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로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운동장에 도착했다.
양호실 문은 잠긴 탓에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이곳도 잠겨 있지만 살짝 만져줬더니 풀렸다. 진수부 바깥에서 물품 반입을 가장 잘하는 것처럼 이런 부류의 손재주도 풍부한 그녀였다.
이미 기마전은 끝난 상태였다. 내빈석과 관객석에서 쉴 새 없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카게로는 운동장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뭐야 이거…….”
수많은 구축함 소녀들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타박상 같은 여러 부상을 입고 있었고, 눈을 핑글핑글 돌리고 있었다. 야쿠자가 쳐들어오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범상치 않은 일이지만, 관객은 만끽을 한 듯, “오랜만에 좋은 구경을 했다.” 는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라누이! 얘! 시라누이!”
카게로는 쓰러진 구축함을 밟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운동자의 중앙까지 걸어갔다.
카게로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는지, 마침 정중앙 부근에서 한명의 소녀가 일어섰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욱신거리는 듯 얼굴을 연신 찡그리고 있었다.
“……카게로……?”
카게로는 달려갔다.
“너 괜찮아!? 뭔 일을 당한 거야?”
“카게로야 말로, 자고 있었던 게 아닌가요?”
“신경 쓰여서 빠져나왔어.”
“어서 다시 쉬러 가주세요.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보다 카게로의 컨디션이 악화될까봐 걱정돼요.”
“이제 괜찮아. 약빨이 들었어. 가뿐해.”
알통을 만들어 보이지만, 시라누이는 부루퉁한 표정을 유지했다.
“앞으론 감옥에 가둬야겠다고 생각해요.”
“내 일은 됐고, 이건 뭐야?”
카게로의 주위에는 구축함 소녀들이 신음을 내뱉으면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시라누이는 발밑에서 몸을 뒤집고 있는 아라레에게 손을 빌려주면서 대답했다.
“기마전이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네요. 구축함이 하는 짓이에요. 상상은 가시죠.”
“……아~, 과연…….”
카게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적어도 내가 참가했다면 구레가 이겼을지도 모르는데…….”
“그 발상, 감탄이 나오는 구축함 정신이네요.”
시라누이는 어처구니 없어하면서, 감탄하였다.
일어선 구축함 소녀들은, “구레의 주먹은 매운데.” “사세보는 끈질겨.” “요코스카의 매치기는 주의해야해.” 등등의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색은 밝았고, 후련한 표정이다. 결판은 났으니, 질질 끌 필요는 없다고 그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떨어진 곳에서, 카스미가 몸을 비틀거리면서 다가왔다.
“아~……아직도 아파.”
그녀는 볼을 누르고 있었다.
“그 여자, 들개보다도 흉폭했어…….”
“수고했어. 누구랑 붙은 거야?”
카게로가 물어보지만 카스미는 “글쎄.”라고 대답했다.
“요코스카의 아무개 구축함. 이름은 몰라.”
“카스미를 쓰러뜨리다니 제법하네.”
“안 졌거든! 나빠 봤자 비김. ……그 녀석은 어디로 간 거람. 뭔가 사람이랑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느낌인데.”
그녀는 두리번두리번 운동장을 살펴봤다. 찾고 있는 구축함 소녀는 없는 것 같았다.
“나중에 만나면 되나……. 야, 카게로. 이 다음에 파티, 준비했지.”
“응, 물론이지. 음식이랑 마실 건 다 준비했어. 남은 건 기껏해야 테이블을 이동시키는 것뿐이야.”
“거기서 이름을 물어봐야겠어.”
카스미가 말하고 있는 건 기마전 후에 반드시 치러지는 구축함 기숙사 파티이다. 이곳에서 구축함 소녀들은 서로를 칭찬하며, 혹은 다음에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한다. 요는 교류회이며, 이게 없으면 서로에 대한 앙금만 남아버리는 것이다.
장소는 구축함 기숙사 제1사관차실. 참가자는 구축함 소녀뿐이다.
