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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소설

함대콜렉션 -칸코레- 카게로, 발묘합니다! 2권 제1장 대비


거센 바람과 비. 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어두웠다.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물보라가 된 바닷물이, 하얀 커튼이 되어 시야를 차단하였다.

지금 이 시간대, 해상은 폭풍우가 한창 몰아치는 중이다. 변덕을 일으킨 고기압이 저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낸 탓에 대기전선이 활발해졌고, 비와 바람 따위를 발생시켰다. 그 탓에 태풍이 온 것처럼 파도는 미쳐 날뛰었고, 평온했던 바다를 맹수의 무리처럼 변모시켰다.

카게로가 이끄는 여섯 명의 구축함 소녀, 14구축대는 그 난장판의 정중앙에 있었다.

 

양현 전진 원속! 간격을 확실하게 잡아, 부딪히지 마!”

 

단종진의 선두를 가는 카게로는 무선 마이크를 향해 고함을 쳤다. 이 폭풍우에선 평범하게 말을 해도 절대로 안 들린다. 그 탓에 방금 전부터 계속 고함을 치고만 있었다.

뒤는 안 보았다. 방금 전 돌아보았더니 옆으로 몰아치는 바람 탓에 목이 찢겨나가는 게 아닐까하는 착각을 받은 것이었다. 따라오고 있다고 가정하여 전진하였다.

발밑의 해면이 솟아올랐다. 카게로의 몸은 공중으로 들어 올려 졌고, 한 순간 중력에서 해방되는 것과 동시에 발부터 해면으로 떨어졌다.

넘어지진 않았다. 함선 소녀에겐 함선 소녀 항행 안정 장치가 반드시 장착된다. 인류의 수호자로서 팽배한 예산이 투자된 소녀들을 폭풍 정도로 침몰시킬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장은 평범한 소녀와 다를 게 없어도 강인함은 말 그대로 군함 급이었다.

 

양현 전진 강속!”

 

카게로는 또 다시 외치고 난 뒤 속력을 올렸다. 폭풍은 그에 호응하듯이 정면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의 기세를 더해주었다.

그녀는 바로 뒤에 있을 함선 소녀에게 말했다.

 

사츠키! 잘 따라오고 있는 거지!?”

따라가고 있어!”

 

곧장 목소리가 돌아왔다.

 

카게로의 등은 똑똑히 보이고 있다고!”

 

함선 소녀의 등에는 항행등이 붙어 있었고, 항행등은 이런 폭풍이나 야간에 점등한다. 사츠키가 표식으로 삼고 있는 것은 그 등불이다. 너무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항행등이 안 보이게 되고, 너무 다가가면 충돌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는 뭐니해도 폭풍이 불고 있는 중이라서 제14구축대 멤버들은 일직선이 되도록 열심히 조함을 하고 있었다.

무리를 해서 돌아본다. 확실히 사츠키는 확실히 1)상거리(常距離)를 유지하고 있었다.

 

[1) 역주 : 함대 운동에 있어 함급에 따른 거리 간격.]

 

파도 때문에 의장이 망가지면 곧장 보고해!”

단련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사츠키는 무츠키형 구축함 함선 소녀이며, 강인함에 있어 난점이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다만, 그녀의 경우에는 자주적으로 몸을 단련하여 약점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었다.

힐끔 보는 걸로 확인을 했지만 두 발로 제대로 항행하고 있으며, 의장도 손상을 입은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성과가 나온 것 같다.

카게로는 전방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에 눈을 좁혔다. 폭풍 속에서 훈련을 하니 어쩌나 싶었지만 지금은 잘 가고 있었다.

 

아라레, 그쪽은 어때!?”

괜찮아......”

 

어딘가 기계적인 대답이었다.

 

문제없어. 바람이 좀 강한 것뿐이야......”

 

몸 째로 휩쓸려 나갈 것 같은 비바람 속에서 아라레는 그렇게 말했다.

아사시오형 구축함 아라레는 평소부터 무뚝뚝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입을 열어도 최저한의 말만 하니, 찝찝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 폭풍 속에선 필요 이상의 냉정함이 어딘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아라레는 사츠키의 바로 뒤에 있었다.

 

사츠키가 휩쓸려가도 확실히 구할 수 있어......”

나는 휩쓸려가지 않거든!?”

 

아라레의 말에 허둥거리며 사츠키가 반론했다.

 

단련하고 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만 무츠키형......”

같은 구축함이니까 다들 사정은 비슷하다고! 나보다 나가츠키를 걱정하면 될 텐데.”

 

반초 정도의 간격이 있은 뒤 아라레는 말했다.

 

이제 걱정하는 건 그만뒀어...... 나가츠키는 나한테 응석을 부리지 않는 편이 좋아......”

이봐 잠깐.”

 

나가츠키는 급하게 반론하였다.

 

나는 그렇게 응석을 부리지 않았어. 조금 기대고 있는 것뿐이야. 지금은 오히려 내가 아라레를 돕고 있다고.”

그런가......”

그런게 당연하

 

그녀의 머리 위로 해수가 덮쳐들었다. 나가츠키의 마지막 말은 부그르르이런 소리가 되었다.

비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고, 구축함 소녀들에게서 잡담을 나눌 여유를 앗아갔다. 그녀들은 대해에 떠있는 나뭇잎처럼 희롱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장보다 높은 파도가 몇 번이나 발생하였다. 파도와 파도는 서로 부딪혀서 더욱 커졌고, 그 파도가 함선 소녀를 발밑에서부터 뒤흔들었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잃어버리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카게로에게 훈련을 그만두고 귀환할 셈은 없다. 폭풍이 부는 것을 오히려 호기로 보아 출항한 것이다. 실전이 되면 밤이든 태풍이든 싸워야만 한다. 같은 상황에 처하고 싶었다. 혹독한 훈련이 그만큼 경험이 되는 것은 과거의 상관인 진츠가 말했던 것이다. 똑같은 입장에 놓인 이후 그 말의 정당성을 몸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카게로는 전방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구축함들에게 말했다.

 

대열 변경! 복종진으로 이행! 함대 한 축의 선도함은 나, 또 다른 축은 나가츠키.”

 

냉정한 목소리로 알았다.” 란 답변이 돌아왔다.

방금 전과 같은 대화가 있어도 나가츠키의 냉정함은 믿음직스럽다. 이전의 허세는 그 기척을 가리고, 마음에 여유가 나왔다. 구축대 전원에게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카게로는 이곳에서 선도함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함선 소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잠시 뒤 나가츠키가 맡은 선도함을 우시오에게 맡길 거야. 괜찮아?”

 

잠시 뒤, 놀란 분위기가 감도는 , !” 란 대답이 돌아왔다.

