라고 불러준다면 가르쳐 줄게.”

그렇지만......”

, 불러봐.”

 

아타코는 생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냥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가르쳐줄 것 같지 않았다.

카게로는 포기했다, 몇 번 심호흡을 했다. 그 뒤 입을 열었다.

 

......사츠키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세요......, ............”

그래선 안 돼. 좀 더 감정을 담아야지.”

 

아타코의 부풀은 볼은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게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했다.

 

사츠키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줘, 언니.”

~ 귀여워!”

 

느닷없이 아타코의 품에 안겼다. 가슴 골자기에 카게로의 얼굴이 묻혔다.

 

으읍!”

카게로형은 정말로 성능도 좋고 귀엽다~. 겨우 언니라고 불러줬구나.”

으읍으븝!”

귀여운 동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

 

아타고는 펜을 꺼내들곤 종이에 쓱쓱 적기 시작했다. 카게로에게 떠밀 듯이 건네주었다.

 

, 이거. 애들 전부 적어놨어. 고맙다는 말은?”

“......감사합니다.”

그게 아니지.”

고마워, 언니.”

 

아타코는 생글 미소를 지었다.

 

잘 했어. 이번에 같이 피크닉이라도 어떠니?”

 

카게로는 안 가요, 언니.” 라고 중얼거리곤 서둘리 퇴실했다.

 

아타고에게 받은 메모에 의하면 사츠키는 독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입거하고 있다고? 다쳤나.”

 

카게로는 종종걸음으로 독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아담한, 깔끔하고 새 티가 나는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함선 소녀 전용 시설이다.

정식 명칭은 함선 소녀 전용 상병 요양 시설이지만, 함선 소녀들은 독이라고 부른다. 심해서함과 벌인 전투로 큰 피해를 입고, 요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함선 소녀들은 이곳으로 호송되는 것이다. 뭐니 해도 심해서함과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녀들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도 예산이 듬뿍 들어가 있다.

카게로는 입구에서 면회용 입실 허가증을 받고, 설명을 받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1’이라고 적혀진 문을 노크했다.

들어와~” 답변이 돌아왔기에 문을 열었다.

널찍한 개실이다. 창문은 채광을 위한 탓인지 크게 뚫려져 있으며, 생화가 몇 개나 늘어져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TV, 라디오는 당연하고, 열대어까지 사육되어 있는 것에는 놀랐다. 벽에 걸린 것은 풍경화. 어딘가의 목장 그림이었는데, 전투로 지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걸린 것 같지만, 함선 소녀에 따라선 오키노시마 해역(2-4)’의 전투풍경화를 걸어 의욕을 유지시키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침대는 중앙에 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라......?”

 

텅텅 비었다. 분명 대답을 들었는데, 중요한 함선 소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야, 여기~”

 

침대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카게로는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함선 소녀가 있었다. 분명 이 아이가 사츠키일 것이다. 다만 말을 걸기가 영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탱크톱 차림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

 

바닥을 바라보면서 사츠키가 말했다.

마침 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했거든. 나가지 못해서 미안.”

아니......그건 괜찮은데......”

너도 같이 하지 않을래?”

내가!?”

기분 좋아. 같이 하자.”

 

카게로는 말을 우물거렸다. 팔굽혀펴기와 구보는 진수부 명물이다. 실수를 한 함선 소녀에겐 뭔가 트집을 잡아 시킨다. 그 탓에 그것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함선 소녀는 없다.

하지만 사츠키만은 별개인 것 같았다. 카게로는 거절한 구실을 찾았지만, 재촉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양손을 짚었다.

 

그럼 처음부터. 하나.”

 

사츠키의 구령에 몸을 움직였다.

 

두울.”

 

우와아, 역시 몸이 무거운 걸, 카게로는 그렇게 느꼈다. 이런 종류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빼먹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효과를 잃는다. 함선 소녀 후보가 되어 에다지마에서 훈련을 받았을 때에는 거의 매일같이 하였지만, 오랜만에 하는 탓에 몸이 삐걱이는 것 같았다.

