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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1권 제6장 금(金) 1 제7장 금(金) 2 작가 후기 & 삽화가 후기

실내 대기란 말 그대로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방에 있는 것이다. 비상시에는 즉시 호출을 받아 출격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할 일이 없다.

지루한 시간이며, 가장 메이저한 시간 때우기는 누워있는 것이었다. 그 외엔 독서, 명상, 웨이트 트레이닝 따위이다. 그 중에는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14구축대 멤버들도 자실에 박혀, 침대에 누워있었다. 차광 커튼을 치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그 중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책을 읽는 등. 각자 작금의 사태에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얌전히 있었다.

그런 와중,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천천히, 침대의 커튼이 열렸다.

카게로였다.

그녀는 신중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숨소리는 작게, 멈추기 직전까지 소리를 죽였다.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걸었다.

그녀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사츠키는 방금 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 같았지만 지금은 조용하다. 살며시 창문을 열어 밖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다. 진수부 순찰 주번은 복숭아캔으로 매수를 했으니 앞으로 10분은 안 온다. 그 때까지 장비를 손에 넣고 항구로 가야만 한다.

서두르기 위해 걸음 속도를 올렸다.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시 나요?”

햐앗!”

 

등 뒤에서 우시오의 냉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어어어, 어째서 이곳에......!”

 

도끼눈으로 카게로를 바라보는 우시오.

 

입을 다물고 나가실 셈이셨겠지만, 금세 눈치를 챘거든요. 어디로 가실 셈이신가요?”

아니, 어디라니......”

 

두서없이 말을 하는 카게로. 우시오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케보노를 구하러 가시는 거죠.”

......”

그렇지요.”

 

포기하고, 카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아케보노의 경우를 듣고, 동정을 하셨나요?”

그것도 있지만, 역시 그 애도 구축함이잖아. 동료인 걸.”

 

겸연쩍다는 듯이 카게로는 웃었다.

 

아케보노는 입이 거칠고 성격이 삐뚤어진, 손을 쓸 도리가 없는 얘지만, 선단을 구하러 간 거지? 뿌리부터 구축함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들의 일원이야. 중요한 동료야. 동료는 구해야지.”

 

그녀는 이어 말했다.

 

우시오의 말대로, 어서 도와주러 가지 않으면 아케보노가 격침될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건 명령 위반이잖아. 다 같이 이 일에 말릴 순 없잖아. 적어도 나만이라도......”

저도 갈게요.”

 

단호하게 우시오는 말했다. 무심코 카게로는 반박했다.

 

,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명령 위반이라고. 들키면 영창행이거든?”

위반이든 뭐든, 저도 아케보노를 구하러 갈 거에요. 애초에 처음에 구해주러 간다고 말한 것은 저에요.”

아니, 그렇지만......”

카게로씨가 자기 입으로 말하셨잖아요. 동료는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거에요.”

 

너무나도 진지한 우시오의 표정.

카게로는 우시오의 마음을 고치기 위해 입을 열다가 닫았다. 모든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뭘 알았다고?”

 

이번에는 카게로만이 아니라 우시오도 함께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등뒤에, 히쭉거리면서 사츠키가 서있었다. 그 옆에는 나가츠키. 그리고 아라레.

 

헤에~ 둘이서 아케보노를 구하러 가는 거로구나. 나도 데리고 가줘야겠는걸.”

카게로와 우시오만이라니 섭섭하군. 나에게도 말을 걸어야 했었어.”

 

그렇게 말하는 나가츠키.

 

가서......구해서......돌아오면 그만......금방 끝나......”

 

그런 말을 하는 아라레.

기어코 할 말을 잃은 카게로는 전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는 말과 달리 그녀들은 장난을 치는 표정은 하나도 없었다.

우시오는 평소의 소심한 분위기는 소실되었고, 사츠키의 얼굴은 이미 웃고 있질 않았다. 나가츠키는 옛 무사같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었고, 아라레는...늘 그렇고.

물을 것도 없다. 다들 목적은 뚜렷했다.

동료를, 구하는 것이다.

 

“......좋아.”

 

카게로는 자신과 동료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듯이 말했다.

 

다 같이 가자. 아케보노를 구하는 거야.”

 

기합을 넣기 위한 함성은 다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발해졌다.

 

 

 

 

여기저기서 난립하는 물기둥을 보고 있자니, 마치 원생림에 헤매어 들어온 것 같았다. 심해서함의 포탄이, 죽음의 수목을 심어나갔다. 다가가는 것만으로 굉침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해서함은 아케보노를 깔아뭉갤 기세로 닥쳐오고 있었다.

 

~, 진짜! 얼마나 있는 거야!”

 

아케보노는 이미 어뢰를 모두 소진하였으며, 남아있는 12.7cm포를 난사하며 대항하였다. 포신은 한참도 전에 가열되었고, 방사열 덕분에 얼굴은 햇살에 익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포격을 멈출 순 없었다. 화물선을 퇴피시키기 위해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심해서함의 무리가 깜빡거리며 빛났다.

 

우현 전환!”

 

자신을 향해 절규를 하고,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녀의 항적을 쫓듯이 차례대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우현을 한 직후 바로 좌현으로 방향 전환. 그리고 또 다시 우현. 아케보노는 갈지자 운동을 반복하였다. 카게로네의 훈련 같았다. 선단훈련만이 아니라, 포격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작고 민첩한 구축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 다시 12.7cm포를 쏘았다. 가장 접근하고 있던 구축함 로급을 직격. 그 녀석은 배를 뒤집고 가라앉았다.

 

해냈다!”

 

여운에 잠길 틈은 반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대로 도발을 하고 소란을 피운 탓에 오만가지 심해서함의 타겟이 되었다. 이 해역의 모든 적이 찾아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이다.

그걸로 좋다.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더 와라, 더 오라고.

부주의하게 덮쳐들은 구축함 로급이 중순 치급의 방해를 하여, 아군의 어뢰를 맞고 폭발. 불기둥이 하늘을 꿰뚫었다.

아케보노는 갈지자 운동을 반복하였다.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른다.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전함 루급이 포효하고 있다. 마치 인간처럼 짜증을 내며, 전혀 잡힐 기미가 안 보이는 아케보노에게 포신을 향했다.

 

이런!”

 

아케보노는 숨을 삼켰다. 지금까지 온 것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되는 커다란 물기둥이 여기저기서 솟아올랐다. 공기를 흔드는 진동도, 대기를 꿰뚫은 소음도 놀랄 정도이다. 그리고 그에 촉발 받은 심해서함들은 연이은 공격을 쏟아 부었다.

물기둥도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많았고, 근처에서 발생하였다.

그녀는 머리 위에서 바닷물을 뒤집어 섰다.

 

우와~, 너무 짜가워서 기분 나쁜 걸.”

 

지금 포격으로 진로가 틀어졌다. 다시 고쳐보려고 하자, 한층 더한 포격이 엄습하였다.

 

이봐, 뭐냐고 도대체!”

 

지근탄에 의한 충격. 폭압을 가슴에 받고, 가득이나 보잘 것 없는 부분이 괜히 더 납작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바로 뒤에 착탄하였다.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가 뒤로 자빠지려고 하였다.