카게로는 주의를 주는 것도, 격려를 하는 것도 않았다. 뭔가 하면 내성적인 성격이 얼굴에 나오는 우시오에게 때로는 담백한 태도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이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시오는 투정도 거부도 안 했다. 무언의 결의가 무선기 너머로 전해져왔다. 이전보다도 훨씬 더 마음의 심지가 굳세진 것처럼 느껴졌다.

 

() 2 H!"

 

신호가 나오고 난 뒤, 우측으로 25도 대열 방향 변경. 함선 소녀들은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게로를 선두로 한 대열과 나가츠키를 선두로 한 대열로 나눠졌다.

 

() 1!”

 

카게로는 이어서 무선을 향해 소리쳤다.

 

파도를 향해 정면으로 갈 거야!”

 

동시에 발광 신호도 내었다. 14구축대는 오른쪽으로 10도 방향을 바꿔, 거친 파도와 마주 보았다.

비를 정면으로 곧장 받았다. 바람이 강해서 제대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파도가 닥쳐온다. 해면이 솟아오르는 듯한 감각이 엄습한다. 파랑의 꼭대기에 올라가도, 2, 3의 파도가 엄습한다. 카게로 일행은 항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악전고투하였다.

 

선도함 교대.”

 

또 다른 대열에서 나가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시오가 앞으로 나와 선도함을 교대했다. 카게로는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1 전투 속도! ()과 흑()은 각자 알아서 조정!”

 

적과 흑이란, 회전수의 증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함선 소녀는 제각각 주기(主機)의 성능이나 정비상태에 따라 속력에 미묘한 차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속력 구분을 고정한 채로 주기의 회전수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서() 스피드를 조정하는 것이다.

힐끔 옆에 있을 우시오를 보았다. 기준함인 카게로와 맞추려고 열심히 조함을 하고 있었다.

위태로움은 있지만 아직 위험한 감은 없다. 자칫하면 함선 소녀끼리 충돌도 있을 법한 기후지만 우시오에겐 그런 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안심할 수 있다고 카게로는 생각했다. 지금이야 말로 제14구축대의 향도함은 카게로가 맡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교대를 할지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야 말로 한창 전투 중에 교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시라누이가 있다면, 전부 맡길 수 있는데.)

 

구레 시절의 파트너이자, 훈련부터 생활까지 함께 한 구축함 소녀. 그 애라면 전부 알아줄 테니, 명령 한마디 내릴 필요가 없다.

거기까지 옛 생각을 떠올리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구레가 아니라 요코스카. 없는 걸 바라는 건 안 된다. 아무리 최악의 케이스에 빠지더라도 제14구축대 멤버는 신뢰해야만 한다.

최악이라고 하면, 함포나 어뢰가 발사불능에 빠지는 것도 곤란하다. 카게로는 의장의 암을 조작하여 몸 앞으로 포를 이동시켰다.

바닷물 투성이가 되었지만 지금은 사용에 문제가 없다. 이것은 당연하며,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쓸 수 없게 되면 위험한 것이다.

그녀는 만약을 위해 확인 무선을 넣었다.

 

애들아, 의장은 괜찮아?”

우시오에요. 문제없어요.”

사츠키야. 괜찮아.”

아라레. 탄창 일부 탈락.”

 

카게로는 신음을 뱉었다. 포나 어뢰발사관은 좋아도, 탄약이 유출되거나 바닷물을 뒤집어써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일은 때때로 일어난다. 많은 함선 소녀는 이것을 소용돌이에 빠졌다고.”고 표현한다.

폭풍이 부는 날에 현저하게 일어나며, 그것을 방지하는 의미도 있어 오늘 훈련을 했지만 좀처럼 잘 나가지 않았다.

현 단계에선 대책을 취할 수 없다. 높은 사람의 의견에 의하면 전탐이 있다면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구축함 소녀에게까지는 좀처럼 지급되지 않았다.

 

(제독한테 신청해볼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파도가 얼굴을 갈겼다. 넘어질 뻔 한 걸 허둥거리며 자세를 고쳤다.

 

다음 신호에서 단종진으로 돌아갈게. 아케보노!”

.”

단종진으로 돌아가면, 나가츠키랑 바꿔서 최후미에 서줘.”

너 정말 사람 막 굴려 먹는다!”

 

단종진의 최후미는 선도함에 이어 중요한 포지션이다. 자신은 대열을 흩트리지 않도록 하며, 더불어 함대의 누군가가 탈락하지 않도록 지켜봐야만 한다. 이런 악천후엔 그 중요성이 특히 늘어난다.

아케보노가 카게로의 옆까지 와서 소리쳤다.

 

맨날 나한테 성가신 일을 맡기더라! 어째서 최후미인건데!?”

네가 함대 운동을 가장 잘하잖아! 가장 잘하는 애가 가장 귀찮은 일을 하는 거라고!”

 

카게로는 소리쳤다.

 

지금도, 내 옆에 바싹 붙어있는데 부딪히지 않잖아!”

그렇다고 해서......”

 

탁류 같은 수압. 비바람으로 몸이 흔들린다. 바닷물이 드높이 치솟아 오르며, 둘은 머리부터 파도를 뒤집어썼다.

 

, 진짜!”

 

아케보노가 입 안에 들어간 바닷물을 뱉어냈다.

 

난 이런 날씨는 정말 싫어!”

 

그 후 카게로에게 소리쳤다.

 

너도 싫어!”

그래! 나는 네가 좋아!”

 

되받아쳐주는 카게로. 그 순간, 아케보노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비를 피하려고 눈을 감은 카게로에겐 보이지 않았다.

 

아케보노, 뒤로 가, !”

“......알았어!”

 

투덜거리면서 카게보노는 최후미로 이동하였다. 도중에 나가츠키가 그 얼굴, 어떻게 된 거야?” 라고 물어봤고, “시끄러!” 라고 아케보노는 대답하였다.

카게로는 그런 대화를 신경도 쓰지 않고 호령을 내렸다.

 

() 1!”

 

단종진으로 이행하는 신호. 카게로를 선두, 아케보노를 최후미로 하여, 14구축대는 폭풍 속을 전진했다.

 

어뢰전 훈련한다! 진짜로 쏘지 마! 잃어버리면 엄청 쪼이니까!”

 

사츠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게로는, 저번에도 호출 받았지.”

너희들이 어뢰훈련을 할 때마다, 내 시말서가 늘어난다고! 알았다면 어뢰 준비!”

 

함선 소녀는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사격자세를 취했다. 파도에 뒤흔들리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발사관을 향했다.

사격 호령은, 폭풍 탓에 드문드문 끊겨서 들렸다.