내빈이나 전함 소녀들이 이동하고, 그와 동시에 일반객이 관객석에서 퇴장하였다. 그것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나서, 구축함 소녀들도 이동을 개시하였다.
기마전에서 넝마짝이 된 몸으로, 구축함 기숙사를 향해 이동하였다.
카게로는 한발 앞서 제1사관차실로 이동하여, 내부를 대충 확인하였다. 음식과 그 밖의 것은 마련되어 있었고, 남은 건 테이블 이동을 같이 하면 된다. 입식 뷔페 형식이어서, 의자는 벽가에 치웠다. 같이 온 시라누이에게 “들여보내줘.”라고 신호를 보냈다. 구축함 소녀들이 들어왔다.
모두 기마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왔다. 지면을 뒹굴어 몸이 더러워진 탓에, 수건을 건네 대충 닦도록 시킨다. 그 차림새로 교류회를 시작한다. 평소라면 경순양함의 호된 언성이 날아올 상황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런 예의는 무시하는 것이다.
“애들아~, 테이블을 옮긴 사람부터 좋아하는 음료수를 집어줘~. 건배는 나중에 할 테니까 마셔도 돼~.”
카게로가 그리 말하였다. 구축함들은 목이 마른 탓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음료수 에리어에 몰려들었다.
문득 보자, 구축함 둘이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심각해 보이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보기도 한 표정.
아라레가 물으러 갔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카게로의 곁으로 돌아왔다.
“뭔가……먼저 돌아간 구축함이 있대…….”
“파티에 참가도 않고? 헤에.”
“멋대로 돌아간 것 같아서……어떻게 할지, 말하고 있었어…….”
“뭐야 그게.”
카게로는 인상을 찡그렸다.
“모르겠어……. 그렇지만,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는 데…….”
“좀 걱정되네…….”
카게로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구레 진수부의 부두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마전 구경을 하러 갔다. 경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운동장에선 환성만 울려 퍼졌다.
실은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 두 명의 함선 소녀가 있었다. 한 명은 부두에서 바다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어떻게든 바다로 들어가려고 하는 걸 말리고 있었다.
“아, 아케보노, 돌아가 버리는 건가요……?
애원을 하듯 우시오가 말했다.
아케보노는 볼을 문질렀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었다.
“돌아갈 거야. 끔찍한 경험을 했어.”
“재밌었잖아요.”
“재밌을 리가 없잖아. 구레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란 말을 들었는데, 콩에 얻어맞질 않나 기마전에서 얻어맞질 않나, 형편없는 일만 있었잖아.”
“기마전에선 아케보노가 이겼잖아요.”
“기껏해야 비김이야. 어느 쪽이 된들 상관없지만.”
아케보노는 의장을 체크하곤, 해면에 발을 대고 주기를 작동시켰다.
“나는 요코스카로 돌아갈 거야.”
“아, 기다려요…….”
우시오의 말을 무시하고 부두에서 떠났다.
구레 진수부가 멀어지지만 미련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뒤에서 우시오가 쫓아왔다.
“기다려주세요, 아케보노.”
“너도 돌아갈 거야?”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돌아가서 사자나미랑 오보로한테 나는 요코스카로 돌아간다고 말해둬.”
“그럴 순 없어요.”
우시오는 힘은 없지만 부정하였다.
아케보노는 이 아이는 어째서 자신을 따라오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매도도 엄청 하였고, 계속 거절을 하고 있는데, 반드시 자신과 행동을 같이 하려고 한다. 천덕꾸러기인 자신과 같이 있으면 평가도 내려가고 말 것이다. 그런 계산이 안 되는 얘는 아닌데.
어쩌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일은 이젠 그 누구의 머리에도 남지 않은 사건이지만 자신과 우시오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음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그 상처는 우시오에게도 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항행을 하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불거리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케보노, 진로가 구부러졌어요.”
“시끄러. 나도 알고 있…….”