발에 힘을 주어 그 자리에서 버텨 섰다. 전복을 막고 난 뒤 좌현으로 있는 힘껏 방향 전환. 가능한 한 적의 측정을 흩트려 버리는 운동을 하였다. 시간이야 말로 승리의 징표. 벌면 벌수록 승리는 자신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왔다.

아케보노를 감싸드는 포격이 닥쳐왔다. 난립하는 물기둥.

해수 샤워를 받으면서 오른쪽, 왼쪽으로 조타를 하면서 포격의 폭풍을 피해나갔다.

마지막 물기둥이 무너지고, 기적적으로 상처 하나 없이 빠져나왔다.

다음 순간, 아케보노의 얼굴이 경련하였다.

눈앞에는 심해서함의 대집단. 마치 해원을 메울 것 같은 기세이다. 푸른 눈이 전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유도되었다고 아케보노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한 포격의 모든 것이 컨트롤된 포격이었다.

그녀를 확실하게 잡아먹기 위한 흐름이었다.

 

, 어뢰발사 준비......”

 

쏠 수 없다. 이미 전부 써버렸다. 어뢰는 몇 번 쏴버리면 끝. 모항에 돌아가는 일은 당연히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받은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포탄이 떨어졌다.

 

아앗!”

 

충격으로 12.7cm 포탑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저 멀리 날아가 떨어진다. 의식까지 멀어져가는 걸 혀를 있는 힘껏 깨물어 붙잡았다.

허벅지에 장착한 어뢰발사관도 떨어지기 일본 직전이었다. 이쪽은 자기 손으로 때서 버렸다. 이런 건, 쏠 수 없게 되면 단순한 짐이다.

 

이걸로 가벼워졌어! 양현 한계치까지! ......?”

 

움직임이 둔하다. 지금까지 일으킨 물보라보다 그 규모가 작았다. 스피드가 나오질 않는다. 방금 전에 받은 포격으로 주기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구축함 최대의 이점인 속력이 상실되고 있었다.

초조, 자신의 발밑에 소리를 쳤다.

 

정말, 제대로 움직이라고!”

 

이번 폭발은 파편을 동반하였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함선 소녀는 특수한 필드를 발생하고 있는 탓에 맨몸의 인간보다도 훨씬 더 강인하고 튼튼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포격에 노출되어선 언젠가는 그 끝이 찾아온다.

그녀는 느꼈다. 지금까지 부린 허장성세는 분명 전함 루급의 귀에 들렸다. 그러니까 저렇게 쏘고 있는 것이다.

또 물기둥. 수중에서 작약이 파열한 것을 발바닥으로 느꼈다. 뒤집어질 뻔 했다.

 

아직 멀었어!”

 

그래도 아케보노는 절규했다.

 

고작......고작 주포랑 어뢰랑 주기관이 당한 것뿐이라고!”

 

엉망진창이 되어가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몸뚱이만 남게 되어도 싸움을 멈출 셈은 없다. 여기에 돌이 있다면 돌을 던질 것이며, 나뭇가지가 있다면 나뭇가지를 검으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존재하는 것은 해수와 심해서함 뿐이다.

닥쳐오는 괴물. 죽어가는 사냥감을 잡으려고 하는 욕망. 심해서함들은 즐거워보였다. 괜한 고생을 하게 만든 적이 드디어 죽는 것이니, 즐거워질 것이다. 선단은 도망쳤을까? 안전 해역까지 도착하였을까? 14구축대 애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자고 있을까? 놀고 있을까? 어리석고 심성이 삐뚤어진 녀석이 없어졌다는 것을 축배를 들며 자축하고 있을까? 지금 여기서 떠올리는 것은 그렇게 매도를 한 녀석들의 얼굴이다. 나가츠키, 사츠키, 아라레에 우시오. 그리고 카게로. 적어도 자기 같은 바보는 잊어주길 바란다. 머리 위에서 닥쳐오는 루급의 16inch 포탄을, 그녀들은 맞지 않도록 빈다.

폭발로 몸이 떠올랐다. 어떻게 균형을 잡은 직후, 왼다리가 가라앉았다.

 

(좌현이 침수하고 있어!?)

 

발에 장착한 주기가 부력을 잃는 것을 함선소녀들은 침수라고 부른다. 침수가 계속 되면 뭔 일이 있든 침몰하고 만다. 아케보노의 왼발은, 허벅지까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우현 주수!”

 

고의로 부력을 없애는 것이 주수. 오른발을 왼발과 같은 깊이까지 가라앉히고, 좌우의 균형을 맞추었다. 데미지 컨트롤의 기본중의 기본.

하지만 그녀의 주기는 포격으로,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퍼져버렸다.

왼발에 이어 오른발도 가라앉았다. 도중에 멈춰야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해면에서 발을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균형을 잃고 반회전하였다.

 

(가라앉는다!?)

 

안면이 해수에 잠겼다.

 

 

 

 

흐린 하늘에 주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보라를 크게 일으키면서 제14구축대의 멤버들은 질주하고 있었다.

 

사츠키, 방위 확인!”

문제없어! 이대로 곧장 직진!”

 

카게로의 말에 금세 답변이 돌아왔다. 방금 전에 화물선 선단과 마주쳤다. 선단은 구축함 소녀가 도망치라는 말을 듣고, 전속력으로 퇴피를 했다고 말했다.

그 소녀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온 방향을 가리켰다.

 

방금 전 포격음이 들렸어. 무사하면 좋으련만......”

 

걱정스럽게 대답해주었다.

선단을 먼저 돌려보낸 뒤, 카게로 일행은 전속력으로 돌진하였다.

장비품은 허가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여 억지로 빌려왔다. 자습을 위한 것이라면 비교적 간단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실탄은 그렇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반쯤 협박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타고의 방문에 장비사용허가 신청서만을 끼어두고 왔다. 이것은 아라레의 아이디어이다.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변명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을 위해서다.

어떻게 되든 발각되면 중영창이거나, 자칫하면 군사 재판. 멋대로 자신을 변호해줄 변호사가 거만하게 앉아있는 인간 상대로 도움도 안 될 변론을 하염없이 늘어놓고, 유죄& 상소는 기각되어 교도소 행. 그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더라도 불명예제대가 되어 남은 인생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게 될 꼴이 된다.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아케보노를 구한다는 마음만으로 달려왔다.

카게로의 양 발에 장착된 주기에서 이상음이 났다.

덜덜거리는 진동까지 일어났다. 과혹한 운전에 클레임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시끄러!”

 

그녀는 자신의 발에 호통을 쳤다.

 

멈추면 각오해! 무로란 용광로에 던져서 녹여버릴 테니까!”

 

소음이 멈추었다. 주기는 또 다시 회전수를 올렸다.

 

슬슬 예의 포인트야.”

 

나가츠키가 말했다.

척 봐선 아무것도 없는 해상이지만 이곳이야 말로 나침반이 악의를 보내는 장소. 함선 소녀들을 희망과는 다른 지점으로 유도하는 해역이었다.

잘 풀릴 지는 정말로 운이다. 기도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애들아......손을!”

 

카게로가 양손을 뻗었다. 각자 서로의 손을 잡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카게로는 진심으로 기도했다

부탁드려요. 부디, 부디 저희들을 아케보노가 있는 곳까지 보내주세요. 동료의 곁으로.

한 순간. 머릿속에 바람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들었다.