 

심해서함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공통된 적이며 바다를 지배하며 배를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럼 함선 소녀란 무엇인가?

심해서함을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이며, 인류를 구하는 사명을 지닌다.

그렇다면 함선 소녀들은 상시 훈련을 하고, 전투력을 높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가 멸종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은 실전 아니면 훈련이란 상황에 놓여있으며,

멈춰서는 것을 허락받지 못 했다.

그것이야 말로 함선 소녀의 존재의의이며, 적성 시험 때 귀에 딱지가 들어앉을 정도로 주입받은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게로는 폭풍이 부는 날이라고 해도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다른 구축함 소녀들도 불만을 말하면서도 따르는 것이었다.

요코스카 진수부에 돌아왔을 때에는 폭풍도 잦아들었고, 하늘은 개여 있었다. 카게로 일행, 14구축대는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부두로 올라왔다.

 

그럼 오늘 훈련은 끝.”

 

얼굴에 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카게로는 말했다.

 

다들 목욕 하러 가자.”

 

이완된 분위기가 흘렀다. 이런 훈련을 한 뒤에는 무엇보다 목욕을 하고 싶어진다. 샤워로 끝내는 함선 소녀도 있지만, 전신을 욕조에 담그는 것을 선호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준비를 해둔 타올과 갈아입을 옷을 잡고, 일직선으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은 기숙사 안의 일층에 있다. 항모 기숙사, 전함 기숙사, 순양함 기숙사, 제각각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구축함 기숙사의 욕탕이 가장 크다. 구축함 소녀의 수가 많기 때문이며, 매번 전함과 그 외 함종과의 격차를 절절히 깨닫는 구축함 기숙사가 유일하게 다른 곳보다 우월한 부분이 되었다.

탈의소에서 옷을 벗었다. 사츠키가 재빨리 샤워를 하고, 가장 먼저 욕조에 들어갔다.

 

~.”

 

작은 몸을 온수에 담그자 몸이 떠올랐다. 다른 소녀도 각자 들어왔다.

 

~, 기분 좋아.”

 

사츠키가 물장구를 쳤다.

 

훈련을 한 뒤에 하는 목욕은 각별해. 뭔가 한 잔 마시고 싶어지네.”

무슨 소릴 하고 있어.”

 

그런 말을 하는 나가츠키. 그녀는 욕조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너는 술을 마신 적이 없잖아.”

준요씨는, 목욕하면서 마신다는 소릴 들었는데.”

단순한 소문이야. 항모 쪽 사람들은 애주가가 많다고 듣지만.”

사실이면 부럽다.”

그러니까 단순한 소문이래도.”

 

항모 소녀가 곧잘 마신다는 것은 사실이며, 과혹한 임무에 비례한다고도 하고 있다. 탑재기를 잃으면 잃을수록 주량이 늘어난다고 여기고 있지만 그 진의를 물어본 사람은 없다.

 

항모는 분명 다들 술을 좋아해...... 호쇼씨는......가게를 열 정도니까......”

 

카스미가 손으로 목욕물을 튕기면서 말했다. 사츠키가 목욕탕의 천정을 올려보았다.

 

나 딱 한 번 간 적이 있어.”

구축함에겐............”

그 분, 퇴역하셨다는 소릴 들었는데, 실제론 어떤 걸까요.”

 

우시오가 이야기에 참가하였다.

경항모 호쇼는 저녁 무렵부터 경식 코너 주방에 서는 경우가 있다. 함선 소녀들은 경식점 호쇼혹은 주점 호쇼라고 부르며 애호하고 있다.

이전부터 진수부에 있는 베테랑이지만, 그만큼 출격한 모습을 본 사람은 적다. 그 탓에 전선에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류상으론 현역인 것 같아.”

 

그리 말하는 나가츠키.

 

다른 항모에게 나설 차례를 양보한다고 스스로 몸을 물렸다는 소리도 들었어.”

그런가요......”

 

우시오는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시선을 허공을 향해 보내었다.

 

저희들도 언젠가는, 퇴역을 하는 걸까요......”

 

다들,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

그녀들은 대체가 가능하다 침몰하여 제적이 되거나, 싸움에서 떠나는 것을 결의하고 의장을 해제하여 한 명의 소녀로 돌아간다. 그 때 함명(艦名)을 반납함으로서 함선 소녀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소녀가 함명을 받음으로서 새로운 함선 소녀가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반드시 퇴역하라고 강요받는 일은 없다. 그래도 언제까지 함선 소녀로 있을 것인가, 있을 수 있는 것인가란 질문은 언젠가 반드시 거쳐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퇴역까지 살아남을 수 있냐는, 절실하면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도 존재했다.

 

“......그런 걸 생각해서 어쩌나.”

 

나가츠키가 말했다.

 

우리들은 심해서함과 싸우는 것이 임무다.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해.”

우리들은 구축함이에요. 퇴역이 아니라도 격침될 지도 몰라요.”

함선 소녀이면 죽을 가능성은 있어. 전원 평등하게 굉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적을 쓰러뜨리는 일에 집중해야만 해.”

 

그 때 사츠키가 끼어들었다.

 

나가츠키의 의견엔 동감해. 우리들, 아직 대규모 작전에 참가한 적도 없잖아. 뭔가를 완수한 것도 아니라고. 신경을 쓴 들 어쩔 수 없잖아.”

 

다들, 납득을 할 뻔 했지만, 아라레가 평소의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수하기 전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나가츠키가 탓하듯이 말했다.

 

이 녀석.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부정적인 말은 악운을 불러들인다고. 가라앉는 다면, 동료를 위해 끝까지 싸우고 나서 가라앉아야지.”

“......나가츠키가 멋있는 소릴 하고 있어...... 치사해......”

치사하지 않아!”

좀 전까지, 내 그늘에 숨어있었어......”

지금은 변한 것이다. 나는 아라레만이 아니라, 모두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어.”

역시 멋있어......치사해.”

치사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츠키와 우시오가 아하하, 웃었다.

 

나가츠키는 분개하면서

 

, 정말로 굉침이 불안하다면, 스스로 단련할 수밖에 없지.”

나가츠키도 웨이트 할래?”

 

그리 말하는 사츠키. 나가츠키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째서 그런...... 아니, 좋은 방법이긴 한데.”

우리들은 꽤 경험을 쌓았잖아, 좀 더 강해져도 괜찮을 텐데.”

 

아라레가 그다지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해지고 싶다면, 슬슬 생각해도 괜찮을지도 몰라......”

개조?”

......”

 

아라레는 끄덕였다. 대화를 듣고 있던 우시오가 중얼거렸다.