있다고, 라고 대답하려고 한 순간 소름이 돞았다.
등줄기가 찌릿거렸다. 전신이 냉기를 쐰 것처럼 체온이 상실되었다.
“아케보노……?”
우시오가 말을 걸었다. 아케보노는 말없이 전방을 응시했다.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있어.”
“네?”
“있다고……뭔가 있어…….”
“있다니요……심해서함말인가요?”
우시오의 말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름끼치는 감각이 해면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틀림없다. 적이 내는 살기다. 사냥감을 찾는 살의의 파동.
시계의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외쳤다.
“있……있어!”
아케보노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시오가 깜짝 놀랐다.
“뭐가요!?”
“저쪽, 저쪽!”
우시오는 눈에 힘을 주지만 못 찾은 것 같았다. “어디에요?”라고 묻고 있다.
하지만, 분명 있었다.
그것은 심해서함의 잠망경이었다.
아케보노는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굳어버렸다.
머릿속은 그 때의 있었던 일로 가득 차버렸고 마음 속 저편마저 그 때의 일로 메워졌다. 봉인하려고 노력한 기억이 시커먼 색채와 함께 부활하였다.
“아…….”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떻게 진정해보려고 심호흡을 거듭 해보지만, 용을 써도 진정이 되질 않는다. 심박수만 회전수를 올리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느린 것 같기도 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간다. 무릎 밑부터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두덩이 안이 따끔거리고 몸이 휘청거렸다. 이대로 가단 쓰러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아케보노의 몸을 흔들 고 있는 건 우시오였다.
“아케보노, 저예요. 아케보노!”
“우……우시오…….”
우시오는 아케보노의 상태를 순식간에 파악했다. 아케보노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적인가요. 심해서함이 있었던 거로군요.”
아케보노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의사랑 상관없이 전신에서 땀이 나고 있었다.
“이, 이런 곳에 적이 있을 리가 없는데……없는데……그렇지만 있었어! 정말로 있었어!”
“믿어요. 진수부 근해에 심해서함이 침입하는 일이 있단 소릴 들은 적이 있어요. 아케보노는 틀리지 않았어요.”
우시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말하는 거, 들리나요?”
“아, 응…….”
“그럼 후퇴하죠. 알겠죠.”
아케보노의 몸이 흠칫 ᄄᅠᆯ렸다.
“저, 적이 있는데……후퇴……하는 거야?”
우시오는 아케보노의 몸을 어루만지며, 어떻게든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후퇴를 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구레까지 돌아가요.”
“아, 알았어…….”
우시오가 “후진 반속.”이라고 중얼거렸다. 둘은 등을 돌려 해역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살의가 멀어진다. 서서히, 몸이 안정을 되찾아갔다.
후우, 한숨을 내쉰 그 때.
“좌현 30도, 어뢰항적!”
우시오가 절규했다.
어뢰가 발사되었다. 항적이 4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면서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케보노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산소 어뢰와는 달리 하얀 기포가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공포는 가중되었다.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이미지로 떠올랐다.
“우현 급선회! 아케보노, 우현!”
우시오의 고함이 머리를 뒤흔들었고, 가까스로 키를 꺾었다.
35도로 변침. 첫 번째와 두 번째 어뢰의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어뢰가 눈의 앞과 뒤로 스쳐지나갔다. 이어서 우시오가 외쳤다.
“양현 전진 최대! 이탈합니다!”
캔의 압력이 높아졌다. 주기가 으르렁거리며 포말을 일으켰다.
아케보노는 정신을 차리지 못 하였고 그 탓에 늦어질 것만 같았다. 우시오가 손을 잡아당겼다.
“이쪽이에요!”
어떻게 일어서서 둘은 주기를 전개하였다. 이미 적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 하였고, 그저 구레를 향해 나가려고 하였다.
날씨가 좋고, 시야도 양한 것은 호재일까 악재일까. 구축함은 잠수함보다 압도적으로 빠를 것이다.