눈을 뜨면. 아무것도 없는 해역이었다.

하지만, 올바른 방위라는 확신이 있었다.

 

해냈어, 나침반이 미치지 않았어.”

 

늘 듣던 격식차린 나가츠키의 목소리도 들떠있었다.

기뻐할 틈은 없다. 여기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다.

 

양현 전진 최대 전투 속도! 무슨 일이 있어도 늦추지마!”

 

그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주기의 회전수는 각자 조절하며, 대열을 짜서 전진하였다.

수평선에는 아직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마에 초조함을 새기면서 제14구축대는 질주하였다.

 

 

 

 

가라앉는 다기 보단, 끌어당겨지고 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었다. 그럴 정도로 아케보노는 급속도로 침몰하고 있었다.

 

(......죽는 거야......?)

 

함선 소녀가 재적되는 케이스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군무에서 해방되어, 의장을 해제하고 무장해제. 이 단계에서 평범한 소녀로 돌아온다.

또 다른 케이스는 굉침. 흔히 있는 케이스로, 대파 상태로 귀환을 하면 될 것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싸우다가 심해서함의 공격을 받고 격침된다. 이렇게 되면 시체도 건져 올리지 못하고 유품조차 없다. 군 고지로 사망자의 이름만이 실린다.

아케보노는 후자였다.

가라앉는 몸. 상실된 의장의 무게만큼 가벼워졌지만, 떠오를 조짐은 거의 제로이다. 손발은 저려서 녹초처럼 축 쳐졌고, 아무리 용을 써도 움직이지 않는다. 다리의 주기는 아직 어떻게 손을 써볼 구석이 있어 보이지만, 부력이 소실된 탓에 의미가 없으며, 애석하게도 자신은 잠수함이 아니었다.

의식이 선명한 것은 무슨 농담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자각시키기 위해, 함선 소녀에게 주어진 시련.

멍하니 생각하였다.

 

(바다 밑바닥에는......무엇이......있는 걸까............)

 

천국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머리 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궁성인가. 그렇지만 아케보노는 동화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기각. 남은 것은 가는 모래와 심해어. 그리고 불법 투기된 폐기물.

시선을 해저로 향했다. 새카맣다. 바닥까지는 아직 먼 것 같다. 이 해역의 심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대로 가면 소소한 여행길이 돼버리고 만다. 이쪽은 이미 끝을 맞이했는데, 바다가 그렇게 해주질 않는다. 죽음이란 어쩜 이렇게 번거로운 것일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케보노의 눈이 부릅떠졌다.

 

(......)

 

바다 속에 푸른 눈이 몇 개나 늘어섰다. 한 마리, 한 마리는 연어 정도의 크기이지만. 물고기라기 보단 벌레 같은 생김새이며, 무리를 지어 유영하고 있었다. 침강하고 있는 아케보노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저 눈은 심해서함. 그렇지만 사냥감에 달려들 빛은 아니었다. 같은 청색이라도 저것은 다르다. 부드러우면, 머릿속에 속삭임을 건다.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격침된 그녀에게 유혹을 건다. 먹기 위해서도, 가지고 놀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유혹이었다.

 

이쪽으로 오렴.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오렴.

동료가 되자.

동료가 되자.

 

말을 걸고 있다. 그 이외엔 생각할 수 없었다. 작고 작은 심해서함들이 이쪽으로 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케보노는 공포하였다. 머지않아 죽는 데도 불구하고 두려웠다. 어떤 설에 의하면, 심해서함은 고래부터 가라앉은 배의 원념이 형태를 이루어 나타난 것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 배에는 함선 소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녀는 바보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기서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녀석들은 어떤가. 그리고 심해서함에, 왜 인간형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녀석들은 전 함선 소녀인 것인가?

자신도 저렇게 돼버리고 마는 것인가?

 

(죽고 싶지 않아......가라앉고 싶지 않아!)

 

아케보노는 날뛰었다. 손발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의식만이라도 발버둥을 쳤다. 저 녀석들의 동료 따윈 나는 안 될 거야. 나는 함선 소녀다. 요코스카 진수부 소속의 영광스런 구축함. 귀여운 맛은 없고 입이 사납고 고집쟁이이고, 딱 잘라 말해서 모두의 천덕꾸러기다. 그렇지만 긍지는 버리지 않았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심해서함 따위는 될쏘냐.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젠.

몸이 무거워진다. 청색의 빛이 머리 안으로 침식한다. 빛이 퍼지고...

위로 끌어올려졌다.

 




 

푸하!”

 

우시오는 아케보노의 몸을 껴안고 해면에 나타나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일시적으로 다리의 부력을 차단하고 잠수를 한 탓에 그녀의 전신은 물에 푹 젖었다.

 

아케보노, 정신 차려주세요! 아직 살아있죠!”

 

우시오는 아케보노의 볼을 때리고, 하는 김에 양 옆으로 잡아당겼다. 그렇게 한 보람이 있어 안구가 천천히 움직였다.

 

심해서......우시오!? 어째서......!”

 

아케보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여졌다. 우시오는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눈을 적셨다.

 

다행이다......적이랑 착각한 것은 용서해 줄게요.”

선단은......!?”

 

이어서 도착한 카게로가 전방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안전해역에 도착했어. 우시오, 아케보노를 예항해!”

 

우시오가 아케보노의 팔을 붙잡았다.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이쪽이에요.”

우시오......아파!”

참아주세요.”

 

카게로는 예항을 확인하였다. 그 뒤 다시 한 번 전방에 시선을 주었다.

쌍안망원경으로 확인할 것도 없다. 심해서함의 대함대. 모처럼 격침시킨 사냥감에 훼방을 놓아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에 소리를 쳤다.

 

도망치자! 연막 전개!”

내가 하지.”

 

나가츠키가 앞으로 나섰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항행하여, 등의 연막발생캔에서 흑연이 뿜어나왔다.

그 사이에 제Z (우측 180도 일제 회두)를 하였다. 역할을 다한 나가츠키와 함께 전역에서 이탈하였다.

심해서함은 쫓아오지 않았다.

 

해냈어, 해냈다고, 아하하하!”

 

사츠키가 기쁘게 웃었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있었다.

카게로는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다.

 

우시오, 아케보노의 상태는 어때?”

무장이 전부 떨어졌어요. 옷도 찢어져서.”

 

힐끔, 확인. 확실히 아케보노의 세일러보는 넝마 짝이 되었고, 트레이드 마크인 방울이 달린 머리끈도 없어졌다.

 

진수부에 돌아가면 곧장 독에 들어가야겠네.”

“......독에, 들여보내 줄까......?”

 

묻는 아라레. 그녀들은 말없이 아케보노의 구출을 하러 간 것이다. 지금쯤 구축대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 일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이 날 상황이다.

카게로는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어쩔 수 없어. 우리들이 엎드려 빌고 영창에 들어가면 독을 비어주지 않을까?”

 

예항되고 있었던 아케보노가 발버둥을 쳤다.

 

바보야! 너희들은 상관없잖아! 나 때문이니까 내가 벌을 받을 거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지 애들아.”

. 아케보노는 좀 더 우리들에게 기대야만 하겠군.”

 

그렇게 말하는 나가츠키. 사츠키도 웃으면서.

 

,. 우리들을 언니라도 불러도 되거든?”