 

개조인가요...... 확실히 장갑도 강화된다고 하는데......”

 

심해서함에 대항하기 위해 함선 소녀를 강화하자는 계획은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기술팀의 손에 의해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었지만 최종적으로 근대화 개수개조두 가지로 집약되었다.

어느 쪽도 의장에 손을 대어 성능 향상을 꾀한다. 근대화개수는 의외로 간단한데, 그야 말로 과자라도 먹는 느낌으로 받는 함선 소녀도 많다.

개조는 반대로 의장의 근본에 손을 대기 때문에 한 번, 혹은 두 번 밖에 받을 수 없었다. 그 대신 대폭적인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개조를 받으면, 걱정도 줄어들겠죠......”

, 근대화개수라면 받은 적이 있어.”

 

사츠키가 손을 들어올렸다.

 

웨이트만으론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해봤어.”

어땠나요?”

 

우시오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다지 변한 기분은 안 들었어. 웨이트랑 어디가 다른 걸까? 어쩌면 실패한 걸지도 모르지만.”

성공, 실패 여부를 알 수 있나요?”

왠지 모르게 말이지. 그렇지만 우리들은 구축함이잖아. 근대화개수에 성공을 해도 그렇게 차가 없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단 말이야.”

 

이게 전함이라면 선명하게 효과가 나타나지만, “양철 깡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소형함정이다. 어차피 오차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근대화개수를 안 받는 구축함 소녀도 있다.

 

개조라면 다른 걸까요?”

그거 어떨까? 받아볼 가치는 있을지도 모르겠지.”

 

사츠키는 물장구를 치며 욕조에 파도를 일으켰다.

카게로는 샤워 중에 대화를 들으면서 개조인가.” 라고 생각하였다.

현재 개조를 받아보자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강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도 개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애초에 개조 자체 제독의 지명을 받은 함선 소녀가 받는 것이니까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개조를 받으면 이번에는 퇴역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제독은 개조한 함선 소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으며, 함선 소녀도 개조까지 했으니.” 끝까지 싸우는 것을 고른다. 퇴역과는 다른 의미로 결심이 필요했다.

 

있잖아~ 카게로는 개조 받을 거야?”

 

사츠키가 목소리가 날아왔다. 카게로는 수도꼭지를 크게 비틀어 더운 물을 쏟아내었다.

 

생각한 적 없어.”

구레에서도?”

생각할 틈도 없었어.”

 

어쨌든 훈련이 힘겨워서 나날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덕분에 터프해졌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수도꼭지를 잠갔다.

 

개조는 다른 세계 일 같은 걸.”

카게로도 그렇구나.”

그걸 하면, 계속 함선 소녀로 있어야만 하잖아.”

나쁜 일도 아니잖아.”

아직 그렇게 딱 잘라 생각 못 해.”

 

지원한 몸이지만 함명으로 불리기 전에는 평범한 소녀였던 것이었다. 가끔씩 이전의 생활을 떠올리는 일도 있다. 싸움과는 연이 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벌한 생활. 그 때의 이름은, 헤어지고 만 파트너를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언젠가 개조를 받을 것인가 혹은 이대로 있을 것인가? 오히려 퇴역을 결심할 것인가.

구축함 소녀뿐만 아니다.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은 것뿐이지, 함선 소녀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거리다.

목욕탕이 조용해졌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고민해봤자 소용없어.”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아케보노가 입을 열었다.

 

나가츠키의 한 말이지만, 눈앞의 싸움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우리들은 함선 소녀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녀는 어깨까지 물에 몸을 담궜다.

 

우울해져봤자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언젠가, 고민한 것이 바보 같아 질 거야.”

그래?”

 

사츠키의 말에 아케보노는 말했다.

 

이 싸움도, 언젠가 끝날 거야.”

 

전원 무심코 납득했다.

아케보노의 말 대로였다. 자신들은 함선 소녀. 심해서함과 싸우는 것이 사명. 고민하는 것은 나중에 하면 된다. 여기서 고민을 할 일은 아니니까.

사츠키가 눈을 깜빡 거렸다.

 

뭔가 아케보노가 제대로 된 의견을 내는 건 신선한 걸.”

너 생긴 거랑 달리 무례하구나.”

가슴은 작은 데.”

너도 비슷하잖아!”

구축함이니까. 그렇지만, 우시오는 크단 말아야~”

 




시선이 욕조의 구석에 집중됐다 우시오는 몸을 흠칫 떨면서 가슴을 팔로 가렸다.

 

, 뭔가요......”

반 정도 찢어서 나한테 주지 않을래?”

싫어요. 무리에요.”

그런 말 말고.”

 

사츠키가 손을 뻗으려고 하자 우시오자가 몸을 비틀었다. 참방참방, 물이 튀었다.

 

구축함에게 그렇게 큰 건 필요 없잖아.”

이건 멋대로 커진 것이에요!”

크다는 자각은 있구나. 비아냥인걸~”

 

두 명의 구축함 소녀가 소동을 피웠다. 다들 기가 막히지만 말리진 않았다.

사츠키가 가슴 이야길 꺼낸 것은 단순히 장난을 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화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에 제동을 걸고 싶은 것이다. 항모 소녀나 전함 소녀랑 비교하면 구축함 소녀는 눈에 뜨이지 않고 인생은 짧다. 미래를 뇌리에 그리면 음울해진다.

그런 걸로 고민하는 것보단 웃어서 얼버무리는 쪽이 좋았다. 그녀는 때때로 그런 짓을 하고, 전원 그걸 알고 있었다.

카게로는 목욕탕에서 노는 사츠키와 우시오를 곁눈으로 보면서 욕탕에서 나오려고 했다.

 

어라......벌써 나가......?”

 

아라레의 말에 돌아보면서 말했다.

 

훈련 보고서 정리해야 하거든.”

그럼 도와줄게......”

 

모처럼 해준 제안이었지만 카게로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아타고씨한테 혼이 나.”

 

훈련이나 전투 보고서는 우선 비서함에게 제출된다. 현 비서함인 아타고는 거유이고 언제나 사근사근한 태도로 있으며, 구축함에게 언니라고 불러줘.” 란 강요를 하는 성격이지만, 그런 반면 예리한 구석도 있다. 카게로는 서류의 실수를 지적받아 때를 쓰면, “곧장 고치지 않아도 돼. 그 대신, 언니라도 백 번 불러줘.” 그런 소릴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곧장 고쳤다.

 

아아, 보고서를 쓸 거면, 어뢰 요망도 넣어주지 않겠어?”

 

나가츠키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 어뢰는 위력이 조금 불안해. 어차피 장비할 거면 강력한 걸 싣고 싶어.”