 

여얼. 그래서, 너는 나한테 무슨 일이야?”

......나는 카게로. 14구축대에 배속됐어.”

열다서엇. 아아, 네가 향도를 하는 함선 소녀구나. 나는 사츠키. 잘 부탁해.”

잘 부탁......, , 사츠키. 요코스카 진수부 독에선 기초체력 훈련이 필수니?”

으응. 아니야.”

 

이시입. 구령을 붙이면서 사츠키가 말했다.

 

내 취미야. 난 출격할 때 마다 다치거든, 그렇지만 독은 한가하니까 이렇게 하고 있어.”

환자가 팔굽혀펴기를 할 필요가 있어? 구축함의 부상 따윈 조금 독에 들어가면 나갈 수 있잖아.”

삼시입. 그렇지만 우리들은 몸이 밥벌이 수단이잖아, 이렇게 단련을 해둬야지.”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시키는 건......”

사시입. 너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병문안을 온 사람들은 전부 하고 있어. 그렇지만 뭘까, 다들 도중에 그만두고 가버린단 말이야. 어느 사이엔가 같이 해주는 애가 없어져서, 14구축대 배속이 됐어.”

 

아하하, 사츠키는 웃었다.

과연 그렇구나. 팔뚝이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카게로는 생각했다. 이 애, 이렇게 함선 소녀들을 시험하고 있는 거로구나. 자신을 따라올 수 있는지 없는지, 실력을 재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함선 소녀들은 우습게 보지 마!” 라고 외치고 떠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야 병문안을 와서 팔굽혀펴기를 강요받으면 화도 날 것이다.

이 애도 아케보노와 같은 수준의 재고품이라고, 카게로는 마음속으로 한탄했다.

그 때 사츠키의 구령이 들려왔다.

 

사십구우. 사십파알.”

! 왜 교육대식인데!? 보통은 오십에서 끝나잖아.”

어라~? 벌써 지쳤어?”

 

사츠키가 태연한 어조로 물었다.

 

구레 출신이라길래 좀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윽......”

 

이를 가는 카게로. 그 말에 불이 붙었다.

 

얼마든지 같이 해줄게!”

 

까짓 거 해주지. 암 그렇고말고, 아케보노가 말했듯이 카게로형은 체력이 자신이 있다. 에다지마에선 주위 사람이 털썩거리며 쓰러지는 와중 시라누이와 자신이 한없이 팔굽혀펴기를 했던 것이었다. 항행거리가 짧아서 도중에 지치는 녀석들이랑 스펙이 다르다. 승부라면 기꺼이 받아주고 말고.

 

삼시입구우. 오오, 카게로 제법인 걸.”

삼시입파알! , 팍팍 숫자를 세라고!”

삼시입치일! 그렇게 와야지.”

 

일단 오십 근처까지 도달한 숫자는 점점 밑으로 내려갔고 0이 된다고 생각하면 또 올라갔다. 끝나지 않으면 오기의 경쟁.

둘의 땀이, 마치 연못처럼 바닥에 맺혔을 때, 그제 서야 사츠키는 숫자를 세는 것을 멈추었다.

 

오시입. 아아~, 지쳤다.”

 

오십이라고 해도 실제는 200에 가까웠다. 사츠키는 일어서서 침대에 놓아둔 수건 두 장을 집었다.

 

이거 써도 돼.”

고마워.”

 

카게로는 가급적 태연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도 떨렸지만 누가 백기를 들 것 같냐는 의지가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카게로는 제법이구나. 이렇게까지 나랑 같이 해준 함선 소녀는 없었어.”

 

감탄을 하는 듯이 사츠키가 말했다. 카게로는 땀을 닦았다.

 

헤에. 요코스카 진수부 애는 상당히 체력이 없구나.”

아하하. 제법 말하는 걸. 그래서, 날 부르러 온 거야? 독에서 나가도 된데?”

그런 거야. 아타고씨의 허가도 받았어.”

 

카게로는 장소를 가르쳐준 것과 동시에 퇴원 허가를 받았다.

아싸! 기뻐하는 사츠키.