무츠키형 따위한테 머리를 숙이지 않을 거야!”

동생은 고집쟁이군.”

고집 안 부렸거든!”

 

고집쟁이 특유의 대답이 울려 퍼지고, 카게로는 숨죽여 웃었다.

그 때.

아득히 떨어진 전방에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카게로가 깜짝 놀랐다. 한 순간, 기뢰의 폭발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전방에는 아무도 없다.

등 뒤를 돌아보았다. 연막 저편에서 희미하게 둔중한 소리가 전해져 왔다.

 

포격 받고 있잖아!?”

 

함선 소녀들이 동요하였다.

녀석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선단을 놓친 데다가, 구축함에게 당해서는 심해서함도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인지, 집요하게 포격을 하였다. 전방에 몇 가닥의 물줄기가 솟아났다.

 

카게로, 어쩌지?”

 

나가츠키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도망칠 거야. 어차피 포탄 따윈 안 맞을 테니까.”

 

그 말대로, 적의 포탄은 엉뚱한 곳을 쏘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행방향이긴 하지만, 물기둥은 요란할 뿐이지 스치지도 않았다. 조금 신경을 쓰면 회피는 여유롭다.

또 포격. 이번에는 후방에 착탄하였다.

 

어딜 노리고......”

 

말을 하려던 카게로의 안면이 얼어붙었다.

 

(......협차하고 있어!?)

 

이쪽을 끼워 넣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포착되고 있다. 그 증거로 다음 포탄은 한참이나 가까운 위치에 떨어졌다.

물기둥이 하늘을 꿰뚫고, 해수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해면에 불규칙적으로 일렁거렸다.

 

우햐앗!”

 

사츠키가 소란을 피웠다. 그녀가 가장 많은 바닷물 세례를 맞았다.

 

왜 포격을 당하는 거야!?”

 

카게로고 신기했다. 뒤를 확인해 보았지만 연막은 아직도 유효했다. 그런데 심해서함은 적확하게 포격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쪽의 위치를 파악한 것인가?

 

“......전탐 사격이야!”

 

카게로의 말에 함선 소녀들은 숨을 삼켰다. 전탐의 유효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들 한 번은 전탐을 실적하고 경계를 빠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이다. 다만 구축함은 장비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적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야......?”

 

의문을 드러낸 아라레에게 카게로는 말했다.

 

그 외엔 생각할 수 없어! 분명 전함급이......”

 

갑자기, 연막 안에서 심해서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자세는 전함 루급. 주변을 쏘아보는 그 모습은, 마치 이 별에 군림하는 여왕이다. 이 녀석이 전탐 사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새파란 눈에는 사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과 갈갈이 찢어주겠다는 원념이 섞여있었다. 주무장 16inch 3연장포탑은 곧장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는 심해서함의 대군.

전함 루급이 등을 돌리고 포효했다.

심해서함들은 호응을 하듯이 외쳤다. 함성이 흐린 하늘에 울려퍼졌다.

송연해지는 그 소리에 아라레가 귀를 틀어막았다. 심해서함의 포효는 공포를 자극한다. 함선 소녀가 될 자격 중 하나로 이 포효를 견딜 수 있는지 아닌지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적성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도, 실제로 조우를 하면 겁을 먹고 마는 것이다. 상층부에선 약물을 통한 인공 내성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카게로는 어떻게 두려움을 떨쳐냈다.

 

갈지자 운동!”

 

외치는 것과 동시에 점멸신호를 냈다. 거기에 더해 아라레에게 말했다.

 

진수부에 통신! 본 함대 전함 루급을 포함한 대함대와 조우, 구원 요청함, 뭐 이런 느낌으로 배!”

그거......적을 불러들일지도 몰라......”

됐으니까!”

 

섣부른 무선발신은 적에게 위치를 알려주며 돌아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등불보다도 간단하게, 심해서함은 모여들 것이다.

그렇지만 상황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쫓기고 있으며, 적이 대함대인 것은 사실이다.

16inch 포탄이 쏟아져 내리고, 주위는 사격훈련장으로 변모시켰다.

난립하는 물기둥을 빠져지나가는 구축함. 그녀들을 집요하게 포탄이 따라왔다.

 

아야!”

 

사츠키가 중얼거렸다. 파편이라도 맞을 걸 것이다. 피해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확실하게 지근탄이 늘어나고 있었다.

 

멈추지 마!”

 

카게로는 소리쳤다.

 

진수부까지 도망치는 거야!”

 

전원 말할 것도 없었다. 해면은 술렁거리고 대기는 포탄음만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래도 발을 멈추지는 않았다.

 

“......!”

 

아라레의 몸이 충격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그것을 나가츠키가 잡아당겼다.

 

괜찮나.”

“......고마워.”

 

마치 왕자를 구하는 기사같다. 그렇지만 물론 그 광경에 야유를 해줄 여유는 없다.

카게로는 전방을 보고 나서 후방을 확인했다. 거리가 좁혀들고 있다. 전방에는 진로를 막으려고 하는 포탄의 기둥.

 

각함 자유 회피!”

 

카게로의 명령을 전원 순식간에 이해하였다. 자유라고 해도,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을 기만하면서 전원 도망쳐야만 한다. 갈지자 운동도 산개 운동도 지겹게 연습했다. 이것 외엔 장점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몸에 함대운동이 베여들어 있었다.

신중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전원이 물기둥으로 이루어진 숲을 빠져나갔다.

카게로는 다시 한 번 뒤를 보았다.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전함 루급의 모습이 방금 전보다 크다. 또 거리를 좁혀왔다. 뭘 하든 따라오고 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떨쳐낼 수가 없다. 이 이상 속도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아케보노를 예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케보노와, 끌어당기고 있는 우시오의 속도는 아무리해도 늦어지고 만다. 카게로 일행은 그것에 맞추어서 전속력을 낼 수 없다. 운동에 의해 포격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곁눈으로 우시오를 보았다. 얼굴엔 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바닷물이 아니라 땀이다. 그녀도 전력을 다해 예항하고 있엇다.

끌려가고 있던 아케보노가 외쳤다.

 

“......두고 가!‘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말했다.

 

날 놔! 너희들만이라도 도망치면 되잖아!”

 

우시오는 뒤를 보지 않은 채 카게로에게 말했다.

 

고철 폐품이 말하네요. 어쩌죠?”

신기하니까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구경감으로 삼자.”

 

우시오가 아케보노의 팔을 굳세게 움켜잡았다. 아케보노는 아우성을 쳤다.

 

됐으니까 놔두라고! 너희만이라면 도망칠 수 있잖아! 구축함이니까!”

 

그 말을 전원이 무시했다. 회피운동에 집중한다.

전함 루급의 양 어깨가 빛났다.

상당히 가까이에서 착탄하고, 카게로는 자칫하면 전복할 뻔하였다. 조준이 정확해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발포에서 착탄까지 시간차가 별로 없었다. 상당히 거리가 좁혀진 것이다.

나가츠키가 힐끔, 시선을 주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당하고 만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카게로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 받고 있었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좁아졌다. 구하기 위한 방책이 몇 가지 떠오르고 사라져갔다. 연막은? 전탐 상대론 의미가 없다. 사방팔방으로 도망쳐? 저 정도의 수로는 각개격파를 당하고 만다. 항복한다? 살려준다는 소린 들은 적이 없다.