해둘게. 그렇지만, 몇 번이나 신청을 하고 있단 말이야.”

차마 포기할 수 없어. 내가 부탁할 수도 없으니까.”

 

이런 부류의 요망은 구축함을 이끄는 경순양함이 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가 진정을 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고, 규율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14 구축대는 향도함인 카게로의 일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강하게 요망해둘게. 너무 기대하지마.”

미안하다.”

괜찮아. 그럼, 먼저 갈게.”

 

카게로는 탈의소로 돌아갔다.

마른 옷을 입었다. 함선 소녀의 옷은 장갑과 동의이기 때문에 근처 옷가게에서 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벌만은 여벌이 마련되어 있다.

자습실로 가서, 자신의 책상에서 잽싸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수나 빠진 점이 있으면 야단나니, 몇 번 체크를 했다. 마지막에는 구축함의 화력 증대를 위해 신형 어뢰 갱신 요망.”을 첨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구축함 기숙사에서 밖으로 나와, 진수부 청사로 향했다.

도중에, 몇 명의 함선 소녀와 스쳐지나갔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눈으로 쫓으면서 생각했다. 요 며칠 간 모르는 함선 소녀가 늘어난 기분이 든다. 새로 채용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속한 것인지.

 

(요코스카는 사람으로 북적거려졌네)

 

예전에 있던 구레보다도 커진 기분이 든다. 기숙사 방이나 독의 수는 괜찮은 것인가? 1사관 차실 안의 의자는 모자르지 않을까? 자신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진수부 청사에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 아타고의 방 앞에서 실례합니다.” 라고 말했다.

아타고는 안에 있었다.

 

어머나, 카게로구나. 무슨 일이니?”

 

금발 여성은 생긋거렸다. 변함없이 행동거지가 푸근하고, 척 봐선 바빠 보이는 느낌은 안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순 없다. 이 사람은 보기와 달리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카게로는 실내에 들어가자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출했다.

 

훈련 보고서에요.”

어머나, 빠르구나. 참한 동생을 가져서, 언니는 자랑스러워.”

 

말의 후반은 최대한 무시했다.

 

퇴실할게요.”

아앙. 기다려줘.”

 

아타고가 손을 바둥거렸다.

 

그렇게 쌀쌀맞게 굴다니, 여동생이 아냐.”

알아주셨나요.”

있잖니, 할 말이 있어.”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아타고가 말했다.

 

실은 말이지, 최근 우리 진수부에 함선 소녀가 늘기 시작한 것은 알고 있지?”

, .”

 

방금 전에 스쳐지나간 애들을 떠올렸다.

 

여동생들이 늘어나서 기쁘긴 한데, 그것만이 아니라, 제독은 대규모 작전을 입안 중이시거든. 그래서 여러 진수부에서 함선 소녀를 모으고 있는 중이야.”

 

그 말에 카게로는 무심코 과연.” 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어쩐지 함선 소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요즘은 심해서함의 행패도 거세서, 각지의 진수부, 특히 해외의 정박지도 손해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몇 개월 전, 연습이 실전으로 변모를 하였고 카게로 일행도 그에 휘말린 것이다.

적 세력권을 단 번에 탈환하기 위해 공세에 나서는 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요코스카 진수부에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타고는 자세한 것을 말을 하지 않고 말할 셈도 없는 것 같지만, 카게로는 그렇게 짐작을 하였다.

 

함선 소녀가 늘어났으니, 구축함 기숙사의 방 배정도 변한다던가, 그런 이야기인가요?”

그곳은 방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괜찮아. 그게 아니라, 어떤 애가 오는지, 가르쳐주려고.”

 

이번에는 카게로는 하아.” 흥미가 없는 대답을 하였다.

분명 전원 여동생으로 하고 싶으니까 미리 언질을 해두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할 게 뻔하다. 요코스카 진수부에 예전부터 있던 함선 소녀들은 아타고의 버릇을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하고 다니고 있지만, 과거 카게로는 그대로 걸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구축함 소녀들도, “언니.” 라는 말을 하고 말겠지. 불쌍한 일이다.

아타고는 뭔가 흥겨운 표정으로 손가에 둔 서류를 훑었다.

 

으음, 오는 건 마이즈루쪽에, 사세보이고, 오미나토에서 오는 애도 있으니까......게다가 구레.”

구레도 오나요.”

 

카게로 가장 처음에 배속된 진수부이다. 지인도 많다.

아타고가 키득거렸다.

 

. 구레에서 말이지, 중순양함 미쿠마랑 스즈야랑 쿠마노랑, 그리고......18구축대 구축함 시라누이.”

“......?”

 

눈을 껌뻑거리면서 그만 되묻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요코스카에 카게로형 2번함, 구축함 시라누이가 전속합니다.”

그 뒤 팡파카파~.” 이라고 말한 것 같지만, 카게로는 이미 아타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시라누이가 온다, 시라누이가 온다. 용감하고 늠름하고, 그렇게 힘겨웠던 경순양함 진츠가 가르칠 것은 거의 없네요.” 라고 칭찬한 구축함 소녀. 한없이 믿음직스러운 나의 파트너.

그 시라누이가 오다니.

카게로는 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타고가 없었다면 춤이라도 췄을 게 분명하다. 지금도 발끝으로 몸을 빙글빙글 돌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말에 기합을 주어 물었다.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아타고는 생글거리며 웃었다.

 

거짓말은 안 해. 같은 구축대였었지? 알고 싶나 싶어서.”

언제인가요, 언제 전속하러 오나요!? 가르쳐주세요!”

뭔가 잊어버리지 않았니?”

가르쳐줘, 언니!”

내일 점심 무렵에 도착해.”

내일이지요!”

 

갑작스런 이야기이다. 분명 자기 때랑 똑같이 서류가 여기저기 돌아다닌 뒤, 어디서 결제가 밀렸던 걸 것이다. 평소라면 원망 한 두 마디 쏘아주고 싶어지지만 덕분에 금방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조직의 동맥 경화이다.

카게로는 기어코 뛰어올랐다.

 

마중하러 갈게요!”

기다리면 돼. 게다가, 이번 작전을 위해 일시적인 전속이야.”

알았습니다!”

 

카게로가 경례를 했다. 아타고는 은근히 경고를 준 셈인 것 같지만 들뜬 그녀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14구축대는 시라누이를 환영해요!”

“......책임자는 나랑 타가오니까, 무슨 일이 있다면 물으러 오렴.”

고마워, 언니!”

 

카게로는 댄서처럼 회전을 하면서 아타고의 방을 나왔다.

 

 

 

 

다음날 구축함 기숙사.

카게로는 자실에 있었으며, 거울 앞에 서있었다.