 

아타고씨가 괜찮다고 말해줬구나.”

감사하라고. 내가 몸을 던졌으니까.”

설마, 언니라고 불렀어?”

불렀어.”

 

사츠키는 놀란 표정을 짓고, 그 뒤 배를 껴안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부르는 걸 싫어해서 도망치는데. 굉장하네.”

!? 다른 애들도 부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게로가 처음이야.”

 

속았다고 카게로는 한탄했다. 어쩐지 아타고가 무척이나 기뻐할 만 했다.

 

, , 그건 잊을게. 앞으로 내 지시에 따라줘.”

. 좋아.”

 

의외롭게도 선선히 사츠키는 대답했다.

 

팔굽혀펴기를 마지막까지 해줬으니까. 나는 카게로의 말에 따를게.”

그럼 좋아.”

 

카게로는 수건을 뭉쳤다.

 

이거, 빨아서 돌려줄게.”

줄게. 내일에는 퇴원을 하니까 또 같이 팔굽혀펴기를 하자.”

 

아무리 카게로라도 두 번은 사양이야.” 라고 대답했다.

 

독의 밖에서 카게로는 주저앉았다. 돌아갈 때 살짝 보자, 사츠키는 복근 운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놈의 입거 환자, 너는 정말로 환자냐.

한동안 심호흡을 한 뒤 일어섰다. , 다음 차례다.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녀석들을 만나러 가야만 한다.

 

다음은. 아라레인가...... 아라레?”

 

한 순간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타고의 예쁜 글자로는 잘 못 읽을 수가 없었다. 확실히 아라레라고 적혀져 있었다.

평소에는 자습실에 있다고 적혀 있으니, 곧장 가보기로 했다.

자습실은 구축함 기숙사에 있다. 구축함 기숙사란 구축함이 자고 일어나는 숙사를 말한다.

당연히 이곳은 구축함 전용이며, 각자 하나씩 책상이 할당되어져, 공부나 조사 따위를 할 수 있었다.

구축함 기숙사 자습실의 책상은 많다. 구축함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항모 기숙사, 전함 기숙사쪽 사정이 되면 같은 넓이라도 책상이 적으니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횡포다! 항의를 하러 가려고 한 사람은 옛날부터 있었고, 그 때마다 배수량으로 웃돌면 자습실을 확장한다.”는 소릴 듣고는 백기를 들었다.

카게로는 자습실에 들어가자, 어수선하게 늘어선 설비를 지나치면서 안으로 향했다. 함선 소녀가 매뉴얼을 한 손에 들고 빌린 장비품을 조사하는 일이 있는 탓에 여기저기 포탑이나 어뢰발사관이 놓여져 있었다. 개중에는 탄두를 뺀 90식 어뢰나 함본식 터빈마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이를 재주 좋게 빠져지나갔다. 이런 건 그나마 나은 편이고, 구레에선 누에 시렁처럼 해먹이 걸려 있었고, 그곳에 포신이 놓이는 일도 있었다.

 

, 여기 있구나.”

 

찾고 있던 함선 소녀에게 다가갔다.

아라레는 책상을 향해 앉아 있었다. 몸집이 작은 애가 많은 구축함 중에서도 더욱 몸이 작았다. 몸도 마른 스타일이다. 실내라서 구축함 소녀 1종 전투모는 벗은 상태였고, 살짝 웨이브가 진 머리카락이 잘 보였다.

그 때랑 변함이 없다.

카게로는 기뻐져서 말을 걸었다.

 

아라레, , 아라레!”

 

아라레가 돌아보았다. 어리지만 정돈된 얼굴 생김새.

 

오랜만이다!?”

 

아라레는 카게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동안 무언이었다.

이윽고 고개를 기울였다.

 

“......누구야......?”

 

카게로는 자칫하면 자빠질 뻔 했다.

 

나야! ! 카게로! 구레 제18구축대에서 같이 있었잖아!?”

아아......”

 

아라레는,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분간이 안가는 움직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면......”

생각났어?”

아마도......”

 

불안해지는 말을, 아라레는 아직도 중얼거렸다.