무슨 수가 없는가. 뭔가 좋은 방법은.

구축함이 해야만 하는 일이란.

 

“......그렇다면!”

 

이어서 외쳤다.

 

포뢰격전 준비!”

 

전원 경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아케보노였다.

 

뭐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카게로는 못 들은 척을 하며 지시를 내렸다.

 

심해서함을 여기서 저지한다! 아케보노가 한 거랑 똑같은 거야. 이번에는 우리들 차례야.”

진심이야!?”

 

말할 것도 없다. 카게로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심해서함이랑 한바탕 겨루고, 저지할 셈이었다.

아케보노가 했으니, 자신들도 해야만 한다. 전력을 다해 싸운 아군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

심해서함과 싸우고, 대파를 한 아케보노를 요코스카까지 보내는 것이다.

구축함은 외양은 작아도 동료를 소중히 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몰아치는 적탄의 폭풍우 속이라도 뛰어들고, 대파를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고 돌아간다. 동료를 괴롭히는 적은 반드시 격퇴하고, 아무리 곤란한 철퇴전이라고 해도 내다버리는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카게로는 그렇게 배웠고, 마음 속 깊이 믿고 있었다.

무모하다고 한들 무리수라고 한들 반드시 한다. 자신이 다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함선 소녀이니까.

명예로운 구축함 소녀이기 때문이다.

카게로는 말했다.

 

이곳에서 우시오와 아케보노의 철퇴를 원호한다. 나가츠키, 사츠키, 아라레, 너희들의 목숨, 내가 맡을게!”

알았다.”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나가츠키.

 

동료함을 위해 싸우는 것은 비할 바가 없는 명예다.”

 

이어서 사츠키가 말했다.

 

알았어! 멋있는 짓을 할 수 있겠네.”

 

아라레는 늘 하던 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최소한의 말 이외엔 하지 않았다.

 

“......알았어.”

 

전원의 대답을 듣고, 카게로의 표정은 밝아졌다.

 

고마워, 애들아.”

 

이어서 우시오에게 말했다.

 

우시오, 아케보노를 진수부까지 데리고 돌아가. 가장 먼저 독에 넣어서 맛있는 것을 먹여. 반드시.”

!”

 

우시오는 평소의 소심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게로는 이 아이라면 괜찮다고 확신했다.

 

기다려! 나도 싸울래! 우시오, 손을 때!”

 

끌려가고 있던 아케보노가 외쳤다. 우시오가 말을 돌려주었다.

 

안 돼요. 아케보노는 저랑 도망치는 거에요.”

싫어, 싸울래!”

사람 말을 안 들은 건가요!”

안 들을 거야! 싸우게 해줘! 아직 싸울 수 있다고! 같이 싸우게 해줘!”

그런 몰골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싸울 수 있데도! 애들이 죽어버리잖아! 다들 죽어버리는 건 싫어! 사라져버리는 건 싫어엇!”

절대로 안 돼요!”

우시오는 바보야! 다들 바보야! 우와아앙!”

 

울부짖는 아케보노를, 우시오가 꾹 붙잡고 잡아당겼다.

카게로는 둘의 모습을 확인하고, 눈에 새겼다. 1)오와타츠미노카미(大綿津見神)와 스미요시오카미(大綿津見神)와 포세이돈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바다의 신이시어, 부디 저 둘을 요코스카까지 굽어 살펴주세요. 한쪽은 소심하고 한쪽은 입담이 사납지만, 정말로 정말로 착한 애들이에요.

그리고 외쳤다.

 

[1) 전자는 해상안전 어업번성 따위를 관장하는 신, 후자는 항행의 신. 둘 다 해상신이다.]

 

회두!”

 

Z(좌측 180도 일제회두) 신호를 내었다. 빙글 돌고, 함선 소녀들은 심해서함 함대와 마주보았다.

전함 루급이 노려보고 있었다. 구축함 따위가 덤벼드니까 화가 난 것이리라. 구축함은 낮은 방어력 탓에 양철캔이란 야유를 받는다. 본래 전함은 그런 녀석들을 쫓아내는 데에 주포를 쓰지 않고 부포를 쏜다. 하지만 지금은 경의를 나타내는 듯이 대위력으로 압도를 하고 싶은 것인지 주포를 향하고 있었다.

그 박력과 위압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케보노는 잘도 저런 괴물과 싸웠던 것이다.

카게로는 공포를 삼키고 열쇠를 걸었다. 이 녀석들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가라앉혀 줄 테다.

 

증속, 한계치까지! 한 척도 보내면 안 돼!”

 

이대로 가면 정면으로 부딪힌다. 적은 압도적이지만 그것이 어쨌다는 것이냐. 전력을 다하는 것이 구축함이다. 함선 소녀의 마음가짐이다.

 

어뢰사정 내!”

 

사츠키가 외쳤지만, 카게로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어! 확실하게 맞출 거야!”

 

주위에 솟아오르는 물기둥. 카게로는 피하지 않고 전진했다.

무산하는 물기둥. 그 건너편에는 바다의 괴물, 거대한 심해서함.

 

모든 함 잘 노리고!”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기다리고 난 뒤, 절규했다.

 

!”

 

압착공기와 함께 토해진 어뢰. 한번 바다에 잠수를 한 뒤 조정 심도까지 부상하여 맹렬하게 전진하였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가는 어뢰. 그 탄두는 일격필살. 어떤 심해서함이라도 두동강을 내어 격침시킬 만큼의 위력이 있다.

갑자기 심해서함들이 불규칙적인 운동을 하였다.

자신들의 앞에 포탄을 쏘아내었다. 해면이 혼잡해졌다.

어뢰가 작렬, 물기둥이 몇 개나 솟아올랐다.

 

명중, 해치웠다~!‘

 

사츠키가 환성을 올렸다.

하지만 카게로는 전방을 응시하였다. 뭔가 이상하다, 그 녀석들은 뭔가를 했다고.

물기둥이 수그러들었다.

그곳에는 상처 없는, 전함 루급의 모습이 있었다.

전함뿐만이 아니다. 경순양함도 뇌순도, 상처 하나 없다. 카게로 일행을 조소를 하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신관이 너무 예민했어......!”

 

카게로는 신음을 뱉었다. 해면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오는 어뢰가 파도에 뒤엉켜, 명중을 했다고 착각을 한 신관이 기폭한 것이다. 구 물기둥은 적 바로 앞에서 솟아올랐다.

전함 루급이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여자는 어뢰의 결점을 알고 있었다. 어뢰가 없어진 구축함이 무력한 것도 알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포신을 이쪽으로 향해, 자신들을 날려버리려고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물기둥.

 

“......!”

 

아라레가 소리가 되지 않는 외침을 외쳤다. 지근탄으로 엎어질 뻔한 것이었다.

심해서함의 공격은 무자비하다. 적이 손상을 하고 있으면 있는 만큼 포격을 집중시킨다. 다음 일격만 안 받았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타이밍에 확실히 명중을 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함선 소녀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을 간파하여 철퇴를 선택한다.

하지만 철퇴는 불가능하다. 아케보노와 우시오를 반드시 퇴피시켜야만 한다. 이 정도 숫자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싸워야만 한다.