함선 소녀의 방에는 반드시 거울이 놓여 있다. 그것도 전신을 비추는 큰 거울이다. 그것은 구축함이라도 마찬가지이며, 칠칠맞지 못한 꼴을 하지 않도록 언제나 복장이나 머리모양을 체크한다. 게다가 자신을 돌이켜봄으로서 함선 소녀라는 자각을 굳게 다지는 것이다.

카게로도 복장 체크를 빠뜨린 적은 없다. 애초에 거울이 문에 직접 붙어있기 때문에 입출입시 아무리 용을 써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가슴팍에 매단 타이나 머리를 묶은 리본 따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 좀 삐뚤어졌나.”

 

리본 모양의 타이를 오른쪽으로 당겨본다. 그러자 길이가 따로 놀아버리기에, 왼쪽으로 기울였다. 길이는 맞췄지만 이번에는 모양이 삐뚤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렵네. 여길 이렇게 해서, 이렇게......역시 다시 묶을까.”

 

거울의 자신은 좌우반대이기 때문에, 느낌이 영 다르다. 하면 할수록 잘못되는 느낌을 받았다.

카게로는 뒤를 돌아보았다.

 

, 사츠키, 좀 봐줄래.”

......?”

 

룸메이트인 사츠키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뭐가 어떻다고?”

타이야 타이. 삐뚤어지지 않았어? 차라리 새 걸로 하는 편이 좋아? 그렇지만 새 타이는 딱딱하니까, 옷이랑 안 맞는단 말이야. 그리고 머리의 리본도 봐줄래? 그리고 치마도 주름이 잡혀있지 않은지.”

 

사츠키는 힐끔 시선을 주었다.

 

잘 되어 있어.”

셔츠도 뭔가 이상한 주름 잡혀있지 않아? 괜찮아?”

분명 괜찮아.”

기숙사 다리미는 성능이 너무 나빠. 철판 부분이 요만큼도 뜨거워지지 않구, 그야 함선 소녀의 제복은 특수하니까 빨래하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고 평범한 방법으론 안 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적어도 다리미 정도는 새 걸 마련해줘도 덧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신청 할까.”

하지 그래.”

그리고 세탁기의 수! 맨날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늘려야 한다고. 어제도 급하니까 양보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쓰고 있는 애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지 뭐야! 소릴 치니까 걔도 화를 내서, 자칫하면 싸움이 날 뻔 했어! 왜 구축함은 이렇게 사람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애가 많지?”

어째서일까.”

역시 타이 새 걸 살까. 매점은 이미 열려있어?”

안 열렸어.”

 

카게로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 진짜, 요코스카 진수부는 중요한 부분이 엉성해! 이래선 사기가 떨어지잖아! 양말도 뭔가 낡아진 것 같고, 장갑도 너무 썼고, 게다가, 으음, 치마야 치마! 주름지지 않았어? 먼지 있지 않아?”

괜찮지 않을까.”

, 사츠키!”

 

카게로는 언성을 높였다.

 

제대로 봐줘.”

“......있잖아, 카게로.”

 

사츠키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지금 몇 시인지 알고 있어?”

 

카게로는 벽시계를 올려보고, 시선을 돌렸다.

 

몇 시든 좋잖아.”

 

사츠키는 큰 목소리를 냈다.

 

“5시라고 5! 오전 5! 자고 있어도 아무도 불만을 하지 않을 시간대! 왜 나까지 깨우는 건데!”

 

양손을 휘둘렀다. 카게로는 벙찐 표정으로 사츠키를 바라보았다.

 

왜냐니, 복장 체크 좀 해줬으면 하니까.”

거울이 있잖아! 자기가 하라고!”

내가 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사츠키의 눈을 빌리고 싶어.”

혼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고 싶어. 왜냐하면.”

 

카게로는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시라누이가 오잖아.”

 

구레의 단짝, 시라누이는 오늘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게로는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이다.

어제 아타고에게서 그 말을 들은 후, 카게로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제14구축대 멤버들에게 말하였고, 그것을 기막혀 했지만 눈치 채지 못한 꼬락서니. 고양한 기분을 간직한 채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오랜만에 시라누이와 만나는 이상, 꼴사나운 꼴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츠키도 침대에서 끌어내려, 복장 확인을 시키고 있었다.

그 사츠키가 불쾌한 이유는 이른 아침인데다가, 오늘이 휴일인 탓이다.

카게로는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렸다.

 

어때? 완벽해?”

나 졸려.”

구레 제19구축대에는 말이지, 이소나미라는 애가 잇는데, 소심해보여도 무척이나 노력가라서, 복장도 완벽했어. 그 애라면 분명 한 번에 복장도 정돈을 해버리겠지.”

흐응. 굉장하네.”

시라누이는 그런 애를 많이 봤으니까 나도 대충 할 순 없다고.”

~.”

 

사츠키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카게로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라면 말상대가 고양이라도 열변을 할 것이다.

그 뒤에도 카게로는 수 미리 단위로 옷의 흐트러짐을 확인했다.

잔뜩 건드리고 난 뒤, 손을 땠다.

 

, 이런 건가. 못 볼꼴은 아니네.”

 

사츠키는 듣고 있지 않았다. 침대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카게로는 또 벽시계를 보았다. 슬슬 6. 시라누이가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하지만 기분은 상당히 고양되었다. 뭔가 하질 않으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 달리고 올게!”

“......?”

 

그 말엔 사츠키는 눈을 떴다.

 

그렇게 복장 체크를 했는데?”

이 근처를 한 바퀴 뛰고 오지 않으면 기분이 가라앉지 않아.”

뭘 위해 입은 건데.”

괜찮아!”

 

카게로는 사츠키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어때, , 깔끔하지.”

달리니까 마찬가지야.”

의견을 말해줘.”

괜찮아. 카게로는 언제나 멋있고, 귀여워. 시라누이란 구축함도 알아줄 거래도.”

고마워.”

 

카게로는 달리고 온다는 말을 남기곤 기세 좋게 복도로 나갔다. 뛰어가려는 것을 중단하고, 문을 열고 방문을 열어 방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츠키도 귀여워!”

 

그렇게 말하곤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달려 나갔다.

 

그리고 정오가 지난 무렵.

오늘은 제14구축대의 휴일이며, 심해서함 습격도 없는 한 맘대로 해도 좋은 날이다. 하루 종일, 뭘 해도 좋다.

14 구축대 멤버들은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휴일에는 제각각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방에서 자거나, 책을 읽거나, 요코스카 시내에서 쇼핑을 하는 등 각양각색. 긴급시에 대비해 목적지만큼은 보고를 하게 되어있지만, 기본적으로 제한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카게로는 전원을 호출한 것이다.