카게로와 아라레는 구레에서 같은 구축대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밖에는 시라누이와 카스미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는 관계이며, 카게로는 이곳에 소속하고 있다는 것을 긍지로 생각하였다.

아라레는 카게로보다 앞서 전속되었다. 다만 장소까지는 듣지 못 했다. 뭐니해도 말이 없는 성격이라,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주제에 사주는 안미츠는 많이 먹었기 때문에, 무뚝뚝한 성격은 추궁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하고 의심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리운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카게로는 안도를 하였다.

 

아라레, 너도 제14구축대 소속이 되었구나.”

......”

, 옛날 동료랑 만나고 시뻐.”

“......나도............”

 

어째서인지 거리를 두는 듯한 말투였지만 카게로는 개의치 않았다.

팔을 활짝 폈다.

 

안아도 돼?”

그건 좀......”

그런 말 말고.”

 

꼬옥, 억지로 껴안았다. 뭔가 나 아타고씨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랜만의 재회에 의한 감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아라레는 잠자코 카게로를 따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다지 자기주장이 거센 애는 아니다.

 

, 아라레, 나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외톨이가 아닌가하고 불안했어. 입거 중인 남자애 같은 애는 팔굽혀펴기를 시작하지 않나, 뭔가 성격 나쁜 함선 소녀를 떠맡게 돼버리지 않나.”

그거, 아케보노......”

 

그 삐뚤어진 소녀는 유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아라레가 있어줘서 나 기뻐. 왜 제14구축대 소속이 된 거야?”

구축대 배정이 있었고......그냥 잠자코 있더니......14 구축대 행이라고 들었어......”

넌 무뚝뚝한 애니까. 그렇지만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거지?”

 

목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옷의 목소매를 누가 잡아서 끌어당겼다.

돌아보면 그곳에도 함선 소녀가 있었다. 치켜 올라간 느낌의 눈썹과 풍성한 머리카락. 의지가 굳세어 보이는 얼굴 생김새와 말투는 함선 소녀라기 보단 기사나 옛 무사를 연상시켰다.

카게로는 그녀의 검어 보이는 세일러복을 보고 필이 왔다. 이 얘는 무츠키형이 아닌가?

 

“......네가 나가츠키구나. 역시 제14구축대 소속인.”

그렇다. 네가 카게로인가?”

 

나가츠키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말했다.

 

자습실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더니만 무저항인 아라레를 끌어안았다. 신종 치한인가?”

아니야! 옛정을 나누고 있던 거라고.”

딱히 나눌 필요는 없지 않나.”

 

나가츠키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카게로와 아라레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여긴 요코스카다. 구레가 아냐.”

지금은 나도 요코스카 소속인데.”

그럼 다른 구축대가 있지. 그쪽으로 가도록.”

제독한테 명령받았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 사람은 호쇼씨나 이카즈치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뭐든지 들어주지. 둘을 매수하도록.”

어째서 그런 짓까지 하는 건데!”

 

카게로는 무심코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츠키는 냉담한 시선에 조금 감정을 담은 채 말을 이었다.

 

14구축대는 원래부터 나와 아라레뿐이었다. 둘이서 최고의 구축대로 만들자고 말했지. 그런 상황에 너나 사츠키가 전속을 하고, 아케보노마저 전속되는 꼴이 되었다. 모처럼 올린 사기가 깎일 거야. 그러니까 나가줘.”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 나가츠키는 카게로가 거슬리는 것이다. 단 둘이서 다양한 것을 쌓아올리려고 했던 참에 부외자가 찾아와서 동료인 척을 하는 꼴이다. 놀이터를 남이 어지럽히는 감각, 이라고 말하면 될까?

그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쪽이 고개를 숙여 들어가는 것도 석연치 않다.

카게로는 들으라는 듯이 기침을 했다.

 

나 향도함이니까. 내 말엔 따라줘야겠어.”

뭐라고?”

 

나가츠키가 의외롭다는 듯한 분위기를 띄웠다. 못 들은 것 같다.

 

어째서 구축함이 구축함의 향도를 하는 거지.”