“히익…….”
다음 순간, 우시오는 숨을 들이켰다.
전방의 함영. 꿈틀거리는 포탑에 난립한 포신. 진로를 가로막으려고 이쪽을 향해 돌진하였다.
저건 틀림없이 전함급이다. 정면에서 포격전을 해봤자 이길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적도 자신들을 눈치챘다.
“아케보노!”
우시오는 각오를 굳혔다.
“여긴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도망…….”
그녀는 이어지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시오의 어깨를 누군가가 굳세게 잡았다.
“꺄아…….”
“허둥거리지 말그레이. 나다 나.”
그곳에는 경항모 류죠의, 쾌활한 미소가 있었다.
전방에선, 경항모 소녀와 항공전함 소녀, 중순양함 소녀 둘이 다가왔다. 우시오가 심해서함이라고 생각한 건 그녀들이었다.
“이렇게 허둥거리는 걸 보면, 적이 있었구만.”
우시오는 눈을 껌벅거렸다.
“저,저기…….”
“요코스카쪽 아그구만. 내는 경항모 류죠다. 저쪽은 쇼호랑, 이세씨랑 휴가씨. 저쪽에 있는 게 모가미.”
쇼호와 이세가 생긋 웃으며, 휴가가 괜챦냐고 물으며 이쪽을 살폈다. 모가미믄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가요, 다행이다…….”
우시오는 안도감이 들어, 아케보노를 껴안았다. 둘 다 발이 휘청거렸다.
곧장 정신을 차렸다.
“그렇지, 적이에요! 심해서함의 잠수함이……!”
“과연. 그런 곳에 있었나. 이러니 저쪽에서 찾아봐도 못 찾을 만도 하제.”
“수색하시고 계셨나요……?”
“그렇다. 이것도 구축함한테 보고를 받고, 계속 주변을 뒤지고 다녀부렸제.”
류죠는 아케보노를 보았다.
“금마, 쇼크를 받은 것 같네.”
방금 전보다는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아케보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였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우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에, 심해서함이랑 싸우고, 큰 대미지를 입었어요.”
“어쩔 수 없구만. 그럴 수도 있제. 심해서함은 괴물이니께, 아픈 꼴을 당하면 꿈에서까지 나오지.”
류죠의 말에 쇼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저도 경험이 있어요.”
그 말에 비로소 우시오는 마음에 편해졌다. 항모 같은 대단한 사람들도 무서운 일이 있구나,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느꼈다.
“저도 수색에 협조할게요.”
“아뇨, 그 구축함을 구레까지 바래다주세요.”
“구축함이 있는 편이 유리해요.”
“그 아이에겐 당신이 필요해요.”
류죠가 말을 이었다.
“그런기다. 데리고 가그라. 혼자 두면 안 된데이. 같이 가주라.”
그런 말을 듣자, 우시오는 류죠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류죠는 “괘안타.”라고 말하면서
“아, 맞다, 우리가 여기서 싸우고 있다는 건 비밀이데이.”
우시오는 당혹스로워했다.
“……그렇지만, 조력이 있는 편이, 적을 격퇴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제. 그렇지만 오늘은 축제아이가.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눈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약속했다.”
아직도 주저를 하는 우시오에게 류죠가 못을 박았다.
우시오는 잠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머지않아,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양현 전진 원속. 구레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아케보노를 재촉하여 구레의 부두로 향했다.
두 명의 구축함의 모습이 멀어져갔다. 류죠 일행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배웅하였다.
“하이고 참.”
류죠는 부담이 가셨다는 듯이 숨을 내뱉었다.
“찾아서 다행이다. 만에 하나 굉침이라도 해봐라, 나카가 평생 우릴 원망하지 않겠나. 우리들 경순한테 쫑코를 먹는데이.”
휴가도, 그 말에 동의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대로 놔뒀으면 자기들도 전투에 참가할 것 같았군.”