 

, 애들아, 정렬, 정렬!”

 

14구축대 함선 소녀들은 마지못한 모양새로 일렬횡대로 늘어섰다.

카게로는 말했다.

 

들어줘. 오늘은 새로운 동료가 와. 다들 환영해야지.”

“......어째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들었어.”

 

사뭇 한심하다는 듯이 카게로가 대답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카게로가 보고를 했기 때문에 이미 전원 알고 있었다.

다들, 처음에는 흥미를 보였지만 카게로가 너무나도 말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진절머리를 내며 이 이야기 얼른 끝나라.” 란 얼굴을 하였다. 아케보노는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함선 소녀의 필두이다.

 

오늘도 계속 하는 거야?”

시라누이가 온 데도.”

그게 뭐?”

그러니까 다 같이 마중하는 거 도와줘.”

?”

시라누이니까!”

 

카게로는 단언했다. 아케보노는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도 돼?”

안 돼. 요코스카의 소중한 동료를, 어서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아케보노가 입을 다물었다. 그 대신 우시오가 말했다.

 

카게로씨......어째서 옷이 흐트러졌나요? 출격 있었나요?”

아아 이거, 좀 달리고 왔거든.”

“......왜 달리시나요?”

괜찮아. 달리 뒤에도 옷은 잘 다듬었어.”

 

가슴을 피는 카게로. 우시오는 어쨌든 옆에 있던 사츠키는 아주 축 쳐져 있었다. 다시 한 번 자려고 할 때 잠자리를 깨워, 또 복장 체크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카게로의 옷매무새가 아침보다 흐트러진 것은 졸렸던 사츠키가 건성으로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카게로는 양발을 모은 채 발꿈치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눈은 지그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구레를 나오고 나서, 편지 이외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파트너와, 겨우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기대가 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서 오지 않을까? 만나면 뭐라고 말할까? 외롭지 않았다던가, 전보다 훨씬 예뻐졌다던가, 구레는 어떤지라던가, 말하고 싶은 거 묻고 싶은 것은 많이 있다.

그렇지만 역시, 평소 하던 대로가 최고일 것이다.

아담한 체구의 인물이 정문을 지나왔다.

 

“......왔다!”

 

애써 달려가지 않고 참았다.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머지않아 얼굴 생김새를 알 수 있게 될 정도로 가까워지자 참지 못하고 카게로는 달려 나갔다.

 

시라누이!”

 

기세 좋게 안겨들었다.

힘을 담아 안았다. 시라누이의 감촉은 구레에서 헤어졌을 때랑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드디어 만났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드디어 만났어!”

“............”

 

대답이 없다. 카게로는 수상쩍게 생각했다.

 

시라누이? 왜 그래?”

카게로......”

 

시라누이는 조용히 말했다.

 

조금 살이 찌셨나요?”

안 쪘어! 뭐야 갑자기. 오랜만에 만났는데.”

 

입을 삐죽거리는 카게로. 시라누이는 말투를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좀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안 쪘데도. ......여기 진수부의 식사가 의외로 맛있어서, 그 탓일지도 몰라.”

몇 개월 만에 만났는데 이런 모습인 걸 보면 지금은 충실하게 보내시고 계시는군요.”

 

시라누이는 살며시 입가를 올렸다.

 

다행입니다.”

 

그 뒤 시라누이는, 한 번 카게로에게서 떨어지고 난 뒤 등줄기를 피고 경례하였다.

 

구축함 시라누이, 현 시각부터 요코스카 진수부 소속이 되었습니다. 지도, 편달,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카게로는 다시 한 번, 시라누이를 품에 안았다.

 

변함없이 진지하단 말이야.”

사실은 사령관에게 말해야 하는 말이에요. 카게로에게 말한 것은 서비스라고 생각해주세요.”

정말로, 너답다.”

 

그녀는 그제서야 시라누이에게서 떨어졌다. 손을 잡아당겼다.

 

그럼 여기. 애들을 소개할게.”

애들?”

나의 소중한 동료들. 다들 귀엽고 멋있고, 굉장히 믿음직스러워.”

 

카게로는 시라누이를 구축함 소녀의 앞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말을 내어 재촉하였다.

 

, 애들아, 주목해줘. 여기에 있는 게 구축함 시라누이. 카게로형 2번함이며 구레에 있었을 때의 파트너. , 인사.”

 

시라누이는 제14구축대 멤버들을 순서대로 보고 난 뒤 말했다.

 

구축함 시라누이입니다. 지도, 편달......”

 

함선 소녀들은 놀란 얼굴을 했다. 카게로는 급하게 시라누이를 잡아당겼다.

 

, 너 뭐야 그 말투. 겁줘서 어쩌자고.”

시라누이는 평소 대로에요.”

무슨 맹수도 아니고.”

 

카게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하곤, 자기가 소개를 시키기로 했다.

 

으음~, 시라누이는 뭐 이런 느낌인 애야. 눈매는 그다지 좋진 않지만, 그 점은 오히려 챠밍 포인트야. 취미는 심해서함의 배때기에 구멍을 뚫는 거. 와하하.”

 

자기 말에 자기가 웃고 난 뒤, 이번에는 제14구축대의 소개를 시작했다.

 

이 애는 나가츠키. 최근 사격 실력이 무척이나 향상돼서 관록도 붙기 시작했어. 이쪽이 사츠키. 가장 기운이 넘치는 애고 가장 터프해. 같이 있으면 무척이나 즐거워.”

 

나가츠키는 이후 잘 부탁한다.” 라고 말하였고, 사츠키는 잘 부탁해.” 라고 인사를 하였다.

 

이 아이는 우시오. 구축함인데 굉장히 거유......으음, 근면한 애야. 게다가 보기랑 달리 무척이나 심지가 굵어. 기백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우시오는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우시오에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라레는 알고 있지. 구레에 있었던 때보다도 포격 실력이 좋아졌어. 뇌격전도 미스가 없어졌어. 이런 애가 있는 것만으로 참 편해.”

 

아라레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시라누이는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을 가리켰다.

 

이 아이가 아케보노야. 언짢아 보이지만, 이게 평소의 모습이야. 내면은 무척이나 사명감이 강하고 믿음직스런 애. 14구축대의 중추야.”

 

카게로는 웃으면서 아케보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중요한 아케보노는 입가를 찡그린 채 노골적으로 눈앞의 함선 소녀를 바라보았다.

시라누이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감개는 없는 것 같았다.

카게로는 손뼉을 쳤다.

 

이걸로 소개는 끝. 다들 친하게 지내자.”

 

극히 일부는 흥이 식은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카게로는 물론 눈치 채지 못했다.