제독한테 물어봐줘. 어쨌든, 앞으론 내가 제14구축대 중에서 가장 높다고. 거스르는 건 용납 못 해.”

 

이건 스스로도 너무 말이 지나쳤다고 느꼈지만, 그 외에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밀고 나가는 것은 카게로 자신이 싫어하는 행위이지만 천천히 설득할 여유도 없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조직인 만큼, 상급자의 말에는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가츠키는 거슬렀다.

 

거절하지.”

 

아라레를 감싸듯이 움직이며 말했다.

 

나는 너를 향도함이라고 인정하지 않아. 14구축대는 나와 아라레만의 구축대다. 방해하지 마.”

이상한 소리만 하네. 너 원래는 사세보 진수부 소속 아냐? 무츠키형이라면 아라레가 아니라 사츠키랑 페어를 맺어야만 하잖아.”

그런 웨이트 트레이닝 매니아는 필요없어. 아라레랑 맺기로 정했다.”

 

나가츠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일랑 들을까보냐,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아케보노는 반항적이었지만 그녀의 경우는 쇠고집이었다. 카게로도 나중에 알았지만 이 성격이 씨가 되어 제14구축대로 좌천된 것 같았다.

 

너에게 볼 일은 없다.”

나는 있어.”

없다고 하면 없다. 아라레, 가자.”

 

나가츠키는 아라레를 끌어당겼다. 멍하니 있던 아라래는 그대로 나가츠키의 뒤를 따라갔다.

기다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었다. 둘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말았고, 카게로는 그대로 망연히 서있었다.

입을 삐죽였다. 왜 이런 애들 투성이냐고. 제독은 나한테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재고품을 어떻게 하라니, 패잔병을 긁어모은 부대가 아니라고.

그 직후 비슷한 건가라고 생각했다. 무뚝뚝할 뿐인 아라레는 그나마 낫다고 쳐도, 냉소적인 애에, 웨이트 트레이닝 매니아에 고집쟁이. 나도 분명, 무언가로 분류되고 있겠지.

한바탕 한탄을 한 뒤, 카게로는 마지막 한 명을 찾으려고 자습실에서 나갔다.

14구축대의 남은 한 명은 우시오였다.

또 성가신데다가 찾는 데 고생을 하겠구나하고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찾는 대상이 알아서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구축함 소녀는 항구로 가려고 밖으로 나간 카게로의 곁으로 달려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기, 카게로씨이신가요? 카게로형 구축함인.”

그런데.”

, 우시오에요.”

 

카게로는 ~” 라고 말한 뒤, 간단하게 목적이 달성되어서 김이 빠져버렸다.

우시로는 얌전하고 성격도 드세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각도에 따라선 지금이라도 울 것 같아 보였다.

뭔가 또 극단적인 성격이라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애초에 구축함이라는 것은 아담한 외견과 반비례하여 태도가 거만하다던가, 한 번 입을 다물면 이번 세기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무는 애들이 많다. Destroyer란 영명이 나타내듯이 대형함이랑 만나면 잡아먹으려고 적을 노리는 탓인지, 요상한 성격이 돼버린다고 한다. 이것은 바다 저편의 사례이지만, 너무나도 동형함이 많은 탓에 일부로 괴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눈앞의 구축함 소녀는 뭐라고 할까, 함선 소녀답지 않다고 할 정도로 소심하게 느껴졌다.

만약을 위해 카게로는 물었다.

 

너도 제14구축대이지.”

. 저기, 신세 질게요.”

 

무심코 카게로는 아냐, 나야 말로.”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무척이나 예의바른 함선 소녀이다.

우시오가 고개를 들었다. 그것만으로 가슴이 흔들렸다.

카게로는, 절절하게 중얼거렸다.

 

구축함인데......”

뭔가요......?”

아무것도 아냐. 그럼 이걸로, 전원 모였고......”

으음, 아케보노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글쎄. 어디 이 근처에 있는 거 아냐?”

, 계속 찾아다니고 있는데, 안 보여서요......”

 

우시오는 말을 하면서도 여기저기 시선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카게로는 적당히 대답해줬다.