“구축함이란건 참말로 싸우는 것 말곤 모르제.”
류죠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모가미가 수상기를 사출했다. 적 잠수함의 유무 확인을 시키는 것이다.
쇼호가 그 옆에서, 정찰을 위해 97식 함공기를 발함시켰다. 이건 수상부대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밤인 사이에 처리를 해두면 좋았네요.”
쇼호의 중얼거림에 휴가가 대답했다.
“미안하군, 어젯밤에 경순을 데리고 갈걸 그랬어.”
“아뇨, 저나 류죠도 밤에는 작전 수행이 무리니까요. 그러니, 지금 해두죠.”
“그러지.”
모가미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정숙을 요청하였다. 무선기가 전달하는 인공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잠수함 발견! 수는 아마도 4척!”
“전력 출격이데이!”
류죠가 외쳤다. 그녀는 단번에 두루마기를 펼쳤다.
“간데이!”
청백색의 불이 출현하였고 손을 뒤집자 불이 크게 빛나더니 다음 순간에는 비행기 모양으로 자른 것 같은 종이로 변하였다.
류죠는 그것을 갑판에 늘어놓고는, 띄웠다. 얇은 종이는 순식간에 97식 함공기로 변하였고. 폭장 상태로 공중을 날아올랐다.
그 옆에선 호쇼가 활시위에 화살을 메우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쏘인 화살은 직진을 하다가 함재기로 변형하여 곧장 날아갔다.
이세, 휴가도 마찬가지로 탑재 수상기를 발함시켰다. 연이어 사출되어, 하늘을 플로트를 부착한 항공기로 가득 찼다.
머지않아, 느닷없이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간격을 두고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투하된 폭뢰가 바다 속에서 작렬, 잠수함을 몰아넣고 있었다. 물기둥은 몇 줄기가 솟아오르고 꺼지기를 반복하였고, 그럴 때마다 진동이 퍼졌다.
머지않아 다른 것보다 규모가 큰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잡았다!”
모가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수상기가 적을 격침시킨 것이었다.
이어서 물주기가 세 개 솟아올랐다. 쇼호의 탑재기가 확인을 위해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보고가 돌아왔다.
“……부상물 확인. 격침은 확실하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들떠 있었다.
류죠는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좋았으. 이걸로 상황은 마무리인가.”
“아뇨…….”
이세가 전방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수평선 부근에, 검은 점이 출현하였다. 그것은 서서히 커지며, 곤충 같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적의 함재기가…….”
류죠가 중얼거렸다.
함재기가 있다는 것은, 근처에 심해서함의 함대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항모를 포함한 함대가 이 부근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앙다물었다.
“진수부 근처까지 숨어들어오다니, 이런 개쪽도 없구만.”
“영격하죠.”
쇼호가 곧장 말했다.
“구레로 통하는 통행료는 비싸다는 걸 깨닫게 해줘요.”
“전투기, 뭘 실었노?”
“영식 함전 21형이에요?”
“고거 참 어마어마한 통행요금아이가.”
본래라면 영식 함전은 21형은 구식 기체에 속한다. 제1선에 투입되는 항모라면 시덴 개2, 때에 따라선 렛푸마저 탑재하고 있다. 영식 함전 21형은 52형의 한 단계 밑에 속하는 장비인 것이다.
진수부라고 자원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 경항모에게 배속되는 장비는 그 급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쇼호는, 그래도 자신의 함재기를 믿고 있었다.
“잘 길들여진 기체는, 각별하다구요.”
“고렇체. 심해서함의 등신들에게, 톡톡히 깨닫게 해줘야제.”
류죠가 말했다. 쇼호는 활시위에 화살을 메운 뒤, 전투기를 발함시켰다.
화살이 상공에서 영전 21형으로 변하였다. 곧장 격렬한 공중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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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한꺼번에 몰아서 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중단이 되는 것 같아. 장의 챕터별로 천천히 하면서
올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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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건드렸을 당시엔 길어도 1년이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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