카게로 일행은 구축함이다. 2번이나 피탄을 하면 바다 밑바닥으로 직행이다. 적재량에 한계가 있는 탓에 응급 수리 시스템같은 멋들어진 것은 싣지 않았다. 그 대신 어뢰를 들었다.

지금은 그 어뢰를 쏘고 말았다. 그리고 심해서함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다.

전함 루급이 포효했다. 승리를 확신한 워크라이.

굉침의 예감이 카게로를 엄습하였다.

 

크윽......!”

 

그녀는 이를 앙다물었다.

그 찰나.

카게로는 들었다.

그녀만이 아니다. 나가츠키도 사츠키도 아라레도, 아마도 심해서함도, 확실히 들은 것이다.

대기를 관통하는 듯한 큰 목소리. 먹구름이 가득 찬 하늘을 날려버릴 것 같은 명랑한 목소리를.

 

팡파카파~.

 

 제7장 금(金) 2


팡파카파~!”

 

아타고는 늘 짓고 있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함대를 이끌고 있었다. 뒤에는 타카오. 그 뒤에는 콘고형 4자매.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날아온 부대. 중순양함 2척 전함 4척으로 편성된 고속함대였다.

자실에 끼워진 허가신청서를 읽은 아타고는 곧장 졸고 있던 제독을 깨웠고, 잠에 취해서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것을 꼬집어서 고속수복재 사용 허가를 받았다. 그 뒤 콘고 일행의 귀환을 기다린 뒤 독으로 직행시켜 장비를 고치고, 또 다시 출격한 것이었다.

나침반도 두 번은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카게로 일행의 곁으로 달려가려고 하였다.

 

너희들은, 안내 수고했어. 뒤로 물러나도 돼.”

 

타카오는 나란히 항행하고 있던 함선 소녀에게 말했다.

 

. 그렇지만, 조금 더 있게 해주세요.”

 

아케보노를 예항하고 있던 우시오가 말했다.

 

소중한 동료가 싸우고 있어요.”

 

타카오가 키득, 웃음소릴 내었다.

 

장하구나. 그렇지만 부상을 입은 동료를 구하는 것도 훌륭한 역할이야. 그 애들은 우리들이 책임지고 데리고 돌아갈게.”

“......알았어요.”

 

우시오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아케보노를 끌고 이탈하였다.

타카오는 아타고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타고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양현 전진 제4 전투 속도!”

 

전원, 일제히 속력을 올렸다.

하루나가 전방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아타고도 사람을 험하게 부리네. 곧장 출격을 하라니.”

서있는 사람은 제독이든 전함이든 써먹어요.”

 

우후후, 웃음을 짓는 아타고. 하루나는 키득거렸다.

 

그 애들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구나.”

. 언니라고 불러준, 소중한 여동생이니까요.”

 

전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포뢰격전. 그녀들은 물기둥 속에서, 심해서함의 무리를 포착하였다.

 

적 심해서함, 사정권 내. 언제든지 쏠 수 있어YO."

 

콘고가 말했다. 히에도 조준을 맞췄다.

 

나침반 탓에 싸우지 못 했으니까요! 기합! 넣어서! 나가겠습니다!”

 

키리시마가 눈을 좁히며 확인하고, 아타고에게 말했다.

 

전 포문 개방. 준비 이상 무. 아타고, 당신의 신호로 사격을 시작합니다.”

~. 알겠어요.”

 

아타고는 심해서함과 마주보곤, 큰 목소리를 내었다.

 

포격 개시(팡파카파~)!”

 

포신의 무리에서 토해진 거대한 포탄이 호를 그리면서 심해서함을 덮쳤다.

 

카게로의 눈앞에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적이 아니다. 아군이 일으킨 것이다. 그것도 전함이 쏟아낸 35.6cm 포탄. 착탄의 굉음이 심해서함을 감쌌다.

카게로는 돌아보았다. 아타고와 타카오가 있다. 그리고 콘고형 4자매. 카게로는 전함의 주포에서 쏟아진 포격음이, 이렇게나 기분 좋게 느낀 적이 없었다.

 

애들아! 아타고씨가 왔어, 구해주러 와줬어!”

 

구축함 소녀들의 사이에서 환성이 올라왔다.

 

피해를 입은 애는 물러나! 나는 저 녀석들을 날려버릴 거야!”

나도 할게!”

 

사츠키가 손을 들었다. 옆에 선 나가츠키도 말한다.

 

여기서 물러나면 구축함의 수치.”

“......하자......”

 

아라레의 말에, 카게로는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시 한 번 더!”

 

아타고가 이끈 함대의 포격으로 심해서함의 무리는 대혼란에 빠졌다. 한다면 지금이 찬스다고, 구축함의 정신이 고하고 있었다.

구축함 로급이, 콘고의 포탄을 맞아 두 동강이 났다. 주위를 휘말리며 가라앉는다. 카게로 일행이 그 사이를 누비고 나아가듯이 질주하였다.

사츠키와 나가츠키가 12cm포를 난사하였다. 고립한 경순양함 헤급이 차례대로 명중되어, 업화와 함께 격침되었다.

 

나가츠키, 포격 실력이 좋아졌는걸!”

한 발도 빗 맞추지 않아!”

 

나가츠키는 정확 무비한 포격을 펼쳤고, 사츠키는 오른쪽, 왼쪽으로 회피를 하며 적을 희롱하였다.

그리고 카게로와 아라레는, 거물을 노리고 돌격하였다.

주위는 전부 물기둥으로 채워졌다. 이 정도로 밀도가 높은 해역은 이곳 외엔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맹렬한 포격이다. 카게로에게 공포는 없다. 신경은 예민해져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로 포탄을 피해나갔다.

모든 것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이다. 구축함 소녀로서의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주기의 회전수는 이미 한계치이다. 주인을 따르듯이 으르렁거린다. 발을 기울여 파도를 가르며 구축함들은 돌진하였다.

 

저 녀석이다!”

 

카게로는 전함 루급을 가리켰다.

 

저 녀석을 치자. 저 녀석을 가라앉히며 다른 녀석들은 도망칠 거야!”

 

전함에게 구축함이 가진 대항 수단은 단 하나, 등에 짊어진 필살의 무기. 방금 전에 쏘고 말았지만, 그녀들은 아직 잔탄이 남았다. 아사시오형과 카게로형은 차탄 장전 장치를 장비하고 있다. 전투 중에서도 장전을 할 수 있는 비장의 시스템.

 

차탄 장전!”

 

어리가 또 다시 발사관에 삽입되었다. 장전 완료 부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함 루급이 울부짖었다. 그녀의 주위에 심해서함이 집결하려고 하였다. 그곳을 향해 아타고와 타카오의 포탄이 쏟아져 내렸다. 구축함 로급이 몇 척이나 가라앉았다.

그 물결 사이에서 다른 심해서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측 15! 뇌순 치급!”

 

사츠키의 목소리에 아라레가 진로를 변경했다.

 

“......그렇겐 못 해......”

 

아라레가 어뢰를 뿌렸다.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창의 날은 일격으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탄두. 이번에 쏜 어뢰의 신관은 오작동을 하지 않았다. 치급에 명중한 순간 작렬하고, 바다 밑바닥으로 보내버렸다.

 

! 카게로!”

 

나가츠키가 외쳤다.

 

눈앞이다!”

 

전함 루급이 커졌다. 카게로는 증오를 담아 노려보았다.