 

분명 진수부 청사 옥상에라도 있을 거야.”

거기서 다른 구축함 애랑 싸움을 한 것 같아요. 사람을 보면 시비를 거는 건 그만두라고 맨날 말하고 있는데......”

 

그거 나구나, 카게로는 생각했다. 신참인 자신뿐만 아니라 진수부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싸움을 거는 것 같다.

 

이제 됐어. 나랑은 이미 마주쳤으니까.”

그렇지만 겨우 아케보노도 구축대에 소속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어디에 소속을 해도 쫓겨나서......, 찾았다.”

 

다소 멀리, 훈련용 운동장 근처에 아케보노는 있었다.

우시오가 아케보노야!” 라고 불렀다. 아케보노는 힐끔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곤, 무시를 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 곁을 우시오가 달려가 무언가를 말했다.

분명 다 같이 친하게 지내야지.”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걸 것이다. 아케보노는 막무가내로 우시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 했다. 우시오가 무언가를 말하자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다. 매도를 하고 있는 것인지 팔마저 휘두르고 있었다.

우시오가 풀이 죽어가는 것이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보다 못해 카게로는 자기 발로 다가갔다.

 

, 아케보노.”

 

아케보노는 힐끔, 카게로에게 시선을 주었다.

 

또 왔어. 참견쟁이.”

 

변함없이 사나운 입담이다. 숨이 약간 거친 것은 우시오와 언쟁을 했기 때문이리라. 전신에서 오지마, 만지지마, 다가오지마.” 그런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우시오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카게로도 울컥 화가 나 허리에 손을 주었다.

 

, 친구한테는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

친구? 설마 우시오를 말하는 거야?”

당연하지. 일부러 너를 찾아다니고 있었다고.”

 

! 웃음을 터트리는 아케보노.

 

헛소리 좀 하지마. 내가 부탁한 게 아니거든. 괜한 오지랖이야.”

너 말이야, 필사적으로 너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친구가 아니라는 건 뭐야.”

혼자 있는 게 좋은데 나를 구축대에 소속시키려고 하다니, 이게 오지랖이 아니면 뭔데.”

 

논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말투다. 카게로는 더더욱 화가 났다.

 

다른 애들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겠지.

시마카제처럼 혼자서 내달리는 애도 있잖아.”

그건 그 정도로 발이 빠른 애가 그 애밖에 없어서 그렇잖아.”

 

시마카제는 동형함이 없는 탓에 구축대를 짜기가 힘들다. 그 탓에 열외적인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케보노는 아야나미형. 후부키형의 개량형이기 때문에, 동형함은 사방에 있다.

 

구축대는 뭉쳐있기 때문에 전력이 되는 거라고. 뿔뿔이 흩어지면 주력의 선도도, 호위도 할 수 없잖아.”

 

갑자기, 무언가가 신경을 건드린 것인지 아케보노는 고함을 쳤다.

 

호위!? 헛소리 하지마! 그런 건 비참하고 머리 나쁜 구축함이 하는 일이라고!”

뭐어? 중요한 임무야.”

어수룩하긴! 그렇게 남이 치켜세워주면서 혹사당하니까, 구축함이 우습게 보이는 거라고!”

카게로는 눈을 껌벅거렸다. 호위는 구축함의 중요한 임무이다. 대형함부터 시작해서 선단까지 지킬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지킨다. 날아오는 적 항공기를 격추시키거나, 잠수함을 쫓아내거나, 조난자의 구조도 한다.

그녀는 그런 임무를 영예롭다고 생각했었다. 과거 자신의 기함인, 진츠에게도 호위는 구축함밖에 할 수 없는 중요한 임무에요.” 라고 누차 가르침을 받은 것이었다. 자신들 덕분에 대형함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란 자부심도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은 도대체 무엇인가.

 

“......구축함이 우습게 보이는 건 누구 탓인데!”

 

기어코 카게로는 분노를 터뜨렸다.

 

너 같이 성격 나쁜 애가 구축함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있는 거라고! 그걸 떠맡은 나는 폐품 처리 업자라도 되는 거야!”