 

미안해 애들아, 휴일인데 모이게 해서. 정말로 시라누이를 소개해주고 싶었어. 다들 믿음직스럽고 실력이 좋다는 걸 전해주고 싶었어.”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면서 말했다.

 

나는 시라누이랑 같이 사령관이 있는 곳까지 갈 테니까, 너희들은 편히 지내줘. 그럼 나중에 만나자!”

 

그렇게 그녀는 말했다. 그 뒤 시라누이의 어깨를 두들기곤 깡충깡충 뛰어갈 듯한 발걸음으로 진수부 청사로 향했다.

14구축대의 남은 멤버들은, 정문 근처에 서있는 채로 있었다.

해산을 해도 좋지만, 그대로 있었다. 그 밖에 할 일이 없다기 보단, 누군가가 돌아가거나 말을 하고 난 뒤 움직이자고 생각했지만 전원 똑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자리에서 망연히 서있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견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머지않아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뭐야, 저렇게 들떠선.”

 

언짢은 표정으로 말을 한 것은 아케보노였다.

 

시라누이,시라누이 아주 시끄러울 지경이야, 저 향도햠.”

그렇지만 우리들을 칭찬했어.”

 

나가츠키가 말했다.

 

좀 기뻤어.”

그래? 뭔가 나는 언짢아 보인다는 소릴 했는데.”

 

딱히 틀린 건 없다고 다들 생각했지만 입 밖으론 내지 않았다.

 

아무리 구레에서 온 지인이라고 해도 극단적이잖아.”

그렇지만 사이가 좋아서 괜찮네.”

 

이 말은 사츠키.

 

구레의 구축대에서 같은 소속이었다며?”

 

질문을 받은 아라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18구축대......나도 있었어. 그 둘은 정말로 실력이 좋았어.”

~, 그런 느낌이 들어.”

 

사츠키는 납득. 아케보노는 아직도 퉁퉁 불은 상태였다.

 

시라누이라는 애, 굉장히 눈매가 사납던데. 카게로는 잘도 참았네.”

, 그렇지.”

쟤 손에 죽는가 싶었어. 배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우시오가 부드럽게 달랬다.

 

아케보노야, 그런 소린 하면.”

그렇지만 그렇잖아. 뭔가 꿍꿍이속이 있어 보이는 얼굴 생김새고. 그런 건 신용하면 안 돼.”

아케보노야.”

 

다소 강해진 우시오의 말에 아케보노는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알았다고......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알고 있지?”

 

사츠키가 말을 하였다.

 

“......아케보노는, 뭔가 시라누이에게 신랄하네. 카게로가 신경을 안 써줘서 그래?”

 

아케보노가 빛의 속도로 고개를 돌렸다.

 

뭐어!? , 헛소리 하지 마!”

그치만 평소에는, 그렇게 카게로에 대한 말을 안 하잖아.”

......향도함이 저래선, 장래가 불안하다는 소리야!”

 

침을 튀길 듯한 기세였다. 다들, 고개를 멀찌감치 물렸다. 그녀는 더더욱 말을 이었다.

 

카게로는 향도햠. 향도라는 것은 말이지, 우리들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그런데 저래선 구레 진수부에서 지냈던 기분이 아직 안 빠졌다는 거잖아. 여긴 요코스카 진수부라고. 요코스카 진수부! 요코스카에는 요코스카의 유의라는 게 있어. 이건 말이지, 감정이 아니라, 규율 문제야.”

그런가~ 규율은 중요하지.”

 

사츠키가 팔짱을 끼고, 응응,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케보노는 단 번에 말을 한 탓에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 그렇다고.”

아케보노는, 카게로를 신경쓰고 있었구나.”

왜 그렇게 되는 건데! 향도가 저래선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그럼 싫구나.”

그렇단 말은 안 했어.”

훈련 때, 싫다는 소릴 하지 않았었나?”

안 했어! 아니, 했다............그럴지도 모르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라......아무래도 좋잖아! 이젠 이 이야긴 그만!”

 

아케보는 얼굴을 붉히면서 사츠키에게 소릴 치고, 회화를 끝내려고 하였다.

 

확실히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 감정을 담아 나가츠키가 말했다.

아케보노는 그녀를 보았다.

 

, 내가 한 말을 무시할 셈이야?”

우리들은 계속 이대로 함께 싸워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서 구축함이 올 거란 생각은 안 했겠지. 적어도 나는 그렇다.”

 

고집을 부리고 있는 아케보노를 빼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요코스카의 짐짝 취급을 받고, 아웃사이더 취급이었던 구축함 소녀를 모아서 만든 구축대이다. 단결심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인정하게 만들어 준 것은 카게로 덕분이다. 그 것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전의 카게로를 아는 구축함 소녀가 나타난 사실에 마음속이 편치 않은 것이었다.

 

나는 같은 방인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쫓겨나는 건 싫은데.”

 

그런 말을 하는 사츠키.

 

아케보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

“......흥이다. , 그렇다는 거야.”

 

아케보노는 입을 잔뜩 구부렸다.

 

저번의 퇴역 이야기랑 다르지만, 갑자기 이렇게 되면 놀란다고.”

결정난 일이니까,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지. 우리들은 한번 명령위반을 한 몸, 또 다시 트집을 잡을 순 없지.”

 

나가츠키의 말에 아케보노는 불만스러웠지만 입을 다물었다.

모두, 납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그녀들 사이로 흘렀다.

 

저기, 그렇지만......”

 

우시오가 중얼거렸다.

 

저희들은 여섯 명이고, 이젠 자리가 없죠. 시라누이씨는 어디에 소속을 하는 걸까요......?”

 

남은 네 명이 일제히 우시오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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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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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분이 잘도 소설 번역한다면서, 하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비결이고 뭐고, 근성과 끈기와 애정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런 걸로 부족하다고 하길래.

그저, 무념, 한결같이 무념이 되어 하루라 핫세이야를 외치며 번역을 하면 된다고 했죠. 

실제로 소설 번역할 때는 앞으로 닥쳐올 일은 전부 다 끝마치고, 방해할 요소는 전부 제거한 다음에

정신을 비운 채 번역합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 사이에 지정된 분량이 완료된 상태이죠.

하루라 핫세이야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ハルラハッセイヤー 元ネタ


이걸 구글에 입력하시고 주변 잘 살펴보신 다음에 감상하세요. 인류에겐 좀 빠른 작품이지만

독특한 분위기에 익숙해지시면 뭐 즐길만 합니다.

과거 번역동에서 이걸 번역해서 올렸는데, 그때의 반응은 너무나도 참신해서 현 인류는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는

공감을 얻을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