16inch 포탄이 뿜어져 나왔다. 카게로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피했다 해수를 뒤집어쓰고 몸 전체에 파편이 쏟아져 내렸지만 진로는 결코 변경하지 않는다.

저 전함은 내가 처리한다.

전함 루급의 포격. 풍압이 볼을 스쳤다. 거기에 이어 또 다시, 이번에는 어깨의 포신이 카게로의 머리를 조준하였다.

포격음. 루급의 몸이 기울었다. 히에와 하루나의 공격이 명중한 것이다. 루급은 균형을 잃고, 포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발사앗!!!”

 

카게로는 절규했다. 발사와 동시에 회두. 그리고 어뢰의 작렬음.

전함 루급이 화염에 휩싸였다. 몸이 젖혀지며, 인화한 탄약이 작렬하였다.

그아아아아......

입에서 나오는 단말마. 서서히 작아졌고, 다른 심해서함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녀가 바다를 떠도는 부표물이 되었을 때, 모든 싸움이 끝났다.

 

 

 

 

카게로 일행은 요코스카 항에 복귀하였다.

우선 아케보노를 육지로 올리고, 독으로 바로 보냈다. 콘고의 말에 따르면 전부 비어뒀으니까 천천히 몸을 쉴 수 있어YO." 라고 한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그녀들에겐 갈채가 쏟아지는 마중은 없었다. 더구나 군악대의 연주도 없다. 명령을 위반하고 나간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함선 소녀들은 서로 자리를 메우듯이 카게로 일행을 보러 오고, 안심을 하거나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좋아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특별 연습은 도중에 중지가 된 탓에, 순위 매김은 유야무야하게 되었다. 일부 함선 소녀들은 언니라고 부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안심하였다고 한다.

잠깐의 휴식 후, 카게로 일행은 아타고의 호출을 받았다.

아타고는 손에 든 장비사용 허가 신청서를 팔랑거렸다.

 

이상한 구석에서 성실한 것도 장단점이 있군요. 제가 이걸 눈치 챈 덕분에 당신들을 구할 수가 있었어요.”

 

그녀는 용지를 힐끔힐끔 시선을 주었다. 평소의 생글거리며 묘한 분위기가 변함이 없어서, 뭔가 괜히 더 무섭다. 카게로는 등줄기에 땀을 흘렸다.

 

, 저기......”

빨리 눈치를 챈 탓에 구출을 하러 갔지만, 여러분의 명령위반도 발각했습니다. 눈치를 못 챘다면 명령위반은 안 되겠지만, 지금쯤 바다 속을 떠돌고 있었겠죠.”

......”

 

고개를 숙이는 카게로.

아타고는 용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여러분들의 처우인데요.”

제가 받을게요.”

 

곧장 카게로가 말했다.

 

제가 제14구축대의 향도함이며,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영창에 들어가겠습니다.”

아니에요! 아케보노를 구하러 가자고 말한 것은 저에요! 그러니까 제 책임이에요!”

 

우시오가 카게로를 밀어젖히며 말했다. 그 둘을 감싸듯이 나가츠키가 앞으로 나섰다.

 

동료를 지키지 못 하면 함선 소녀라고 할 수 없지.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해체든 뭐든 맘대로 하도록.”

나나! 내가 들어갈게! 한 번 영창에 들어가 보고 싶었어!”

“......나라면......영창은커녕 형무소라도 괜찮아......”

 

사츠키가 팔을 휘두르고, 아라레마저 자기주장을 하였다.

아타고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군요, 애초의 계기는 아케보노의 무단 출격이니, 그쪽을......”

 

그 말에 전원이 같은 말을 하였다.

 

아케보노는 상관없어요!”

 

아타고의 처진 느낌의 눈매가 더욱 처졌다.

 

애들이 정말......”

 

카게로는 등줄기를 폈다.

 

처분을 부탁드립니다.”

“......, 한동안 근신해주세요. 구축함 기숙사와 독의 출입은 인정하지만, 다른 건 안 돼요.”

. 그리고.”

그것뿐이에요.”

 

아타고의 말에 카게로는 눈을 깜박거렸다.

 

으음, 영창이나 재판은......”

재판을 받고 싶나요?”

, 아뇨. 그럴 리가요.”

그럼 그것뿐이에요.”

 

어안이 벙벙한 제14구축대 면면들. 아타고는 엄포를 놓았다.

 

이번뿐이에요. 다음에 하면 저를 언니라고 부르게 놔두질 않을 테니까요.”

 

그건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카게로. 아타고는 힐끔 벽시계를 올려보았다.

 

그럼, 가볼까요.”

뭔가요?”

용감한 구축함과 그녀가 소속한 구축대에게, 선단 사람들이 감사장을 전하는 것 같아요. 몇 번이나 사례를 말했어요.”

 

그리고 아타고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잘 했네요. 구축함은, 저희들의 긍지에요.”

 

그 찬사에, 카게로는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면 환호를 하고 싶어지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 함선 소녀 전용 상병 요양시설. 이라고 적혀진 병실에 카게로 일행은 있었다.

병실의 주인은 아케보노. 카게로 일행은 그녀의 병문안을 하러 온 것이었다.

 

매일 매일, 내 얼굴만 보러 오고, 안 질려?”

 

아케보노의 말에, 카게로는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전혀 안 질려. 아케보노는 귀엽잖아.”

흥이다. 바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병실에는 빽빽하게 꽃다발과 문병 선물로 두고 간 과일이 놓여 있었다. 구해준 선단이나 전함, 순양함이나 항모 사람들이 보내준 것도 있었다.

구축대가 보낸 문병 선물에는 대부분 메시지 카드가 첨부되어 있었다. “입거 축하해. 빨리 나아.” “긍지 높은 심술쟁이에게.” “대파를 기념하며. 용감한 구축대에게 바칩니다.” 같은 말들이 적혀져 있으며, 구축함 일행의 독특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용감한 함선 소녀는, 어느 때라도 존경받는다.

아케보노도 마찬가지였다.

카게로는 그것을 둘러보았다.

 

아케보노는, 생각한 것보다 애정을 받고 있구나.”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로 소중하다면, 고속수복재를 쓸 거잖아.”

천천히 쉬기 위해서래.”

굉침하지 않아서 아깝다고 생각할 게 뻔해.”

 

아케보노는 쑥스러운 마음을 무마하기 위해서인지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도 않아......”

 

아라레가 문병 선물로 온 사과를 깎으면서 말했다.

 

아케보노가 홀로 심해서함을 저지하고, 선단을 구출했기 때문이야......구축함 애들은 무척이나 칭찬했어...... 다음은 자신들의 차례라고 다짐하는 얘도......”

 

그 말에, 아케보노는 고개를 더욱 돌렸다,

 

그런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쫓아오는 너희들도 바보야.”

바보가 아니면 아케보노는 못 구해......”

너 제법 말을 잘하게 됐는걸. 구축함따윈 정말, 입이 사나운 심술쟁이 투성이라니까.”

 

다들,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들은 다른 구축함한테, 어떻게 싸웠는지 이야길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어.”

 

나가츠키가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어떤 느낌이 좋을까? 역시 나는, 아케보노이 활약을 중점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괜한 짓은 안 해도 돼. 바보같은 구축함이 혼자서 싸워서 엉망진창이 됐다고 웃음거리로 삼으면 되잖아.”