그런 멋있는 건 아니지. 기껏해야 카게로형이잖아. 1)명주잠자리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고작이겠지.”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말만 하니까 사람들이 널 싫어하는 거야!”

미움을 사고 있는 것 정돈 알고 있어. 그냥 냅둬!”

나도 냅두고 싶지만, 같은 구축대라고! 동료잖아!”

마음에 안 들면 빼지 그래!? 아타고씨한테 말하면 해줄 거야.”

아아, 해줄게 이 망할 바보야! 장비는 캬비테항에 처박고 너는 와카키 연안에서 표적함으로 해주겠어!”

얼른 하지 그래!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트의 노로 패주는 대신, 어뢰를 박아줄 테니까!”

 

[1) 역주 : 명주잠자리의 일본어 발음은 우스바카게로이다.]

 

바보!” 아케보노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등을 돌리고 달려갔다.

카게로는 말리지 않았다. 배 속에서는 아직도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저기......”

 

머뭇거리며 우시오가 말을 걸었다.

 

뭐야?”

 

눈을 부라리자, 우시오가 몸을 흠칫거렸다.

 

......죄송해요......”

 

그 표정을 보고 후회했다.

 

아니......나야 말로 미안해. 네 탓이 아닌데.”

 

카게로는 분노를 눌러죽이고, 억지로 미소를 만들었다. 이미 아케보노에겐 분노밖에 솟아오르지 않았지만, 우시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잘못되어 있다.

우시오는 아직도 카게로의 기분을 살펴보려고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아케보노 대신에 사과를 할게요.”

 

정말로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카게로는 다급히 말렸다.

 

괜찮데도. 나쁜 건 전부 아케보노야.”

 

우시오는 시선을 위로 올리며 카게로를 보았다.

 

저기......아케보노를, 정말로 구축대에서 뺄 건가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탓인지, 우시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카게로는 허둥지둥 부정했다.

 

안 빼, 안 빼. 아케보노는 앞으로도 제14구축대야. 저란 말을 들을 대로 듣고 쫓아내면 내가 진 것 같아서 분하잖아. 같이 있을 거야.”

 

가슴을 쓸어내리는 우시오.

 

감사합니다. 안심했어요......”

나도 좀 더 입담을 갈고 닦아야겠는걸.”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우시오는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너무 아케보노에게 영향을 받지 말아주세요. 지금까지 있었던 구축대도, 전부 사이가 서먹해져버렸어요. 그 애는 그저 지켜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카게로는 기가 막히는 것보단 감탄을 했다.

 

우시오는 상냥하구나.”

고마워요......”

그렇지만 이용만 당할 뿐이니까, 아케보노랑 절연이라도 하지 그래?”

 

우시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할 수 없어요. 모처럼 아케보노를 받아줄 구축대에 들어왔어요. 마지막까지 같이 할게요. 이걸 계기로 본래의 솔직한 애로 돌아와 줘야하니까요.”

솔직해? 아케보노가?”

 

분명 농담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시오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 저는 그 아이만큼 성실하고 정직하며 임무에 충실한 구축함은 몰라요.”

설마.”

 

카게로는 그만 웃고 말았다. 우시오의 표정은 진지했다.

 

사실이에요. 집무실에 포격을 하는 것도 제독한테 부탁을 받아서 하는 것이에요. 그 밖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집무실만 파괴를 해달라고요. 그렇게 하면 제독은 항모분이나 전함분에게 응석을 부릴 수 있으니까요.”

~......”

 

카게로는 제독의 오늘은 호쇼씨한테 응석을 부릴까.” 란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괜한 피해를 내지 않은 채 집무실만을 파괴하는 것은 실은 상당한 솜씨가 아닐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카게로도 다치진 않았다.

 

으응......충실, 인가......”

카게로씨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이해해요. 그렇지만, 아케보노가 저렇게 된 것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까 용서해 주세요.”

그렇니?”

 

그만 되묻고 만 카게로. 하지만 우시오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부디 아케보노를 잘 부탁드려요.” 란 말만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