그것은 왜곡이지. 역시 사실에 충실해야겠지.”

충실하게 말하지마, 연회 자리에서 웃음거리라도 삼지 그래?”

 

그 때 사츠키가 손을 올렸다.

 

나나! 내가 그 때의 흉내를 낼 수 있어!”

 

사츠키는 바닥에 드러누운 뒤, 손을 버둥거렸다.

 

애들이 죽어버리잖아! 다들 죽어버리는 건 싫어!”

뭐엇!?”

 

환자인 아케보노가 튕겨 올랐다.

 

뭐야 그거!?”

 

나가츠키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 거리로 삼으라고 말한 것은 아케보노다. 전원의 기억을 부합하여 지극히 충실하게 재현하였지. 이런 점을 중심으로 피로를 할까 생각하는데.”

그만해!”

이 흉내, 발의 움직임이 빼어나군.”

 

사츠키는 아직도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고집쟁이 소녀가 때를 뿌리고 있는 느낌인데, 묘하게 흉내를 잘 내었다.

 

좋아하는 애들이 죽어버리잖아! 정말 좋아하는데!”

, 그런 말 했어!?”

다소 과장이 동반되는 것은 엔터테이너멘트라는 것이지.”

 

진지해빠진 대답을 나가츠키. 우시오가 웃으면서 가담하여, 사츠키의 손을 잡았다.

 

아케보노, 사람 말을 안 들은 건가요!”

죽지마! 죽지마!”

여기서 우시오의 팔을 잡는 자세가 훌륭하군.”

바보야~!!!”

 

아케보노는 귀까지 붉힌 채 절규를 한 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 모습을, 카게로와 아라레가 배를 감싸 쥔 채 웃으면서 보고 있었다.

카게로는 아케보노의 몸을 흔들었다.

 




 

 

, 아케보노, 지금부터가 걸작이래도.”

시끄러! 그러니까 나는 구축함이랑 같이 하는 게 싫다고! 바보인데다가! 친한 척을 하고! 금세 동료니 친구라는 소릴 하고! 어차피......나 따윈......”

 

이불 안에서 모기가 앵앵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고마워.”

 

물론 그 말은 모두에게 들렸다.

 

 

 

 

실례합니다.”

 

조립식 건무로 세워진 집무실. 아타고는 입실을 하곤 제독에게 경례하였다.

의사에 가볍게 앉아있던 남성은 수고하네.” 라고 말하였다.

 

선단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구축함들은?”

대파가 한 명. 남은 인원은 소파에요.”

독에서 푹 쉬게 해줘. 수훈함이야. 장비사용 허가 신청서와 출격 허가 신청서는 일자와 시간을 앞당겨서 들고 와줘. 내용은 안 보고 사인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힐끔, 아타고를 보았다.

 

어차피 이미 준비해뒀지.”

.”

 

아타고는 등 뒤로 돌린 손에 들고 있었던 서류 다발을 건네었다.

제독은 차례대로 사인을 하였다. 아타고는 그 모습을 생글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제14구축대도 단결이 깊어진 것 같아요.”

그건 다행이군.”

제독은 아케보노의 고립을 상당히 신경 쓰셨으니까요.”

구축대는 진수부의 핵심이거든.”

이젠 집무실 포격을 부탁 못 하겠네요.”

아무 일도 맡기지 않은 채 방치를 하는 것이 가장 울분이 쌓이지. 게다가, 전함이나 항모에게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그는 사인을 다 한 서류를 아타고에게 돌려주었다.

 

위에 보낼 서류는 그걸로 부탁해.”

알았습니다. 방금 전 전화가 있어서요, 보류 중이에요.”

내가 받을 테니 돌려줘. 이번에 둘이서 식사라도 어때?”

저번에 타츠타씨에게 똑같은 말을 하셨죠? 거절할게요.”

 

아타고가 딱 잘라 말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제독은 어깨를 으쓱거린 뒤 수화기를 들었다. 비밀 전화 장치를 몇 개나 통과하여 도청을 차단시킨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아아, 나야. 카게로를 보내줘서 많은 도움이 됐어. ......? 돌려달라고? 헛소리 하지마, 이미 요코스카의 분위기에 익숙해졌어. 돌려달라고 해도 돌려줄 수 없다고.”

 

그는 웃고는, 목소리를 죽였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심해서함의 행동범위야. 이번의 선단습격, 원래라면 습격을 받을 리가 없는 코스였어. 어떻게 위기를 넘겼지만......그쪽은 어때? ......아아, 역시.”

 

제독은 전화 저편의 사람에게, 가볍게 동의의 뜻을 보였다.

 

심해서함이 쳐들어오고 있는 건가. 녀석들, 활동을 재개했어. ......그렇군, 이번에 그쪽으로 출장을 갈게. 그 때에.”

 

아직 수화기는 놓지 않았다. 둘 만의 회화는 이어졌다.

요코스카의 파도가 햇살을 쐬며 반짝거렸다.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면서 부두를 적셨다.

바다는 아직,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2권으로.

 




작가후기

 

실은 해양 모험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선단 호위 이야기를 좋아해서요, 앨리스터 맥클린의 여왕폐하의 율리시스호라던가 세실 스콧 포레스터의 구축함 킬링, 혹은 더글러스 리먼의 수송선단을 사수하라따위는 지금도 책장의 눈에 뜨이는 곳에 넣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칸코레노벨라이즈 이야기를 제안 받았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구축함의 성장물로 선단호위이야기를 쓰려고 결심했습니다. 다행히도, 게임에선 해상호위 임무가 있어서 마침 좋았습니다. 그리하여 귀여운 구축함들은 태풍과 상어가 어슬렁거리는 남방에 냅다 던져지게 된 것이었습니다.(북방 해역이 아닌 것이 유감).

당초에는 제6구축대와 후부키를 메인으로 세우려고 했었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서 같은 기획이 있어서, 그 대신 카게로형과 무츠키형은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바라는 바라고 말할까요, 예전부터 카게로형은 해군 함정 중에서도 1,2위를 다투는 멋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무런 문제없었죠. 당연히 네임쉽인 카게로가 주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게임 내부의 카게로는 캐릭터가 그렇게 개성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출현할 때마다 해체나 근대화개수 소재가 되는 모양이더군요. 동형함인 유키카제는 레아함이지만요.

그럼 다른 장르는 어떤가 싶어 모형 잡지의 편집장에게 물어보니.

 

카게로인가. 그건 에피소드가 없는 것이 에피소드라고 하니까. 모형이라면 시라누이쪽이 유명해. 깨끗한 사진이 있어.”

 

, 이쪽에서도 수수하냐...... 아니아니, 그렇다면 캐릭터성을 부각시켜 주자고. 같이 유명해지자. 그런 사정으로, 울고 웃으며 화내는 등, 무척이나 분주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꽤 주인공답게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느낌으로 태어난 카게로와 구축대의 멤버들이지만, 앞으로도 구축함으로서 긍지를 가슴에 품고, 북쪽으로 남쪽으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며 활약할 예정입니다.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 알 수 모르지만, 부디 이 작품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며 벗인, 네이비야드 편집장 고토 츠네히로(後藤常弘)씨에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2013115

 

츠키치 토시히코(築地寿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